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냐프스키 '침묵의 로망스와 우아한 론도'
폴란드를 대표하는 음악가 '헨리크 비에냐프스키 (Henryk Wieniawski, 1835-1880)'는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비롯하여 아내와의 사랑을 이루게 해준 곡인 '전설 (Legende)', 모스크바의 추억, 스케르초 타란텔라와 같은 많은 바이올린 작품을 작곡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비에냐프스키는 당대를 대표하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여타 다른 신동들처럼 비에냐프스키 역시 어린 나이에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연주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투어를 돌던 그는 17세가 되던 1852년, 러시아 그랜드 연주 투어 중 향수병과 사춘기를 함께 겪으며 꽤 힘든 시련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의 심경을 담아 작곡한 작품들 중 하나가 '침묵의 로망스와 우아한 론도 (Romance sans Paroles et Rondo elegant for Violin & Piano, Op.9)'입니다.
'무언의 로망스와 우아한 론도'란 이름으로도 많이 지칭되는 이 작품은 비에냐프스키가 당시 바이에른 왕국의 제3대 국왕 '막시밀리안 2세 (Maximillian II, 1811-1864)'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로망스 (Romance)'와 '론도 엘레강트 (Rondo Elegant)', 이렇게 두 파트로 이뤄져 있습니다.
'안단테 마 논 트로포 (Andante ma non troppo)' 템포의 로망스 파트는 단순하지만 정석의 음악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알레그로 지오조소 (Allegro Giojoso) -포코 안단테 (Poco Andante) -알레그로 지오조소 (Allegro Giojoso) -라르고 (Largo)'의 변화가 있는 두 번째 파트 '론도 엘레강트', 즉 '우아한 론도'는 빠른 스타카토, 왼손 피치카토와 같은 고난이도 주법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천재 음악가였지만 아직은 어린 소년이었던 비에냐프스키의 서정적이고도 감성적인 분위기가 짙게 스며있는 '침묵의 소망스와 우아한 론도'와 어울리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소의 살코기 부위를 정성스레 끓인 진한 '곰탕'은 어떨까요?
'곰국'이라고도 불리는 이 '곰탕'은 소고기의 양지머리나 꼬리, 업진살, 다리 등을 푹 고아 뽀얀 빛깔의 국물을 내는 음식으로, 보통 몸이 아프거나 뼈가 부러졌을 때, 몸보신과 요양을 위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곰탕은 설렁탕과 헷갈리는 경우가 매우 잦은데요. 설렁탕은 소뼈를 하루 이상 고아서 육수를 내고, 곰탕은 고기만 넣고 끓여 국물을 내는 음식입니다. 그렇기에 곰탕은 설렁탕보다는 국물을 고아내고 조리하는 시간이 훨씬 짧으며 고기의 양도 훨씬 많습니다. 뽀얀 우유빛 국물의 설렁탕에 비하여 맑은 편이지만 곰탕은 그 묵직하면서도 진한 향과 식감이 매우 매력적인 음식입니다.
곰탕과 설렁탕의 비교
몽골에서 고기를 넣고 끓이는 음식인 '공탕'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발전했다는 설이 있는 곰탕의 종류에는 소꼬리를 위주로 요리한 '꼬리곰탕'과 소의 다리뼈를 함께 고아 만들어 설렁탕과 구별하기가 더욱 어려운 '사골 곰탕'이 있습니다. 칼슘과 콜라겐 단백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골다공증이나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는 곰탕은 기력이 딸릴 때 원기회복에도 좋은 음식입니다.
그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인 곰탕, 몸이 아플 때 엄마가 푹 고아주시는 우려낼대로 우려낸 진한 곰탕과 닮은 듯한 비에냐프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침묵의 로망스와 우아한 론도' 중 로망스 파트의 멜로디는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유래한 슬라브 족의 애환과 정서를 담은 민속 음악이자 고향에 대한 향수를 그리는 민요 '둠키 (Dumky)'와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진한 육수의 곰탕
초절기교의 테크닉을 자랑하는 우아한 론도 파트가 마치 곰탕과 함께 했을 때 최고의 반찬인 시큼한 깍두기 김치처럼 느껴지는 비에냐프스키의 '무언의 로망스와 우아한 론도'는 아직은 투박한 모습이 보이지만 화려하면서도 진득하게 우려낸 곰탕과도 같은 깊은 맛이 느껴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천재 음악 소년의 감성이 잘 표현된 곡입니다.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