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세이] 깔깔깔 장착! 저녁기도 회동! / 권수영
발행일2020-12-13 [제3223호, 3면]
두 딸이 자라 작은아이는 고등학생이 되고 큰아이는 스무 살이 넘으니 각자의 삶이 참 바쁘다. 큰아이는 저녁 약속이 많아지고 술자리도 생겨 늦게 귀가하는 날도 생겼다. 가족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함께 노는 날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얼굴 보며 맛난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 줄다 보니 서로 대화시간도 적어졌다.
집에 있는 날에도 각자 방에서 자기들만의 세계에 골몰하고 있다가 일정 생겨 나가고 나면 남편과 나만 집에 남는 날도 늘고 있다. 커가면서 부모보다는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하니 아이들이 곁에 없는 허전함을 종종 느낀다.
허허로운 마음 한 켠 내게 따끈한 위안이 되는 딸들과 공식 보너스 친교 타임이 있으니 바로 저녁기도 시간이다. 아이들 어릴 적부터 자기 전에는 온 가족이 모여 감사기도를 드렸었다. 머리가 굵어졌다는 지금도 모여 기도할 수 있게 해주심은 참말 주님의 은총이다. 그런데 기도하러 앉으면 일단 이야기보따리부터 풀고 본다.
“엄마 ○○이 알지? 오늘 학교에서 걔가 진로시간에…” 하고 둘째가 포문을 연다. 그러면 큰아이가 “진짜? 우와 이거 봐. 이게요” 하면서 전화기를 꺼내 아빠에게 내민다.
남편은 “언제 기도 시작해?” 하면서도 아이들의 이야기에 웃고 있다. 일상 이야기, 친구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아이와 그 주변 세상을 솔솔 꺼내 놓는다. “그래서 힘들었어? 좀 홀가분하기도 했어?”하면 “아, 또 우리 엄마 또 비폭력 대화 공감 시도 중이다”하면서 깔깔 웃는다.
남편이 “자 이제 이야기 그만하고 진짜 기도하자” 그러면 이번에는 큰아이가 “그런데 있잖아. 이건 진짜 대박이야 마지막이야 하하”하고 나온다. “이번에는 진짜 기도 시작해”하며 눈을 감는데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웃음보의 힘에 못이긴 ‘푸~~’가 한번 나오면 이내 또 전염된 듯 모두 깔깔 웃을 수밖에 없다. 이래서 도무지 집중하고 기도를 시작할 수 없는데 그냥 웃어대는 이 순간이 참 달달하고 감사하다.
사설과 변두리 탐방이 더 긴 저녁기도 시간이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이 서로를 더 알고 소통하는 다리가 된다. 마주 앉은 자리가 주는 평화와 일체감으로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소중한 이 날들을 오래도록 누리며 우리 가족이 주님 닮아가기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가정을 이루었을 때도 모여앉아 깔깔 웃는 저녁기도의 밤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기도드린다.
권수영(스콜라스티카) (제1대리구 동탄영천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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