양해민, 재활 24-8, 어쩌면 나에게 하는 주문
“띵~”
오늘은 쉼터 2층 통합재활실 문 앞에 거의 도착하자
손바닥종 소리가 들린다.
김미숙 선생님이 색다르게 우리를 맞이해 주시는 소리다.
오늘도 해민이는 좋아하는 놀잇감을 향해 내달린다.
그 전에 김미숙 선생님은 해민이에게 양말, 겉옷을 벗기를 주문한다.
선생님은 해야 할 때는 해야 할 것을,
아닌 것을 말할 때는 분명하게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내가 가장 어려워하고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오늘 선생님이 말하신 일화가 있다.
“부끄럽지만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제가 많이 배워요.”
하시며 이야기를 푸셨다.
폭력성을 띠는 아이가 있었다.
어떤 상황의 아이라도 폭력은 안 되는 것이지 않겠냐고 힘주어 말하시며
나라면 어떻게 대응할지 물어보셨다.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용인하기 힘들다는 점에는 강하게 공감했지만
막상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내가 먼저 말해줄까요?”
선생님은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분명하게 말씀하시되
그가 옳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고 하셨다.
폭력성이 심할 땐
아이의 팔을 안으셨다고 했는데,
그 모양새가 위압적으로 제지하는 것이 아닌
다소 분명하되 포용적으로 보일 것 같아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재차 설명하고 꾸준하게 설명하니
아이에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셨다.
나는 ‘진심이 통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든 그렇지 않든,
항상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기다린다고 하셨다.
우리는 ‘기다리는 직업’이라고도 덧붙이신 점이 기억에 남는다.
생각해보면,
오늘도 그랬지만
선생님은 몸을 정렬할 때나 풀어줄 때,
관절가동범위를 늘리기 위해 관절에 힘을 가할 때
해민이가 버거워하면
“괜찮아, 해민아 괜찮아” 하시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때로는 나에게도 해민이에게 괜찮다고
직접 말해주라고 권하시기도 한다.
며칠 전 해민이와 샤워를 마치고
제법 자라난 손톱을 깎으며
손을 자꾸 빼며 거부감을 보일 때
선생님의 그 음성이 떠오르며
나도 해민이에게 “해민아 괜찮아”
하며 열 손가락을 모두 마무리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뇌다 보니
그 “괜찮아”하는 말이 마치 주문인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는 나에게 건네는 용기의 말 같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많이 배운다고 하신 선생님 말에
오히려 존경심을 표했다.
항상 배우려는 자세, 준비가 되어있다는 방증일 것이고
아이들과 진심을 다해 수업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물리치료는 해부학적인 학문 범위를 넘어서서
사회‧심리적으로 마음도 어루만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일깨운 수업이었다.
2024년 3월 21일 목요일, 서무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김미숙 선생님 말씀이 들리는 듯해요. 감사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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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생을 많이 산 선배들이 지나가며 해주는 말들이 깊이 다가올 때가 있죠. "괜찮아, 괜찮아."가 그런 말이었나보네요. 남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는 서무결 선생님의 마음이 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