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작년 10월 말 부터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있습니다.
장보고과학기지는 세종과학기지에 이은 우리나라의 두 번째 남극 기지 입니다.
그리고 세종과학기지에 비해서 훨씬 더 남극에 가까운 환경이기도 합니다.
예로, 장보고과학기지에는 10월 말 부터 3월까지 밤이 찾아온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 동안 여행을 다녀 오면서 카페에 후기 글을 몇 번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글을 보고 여행을 준비를 하시는데 도움을 얻었다거나, 덕분에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었다, 재밌었다. 이런 댓글이나 쪽지를 보면서
뭔가 모를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남극이라는 곳이 정말 생소하고, 쉽게 갈 수는 없는 곳이기 때문에
제가 겪은 것을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남극이라는 곳에 한번 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서!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며칠에 걸려서야 드디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시기상으로 1, 2편은 18년 1,2월의 내용이 주로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후, 지금에서야 3편의 내용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극야(흑야) 때문이었는데요
5월 4일 마지막으로 해를 보낸 후 8월 14일 드디어 해가 떴습니다!
3, 4월 달은 보급품 정리하고, 기지에서 보낼 한 겨울을 미리 준비하다 보니 정말 바빴던 것 같습니다.
3편 시작하겠습니다!
일단 5월이 되면 해가 안뜨기 때문에 외부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게 됩니다.
남극에다가 계절이 겨울이니 밖에 나갈 때는 옷 가짐만 제대로 갖출 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필수입니다.
영하 30도 이하가 되니 숨을 쉴 때 마다 콧속이 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여기서 맡은 임무 때문에 거의 매일 밖을 나가게 되는데요..
랜턴 끄면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립니다. 그럴 땐 가끔 여기가 진짜 딴 세상인가..싶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극야기 때문에 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나오지도 않아.. 사진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업무 시간 외에는 대부분 실내에서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실내에서 일반 생활 하듯 하면 지루함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책이나 취미 등 개인 물품들을 챙겨 와도 한계가 있고,,
그러므로 기지에 남아있는 17명은 건강도 챙겨야 겠고.. 뭐라도 하며 이겨내야했기에 남극 올림픽을 시작했습니다.
돌아가면서 1명은 늘 당직을 서야 했기에 4팀으로 나눠 배구, 족구, 배드민턴, 탁구, 볼링 등등 약 20종목에 다다르는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사진과 같이 만국기도 설치하고..
올림픽 경기 사진은 인물들이 나와 생략하였습니다!
사진 속 공간은 장보고과학기지 식당겸 체육관겸 도서관겸 회의실겸 영화관겸 등등의 역할을 하는 곳 입니다.
아 그리고 올해 장보고과학기지 월동은 다른 해에 비해 운이 참 좋았었습니다.
월드컵,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지의 필수 인터넷만 빼놓고 차단을 시킨 후 인터넷 중계를 틀면 가끔 끊기기는 하지만 월드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꿈도 못 꿀 상황이지만 올해 기지 인터넷이 2메가로 늘어나면서 가까스로 볼 수 있었습니다.
장보고과학기지는 한국 시간보다 4시간이 빠른데요, 손흥민 선수가 2:0 쐐기 골을 넣을 때 너무 흥분해서 한참 새벽 시간임에도 온 기지를 뛰어다니며 주무시는 분들까지 다 깨웠네요..ㅎ
또 다른 즐거움은 먹는 즐거움! 한국의 설날이라고 할 수 있는 남극의 동지 때 사진입니다.
다른 나라 기지들과 사진을 주고 받고 서로의 월동을 격려하고 축하해주는 날입니다.
아마 남극에서 가장 큰 행사날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함께 월동하는 쉐프님께서 워낙 수준급이시라...
정말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게는 가끔 먹지만 진짜 늘 맛있습니다..집밥 생각이 안나요...)
그렇지만 5월부터 8월까지 마냥 실내에서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극지방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밤하늘 쇼가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오로라와 은하수를 봤을 때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선 미세먼지, 빛 공해 등 때문에 볼 수 없던 밤하늘이 진짜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가끔 사진을 보시고 노출을 많이 시켜서 저렇게 보이는 거지 눈으로 저렇게 안보이지 않느냐 라고 하시는데 사진의 80% 정도 눈으로 보이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극지방이라 해도 장보고과학기지가 오로라를 자주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도 하고, 날씨가 흐려 구름이 낀 날이 있기 때문에 늘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오로라나 은하수가 보이는 날이면 어디 가만히 누워서 하늘만 쳐다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5분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너무 추워서요..
3일 전에 찍은 은하수! 여기와서 처음느낀게 밤 하늘에 별똥별이 늘, 수 없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밖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런 저런 즐길거리들을 찾고, 만들며 생활하며 지루하지 않게 극야를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 드렸듯이 8월 14일에 해가 드디어 떴습니다!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첫 번째 해빙의 두께와 상태를 보러 나가봤습니다.
곳곳에 있는 크랙들.. 바다가 얼다가 바람이 많이 불면서 빌려나가고, 다시 채워지며 얼고..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눈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푹 빠질지, 얼음이라 단단할지 모르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이 벌어진 곳은 따로 보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1차 해빙조사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하였습니다. 3월에 바다가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8월이 되니 2m 가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 주말을 맞아 기지 주변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빙하가 넓게도 뻗어져 있긴 하지만.. 많이 녹고 있는게 직접 느껴질 정도 입니다.
기회가 되어 몇 년 후 다시 오게 된다면 얼마나 더 녹았을 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반갑다 해야!
산책하면서 오랜만에 본 진주운입니다. 꼭 카메라 초점이 나간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도 저렇습니다.
색깔도 알록달록하구요 한국에서 못 보던 것이라..
2월에 찍은 기지 주변 바다입니다! 글을 쓰다가 현재와 바다가 다 녹았을 때 얼마나 차이가 있었나 갑자기 궁금해져 사진을 뒤져보다가 뭔가 비교 해보시기 좋을 거 같아서 추가하였습니다. 저런 일반적인 바다가 몇 달사이 참 많이도 얼었네요..
아쉽게도 네트워크 상황이 좋지 않아 고화질의 사진을 굉장히 압축하여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진 화질이 조금 아쉬운 것 같기도 하네요..!
궁금한점 등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문의해주세요~ 빠르게 댓글을 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궁금한점들에 대해 답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와 신기하다
경이로움...
우와
좋은 글 감사해요
남극에서 별보면 진짜 지리겠다ㄷㄷ
대단하십니다 ㄷㄷ
와 새우 크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