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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 쓰네요.
오늘 오전에 성매매 예방교육 전문강사 워크샵을 듣고 수업 때문에 학교로 걸어왔어요.
학교랑 강의장소 사이에는 대구 최대의 재래시장인 칠성시장이 있었어요.
점심시간이 애매해서 뭐라도 먹어야 겠는데.. 마땅히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시장을 그냥 기웃기웃거리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번뜩 수제비 가게가 생각났어요.
학교 올때 버스에서 시장을 내려다 보면 길가에 조그만한 수제비 가게가 있는데
항상 거기서 아저씨들 아침 드시는 것을 보면 참 정겹게 느꼈었거든요.
낮에도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무턱대고 그쪽으로 걸어 갔어요.
운이 좋은건지 딱 한 집이 장사를 하더라구요.
인사를 하고 수제비 드시는 할머니 옆에 앉았어요.
처음 오는 곳이라 멀뚱멀뚱 있는데 말없이 깍두기 한 접시를 주시지 않겠어요?
아~ 여기는 수제비만 하는 곳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주문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있었죠.
조금 있으니 옆에 한 할아버지가 앉으시더라구요. 수제비 만드는 것만 보고 있는 저에게
할아버지는 "고등학교 몇학년이야?" 라고 물으셨어요. "대학생인데요." 하며 멋적게 웃고 말았죠.
그 사이에 아주머니 한분이 제 옆에 앉았어요. 하하
그렇게 전혀 모르는 4명이 한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된거 였어요.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났죠. 마치 옛날 영화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수제비는 다 익었는지 한 그릇씩 나오기 시작했어요.
"어르신 먼저"라고 주인 아주머니는 말씀하셨지요.
그러자 문득 "어라? 내가 먼저 왔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이상하죠? 예전에는 어르신 먼저 드리는게 당연한 것 이었는데.. 언제부터 온 순서대로 먹게 되었는
지..나는 나의 이런 생각을 나무라면서 수제비를 먹기 시작했어요..
우아우아 뜨거워라.. 얼마나 뜨거운지 빨리 먹을 수가 없었지요.
일부러 그런건 아니였지만 느림을 몸소 실천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먹으면서 주인 아줌마도 한번보고, 옆에 앉은 아줌마도 한번 보고,
후후 불어가면서 천천히 먹으니 주변상황이 잘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먹는 내내 즐거웠지요.
더워서 식욕이 없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할머니는 "곰탕 먹으려다 수제비 먹으러 왔다"라는 말로 받아
치셨죠. 잘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은 멋적고 어색할 법한데도 어찌나 자연스럽게 잘 하시던지..
아까 전 할아버지의 물음에 멋적게 대답했던 내 모습이 생각나면서 푸훗 하면서 웃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대인관계, 대화법에 프로시구나~~ 생각했어요.
맨 처음 드신 할머니가 가시고, 새로운 손님이 앉고..
난 가만히 앉아서 수제비를 먹었는데 할머니를 보내고, 새로운 아저씨를 맞이한 꼴이 되었죠. 하하!
이렇게 자연스럽게 보내고, 받아드리고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별로 어려운거 없네! 싶기도 했어요.
이런 저런 관찰과 생각을 하며 먹던 수제비를 배가 불러서 더 못먹을 것 같은 때였죠.
손님 4명이 와서 자리를 어서 비켜주어야 할 때였죠. "학생 천천히 다 먹고가 천천히 먹어 괜찮아"
하시는 거에요.. 그만먹고 가려고 했는데.. 히힛.. 배 불렀지만 기분이 좋아서 다 먹었죠.
번듯한 가게도 없는 길가의 수제비 집이었지만 인정이 넘치고 편안해서 참 좋았어요.
수제비 맛도 일품이었고 말이죠.
선생님~ 생선 언니오빠들~
대구에 놀러오시면 길수제비 한 그릇 함께 먹어요. |
첫댓글 길수제비 효민이랑 먹는다면 더욱 맛있겠지.. 정말로 안그래요 생.선.?
(사는) 맛이 있었겠다. 대구에 가면 효민이랑 수제비 먹으러 가야지. 근데 대구의 수제비는 무슨 맛일까? 맛이 없어도 괜찮겠지? 맛보다 더 좋은 효민이가 있으니까...
배 불렀지만 기분이 좋아서....^^
꼭 같이 먹어요~ 선생님! 생선~~
효민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수제비 맛이 느껴져서, 그 곳이 정겨운 맛이 느껴져서, 효민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그려져서, 함께 먹게 될 모습이 기대되서..
대구에 가면 또다시 좋은 사람과 가야 할 곳이 한 곳 더 늘었군요. 기분좋은 삶^^*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맛을 느끼고 싶다. 효민이랑~
ㅎㅎ 옆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보며 환히 웃고 있을 효민이 모습 떠올리며 읽었다^^ 효민이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절로 따라 웃고 있다^^
효민아~ 넘 구수한 정경... 효민이의 눈을 통해서.. 따뜻한 단편 인생극장을 본 기분이야~ *^-^*
효민아~ 민아 싸이에 퍼가도 될까요?! ^0^ 출처 남겼습니다~! 확인해보세요^-^ 싫다하면 바로 지울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