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무정세월
후배 Y가 예고도 없이 돌연 찾아왔다.
선생님같은 선배님도 불러내어 꼬박 24시간을 함께한 셈인데..나보다는 여러살 어린데...여러모로 특이한 캐릭터다.
강원도 속초가 고향으로 사십년 가까이 알고지내며 별별 곡절이 많았다. 허영만 이현세 일도 했으면서 일찍 만화계가 망할 줄 눈치채고 건축관련일로 진출해 제법 성공하여 일년에 두어번은 꼭 찾아와 회식같은 술..노래방등을 베풀고 갔었다.
"휴가라도 받었냐?"
"시간이 되기에..그리고 며칠 후 내가 환갑이잖여"
"겨우 환갑?..칠순도 넘은 노인네 앞에 두고는.."
"그동안 내가 풀어놓은 돈은 환수해야지 뭔소리여! 흐키키큭"
독특한 강원도 사투리도 요상하지만 생일을 가불?^ ㅠ
강원도가 본래 화끈도 하지만 조금 막무가내성에 완전 극우라서 전에부터 정치쪽 대화가 안통했는데 여전히 차도가 없다. 진보쪽인 선배님은 한심해하면서도...대개는 참아주는 편이다.
오래전 시절을 그리며 횟집과 당구를 거쳐 술도 못먹게 된 선배집에서 사간 순대를 먹으며 바둑과 고스톱을 즐겼다. 노래방까지 들먹이기에 말리느라 진땀을 빼었다. 김정호, 윤수일에 얽힌 추억..오전에 사골 뭐를 먹고 다시 고스톱과 바둑..후 몇번더 술타령하다가 인천의 집으로 가버렸다.
한때는 잠도 안 자고 몇박며칠씩 즐기던 화투와 바둑과 당구였건만...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실력도 줄은 것 같고 옛날의 열정도 안 솟는데... 술마저도 선배는 한모금도 못하게 된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소슬해진다.
딸이 결혼후 한달만에 사위가 잘못되어 유복자를 키우느라 십년이상 애쓴 홀로 사는 선배님부터 그렇지만...ㅜ 각자 집안의 기막힌 사연들. 대개는 노인들 염려가 큰듯하고 아니면 슬하에 애로가 있는듯...
그 와중에 만화계에 있다가 일찍 타계한 사람을 꼽는데 서른명도 넘는 것 같다. 나와도 각별했던 대여섯은 자살 비슷하지만 대개는 돌연사내지 우발로 생활의 불안정..불규칙한 술..그만큼 만화계가ㅜ...
백수시대라지만 나도 머잖아 떠나야할 터...나와 그 친구의 곡절만도 책한권쯤 될 법한데...누가 알아줄 것이며 어느 누가 기억해주리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주 오래전(1987년?) 이놈이 올림픽 복권을 꺼내놓는데 1등 당첨번호였다. 발표 신문쪼가리까지 들이미는데 아무리 봐도 확실했다. 오래전에 산 것인데 깜박잊고 확인을 못해 시한(3개월?)을 넘겨 당첨금 1억?을 날렸단다.
하도 기가 막혀 여기저기...수집상에까지 전화하니 백원도 안쳐주는 휴지취급이다. 아아~ 내 생애 이런 꼴도 볼 줄이야...
헌데 사흘도 안되어 진상을 알고는 실소했다.
난 복권 위조여부만 확인했지 신문 위조까지는 차마...
오염된 때려니 생각했던 것이 다른 번호를 끼워맞춘 반창고 흔적일 줄 누가 알았으리오ㅜ
세상에 신문위조라는 역발상이라니~!
1등 중간 번호 하나만 오발이었으니 확실 애석한 일이긴 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헌데 이삼일 후, 전화와서는..
"형, 나 이래봬도 집이 세채여, 알어?"
헐 신통하다 축하해줘야 되냐?
"아니 어디에 있는 무슨 집인지는 물어봐줘야지"
마, 물어보기 전에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냐?
"지금 살고있는 인천의 %%평짜리 아파트가 한채고
엄마유산 때문에 속초에 소유한 @@평은 전세로 세놨고, 나머지 한채는..나참..이걸 알려줘야 되나 말아야되..나?"
복권 장난아니게 사더니 드뎌 당첨된거냐?
"나 고집이 또 있잖아 못말리는 고오집!"
둔한 나는 처음엔 잘못 알아들었다가 실소했다.
헌데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다.
말장난이라기엔 그렇고, 아재개그라고 하기도 딱히..
넘의 사부인 선배님에게 전하면 어떤 반응일지..
'강원도 촌놈이 하는 유머란 게 겨우 그렇지' ....?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오는 내가 이상해진 것인지..?
갸의 멘토인 허** 화백에게 전하면 뭐라고 촌평할지...?
....................................
Y야, 술벌레 꿈틀거리지 않냐? 스승의 날 잊지않는 건 기특하지만, 명절때도 인사는 차려야 진짜인사란다^
아참, 뭐가 문제인지 술끊은 선생님에게 술고문되기 십상이니 참아도 되겠다..ㅜ
좌우간 그 와중에 Y가 보관해둔...80년대 중반인가 후반인가...한때 매료되었지만 벌써 잊혀져버린 노래를 듣는데..ㅠ
그래, 나와 성과 이름이 아주 비슷한 것만도 보통 인연이 아닐 건데...사십년 가까이 의리를 지키는 넌 정말정말 기막힌 넘이구나. 상당수 선후배가 세상을 떠나가버려 소슬해진 마당에...
너라도 있었기에 망정이지..
오냐, 내년 네 생일(진갑?)은 꼭 챙기주마^^
2023.8
https://youtu.be/ShasjTy39h8
김정호ㅡ님
첫댓글 제 실명은 김영호입니다.
유명인사도 많지만 어느 동네나 있는 흔하디 흔한 이름ㅜ
이 후배 이름은 김양호^^
김정호도 그렇지만 이름 첫자가 ㅇ받침이라니 그도 특이한 공통점일지도...ㅠ
잘보고 갑니다^^
늘 외계소녀같은^^
그간의 종합정리라고나 할까..필요성.
중간에 읽는 이들은 도통 오리무중일듯.
논산역에서 홍보비를 얼마나 받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