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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02(손바닥 수필)
< 줄리아퍼 만나다 > - 文霞 鄭永仁 -
늘벗회 모임 시간보다 한 40여분이 남아 내쳐 동막역까지 갔다. 막 예술회관 쪽으로 가는 기차를 환승하는 승강장에서 누가 나를 반갑게 부른다. “선생니임, 안녕하세요?” 엊그제까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줄리아퍼다. 그 옆에서는 튜닌이 반갑게 웃는다. 이젠 어엿한 직장인 되어 출근했다가 퇴근하는 길이라 한다. 나도 아니 반가울 수가 없다. 나라에서 제공한 살림집은 부평역 근처라 한다. 줄리아퍼는 힘들다고 하고, 튜닌은 남자라서 그런지 할 만하다고 한다. 그들은 난민으로 한국인이 되어 재청착한 친구들이다.
줄리아퍼는 한국으로 치면 1학년 대학생으로, 부모에게 어리광이나 부릴 나이다. 그들은 정든 고향과 조국을 떠나 한국인으로 정착하려 한다. 물 설고, 낯 설고, 말 설은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고난과 시련이 있을까……. 착하고 순진한 줄리아퍼가 제2의 고향인 한국에서 잘 적응하고 헤쳐 나갔으면 한다. 나는 줄이아퍼에게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우리는 살아가는 것을 ‘생활 전선’이라 한다. 산다는 것을 치열한 싸움터에 비유한다. 돈이 우선인 지본주의 사회에 익숙하지 못한 그들이 삶의 목표를 정하고 헤쳐 나갔으면 한다.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마지막 한국어 수업날, 줄리아퍼가 주고 간 태국라면 몇 봉지와 텃밭에서 손수 가꾼 상추를 한 봉다리! 퇴소식 날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토끼눈이 되던 그 아가씨가 아직도 우리 마음 어느 구석엔 눈물이 남아있다는 것을 생각케 했다. 그래도 어느 마음 한구석에 살아가는 동안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 상추로 삽겹살 한 근 사다가 우리 식구 포식했다. 유난히 상추가 맛있었다. 늘 생글생글 웃던 줄리아퍼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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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youn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