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이라고 했는데 이젠 영화관이라고 한다. 명절 때 영화 봤다는 애들이 늘 부러웠다. 어떻게 명절날 영화관에 갈 시간이 있을까? 큰집부터 죽 돌아다니다 보면 해가 다 지는데 어느 천년에 시간을 뽀개 가지고 영화관엘 간단 말인가. 도저히 상상이 안 갔다.
옛날엔 극장 앞에 줄서기가 예사였다. 조금이라도 괜찮은 영화가 나오면 당연히 줄이 길게 늘어졌고 암표 파는 사람들이 항상 있곤 했다. 이소룡 영화에 줄 한번 서 봤다. 나란 놈은 줄서기를 상당히 싫어한다. 식당이 유명해서 줄 서서 밥 먹을 정도면 난 그 집에 안 간다. 국민학교 다닐 때 변소 줄 서 있으면 변소 뒤에서 눌망정 줄 서길 싫어했다.
그런데 이소룡 영화 때는 줄을 섰다. 영화가 재미있어서? 아니다. 이소룡에게 환장한 여자애를 좋아해서 따라갔기 때문이다. 돈도 대준다고 해서. 그 어린 나이에 컴컴한 곳에서 손 한번 잡겠다고 신경 쓰는 바람에 영화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용쟁호투인지 정무문인지 아직도 구분이 안 된다. 그 이후로 영화 본다고 줄을 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껌이나 땅콩. 사이다도 있어요~”
사람들은 안에서 파는 오징어나 땅콩은 비싸다고 밖에서 대충 심심풀이 군것질거리를 사서 들어오는 바람에 별로 장사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간혹 돈 많은 이가 애인 데리고 와서 왕창 사주는 바람에 영 손해는 안 보는 것 같았다. 그 비좁은 극장 안을 휘젓고 다니던 그때 그분들은 지금 뭐할까? 아니 이소룡 좋아하던 그 지지배는 지금 손자 봤을까? 엄청 궁금하다. 그렇다고 한번 보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시작 전에 몇 바퀴 돌고 영화 중간에 필름 가는 시간이 있는데 이때 불이 켜지면서 아저씨가 한 바퀴 더 돌았다. 물론 이때 담배 피우는 사람들은 한 대 당기기도 하고. 당시엔 영화를 담배 피우면서 보던 시절이었다. 의자 앞에 재떨이도 있었다. 참 요즘 상상이 안 가는 일이 우리 어릴 적엔 당연한 일이었다. 영화 하기 전에 벌떡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도 했는데 뭘.
딸이랑 영화 보러 갔다. 딸이 매점 앞에 줄을 선다. 영화관에서 팝콘이나 콜라 등이 비싸다는 건 다 안다. 그래도 줄을 서서 사 먹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오래전 영화관 내 외부음식 반입을 가능하게 했음에도 젊은 애들은 영화관 음식만 팔아 준다. 돈 아까운 줄 모르는지 아니면 법이 바뀐 지도 몰라 그러는지 슬쩍 딸에게 물어보았다. 근데 돌아오는 말이 가관이다.
“쪽팔리게.”
밖에서 음식 주섬주섬 사 들고 들어가는 게 쪽팔린단다. 많이 먹을 것도 아닌데 대충 간편하게 극장 안에서 산단다. 세상 더럽게 많이 변했다. 나만 궁상스러운 놈만 된다.
암튼 스크린쿼터 없애면 우리나라 영화 다 죽고 할리우드영화만 난무하게 된다고 극장에 뱀 풀던 사람들은 요즘 할리우드가 되려 우리 영화 눈치 보면서 개봉 시기 잡는다는 소식에 뭐라 입을 뗄런가? 요즘은 한번 붙어봐야 산다. 눈치 보고 이것저것 다 재면서 ‘안전빵’으로 살기엔 사회가 너무 빨리 진화한다.
영화 질만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관도 장난이 아니다. 앞뒤 간격이 좁아터져 나같이 기럭지가 긴 인간은 영화 한 편 다 보려면 다리가 저렸다. 하지만 요즘 영화관은 거의 누워서 본다. 영화보다 코를 골 판이다. 이젠 이것도 부족했든지 완전히 누워서 영화를 보게 만드는 모양이다. 이런 좌석을 ‘모션베드’라고 한다. 남녀가 컴컴한 영화관에서 둘이 누워 본다는 걸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봤다면 분명 한 말씀 하셨을 거다.
“그 참 나라가 우째 될라고.”
첫댓글 며칠전에 소진샘과 영화 교섭보고 왔습니다.
영화관에서 영화 볼 때는 역시 팝콘이 있어야 됩니다.
비싸다고 슈퍼에서 사오는 것은 위반 ㅎ
시상에나~~
누워서 영화를 볼 수도 있다니. 영화관이 안방같이 편안하겠습니다.
유당선생님~~정보 감사드려요~~~^^*
ㅎㅎㅎ~~누워서 영화 보는 걸 이제 알았습니까?
벌써 몇 년 전 부터 그래 되었뿟 습니다.
벌씨로 누버봤능교. 누구랑 가능교?
@유당 노병철 그걸 이제 아셨나요. 저는 몇년전에 누워서 봤는데. 세상에 모르는 것 없는줄 알았더니 ㅋㅋ
@유당 노병철 저는 영화 모임이 있답니다.
그래서 영화를 자주 보러 가지요.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그러다 보면 애매한 아니 이해 못한 부분은 토론을 함으로써 한 편의 영화가 제 머리속에 남는 겁니다.
@(혜원)임춘희 전 매일신문사 기자이자 지금 영화 평론하는 김중기 교수를 추천드립니다.ㅎ 영화모임 두어번 갔었는데 꽤나 깊이 있는 설명 하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