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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233> 광양 따리봉~도솔봉 |
'낙엽'이 가버린 헐벗은 산에 반갑게 찾아온 '흰 눈' |
따리봉은 정상을 지나친 다음 능선에서 뒤돌아 봐야 제대로 된 멋을 알 수 있다.
따리봉 정상에서는 멀리 광양 앞바다까지 내려다 보인다.
겨울이다.
얼마 전까지 능선에서 하늘을 쉽게 보기 힘들 정도로 우거졌던 나뭇잎들이 거의 다 떨어지고 이제는 황량한 모습만 남았다. 등산로 바닥에 수북히 쌓인 낙엽이 계절을 오롯이 말해 준다.
호남정맥 끝자락…광양 앞바다 조망
사방 막힘 없고 주변 산세 높아 인기
이 낙엽이 삭아 부서지고 나면 앞으로는 곧 눈이 온 산을 하얗게 덮으며 겨울 등산장비의 필요성을 등산객들에게 각인시키게 될 터이다. 눈 구경하기 힘든 부산지역 사람들에게는 눈 덮힌 산에 대한 막연한 판타지가 있다. 이런 판타지를 충족시킬만한 곳을 찾아 보는 것으로 본격적인 겨울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렇게 더듬어 가다 도착한 곳이 바로 호남정맥의 끝자락이다. 잎을 다 떨어뜨리고 헐벗은 산을 마치 새살이 뒤덮듯 포근히 덮은 눈이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는 그 곳은 바로 전남 광양의 도솔봉(해발 1,123m)과 따리봉(해발 1,127m). 호남정맥 종주꾼들이 오가며 한 번씩 타거나 가까운 백운산 자락을 타러 온 산꾼들이 덤으로 타곤 하는 이 봉우리들은 그저 그런 덤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산들이다.
일단 바로 앞에 광양 앞바다를 바라다 보는 정맥의 끝자락에 자리를 잡고도 해발 1,000m가 넘는 높이를 자랑할 정도로 주변 산세가 명쾌하다. 여기에다 사방 막힘이 없고 높은 산세로 인해 지리산 주능선을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조망까지 보태고 나면 '어디에서 이런 경치를 또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까지 든다.
아쉽게도 산행팀이 찾은 날에는 마치 봄처럼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그늘 일부에서만 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지만 눈이 내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시릴 정도로 경치가 탁월했다.
산행코스는 논실마을 입간판~송어산장~한재~전망바위~헬기장~따리봉~참샘이재~헬기장~안부~전망바위~도솔봉~헬기장~의자바위~갈림길~헬기장~논실마을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 위성항법장치(GPS)의 도상 거리는 9.1㎞. 쉬는 시간 포함해 5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 들머리인 논실마을에서는 입간판 오른쪽으로 나 있는 임도를 올라간다. 송어산장을 안내하는 간판을 왼쪽으로 보면서 임도를 오른 지 3분만에 왼쪽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은 계곡을 따라 도솔봉과 따리봉 사이의 안부로 곧장 올라갈 수 있는 길. 그대로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좌우로 잘 정비된 무덤군이 호사스러운 느낌을 준다.
6분 뒤 송어산장. 크기 별로 분류된 송어들을 양식하고 있는 이 산장을 지나 계곡을 건너가자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편에 전자입간판이 서 있다. 입간판 옆에는 서울대 학술림 조성에 관한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이젠 임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두 번에 걸쳐 계곡을 건너는 지점이 나오지만 모두 임도를 통하므로 길이 헷갈릴 우려는 전혀 없다.
약 30분간 임도를 따라 오르자 좌우로 능선이 보이고 능선 사이 안부가 깊이 패여 길을 이루고 있는 지점에 이른다. 이 지점이 바로 호남정맥 상의 안부인 한재다. 오른쪽으로 능선을 타고 가면 백운산에 이른다. 따리봉을 오르기 위해 왼쪽 능선을 타고 올라간다. 이제부터 된비알이 시작된다. 10분 뒤 오른쪽으로 지리산 능선이 고스란히 보이는 전망바위에 닿고 약 25분을 더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자 헬기장에 닿는다. 헬기장 주변 응달에는 눈이 내린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헬기장에서 능선을 따라 5분을 더 간 곳이 바로 따리봉 정상. 멀리 남서쪽으로 도솔봉의 모습이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호남정맥이 꿈틀대듯 펼쳐져 있다. 따리봉과 도솔봉 중간쯤에 보이는 헬기장을 목표로 철계단을 내려 능선을 타고 가며 뒤돌아 보면 따리봉 자체의 모습도 탄성을 자아낸다. 하지만 금방 닿을 듯 보였던 헬기장은 한참을 내려가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철계단 4개를 지나 25분쯤 간 곳에 이정표가 있는 참샘이재를 지나고 다시 4분 정도를 더 간 곳에 헬기장이 위치해 있다. 참샘이재에서는 왼쪽으로 논실마을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 있다.
헬기장에서 8분 정도 더 가면 안부. 역시 왼쪽으로 논실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도솔봉은 직진 방향. 된비알이다. 따리봉 정상 쯤에서 식사라도 했다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만한 경사다. 6분 정도 올라 전망바위에서 숨을 한 번 돌리고 다시 철계단 2개를 통과하는 가파른 오르막을 20여분 올라가면 도솔봉 정상에 닿는다.
도솔봉 정상에서 호남정맥은 분기점을 이룬다. 직진하면 호남정맥을 타고 형제봉으로 가는 길이다. 하산을 위해서는 왼쪽(남쪽)으로 나 있는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이 능선은 바위마다 전망바위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전망이 뛰어나다. 왼쪽으로 멀리 백운산의 모습과 유난히 톡 도드라진 억불봉의 모습을 계속 보면서 걸을 수 있다. 15분만에 헬기장을 하나 지나고 다시 8분을 더 간 곳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멀리 성불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그대로 직진해 20여분을 더 간 곳에는 특이하게도 의자 모양을 한 바위가 있다.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이 바위는 능선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올라서야 볼 수 있다. 이 바위에 걸터 앉아 도솔봉과 그 주변의 모습을 보면서 망중한을 즐겨 보는 것이 좋다.
의자바위에서 내려 6분 정도 더 능선을 타고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백운산자연휴양림 쪽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군데군데 산죽(조릿대)이 무성하게 자란 길은 낙엽이 쌓여 푹신하기 그지없다. 눈이라도 소복하게 내린다면 마대자루를 깔고 눈썰매라도 타고 싶을 정도다. 갈림길에서 22분 정도 내려가자 헬기장이 하나 나오고 여기에서 다시 20분 가량을 내려가자 논실마을에 닿는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2,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광양 따리봉~도솔봉 가는길 먹을곳
대중교통편으로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부산서부버스터미널(1577-8301)에서 오전 6시 30분부터 수시로 출발하는 광양행 시외버스를 타고 간다. 약 2시간 20분 소요. 요금은 일반 1만100원. 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광양교통(061-762-7295)이 운행하는 진틀 방면 버스를 타고 간다. 오전 6시 20분부터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약 30분 소요. 요금은 1천원. 진틀휴게소에서 내린 뒤 논실마을 방면으로 약 5분 정도 올라가면 산행 들머리인 마을 입간판이 나온다.
자가용 이용자는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광양을 지나 광양으로 내려선다. 톨게이트를 지나 오른쪽 광양·여수 방면으로 2번도로를 타고 300m를 더 가다 오른쪽 옥룡봉강 방면으로 꺾어 옥룡면 쪽으로 간다. 6분 뒤 동곡 방면으로 오른쪽으로 들어가 다시 1분 뒤 오른쪽 다리를 건넌다. 6분쯤 가다 정보화마을 방향으로 왼쪽 길을 타고 가면 8분 뒤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바다에 접한 광양은 굴 따위의 해산물로도 유명하지만 의외로 닭갈비가 유명하다. 닭고기를 채소와 함께 매운 양념에 버무려 철판에 구워내는 춘천식 닭갈비와 달리 광양지방의 닭갈비는 양념이 순하다. 마치 양념 쇠갈비를 먹는 것처럼 부드럽다. 여기에다 숯불 위에 석쇠를 놓고 직화구이를 하므로 은은한 숯향기까지 느낄 수 있어 더 좋다.
산행 날머리에는 민박을 겸한 닭갈비 전문 식당이 밀집해 있다. 특별히 어느 곳을 선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균질한 맛이 보장된다는 것이 이 동네 주민들의 전언. 산행 전 미리 주문을 해 놓고 가는 것이 좋다. 이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