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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이웃
마당을 공유하는 삶 01
집은 모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지어졌다. 세 가족은 이웃이 되어 달랐던 그 풍경을 하나로 만들었다. 어쩌다 된 이웃이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이가 되었다.
A동 조카 집 앞으로 다 같이 모인 세 가족
OUR HAPPY HOUSE
대나무 숲과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사시사철 푸른 모습을 본다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이름도 낯선 이 마을에, 닮은 듯 다른 세 채의 집이 정겹게 기대어 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모인 가족들이 ‘이웃’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건 한 달여 전. 현관문을 꼭꼭 잠그고 살던 일상은 이젠 과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텃밭에서 키운 제철 채소를 따다 서로 건네기 바쁘고, 음식 하나를 해도 모두가 함께 먹을 만큼 넉넉히 준비하게 된다. 어린 시절 느껴봄 직한 이웃과의 오가는 정(情)을 이곳에 와 다시금 깨달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세 가족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치는 이웃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연령도 직업도 가족 구성원도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누구의 강요도 아닌 각자의 선택으로 이웃이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보통 인연은 아닐 것이다.
세 채 모두 완성되기까지 2년의 설계, 공사는 1년 가까이 걸렸다. 가족들의 긴 기다림을 보상하듯 행복감은 몇 배가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마지막 완성은 세 가족이 함께 이루어가야 할 몫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 공법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 구조재 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T0.7 알루미늄징크(유진하우징) | 단열재 기초 - THK240 압출법보온판 가등급 특호 120㎜ 2겹 / 벽 - THK120, THK150 비드법보온판 가등급 2종3호 / 지붕 - THK270 그라스울 R19, R11(Warm Roof) | 외벽마감재 청고벽돌, 외단열시스템 | 창호재 A동 - 필로브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 27㎜, 39㎜ 일면로이 투명삼중유리 + 아르곤 / B동, C동 - 엔썸(PVC 시스템창호) + 46㎜ 양면로이 투명삼중유리 + 아르곤 | 바닥재 천연바닥재 THK2.5 roll sheet(FORBO, ㈜리노륨코리아, Marmoleum Walton/concrete) | 계단재 및 가구 일부 admonter 합판(19㎜, 27㎜ Siberian Larch), ㈜SBI Associate | 현관문 LG하우시스 Z:IN 시스템 현관도어(39㎜ 삼중유리, 전자도어락 일체형) | 데크재 ㈜보성스톤(A동 - 200×1,200 화산석 / B동, C동 - 400×1,200 화산석) | 에너지원 기름보일러 + 태양광 패널 | 건축자문 신동성(부천대학교) | 친환경건축계획 권철웅(세종대학교) | 실내건축 조자영, 변기동(연세대학교) | 구조 은구조 | 지역협업 일월건축사사무소(박종국, 최수영) | 시공 건축주 직영 | 감리 architects lab d.o.m.a(김성준) | 설계담당 전행아, 김휘원, 강은엽, 송주연, 주정영, 채우리 | 설계 architects lab d.o.m.a(김성준) 010-5323-9808 www.architectslab-doma.com
ELEVATION
SKETCH : 현장에서는 늘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며 이에 대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건물은 남동향을 향하고 있으며, 동쪽으로 치우쳐 있다. 서로의 조망을 가리지 않도록 건물을 배치함으로써 이웃 모두 각자의 풍경을 바라보며 서로 간의 배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조카 집
구성원 : 부부, 두 딸, 반려견 두 마리
청고벽돌로 마감한 외관. 도로와 맞닿은 선큰 가든은 오가는 이와도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아이와 함께라서 더 좋은 집
architects lab d.o.m.a 김성준 소장은 이 프로젝트의 설계자인 동시에 건축주이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시골 동네 풍경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시골의 푸른 자연경관뿐 아니라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버린 서울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이웃 간의 정(情)이 궁금했다. 아내와 논의 후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시골행을 택했다. 이 결정에는 어린 두 딸의 영향도 컸다.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했던 숨바꼭질, 이웃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작은 마당의 이름 모를 꽃들…. 좋았던 유년시절 기억을 7살, 3살인 두 딸에게만큼은 조금이라도 일찍 느끼게 해줄 참이었다.
건폐율 제한(20% 이내)으로 주어진 건축면적 18평. 여기에 현실적인 공사비를 고려해 최소한의 집을 짓고자 했다. 지하 1층은 아내를 위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이웃 및 마을 주민들과의 일상을 담아낼 사랑방을 기대하며 계획한 공간이다. 1층은 전망 좋은 아담한 거실과 큰 오픈 주방, 다이닝 공간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부부침실과 아이방은 2층에 배치했다. 특히 계절 차이가 뚜렷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건물 양측에 두 개의 테라스를 두었다. 북쪽 테라스에선 더운 여름, 그늘에 앉아 시원하게 지낼 수 있고(Summer Terrace) 반대쪽 테라스는 추운 겨울, 따스한 햇빛을 품어(Winter Terrace) 사계절 내내 야외생활을 즐길 수 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얻는 것이 많다. 특히 자연을 닮아가는 아이의 모습은 이사 후 오감으로 느끼는 가장 달라진 점이다.
“어쩌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즐거움과 수고로움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쑥스러운 듯 꺼낸 말이지만 그의 바람은 이미 이뤄진 것 같다.
HOUSE PLAN
대지면적 305.00㎡(92.26평) | 건물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 건축면적 60.96㎡(18.44평) | 연면적 249.55㎡(75.48평) | 건폐율 19.99% | 용적률 39.76% | 주차대수 1대 | 최고높이 10.29m | 내벽마감재 친환경 페인트(핀란드 TIKKURILA) | 욕실 및 주방 타일 유로세라믹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아메리칸스탠다드(샤워 수전 : 세비앙㈜) | 주방가구 이케아 | 조명 테크노조명, 이케아 | 방문 자작나무 합판(울산 계림목공) | 아트월 친환경 페인트(핀란드 TIKKURILA) + BULLETIN Board(FORBO, ㈜리노륨코리아) | 붙박이장 이케아 | 총공사비 4억3천5백만원(조경 및 주방가구, 기타 가구 포함)
2.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거실
3. 집의 가장 중심에 위치한 오픈 주방과 넓은 다이닝룸. 이곳은 이웃과의 담소의 장이자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된다. ⓒ김휘원
4. 2층과 순환된 동선을 가진 다락 공간. 두 딸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었다. 추후 아이들이 성장하고 출가하게 되면, 부부만의 취미 공간으로 바꿔볼 예정이다.
5. 편안한 분위기의 부부침실에는 코너창을 두어 빛이 방 안 깊은 곳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6. 다락과 연결된 딸의 방 2층 높고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부부침실과 아이들의 방, 욕실을 나누어 배치했다.
이모 집
구성원 : 부부, 딸
바로 옆 조카 집과 많이 닮은 외관이지만, 마감재를 달리해 차별화를 두었다.
언제나 볕이 드는 따뜻한 집
이곳에 둥지를 틀기 전 세 식구가 살던 집은 현재 땅 맞은편 산자락에 위치했다. 오후 2시만 되면 해가 지고 추운 기운이 느껴지는 통에 따뜻한 볕이 드는 대지, 그리고 그 위에 지은 집은 늘 부부의 마음 한편에 희망 사항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를 한눈에 반하게 한, 입지 좋은 땅을 발견했다. 때마침 서울생활을 접고 시골에 집 지어 살겠다는 조카 부부와 뜻을 모아, 이곳에 함께 집을 짓고 이웃이 되기로 했다.
예전보다 훨씬 작아진 면적이지만, 그때 왜 그렇게 공간을 낭비하며 살았나 싶을 만큼 가족에게 딱 맞는 크기의 집이다. 실도 필요한 만큼만 두었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 그리고 부부침실을, 2층은 가족실과 딸의 방을 놓았다. 특히 가족의 대화 장소가 되는 거실, 조카 집과 연결되고 자연과 어우러진 아늑한 정원은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꼽을 수 있다.
세 식구만 살다 가족이 많아지니 늘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웃을 일도 부지기수라는 부부.
“누구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 않고 자기식대로 맞추길 강요한다면 아무리 좋았던 사이라고 해도 분명 어느 한쪽은 지쳐나갈 거예요.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 맞춰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웃이 되어 살고자 한다면 그 정도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주택생활의 장점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전과 달리 좋은 이웃까지 덤으로 생겼으니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가족에게 더 없이 행복할 뿐이다.
HOUSE PLAN
대지면적 305.00㎡(92.26평) | 건물규모 지상 2층 | 건축면적 60.93㎡(18.43평) | 연면적 121.86㎡(36.86평) | 건폐율 19.98% | 용적률 39.95% | 주차대수 1대 | 최고높이 8.92m | 내벽마감재 친환경 페인트(KCC 친환경 웰빙) | 욕실 및 주방 타일 유로세라믹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아메리칸스탠다드 + 이케아(샤워 수전 : 세비앙㈜) | 주방가구 한샘 유로 8000 | 조명 포커스조명, 이케아 | 방문 자작나무 합판(울산 경일목공) | 아트월 친환경 페인트(핀란드 TIKKURILA) | 붙박이장 한샘 | 총공사비 2억4천만원
2. 넓은 주방. 큰 창을 통해 주변 산세를 배경으로 한 정원이 한눈에 담긴다. 채광이 좋아 여유롭게 앉아 시간을 보내기 좋다. 제한된 환경에서 최대한 빛을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건축가의 다양한 디자인적 시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3. 이전 집에 맞춰진 가구를 그대로 배치하다 보니 공간이 좁은 듯 보여도, 가족에게는 더없이 딱 맞는 크기의 거실이다.
4. 소나무 숲의 그림 같은 풍경이 액자처럼 담겨, 집 전체가 언제나 밝고 화사하다.
5. 맞바람이 통하는 구조를 위해 거실 창 맞은편 또 하나의 큰 창을 내었다.
6. 음악을 전공한 딸을 위한 2층 공간
큰 마당 집
구성원 : 부부
세 집 중 가장 안쪽에 자리한 단층집. 울산 시내와도 가까운 접근성과 산과 숲의 풍경, 정남향의 시야 확보 등 은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아늑한 다락이 있는 부부의 단층집
은퇴 후 전원생활을 목표로, 부부는 6~7년 전부터 울산 근교의 적당한 부지와 주택을 찾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운명처럼 이곳 두동면에 발길이 닿게 되었다. 동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던 포근함과 자연조경이 될 만한 주변 풍경은 주택이 들어서기에 최적지라 여겨졌다. 게다가 앞에 놓인 대지에 건축가 본인의 집과 이모 집, 두 채의 주택을 설계 중이라니 잘만하면 유능한 건축가에게 집도 짓고 가족 같은 이웃도 생길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계획보다 입주 시기를 앞당기게 되었지만, 놓치기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아 그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부지 구입 후 조그마한 주말 주택을 지어 오가다 적당한 시기에 새집을 지을까 고민도 했지만, 이왕 결심했으니 제대로 지어보자 싶었어요.”
자녀들은 타지로 출가해 딱 부부만 살 집이라 다른 집과 달리 단층에 작은 다락만 더했다. 대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낼 생활공간과 오로지 휴식을 취할 쉼의 공간을 완벽하게 구분해주었다. 다락과 이어진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대나무 숲은 그림이 따로 없을 만큼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인지 누가 오더라도 꼭 보여주고 싶은 장소다.
앞집과는 담을 쌓지 않고 고벽돌과 생울타리를 적절히 배치해, 허물없는 이웃임을 또 한 번 강조했다. 한 가족 같은 이웃과 함께 지내다 보니 아파트에선 생기지 않던 감성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어릴 적 한 동네에서 같이 놀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따뜻해지는 마음. 서로 내 일처럼 도와주는 정성에 주택초보인 부부는 이웃이 항상 고마울 따름이다.
HOUSE PLAN
대지면적 586.00㎡(177.26평) | 건물규모 지상 1층 + 다락 | 건축면적 109.81㎡(33.21평) | 연면적 122.28㎡(36.98평) | 건폐율 18.74% | 용적률 17.03% | 주차대수 2대 | 최고높이 6.52m | 내벽마감재 친환경 페인트(핀란드 TIKKURILA) | 욕실 및 주방 타일 유로세라믹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아메리칸스탠다드 + 이케아(샤워 수전 : 세비앙㈜) | 주방가구 한샘 유로 8000 | 조명 포커스조명, 이케아 | 방문 자작나무 합판(울산 경일목공) | 아트월 친환경 페인트(핀란드 TIKKURILA) + BULLETIN Board(FORBO, ㈜리노륨코리아) | 붙박이장 한샘 | 총공사비 3억2천만원
2.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쪽 모습. 주방을 통해 뒷마당으로 나가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작은 텃밭이 있다.
3. 철제와 콘크리트,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계단이 눈길을 끈다. ⓒ김휘원
4. 계단을 올라 마주하게 되는 다락. 바로 옆 발코니에서 보는 대나무 숲은 언제나 장관을 이룬다. 부부가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5. 전면에 두 집이 있음에도 주변 산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모든 집의 조망을 고려한 건축가의 배려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6. 주방, 거실이 있는 공용공간과 분리하여 배치한 침실. 오롯이 부부의 휴식을 우선에 두고 설계되었다.
DAILY LIFE
1. 도시를 떠나 이곳으로 오며 A동 시언이가 원했던 것 중 하나가 강아지를 마당에 키우겠다는 것. 이주 후 반려견 나나와 도도를 가족으로 맞이했다. ⓒ김휘원
2. 집 안팎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도심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매일 펼쳐진다. ⓒ김휘원
3. 사방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세 집의 모든 창은 하나하나 자연과 사람이 함께 그려내는 작품이다. 이처럼 창문 밖 풍경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김휘원
4. 주택에 온 다음부터 점점 자연을 닮아가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이곳 어른에게도 활력이 되어준다. ⓒ김휘원
5. 외벽에 달아준 ‘어쩌다이웃’을 상징하는 마크. 앞으로 이 공간에서 이웃과의 삶을 어떻게 채워질지, 세 가족 모두 기대가 크다. ⓒ김휘원
6. 서로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언제든 오가며 스스럼없이 안부를 주고받는다. ⓒ김휘원
산 아래 집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정갈하고 세련된 모습이 눈에 또렷이 들어오지만, 어느새 자연에 스며들어 조화된다.
SITE PLAN
어쩌다 이웃이 된 건축 이야기
우연히 세 채의 집을 짓게 되었다. 설계하는 동안 함께 사는 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무실에서 진행하고 있던 ‘어쩌다가게’, ‘어쩌다집’과 연계해 ‘어쩌다이웃’이란 이름이 탄생했다. 지극히 사적인 주거공간을 최소 혹은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마당, 풍경, 사랑방 등을 공유하며 이웃이란 울타리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삶을 담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은 건축적 노력을 통해 이웃 간의 유대감이 더욱 돈독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건물의 배치에서 가장 고민했던 사항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상대적으로 좁은 대지에 3채가 동시에 세워짐에 따라 인접 혹은 근접한 건물끼리 시각적 풍경을 최대한 확보할 방안이 필요했다. 초기 설계안에서는 A동이 훨씬 더 좋은 조망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웃과 함께 누리는 삶을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했다(만약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B, C동은 좋은 자연경관을 앞에 두고도 다른 건물의 뒷면을 바라봐야 하는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건물 그림자가 옆집에 최소한으로만 겹칠 수 있도록 해 그림자로 인한 채광의 손실을 최소화하였고, 주변환경과 조화를 위해 가장 기본 형태인 박공 모양을 유지하면서 시간이 오래 묻어 있는 고벽돌을 마감재로 택해 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보이고자 했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때론 하나의 건물로 인식되고자 형태가 같으면 재료 일부에 변화를 주었다(3개의 동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또한, 마당의 시각적·정서적 공유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조성되기를 기대했다. 패시브하우스 측면에서 세종대학교 권철웅 교수와 함께 설계를 진행하였으며, 설계 당시보다 높은 단열기준을 적용하고 ‘외단열’을 원칙으로 하였다. 모든 공간(방)은 맞바람이 통하는 구조를 위해 최대한 창문을 두 곳 이상을 두었고(Summer Terrace와 Winter Terrace), 지붕에는 환기 천창을 설치하여 자연환기순환시스템을 적용했다. <글·어쩌다이웃 김성준>
건축가_ 김성준
architects lab d.o.m.a(Design Oriented Medium Archiecture)를 이끌고 있는 김성준은 시간과 공간, 사람에 따라 변화하는 중첩매개요소에 관심이 많으며, 일상적 관계의 즐거운 상상과 공간의 쓰임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건강한 건축을 지향한다. 이전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신축PM을 맡았으며, 사이건축에서 파트너들과 ‘어쩌다가게, 어쩌다집’ 등을 작업했다.
취재_김연정 | 사진_변종석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