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또 다른 뇌, 편견
버리고 친구로 만들자
서울대 총동창 신문 제469호(2017년 4월 15일)
강민구(법학77-81) 대법원 법원도서관장
강민구 관장의 ‘혁신의 길목에선 우리의 자세’란 강연 동영상이 화제다. 유튜브 개시 2개월 만에 100만 뷰를 넘어섰다.
김난도 교수, 혜민 스님 등 유명인들의 강연 동영상도
100만 뷰는 넘볼 수 없는 숫자다. 무슨 내용이며, 강민구
동문이 누구기에 반응이 이처럼 뜨거울까? 지난 3월 27일 강 동문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100만
뷰 달성을 축하 드립니다. 비결이 궁금합니다.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않으면 죽는다는 간절한 외침이 전달된 것
같아요. ‘시일야 방성대곡’을 하고 싶은 심정으로 한 강연입니다.”
-뭐가
그리 답답하셨는지.
“사람들이 선입견, 편견을
갖고 시대의 변화에 나 몰라라 해요. 속이 타요. 스마트폰을
예로 들까요? 스마트폰은 또 다른 뇌인데 전화, 카메라, SNS 정도로만 씁니다. 번역하고,
기록하고, 찾아주고, 편집하는 등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데요. ‘창원이야기’ ‘부산법원통신’ 책 17권 보이죠? 스마트폰의 ‘에버노트’ 앱을 활용해 만든 겁니다. 말로 쓴 거죠. 번역 기술, 음성
텍스트 변환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고 시도조차 안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그의 강연은 막연하게 다가왔던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의 주제를 구체적인 사례 영상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종국엔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깨달음을 준다. 또 스마트폰의 각종 앱을 활용해 17권의 책을 쓴 경험담을 통해
유용한 스마트폰 팁도 제공 한다. 유튜브 영상 100만 뷰
달성에 박시호 행복편지 이사장과 천주욱 블로거(창의력 연구소)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분들이 이메일, 블로그
등을 통해 널리 알려주시면서 보는 사람이 확 늘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그 동안 여러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신문 읽고 접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조회수
추이를 살펴보면 그래요. 카톡방이나 밴드에 올리는 게 오히려 효과가 컸습니다.”
-외국어
버전을 만들 생각은 없으세요.
“마침 경희대 몽골 유학생이 자막을 만들어서 몽골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제안이 와서 고맙다고 했어요. 일본의 지인도요. 곧
영어로도 자막 처리가 돼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유튜브에서
한글자막 자동처리 하는 방법과 자동 통역되게 할 수 있는데 아직 완성도가 좀 떨어집니다. 4월 9일 태국 행정대법원 초청으로 태국 법조인들에게 이 내용과 사법정보화 관련해서 강연할 예정이고요.”
-강연
요청이 많죠.
“100여 곳에서 요청이 들어왔어요.
공직 신분이다 보니 다 갈 수는 없고 허용이 되는 국가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군부대
정도 갈 예정입니다. 못 가는 곳에는 미안하다는 메일과 동영상 자료 등을 보내줬습니다.”
-모교서도
명사 초청강연을 많이 하는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합니다만, 타과생, 교직원 등도 참석하셔도 될 겁니다.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에서도 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강연에서 시대의 변화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강 동문의 지난 30년간
치열했던 판사로서의 삶이 드러난다. 1 만 5,000여 건의
사건 처리와 5만여 명의 사건 관계자들을 마주치며 깨달은 ‘삶의
정도’가 묵직하다. 일에 있어서도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며
법원 시스템 발전에 기여를 했다. 1998년 종합법률정보 1.0을
완성했고, 한국 사법부 전자소송, 전자법정의 기초 설계도가
된 ‘함께하는 법정’(2003)을 펴냈다. 성남지원에서는 음악법정을, 창원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 시절에는 예술법정, 스마트 법정을 구현하는 등 혁신적인
법원 행정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자법정, 예술법정이 지향한 것은 뭔가요.
“사법부의 목표는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법정 환경을 재설계하고
배치해 궁극적으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수긍할 수 있는 재판을 하자는 것이죠. 물적 인프라인
전자법정의 발전과 더불어 심적 인프라인 예술법정이 바로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뛰어난
상사를 따라가야 하는 직원들은 부담이 컸을 것 같습니다.
“처음 저를 만날 때는 그런 면이 없지 않았어요. 시어머니처럼 시킬까
봐 걱정을 합니다. 창원지법 떠날 때 한 여직원이 이임식장서 ‘오빠생각’을 불렀어요. 즉흥적으로요. 울어서
이임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몇 달 지나면 오해였다는 걸 알죠. ‘저
사람 정말 일을 좋아하는구나, 자기 일은 알아서 다 하는구나’. 연설문, 축사, 기고문 어떤 자료도 대필 시킨 적이 없어요. 제 일정은 비서진뿐 아니라 주요 참모들과 공유해서 예측이 가능하게 했고요. ‘카톡방’을
개설해 쓸데없는 회의도 없앴고요. 카톡방이 족쇄가 되지 않도록 퇴근 후에는 못하게 하고 즉문즉답을 피하게
했습니다.”
-15년간
컴퓨터 잡지 ‘PC사랑’, ‘HOW PC’ 등을 매년 재편집해
두 권의 책으로 만들어 총 30권을 사법고시 공부하듯 파고들었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독해야지 뭐든 뿌리를 뽑지 않겠어요. 85년 육군사관학교 교수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처음 컴퓨터를 접했습니다. 효율성에
감탄해서 중형 서버 컴퓨터 언어, 코딩 등을 익혔죠. 그런
공부가 현재 스마트폰 활용으로 연결된 거죠.”
-아이처럼
호기심이 많아 보입니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듯싶어요. 중학생
때는 로켓 개발자가 되고 싶었어요. 만들기를 좋아했죠. 지난해
초 발목이 골절됐을 때 오픈캐스트(벌집 모양의 깁스)를 처음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 인가 의료제품이라 만든 박종칠(공업화학81-85) 우리소재 대표에게 부탁해서 실험대상이 되겠다고 했죠. 그
깁스를 한 상태로 제네시스를 운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가운전으로 왕복운행을 했습니다. 자율주행의 일부
기술이 구현된 차라 실험을 해보고 싶어 무리를 해서 구입했죠. ‘갤럭시 S8’ 스마트폰도 출시되는 대로 구매하려고요.”
강 동문은 올해 모교 입학 40주년을 맞았다. 법학 77학번은 정원 190여
명 중 150명 정도가 사법시험에 통과하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만든 학번이다. 졸업 30주년 때는 모교에 수억원의 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동기
모임이 활발하죠.
“네이버 밴드에 80여
명이 활동하고 있고 카톡방도 만들어 소통하고 있어요. 이런 온라인 네트워크에 묶이기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죠. 항상 제가 말하는 게 내 패를 보여줘야 남의 패를 볼 수 있는 거 아니냐, 꽁꽁 묶고 눈팅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통하자고 하죠. 싫어하는
사람은 그만큼 변화에 뒤처진다고 생각해요.”
-입학 40주년인데 준비하는 행사는 없나요.
“졸업 40주년 때 뭘
좀 할 것 같아요. 올해는 특별한 계획은 없어 보입니다.”
-초창기
관악세대시죠.
“그렇죠. 1학년 때는
기숙사인 관악사에 있기도 했어요. 혼란한 시기라 휴교하는 날이 많았죠.
그래도 워낙 친구들이 뛰어나 그들 따라가다 보니 덩달아 공부도 하고 사법시험도 통과했죠.”
-모교에서
받은 혜택이라면.
“왕상은 협성해운 회장님의 장학금을
4년간 받았어요. 등록금이 10만원 할 때죠. 너무 고마워서 창원지법원장 되고 왕 회장님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출세하고
편지 한 사람이 강 법원장밖에 없다’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곧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려고요. 가장 큰 혜택은 훌륭한 친구들을 많이 만난 겁니다. 최고의 인재들과 4년간 몸을 부대끼며 생활할 수 있도록 모교가 제게
베푼 공덕의 탑은 하늘을 찌릅니다.”
학창시절 강 동문의 필기 노트는 족보 대접을
받았다. 후배나 동기생들이 그의 서브노트로 사법시험에 합격하는데 보탬이 되기도 했다. 강 동문이 군 복무시절(육군사관학교 교수부) 3년간 매주 세 문제씩 사법시험 2차 모의문제를 만들어 친구, 후배 스터디 그룹에 편지로 보내 거의 다 합격한 것은 법대에서 유명한 일화다.
그가 만들어 보내준 연간 156문제 중 실제 서너 문제 이상이 다음해 사법시험에 출제돼 ‘족집게 도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사랑과 정성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법원도서관장은 정무직이지만 통상 임기는 1년이다. 지금이 전성기처럼 느껴지는 그에게 계획을 물었다.
“늘 현재에 충실하며
살았습니다. 법원도서관장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사법정보화
전략위원회위원장 역할(기업의 CIO)도 있고요. 오늘을 열심히 살면 내일이 그려지겠지요.” 퇴임 후 변호사 계획에
대해 그는 “구체적으로 생각한 바 없다”고 했다. 김남주
기자
강동문은 사법연수원 14기.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서울 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 고법 부장판사, 창원 지방법원장, 부산 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정보법학회 공동회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사법정보화 전략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 ‘함께하는 법정’, ‘손해배상
소송실무(8인 공저)’, ‘인터넷 그 길을 묻다(40인 공저, 총괄기획)’ 등
다수가 있다. 좌우명은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
취미는 독서와 사진촬영, 다도다.
소식과 108배로 건강을 유지하며 부인과 사이에 2녀 1남을 뒀다. 장녀는
모교 로스쿨 3기생으로 아버지를 따라 법조인으로 활동 중이고, 차녀는
영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패션디자이너 겸 패션업체 대표를 맡고 있다. 팝 가수 레이디 가가가 그녀의 옷을
빌려가서 입기도 했다. 막내 아들은 군 복무 중이다.
강 동문의 스마트폰 100% 활용
강연
유튜브에서 ‘강민구 법원장’ 입력
검색
음성인식 에버노트 기초 http://youtu.be/paRd5Xzpqo0
음성입력 에버노트 설명 http://youtu.be/ufyHyf0vBHQ
에버노트+아래아한글 연동문서작성 https://youtu.be/kQjgZeCfa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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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번역 앱 활용 https://youtu.be/bxW7aiug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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