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올리다 이런 글을 올릴 줄은 몰랐지만 상황이 그렇게 됐다. 세상이 편하지 않고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여기저기서 갖가지 말이 쏟아지고 그런 시류에 편승하기 싫어 프로축구나 영화 이런 부류에 마음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슬프다. 그래서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보니 얼마전부터 모 종편에서 요상한 드라마 힙하게가 등장했다. 등장인물들이 내 스스로 그다지 부담이 없는 인물이어서 피곤한 나날속에 토일을 그냥 보게 됐다. 하필 유럽프로축구와 비슷한 시간에 본방을 하지만 그래도 경쟁구도속에 치열하게 전쟁같은 게임을 벌이는 것보다 편하게 즐겁게 유쾌하게 볼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했던 상황이기에 나는 1편부터 16편까지 줄기차게 본방 사수를 진행했다. 물론 그 시간에 적당히 할 일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는 정말 말도 안되는 시츄에이션이었다. 멜로물에 황당한 초능력 그리고 특정지역의 사투리를 병합해 버무려 놓은 듯한 각본이지만 그래도 그냥 편하게 웃으며 늦여름과 초가을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요상하게 방향이 틀어졌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랍계통의 아저씨가 도난사건에 휘말릴 때도 마감이 좋았다. 피해자인 이장 부부가 자신들의 배의 주요 부품이 도난당했지만 그냥 모른척 지나려는 그런 모습은 아 이시대에 필요한 시각이구나 했다. 하지만 유튜버인가 뭔가하는 그런 여자가 살해당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정말 생각만 해도 우스워지고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 충청도 사투리의 위력이 사라지기 때문인지 또는 엉덩이를 만지면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선지는 모르지만 보기에 불편한 상황이 전개됐다.
그렇지만 그래도 평온한 동네에 자신의 부귀와 영예만을 추구하는 그런 정치에 편승한 부류에게 철퇴를 가하는 의미가 이 드라마에 포함되는구나 판단하게 만드는 스토리는 진행되었다. 왠 도시 청년이 등장하면서 뭔가 권선징악을 추구하는 그런 상황 즉 어머니의 말도 안되는 피해의 한을 아들이 풀어준다 그런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느끼게 만들었다.간혹 이상하게 느껴지는 맥아더 추종 무당까지 등장하면서 스토리는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을 조성했다. 처음에 마약류를 다루는 형사이야기에서 동네 다방 아가씨들의 죽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가장 선하게 느끼던 소키우는 아저씨에게까지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버라이이티를 전개했다. 지역 국회의원의 간악함이 연쇄살인의 열쇠처럼 보이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누리꾼들은 온갖 인물들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시청률을 8%를 넘어 9%에 이르렀다.종편에서 이정도 시청률은 대박수준이다.
말도 안되는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 시청률을 보이는 것은 유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참으로 피곤한 연출이 이어졌다. 정말 이렇게 해야 하는가 할 정도로 요상한 각본과 연출이 거듭됐다. 형사들은 허수아비가 됐고 정말 퍼즐을 맞추려해도 맞춰지지 않는 특이한 상황이었다.뭔가 연쇄살인의 연결고리가 있겠지라는 기대감이 그 늦은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밤 10시반을 장식했다. 하지만 결국은 연쇄살인의 이유는 배신이었다. 하지만 처음 살인인 유튜버 살해부터 마지막 살인인 젊은 청년까지 모조리 배신이라는 그 말도 안되는 이유를 설정했다. 연결고리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쁘면 죽이겠다는 대단한 설정이 이 드라마의 기본이었던 것이다.
처음 서울 형사가 지역으로 배정된 것과 특정지역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사람들 그리고 그런 문제점을 지적한 여주인공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지역 개발사업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모으게 한 뒤 결국은 그냥 배신으로 인해 심심풀이 땅콩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시청자에게 미안했듯지 무슨 마약 전문 조폭이 연쇄 살인범과 결탁하는 그야말로 전세계 어느 드라마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네스북에 등재될 그런 스토리로 마감을 지었다.
그럴수도 있다. 정말 막가는 세상에 막가는 드라마 한 번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이 드라마의 실패는 순진한 시청자들을 가지고 놀았다는데 있다. 가지고 놀아도 적당히 해야 하지만 특정 지역 사투리와 지역 순박한 사람들을 앞세워 잔인한 시청률 경쟁에 치열하게 나섰다는데 있다. 드라마로 대박을 치고 싶어 예전 그 대단했던 모래시계 등 공전 히트인 드라마를 상정했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앞뒤가 전혀 맞지 않은 어거지 드라마로 대박을 치긴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는 기분이 나쁘면 그냥 사람을 살해할 수도 있다는 그런 아주 나쁜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요즘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묻지만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에 전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한가지 나는 건진 것이 있다. 충청도 사투리의 그 구수함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것이다. 그것도 처음 몇편으로 그쳤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예전 어느 채널이었던가 무슨 꽃 필무렵이라는 그 드라마가 연상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드라마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배경으로 존재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그 진정한 정과 사랑의 의미 등이 진하게 전해져 참으로 좋았지만 말이다. 두달동안 나는 토요일 일요일 밤을 그냥 속아서 보낸 셈이다. 동네 시장 야바우게임을 탓할 수는 없다. 속여 벌어먹는 사람보다 속는 자가 더 무지한 것 아닌가. 속은 내가 바보이지 그런 제품을 만든 제작사와 방송국 잘못 만은 아닌 것같다.
2023년 10월 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