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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자쫌하우스
마당을 공유하는 삶 02
직접 집을 건축하고 그곳에서 가족이 이웃되어 함께 사는 일은 어쩌면 누군가의 평생 꿈일지도 모른다.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세상이 가족에게 준 선물을 그들은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직접 만든 긴 테이블 앞에 모인 가족들
OUR FUNNY HOUSE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마당을 중심으로 청고벽돌 옷을 입은 세 채의 건물이 서 있다. 가족만의 착공식을 치르고 첫 삽을 뜬 지 6개월 만에 마주한 결과물이다.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도 왕래가 잦았던 사이좋은 남매는 지난 6월 서로에게 이웃이 되었다. 동생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늘 옆에서 지켜봤던 누나이기에 함께 집을 짓자는 제의에도 선뜻 응할 수 있었다고.
이미 한 차례 집짓기 경력이 있는 동생 내외가 모든 일에 솔선수범 앞장섰다. 1년을 열심히 발품 판 덕에 지금의 땅도 살 수 있었다. 아이들의 등하교가 편리하고 서울로의 출퇴근 거리도 적당한, 모두의 입맛에 딱 맞는 곳이었다.
동생은 첫 집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 또한 직접 하며 더 나아진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아내와 두 딸이 원했던 사항, 주택에 처음 거주하게 된 누나 부부를 위한 배려 등을 잊지 않고 채웠다.
길고 긴 6개월간의 공사가 끝이 났고, 부족한 부분은 하나둘씩 채워가고자 한다. 이제는 좀 쉬고 싶어 ‘쉬자쫌하우스’란 이름을 붙였지만, 아직 집의 일부가 되기 위해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재료들이 줄 서 대기 중이다. 매일 정성이 더해져 가족의 몸에 꼭 맞게 변해 갈 집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왼쪽 동생 집과 오른쪽 누나 집. 마감재는 같지만, 가족에게 맞게 평면을 설계하다 보니 외관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마당을 감싼 두 집. 동생 집과 연결된 우측 건물은 추후 작업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동생 집
구성원 : 부부(유진규, 김지영), 두 딸(유하음, 유리움)
청고벽돌을 쌓아 완성한 집의 외관
전원생활 베테랑 부부의 두 번째 집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공간에서 일상을 꾸리고 싶은 시기가 찾아온다. 나이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공간을 찾고 있을 때 부부는 양평으로 왔다. 도심의 번잡스러움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있어도 서로 무심한 이웃과의 냉랭함은 생각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 선택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시골에서 한번 살아볼까 했던 작은 바람이 집을 두 번 지을 만큼 커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두 사람이다.
“아이가 크고 맞벌이를 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집의 용도와 위치에 변화가 필요했어요. 첫 집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두 번째 집을 지어보자 결심하게 되었죠.”
애착 많은 첫 집과의 이별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힘들어했지만, 또 집을 지으면 된다는 담담한 마음으로 겨우 아쉬움을 달래고 뒤돌아섰다.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었던 건,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나 부부가 네 식구의 이웃이 되어주기로 했다. 다만, 두 집을 설계해야 하니 진규 씨의 고민은 두 배로 늘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컴퓨터 화면 속에 집을 짓고 부수기를 수차례. 정해놓은 땅 위에 어울릴 제대로 된 설계가 두 달 만에 떡하니 나와 주었다.
일단 채광을 고려해 두 집을 배치하고 건폐율을 넘기지 않는 최대한의 면적으로 생활하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작은 마당을 대신해 집과 집 사이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곳곳에 두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우리’의 집이다 보니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뚝딱 만들어내는 능력도 십분 발휘했다. 그렇게 부부 손을 거쳐 탄생한 것이 수영장, 작업 창고, 야외 테이블과 모래 놀이터 등 끝이 없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 대지면적 416.00㎡(125.84평) | 건물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건축면적 66.55㎡(20.13평) | 연면적 153.40㎡(46.40평) | 건폐율 15.99% | 용적률 31.99% | 주차대수 2대 | 최고높이 9m | 공법 기초 - 철근콘크리트 / 지상 - 경량목구조 | 구조재 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징크 | 단열재 그라스울 | 외벽마감재 청고벽돌, 징크, 절곡컬러강판 | 창호재 KCC 시스템창호 3중유리, 로이필름 | 내벽마감재 실크벽지, 도색 | 바닥재 구정강마루 | 욕실 및 주방타일 수입타일, 자기질 면취 화이트, 인조 대리석타일, 천연대리석 상판 | 수전 등 욕실기기 해외직구, 이케아 | 주방가구 천연대리석(아라비스카토) | 조명 팬던트 조명, LED 무타공 직부등, 벽등, 빈티지 샹들리에, 자체제작 | 계단재 멀바우 집성판재, 스프러스 집성판재 | 현관문 코렐도어 | 방문 원목도어 위 도장, 영림도어 | 중문 자체제작 | 에너지원 기름 및 가스보일러 | 인테리어 및 설계 건축주 직영 | 시공 및 감리 그루터기(김선웅) www.grutg.com
2. 현관을 통해 들어오면 주방과 제일 처음 마주하게 된다. 천장까지 상부장을 짜 수납공간을 확보했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깔끔하게 마감했다. 3. 복도를 따라가다 등장하는 거실. 클래식한 가구와 소품으로 공간을 풍성하게 연출했다. 4. 가족이 늘고 나니 이사 후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는 유진규 씨와 딸 하음이 5. 주방 앞 다이닝 공간. 해외직구로 구한 골드 빛깔 조명과 선명한 색감의 중문이 멋스러움을 더한다. 6. 주방과 거실을 연결하는 복도. 맞은편에는 다 함께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할 수 있는 긴 테이블을 둔 야외 공간으로 이어진다. 7. 1층 욕실에는 과감한 패턴의 벽타일을 시공했다. 대신 욕실 가구와 소품은 차분한 느낌으로 조화를 이뤘다.
8. 두 아이가 함께 자는 다락 침실. 딸들이 좋아하는 컬러로 꾸며주었다. 9. 하음이와 리음이의 방은 회전문으로 소통된다. 벽에는 아빠가 디자인한 그림을 시트지에 출력해 붙였다. 10. 높은 층고의 복층으로 이뤄진 딸의 방. 남은 목재를 활용해 만든 소품들이 공간 곳곳을 채웠다. 11. 아이들 방 맞은편에 위치한 부부침실. 화이트 바탕에 블랙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 간결하게 구성했다. 12. 아내 지영 씨가 가장 좋아하는 또 하나의 다락. 천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아늑함을 더한다.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자꾸 무언가를 가져다 놓고 꾸미게 된다는 그녀다.
“하나씩 완성되는 것을 보는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자꾸 일을 키우게 돼요. 이젠 집을 짓는 게 낯설지 않을 정도라니까요.”
네 식구가 살기에는 바닥 면적이 좁은 편이라 건물을 위로 올려 공간을 확보했다. 이런 이유로 각 층에는 꼭 필요한 실로만 채웠다. 1층은 주방과 다이닝룸, 거실을 두고, 곳곳에 수납창고를 배치해 틈새 공간의 낭비 없이 활용도를 높여주었다. 부부의 감각이 묻어나는 가구와 조명, 소품은 집의 분위기를 한층 살린다.
2층은 네 식구의 침실이 놓였다. 특히 두 딸의 방은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닮았다. 혹여나 한 아이라도 섭섭함을 느낄까 작은 디테일에만 변화를 준 부모의 배려이다. 또한, 면적이 크지 않은 만큼 공간의 대부분은 가변형으로 만들어 가족이 함께할 때는 넓게, 독립된 생활이 필요할 때는 문을 닫아 분리할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인다.
이곳에 와 가장 좋은 점은 무엇보다 든든한 이웃이 생긴 것이다. 누나네 가족과 함께 살아감은 기대 이상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챙겨줄 수 있고, 특히 가족이 많아져 아이들이 심심해할 틈이 없어요. 이 집 저 집 다니며 놀 수 있으니 저희가 오히려 편해졌죠(웃음).”
뭔가 좋으면 다 이유가 있었던 예전과 달리 이젠 ‘그냥 좋다’로 끝난다. 이곳에 오게 된 대단한 동기도 굉장한 사건도 없었지만,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기 때문 아닐까.
시간이 흘러 또 집을 짓게 된다고 해도 이곳의 좋은 기억은 그들에게 변함없을 것 같다.
누나 집
구성원 : 부부(김병진, 유미란)
아직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 된 부부의 첫 신혼집. 동생과 이웃이 되어 장점 많은 전원생활을 경험 중이다.
고향을 떠나 낯선 서울에서 외로울 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조금 여유가 생기니 가족 그리고 따뜻한 집이 그립기 시작했다. 그때쯤 남동생이 결혼해 조카가 태어났고, 양평으로 건너가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사는 그들을 보며 저런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란 생각이 들었다.
“밭을 일구고 주말이면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어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죠.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보며 우리 동생 내외가 바로 이들이구나 싶었답니다.”
그런 동생이 어느 날 집을 지어 함께 살아보자고 했다. 서울로의 출퇴근 거리가 걱정되었지만, 공기 좋은 곳으로 가고자 했던 바람이 있던 차, 큰 고민 않고 대가족을 이뤄 함께 하는 삶을 택하였다.
“아직 전원생활 새내기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동생 내외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부모님도 지방에서 올라오시면 아들, 딸의 가족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아하시고요.”
이곳은 부부의 첫 신혼집. 아침 새소리와 창밖으로 보이는 주변 경치는 굳이 차를 타고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휴일엔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집을 짓고 처음 드릴을 만져본 남편도 선반 하나를 만들어보더니 DIY 재미에 푹 빠졌다. 여기에 오지 않았더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일상적인 대화의 주제가 된 것이 부부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멀다 싶던 퇴근길도 이곳으로 돌아오며 하루를 마감한다 생각하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결국 어디에 중점을 두고 사느냐 그 차이뿐인 듯하다. 행복한 마음이 훨씬 크지만, 혹여 불편한 점을 마주한다 해도 이제는 미워할 수 없는 이곳. 부부는 만족스러운 전원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 대지면적 239.00㎡(72.29평) | 건물규모 지상 2층 | 건축면적 45.82㎡(12.95평) | 연면적 91.64㎡(27.72평) | 건폐율 19.17% | 용적률 38.34% | 주차대수 1대 | 최고높이 8.63m | 공법 기초 - 철근콘크리트 / 지상 - 경량목구조 | 구조재 철근콘크리트 | 지붕마감재 징크 | 단열재 그라스울 | 외벽마감재 청고벽돌, 징크, 절곡컬러강판 | 창호재 KCC 시스템창호 3중유리, 로이필름 | 내벽마감재 실크벽지 | 바닥재 구정강마루 | 욕실 및 주방타일 수입타일, 자기질 면취 화이트, 인조 대리석타일, 천연대리석 상판 | 수전 등 욕실기기 해외 직구, 이케아 | 주방가구(싱크대) 인조대리석 | 조명 팬턴트 조명, LED 무타공 직부등, 벽등, 빈티지 샹들리에, 자체제작 | 계단재 애쉬 집성판재 | 현관문 방화도어 | 방문 원목도어 위 도장, 영림도어 | 중문 자체제작 | 에너지원 기름 및 가스보일러 | 인테리어 및 설계 건축주 직영 | 시공 및 감리 그루터기(김선웅) www.grutg.com
2. 거실 전경. 고재 문으로 동생이 직접 만들어준 테이블은 매번 유용하게 사용된다. 창가 아래 선반은 DIY 초보인 남편의 작품3. 2층에 자리한 서재에 앉아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 평화롭단 생각이 든다는 미란 씨다. 4. 시골이다 보니 밤이면 어둡고 운동을 할 수 없어, 1층 방 한편에 작은 운동실을 두었다. 뒤쪽 나무침대 역시 남편이 만들었다. 5. 귀여운 조카들 장난과 애교에 늘 즐겁다는 부부. 덕분에 두 가족은 더욱 탄탄한 우애를 쌓고 있다. 6. 모든 것에 베테랑인 동생 내외와 살다 보니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집 안 곳곳에 적용해본다. 침실 벽과 매트리스 받침대에는 부부의 손길이 닿았다.
DAILY LIFE
1. 딸의 의견을 묻고 물으며 완성해준 방이다. 2. 작년 겨울, 새집이 지어질 마을 이웃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설렘으로 가득했던 우리만의 착공식도 가졌다. 3. 드릴도 이곳에 와 처음 만져본 매형은 주변에서 늘 뭔가 만드는 모습을 보다 보니 호기심이 생긴 것 같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집안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 보려는 모습이 참 대단하고 보기 좋다. 4. 딸이 일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생일, 멋진 초록 산세를 배경 삼아 집에 있던 재료들로 파티 존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진행된 생일파티는 성공! 5. 지난여름 참 즐거웠던 수영장. 만들기 힘들었지만 그만큼 잘 사용했다. 휴일이면 다 함께 모여 수영도 하고 데크에 앉아 이야기도 나눴다. 6. 지하에 있는 AV룸. 아직 완성된 건 아닌데,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땐 굳이 극장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살아가는 동안 더 많은 것으로 채워질 집. 가족들은 다음에 오면 또 달라졌을 거라 웃으며 말한다.
SITE PLAN
우리가 경험한 전원에서의 삶
주택에 살면서 집을 짓는 건축가가 얼마나 될까. 보고 있으면 한숨부터 나오는 주택이 수도 없이 많다. 전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원인 중 하나는 자신들에게 맞지 않은 집이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고,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으므로 그 일을 선택하게 된다. 전원생활의 장점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집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 자연이 주는 좋은 점은 모두 받아들이고 피하고 싶은 것은 막아주는 태초의 ‘주(宙)’의 역할로 돌아가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집을 짓고 싶었다. 우리 가족을 위한, 우리 가족에 의한 우리 가족의 집을. 단순하지만 당연한 목표를 가지고 아무것도 모른 채 땅부터 샀다. 그렇게 전원생활의 연습 같았던 주택 전세살이를 끝내고, 첫 집을 지었다. 우리 가족의 생활이 궁금해 주말마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시작부터 현재 살아가는 일상까지 같은 말을 반복해 알려줘야 하는 동안에도 항상 신나고 즐거웠다.
내 집 짓는 일은 그래야 한다. 집 한 채 지으면 10년 늙고, 집 세 채 짓고 하늘나라로 가면 옥황상제가 기특해한다고도 말한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맘에 쏙 드는 내 집을 가진 즐거움으로 우리 부부는 10년은 젊어진 느낌이다.
두 번째 집을 지으며 가족이 이웃이 되었다. 너무 허물없이 친한 관계보다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이들과 함께 살아야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앞으로 기회만 된다면 좋은 친구, 가족들이 더 많이 모여 살 수 있는 큰 주택단지를 꾸미고 싶은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글·쉬자쫌하우스 김지영>
취재_김연정 | 사진_변종석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