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권인하 특파원〉 고요하던 애리조나 들판에 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삼성 이승엽(25)의 타격감각엔 쉼표가 없다. 선수협 사태에 휘말려 한달 가까이 늦은 애리조나 전지훈련. 공백이 언제 있었냐 싶게 연일 고감도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지각생'에 대한 김응용 감독의 배려에 힘입어 전훈 3번째 연습경기부터 출전했지만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타구엔 힘이 실린다. 더욱이 게임마다 터지는 안타와 홈런.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김감독의 근심어린 표정은 어느새 환하게 변했다.
중심이동-임팩트 마음먹은대로
"새 외다리 타법 몸에 꼭 맞네"
이승엽의 '타격퍼레이드'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청백전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백팀의 3번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1회말 첫타석에선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3회 우월 2루타를 때려낸데 이어 5회 가운데 담장 앞에 떨어지는 3루타를 폭발시켰다. 4타수 2안타 1타점. 첫 출전이었던 지난 21일 청백전에서 우월 1점홈런을 터뜨린 이후 4경기 연속 안타. 고무적인 것은 안타의 내용이다.
이승엽은 왼손잡이. 타구가 오른쪽으로 쏠리기 쉽다. 그러나 최근 타구의 방향은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다. 중심이동과 임팩트가 마음먹은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승엽은 전훈을 앞두고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체력소모가 따르는 '외다리 타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른쪽 다리를 거의 들지 않는 '신형 타법'. 적응기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스스로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의 '타격퍼레이드'는 '신형 타법'에 확신을 갖게 했다. 임팩트 순간 힘이 조금만 더 실리면 54홈런을 기록한 지난 99시즌의 신바람을 재현할 자신도 섰다.
“홈런왕의 후유증은 지난해로 끝났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날 때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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