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마늘밭에서
김금주
네 속을 사정없이 당겨서 기어이 밥상 위에 올렸다
비워버린 그 속 채우느라 얼마간의 바람과 볕에게 빚지고 비 또한 머물러 주겠지
육 남매 자식들 곳간 채울 때마다 울 엄마도 빈 통장에 내리쬐는 볕을 담으며 곧은 허리 내어 주었다
마늘종을 뽑을 때마다 뻥 하는 그 소리 자꾸만 아려온다
ㅡ출처 : 계간 『詩하늘 110』(詩하늘문학회, 2023. 여름) ㅡ사진 : 다음 이미지 ------------------------------------------------------------------------
세상은 이만큼 좋아져서 내가 수고하지 않아도 필요한 찬거리는 언제든 구할 수 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다 돈이다 그 시절 어머니들은 먹는 것과 그것으로 만들어지는 생활비를 만드는 것이 일상사였고 목숨거리였다 마늘밭에 일하는 사람들 데려가서 같이 마늘종 뽑아보면 묘한 소리가 오히려 건강을 채우는 것 같고 맛있는 찬거리에 점심이 기다려지곤 했다 그대는 다 그랬다 그리하여 먹고 살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그런 고생을 통해서 기쁨을 느꼈던 카타르시스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것이 가족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으니까 엄마만 고생을 한 게 아니라, 한 가지 농사를 지으면 전 가족이 거기에 다 메달렸다 그런 유대가 가족에게 흘러야 사랑이 꽃핀다 마늘종을 넣어 반찬을 만들어 준 지인이 있어 요즘 내 식탁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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