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게를 보면 아무래도 이 카페 자체가 남성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다 보니 군대 얘기가 많더군요. 며칠전에 어떤 분이 통증에 대해 문의하셨는데 그 글에도 그렇고 "군면제"나 "신체검사 급수"에 대한 얘기도 종종 나오는걸 보고 생각이 들어서 군대 면제받은 사람의 한 명으로서 그냥 제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군대 자체나 군대의 사회적 의미, 다녀온 자와 다녀오지 않은 자에 대한 의식이나 보이지 않는 차별, 이런 심오한 의미없이 그냥 쓴 글이니 큰 신경 쓰지는 말고 가볍게 봐주세요^^
제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2005년에 신체검사를 받았죠. 거기서 5급을 판정받아 군대를 면제받았습니다.
현 징병제도에 익숙치 않으신 어린분들이나, 저보다 나이가 한참 많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드리면, 신체검사시
1~3급: 현역,
4급: 현역 or 공익(그땐 선택이 가능햇던 걸로 기억합니다),
5급: 군 면제 + 민방위 의무'
6급: 군 완전 면제
7급: 재검
많이들 아시다시피 군의무를 마치고 제대하면 예비군에 편성되었다가 몇년이 지나면 민방위군에 편성되어 민방위훈련을 받죠. 5급을 받으면 바로 민방위군에 편성됩니다. 한마디로 1년에 한번, 나이롱 훈련이나 다름없는 민방위 비디오 훈련만 받으면 된다는 겁니다. 6급은 그것조차도 없고요.
도대체 어떤 약골들이 면제받는거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고, 난 아픈데 군대? 저놈은 멀쩡한데 면제라니..라는 반응들도 많습니다만.. 무조건 아프다고 면제받는것도, 건강하다거 군대 가는 것도 아니더군요.
사실 전 몸이 안 좋긴 하지만 저보다 안 좋으신 분들도 가끔 4급 떨어져서 공익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저보다 상태가 훨씬 좋은데 면제받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연예인들 얘기는 일단 접어두고도요) 어떻게 해서 면제를 받게 된 건지 제 얘기를 한번 나눠볼까 합니다.
몇년 전 얘기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것도 있고, 4년 전 얘기니까 지금과 좀 다른 점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 병력
전 태어날 때부터 심장에 병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태어나자마자 폐렴이 있어서 몇주간 인큐베이터에서 살아야 했죠. ( 신생아의 경우엔 심장병보다 이게 더 죽을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어렸을때에는 몸이 작고 약해서 온갖 잔병치레는 다 했죠. 지금도 사소한 지병들은 달고 살고, 감기는 새삼스럽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왠만큼 아프진 않고선 티도 안 낼 정도고요.
어쨌거나 성장기에 몸이 갑자기 크면서 심장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성공확률이 상당히 높은 수술이었지만, 심장 개흉(開胸)수술의 대부분이 그렇듯 일단 배를 갈라서, 심장을 멈춘다음에, 인공 심폐기로 살려놨다가, 수술 끝나고 심장이 다시 뛰게 하는 거라서 대수술은 대수술이었죠.
신체검사하던 당시 제 몸상태는, 고도 근시 (마이너스 6/7 디옵터), 무릎 안 좋음 (통증에, 무릎뼈가 약간 튀어나와 있습니다), 만성 저혈압 (헌혈이 안되고, 수시로 눈 충혈에, 피로), 가끔씩 오는 폐 통증 (어떨땐 칼로 찌르는 듯 아픈데 크게 심각한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기타 사소한 통증, 잔병
물론 이런것들은 몇년째 갖고 있고 지금도 있는 것들이죠.
극히 사소한 이런 것들은 급수에 거의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눈 나쁘면 안경 끼면되고, 아파도 병이 있는게 아니면 OK, 만성 피로라도 큰 병 아니면 OK,
2. 신체검사당일
신체검사는 참 어처구니없이 신속히 진행되더군요. 일단 정신상태 감정을 위한 테스트를 하고, 채혈, 키 몸무게 재는 것 다음에, 무슨 병이 있나 조사하는 단계가 있는데, 몇개의 부스(booth)가 있습니다. 안에서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고, 두셋, 때론 네사람이 들어가서 길어봤자 총 3~5분정도 물어봅니다. 질문의 요지는 "~~`한 것들이 있다. 해당되는 게 있음 말해라. 없어? 다음." 끝.
길어봐야 5분이라고 했는데 이건 해당되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 추가 질문 몇가지에 대답할 때 걸리는 시간이죠.
- 사소한 잔병이나 증상은 아무리 많아봐야 소용없다.
- 실제 증상이나 병이 있어도 진단서 없이는 말짱 꽝이다. 듣기만 하다 "정상"으로 넘겨버린다.
본 신체검사에서 검사하는 경우는 거의 절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아픈 게 있으면 검사를 받아서 기록, x레이 등을 완비해가지 않으면 정상이 되어 버립니다.
저의 경우엔 흉부외과에서 제가 수술병력이 있다고 적극(적극적으로 해야됩니다. 아픈것 같은데~하면 절대 안 알아줍니다) 어필을 해서 재검을 받을수 있었습니다.
-본인이 아픈건 자기가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된다. 아무도 살펴봐주지 않는다. 증거(진단서)는 필수다.
그 이후에 전 제가 눈이 나쁘고 해서 혹시나 몇급일까 봤더니, 3급 나왔더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큰 병이 아니면 무조건 현역 가라는 거죠.
3. 재검
재검사는 옆의 다른 건물에서 합니다. 이젠 제법 진짜 검사 답더군요. 대기실에는 X레이, 수술기록, 입원기록등을 한아름씩 안은 제 또래들이 가득했습니다. X레이도 찍고 의사와 1대1로 면담도 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기준표를 슬쩍 봤는데 대충 내용이
- 생활에 지장없는 수술: 3~4급
- 심장등 주요 장기 수술: 4~5급
- (전문 용어는 생각 안나는데 쉽게 말해 배짼 주요 장기 수술): 5~6급
이랬습니다. 전 세번째에 해당하는데 수술 후 상태가 양호해 5급을 받았죠.
4. 면제 못 받은 사람들
기다리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눈에 띄더군요. 그중에 기억에 남는 한 분은 어께에 이상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재수술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X레이와 기타 기록들이 태어나자마자부터 평생 병원에 출입했던 저보다도 많더군요. 보니까 팔이 어느정도 위론 올라가지도 않는다고 하더군요. 꽤 오래 상담했지만 결론은 4급...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팔도 제대로 못 올리는 사람이 면제가 아니라니...아마 그분은 공익근무를 가셔야했겠죠.
아픈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상당수는 제가 봐도 꾀병끼가 좀 있어보였고, 대부분이 정말 신체에 이상이 있어 보였습니다. 헌데 면제를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더군요.
제가 내린 결론은 면제 받기 위해선
1. 확실한 장애가 있어야 한다.
2. 심한 부상을 입어야 한다(십자인대 파열 등)
3. 주요 장기(심장) 등의 수술을 해야한다.
1번은, 제가 아는 두명의 면제자 중 한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걸어다닐때 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심하게 발을 저는 선배가 있는데요. 그분은 뛰지도 못하고 빨리 걷지도 못합니다.
2번은, 그때그때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나머지 한명의 면제자는 제 친구인데, 눈도 좋고, 몸도 건강하고, 병도 없는데 오직 십자인대 파열 하나로 면제받았습니다. (2006년) 그것도 축구하다가 당한 부상인데.. 물론 수술 후 완치되서 멀쩡합니다.
그런데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른게, 십자인대 파열에도 불구하고 면제 못 받은 사람도 있었거든요. 제도가 바뀌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면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3번, 이건 제 경우입니다. 한가지, 심장수술이라고 해서 다 배를 째는게 아니라, 내시경같은 것들을 넣어서 하는 수술이 있는데요( 심하지 않은 병의 경우), 전 내시경수술도 하고, 배째는 수술도 했는데, 내시경 넣어서 하는건 면제가 거의 안됩니다.
그리고 폐수술은 거의 해당이 안되더군요. 큰 수술을 제외하면요.. 제 친구놈의 경우엔 담배를 많이 피워서 폐렴에 걸렸습니다. 폐렴걸린 상태에서 군대갈순 없으니 7급(재검)을 받더군요. 헌데 수술해서 완치되면 바로 현역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치료안하고 재검을 받았습니다. 또 7급이더군요. 전 몰랐는데 7급 세번이면 면제라더군요. 근데 세번째 검사때 뭐가 나왔는줄 아십니까?
바로 1급 현역이었습니다. 군대 갔죠.
신체검사를 앞둔 분들이 몇분 계신것 같더군요. 몇년 선배로서 한마디만 해드리자면, 전 군대를 비록 안 갔지만 군대갖다 온다고 해서 잃는 것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부른 소리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2년 먼저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든 것을 참고 이겨내는 힘, 단체생활에서 희생하는 일, 등을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사회에서 배워야 했습니다. 사회에서 배우다가 실패하면 그 대가는 훨씬 혹독합니다. 가차 없고요. 면제 받는게 무조건 좋으냐, 가는게 좋으냐,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든지 그 상황에서 얻을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도록 최선을 다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후회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면제나 공익으로가는건 거의 천운이라고 봐야할겁니다.군시절 후임들중에도 재는 왜 도대체면제를 안받고 왔을까라는 애들이 수두룩하더군요..특이사항보고하러갈때마다 행보관이 여기가 군대인지 병원인지 헷갈린다며 짜증을 내기가 일쑤였습니다....아픈몸으로 군대애써온다고 누가알아주느것도 아니고 여러사람눈치만볼뿐입니다..빠질려면 어떻게해서든빠지라고 애기해주고싶더군요...
저같은 경우도 야맹증때문에 망막전위도 검사를 미리 해가서 면제를 받았습니다. 야맹증이 있으신분은.. 미리 검사를 해보시고 가는게 좋아요. 기계가 없는 병원이 많아서 저도 서울대병원에서 했구요. 신검받는 곳 안과에선 야맹증있어도 검사할 방법이 없다네요.
전 예전 고막이 터져 가는귀가 잘안들리는 게 있어서 그런증상 말하니 그냥 가라더군요....이유는 진단서 없으니 입니다....머 귀 대보라는 자질 구레한 검사도 없더군요.....전역후 1년 반후에 십자인대가 완파되서 갔는데 차트와 사진 가져가니 엑스레이 하나 찍고 예비군 면제 시키더군요
저도 5급이고 면제입니다. 오른눈이 시력이 안나오구요. 태어날때부터 그래서 별생각없이 갔는데 (98년) 안과에서만 3시간 붙잡고 있더군요. 따로 방에 데려가서 들여다보고(그래봐야 뭔지도 모르고, 들여다보기만--;) 그러더니, 보내줄께 하면서 내보내더군요... 나왔는데, 아무도 없고....고요한 가운데~ 5급입니다~라는 모니터의 울림만~ 재수할땐데, 학원가서 진짜 남자도 아니라고 울고 그랬었습니다... 다들 좋은건데 미쳤냐고ㅋ 암튼 재수1년, 캐나다 1년에 쓴샘인데, 어쨌든 26부터 바로 취직해서 경력과 경험, 돈까지 많이 쌓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만날땐 좀 그렇지만. 이것도 제 운명이라 생각하구요...ㅋ
요즘에 신검받으면 가게될 사유겠죠?ㅋ 암튼 민방위도 가보면 젊은 분들 꽤 많드라구요. 암튼 수많은 인생의 포인트 중에 정말 중요한시기지만, 주어진거에서 풀어가시는건 각자의 몫이겠죠. 주어지는거 자체를 어떻게 할려고 하진말구요.
안가면 좋은거죠.
근데 공익으로 가게 되면 먼가 몸에 하자가 있는거이기 떄문에 나중에 취직이나 여러면에서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군요.
공익가도 취직잘하는 사람여럿봤는데요,,,면제는 문제가있겠지만...
똑같은 조건이라면 공익출신이 불리할 수 있지만 공익하면서 스펙을 조금이라도 더 쌓았다면 훨씬 유리죠. 2년이면..;; 공익이 면제는 아니지만 현역하고 시간차이는 엄청나니까요
2005년에 4급은 현역, 공익 선택이 아니라 연초에는 현역 인력이 모자르다면서 4급 역시 현역 대상이라고 했다가 연말에 현역 인력이 충분하다면서 다시 공익근무로 바꿨습니다.
그랬군요. 전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서 자세히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가 안가는게 연초에 4급이 모두 현역 대상이었다면 그땐 공익가는 사람이 없었던 건가요? 1~3급은 당연히 현역이고, 연초에 신검받고 5급받은 전 확실히 면제였거든요. 4급도 똑같이 현역 대상이었으면 공익갈 사람이 없는데..잘 몰라서 여쭤봅니다
뭐 이래저래 이유를 대면서 2005년 신검대상자는 4급까지 현역이라고 했었습니다. 고로 그 해 신검대상자(86년생) 중에는 공익이 없었죠. 그러다 늦가을 쯤인가 도로 대체복무 대상으로 바꾸더군요. 이유는 현역 인력이 충분하다 였습니다.
건강이 최고죠.
저는 눈 안좋아서 4급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