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에는 없고 지금 군대에는 있는 것
-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 폐쇄와 단절의 두려움 없애도록 소통여건 보장
요즘 D.P. 시즌2가 방송되고 있는데, 화면에 등장하는 군대내부의 여러 모습들은 충격적이다. D.P. 시즌2는 시즌 1처럼 여러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있는데, 시즌 1 보다 공감력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분히 음모론적인 시각과 부정의(不正義)한 프레임으로 군대의 최고위층을 묘사하거나 최전방의 GP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의 전개가 개연성을 넘어가버린 영향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군대가 과거보다 달라졌다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2000년 이전에도 했고, 2000년 이후에도 했다. 그러나 2014년 엄청난 두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 ‘군대가 아직도 안변했구나’라는 탄식과 안타까움이 전국을 뒤덮었다.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은 생활관(의무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가혹행위의 잔혹성, ‘인권’이라는 단어를 꺼낼수도 없는 무법천지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22사단 임 병장의 동료전우들에 대한 총격사건은 자식을 군대로 보낸 모든 부모님들에게 충격이었다.
국방부 차원에서 병영문화를 본질적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군대라는 공간에서 실제 생활하는 병사들을 대신하여 대학교수들과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대책들은 그리 실질적인 것이 될 수 없었다. 군대에서 벌어지는 각종 악습과 가혹행위들은 누가 가르쳐주거나 배우는 것도 아닌데 유전자를 전수받는 것처럼 이어지고 있다.
20대초반의 청춘들이 군 입대를 앞두고 직면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은 무엇일까.
가장 핵심적인 것은 군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즉시 사회로부터 단절되는 것이다. 거대한 장벽이 설치되어 평소 자신이 익숙하게 생활하던 가정과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으로부터 완전 격리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군대안에서 어떠한 가혹행위나 불합리한 현상이 벌어져도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만 했다.
또 다른 요인은 병사들간의 사적인 제재가 어느정도 용인되는 것이다. 계급이 높거나 군 입대일자가 빠르면 후임들에게 어떠한 행위를 해도 ‘군대에서 있을 수 있는’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야’라는 인식들이 있었다. 하지 않도록 금지되어 있는 행위들을 하면서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생활관 수용인원과 구조도 생소하다.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은 성장한 자녀들에게 가정에서의 1인 1실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이거나 딸을 구분하지 않고 가능한 각자의 방, 각자의 생활공간을 보장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군대는 혈기왕성한 20대 청춘 십여명이 한 공간에서 잠자고 눈만뜨면 마주보는 현실을 당연하게 여긴다.
넷플릭스는 국가의 구별없이 어느 공간에서나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D.P.에 나오는 모습처럼 우리나라 군대가 세계인들에게 기억될까봐 염려스럽다.
D.P.의 시간적 배경은 화면에 등장하는 여러 소품과 사람들의 복장 등을 고려할 때 대략 2014년 이전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2023년의 대한민국 군대는 D.P.에 나오는 군대와 달라진 모습일까. 필자는 상당부분 달라졌다는 쪽에 손을 든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병사들의 개인휴대폰 사용이다.
2019년 시범적으로 휴대폰 사용을 허가한 이후 올해에는 기존 하루 3시간 내외였던 것을 10시간으로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신병교육 기간에도 휴대폰 사용을 허가한다.
휴대폰을 통하여 사회로부터의 단절감이 극복되고, 언제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문자를 받아볼 수있게 되었다. 내부적으로 불합리한 행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과거에는 그냥 참아야 했지만, 이제는 휴대폰으로 자신이 겪은 고통과 피해를 자유롭고 은밀하게 호소할 수있다.
또한 휴대폰은 TV를 중심에두고 권력적 서열과 부조리를 만들어내던 생활관 풍경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었다. 후임병을 바라보면서 장난을 빙자한 괴롭힘을 생각하던 선임병들도 이제는 휴대폰을 보고 즐기느라 다른 여유가 없다고 들었다. 이병부터 병장까지 모두가 개인 휴대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즐기고, 사회의 친구나 연인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한다고 들었다.
아울러, 획기적으로 인상된 병사들의 급여도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데, 스스로 필요한 소비를 하고 인터넷 강의 신청, 심신건강을 위한 투자를 하는 등 부대내부에서도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의 충격적인 사건, 2019년의 휴대폰 시범운영, 2022년의 획기적인 병사 급여 인상 등 여러 가지 과정과 노력들이 군대라는 공간을 성장시키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이상없거나 좋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또 어느 사각지역에서는 또다른 고통을 겪으면서도 말도 못하고 있는 군인들이 있을 수있다.
거시적으로 군대의 변화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되, 사각지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자신이 고통을 받거나 위협을 당하고 있을 때, 침묵하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호소할 수 있는 것도 군인의 권리라는 사실을 군복입은 모두가 인식해야한다.
군입대를 앞둔 청춘들은 안그래도 새로운 집단생활, 전혀 알지도 못했던 선후임병들과 함께 지내야하는 군대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미리 D.P.를 보고 쫄아버릴까봐 걱정이 된다.
화면으로 보여지는 D.P.는 기억되지 말아야할 과거일뿐, 그 이상의 역할은 없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