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카메라 가방 하나에 치솔, 치간치솔, 면도기, 셔츠, 등산 티셔츠, 스킨, 로션, 립크린, 지갑, 대일밴드, 침뜸세트, 카메라, 비옷, 모자, 핸트폰, 볼펜, 카메라 배터리, 양말, 손수건들을 찔러넣고 광주 남구 효천역에 앉았답니다.
오후 6시 경, 이곳에서 서울발 나주행 블랙샘의 12인승 차를 갈아타기로 했던 것. 동생네 가게 작은 선물들이 아무도 없는 효천역 광장에서 이리 왔다 저리 갔다 맘 설레었죠. '기다림'이란, 인간이 서로 의지하여 사는 존재인 한, 언제고 지게작대기처럼 어슷하게 다가오는 길모퉁이를 기웃거리게 되어 있는가 봅니다.
우리들의 도반 그린, 블랙앤드화이트, 대간, 해빈께서 차례로 제게 다가왔어요. 감사하고 반가워 그저 웃었지요.
돌덩어리 같은 산사나이 불랙앤드화이트샘을 껴안고 나니 다른 분?들은 다 뽀송뽀송한 솜인형 같았어요.^^
우리가 첫번 째 달려간 곳은 도담마을. 도담도담 집자리 좌표며 앞산이며 다섯 칸 뜰이며 수도, 전기들을 이야기 하며 훗날의 행장을 위한 구름을 띄웠죠. 나주로 가는 길에는 가까이 운주사가 있고 불회사가 있는데 대간샘이 운주사를 운운하여^^ 언능 한 코스 잡기로 하였지요. 잰걸음에 얼매나 날은 후텁지근하였는지 손수건이 물걸레가 다 되었더라구요. 아직도 일어날 기미가 없는 와불을 향해 불러준 대간님의 '민중가요'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박수 치며 웃으며 만남의 새 기분을 실감했죠..
우리는 나주를 향해 달리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홍어 1번지' 집에 도착하였답니다. 차마 오늘이 이 집 마지막 장사라고 했던가. 영산강 사업으로 내일이면 사라질 운명의 이 집이나 오늘을 아쉬워하며 하루만에 헤어질 우리 일행이나 어쩌면 이심전심의 별을 이고 앉게 된 셈. 이윽고 양순씨가 등장하자 모두들 앞다투어 침을 튀는 말보가 터져나왔죠. 서로 되는 매치 안 되는 매치 따지기를 얼마간... 시간은 창밖의 물살처럼 빨라 어언 이 '사연의 집'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손님이 되고 말았는데...
양순씨 가방의 키를 앞세우고 들어간 숙소는 씨크릿 가든, 아주 특별한 팬션형 단독 저택이었죠. 침대 두 개씩 차지한 방에서 혼자 자 보기는 처음일 고급 공간. 살다보니 참... 내 벗 동신대 김경주의 낯익은 그림이 걸려 있고, 노래방도 있고 티끌 하나 없이 관리가 잘 된 이곳... 우리는 여장을 풀자마자 밤이슬에 건너 강변공원을 산책하고 넓은 카페에 앉아 두시가 넘도록 버드와이져를 마셨습니다. 각자 하고픈 말은 또 얼마나 많았겠는가만 그냥 생각 없이 웃고 떠들고 마셨어요. 멀 때 말이지 가까이서는 '그립다' 말하지 않는 법, 우리 나이에 조무래기들의 '절차' 따위는 차라리 장난스러운 법! 만나자 순순히 뜨거워지는 법!!^^
지난 밤 냉장고에 양순님이 넣어준 물과 배즙과 과일을 김순종샘이 차리면 차례로 윗방 아짐들 내려와 손목을 잡히는 아침 건강을 살피기 시작했지요. 높은 산을 이고 메고 오르내리는 토종 순종샘께서는 기대했던대로 사통오달하는 잘 생긴 맥을 지녀 세상에 좋은 일을 많이 해도 되겠다 싶었죠! 벌써부터 사찰문화해설가이시며 곧 숲해설가를 따시면 산천이 다 내 발 아래 피고 지는 행복을 노실 분...(막간, 그린의 초딩 친구 문희옥샘이 아침산책길에 '호텔'을 찾아주셨지요. 만나면 바람처럼 사라지는 분답게 또 홍길동처럼 떠나셨죠.^^) 역시 문화해설사 자격을 갖춘 양순님께서 그 딱 맞는 복장을 하야 씩씩하게 들어섰어요. 우리는 종종 곰탕을 말다 노무현과 이명박을 말하기도 하고 그린, 대간, 해빈 모두 비슷하게 '밥 먹고 사는' '교육'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생각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고, 그니까 집사님급들의 교회와 행자승급들의 절을 말하였지만 적어도 서로 아끼고 이해하는 바탕에 우리의 대화는 조금도 장벽이나 허물이 없었죠.(이는 내 가슴 속 교회와 절이 나란히 큰 아픔 없이 공존하고 있는 그림이나 다름없었다.)
양순님이 이끄는 첫 자리로 백호 임제의 흔적을 따라가는데 내 옛 그림 자리인 구진포 어디도 낯설어 객고가 컸는데 아무리 옛 풍경을 떠올려도 시방 눈 앞에 펼쳐진 시멘트 길과 변해가는 강줄기들의 곡성이 서글펐어요. 잠시 내 들꽃해설자로서의 옷을 벗으니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골똘히 강물처럼 흘러들었죠. 들꽃을 배울 때처럼 홀로 깊은 산중을 중얼거리는 습관을 따라 또 강진 다산초당을 향해 갑니다... 백련사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처음 보는 화이트, '관능(해빈님 표현)의 버섯'을 만나 안으로나 밖으로 꽤 웃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잠깐...
버섯을 채 지우기도 전에 백련사를 도착했죠. 이 더위에 여인의 몸으로 다시 다산 초당으로 향하려니 윽, 곁에 저 '화이트 버섯' 같은 김순종샘이 계셨지 뭡니까~^^! 우리는 놀고 있다가 순종샘이 되가져 온 차에 올라 든든한 콧노래를 부르며 해남길에 오를 수 있었죠. 대흥사에 도착했어요. 여행이 말미로 갈수록 손가락 부상과 피곤으로 대간 서진희님이 걱정되었고 우리 곧 헤어질 아쉬움이 염려되는데, 그때마다 화이트샘께서는 즉석커피를 타거나 복숭아를 깎거나 배즙을 베는 봉사로 상승곡선을 태워주었죠.
참 즐거웠습니다...
지금 저 창밖에 요란한 매미의 노래가 내 맘 같달까^^ 해남에서 나주에 닿도록 우리는 목놓아 7080을 불러댔죠. 우리 시대의 착한 인연은 그리하여 유년에서 사춘기로 사춘기에서 민중기를 오르내리며 목울대를 높이는데 아무도 겸손해하지 않았죠. 타령이면 타령, 포크면 포크, 가사야 흐려지면 곡조도 흐려지고 다시 이어지면 또 악을 쓰는 노래방을 무반주로도 얼마든지 즐거웠답니다. 어젯밤 어찌하여 노래방도 못 간 것을 이렇게 넘치게 만회할 줄이야! ㅋ.. 사람들이 만나면 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야단 들인고 했더니 돌아와 새 하루가 새작되니 매미울음처럼 그것들이 귓전이 시리다 아닙니까!
해빈님, 대간님, 블랙님, 그린님 먼 길 단연코 결행해주어 감사합니다. 먼듯 가까이 또 건강하게 사시며 언제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블랙샘! 먼 길 운전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저나 양순님이 얼마나 쉽고 편했는지 모릅니다. 서울과 광주를 잇고 계획, 연락, 예약 등을 세밀히 챙겨 불편 하나 없도록 준비하였고, 멕이고 재우고 가이드하느라 양순님, 넘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해요~~! 시간이 또 흐르고 우리 사랑 더 커지면 세상에 넓은 인연 더 아름답게 펴지길 오늘 하느님과 부처님께 합장합니다... 아, 여기는 참 멋진 수요일입니다!
첫댓글 보고지고 보고지고 내사랑을 보고지고
하루가고 이틀가고 날가고 달가고
시간 지낼수록 님의 생각이 뼈속에 든다.
행궁견월 상심색, 달만 비쳐도 님의 생각
춘풍도리 화개야, 꽃만 피어도 님의 생각
야우문령 단장성, 비만 와도 님의 생각
앉어 생각 누어 생각 그리움 끊일 날이 전혀 없어
모진 간장 불이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상사일념으로 모진 간장 불이 붙어 피골이 상연이라.
손가락의 피를 내어 혈루단심 편지헐까
간장의 썩은 눈물로 님의 화상을 그려볼까.
하늘의 직녀성은 은하수가 맥혔어도 일년일도 보건마는
우리 님 계신 곳은 무삼 물이 막혔간디 이다지도 못가는가...
갈까부다 갈까부다로 승화~~^^
양순님의 국악한마당을 돌며 .노랫가락들이 귀에 앉아 제 심장을 누르고 있습니다~~
연못에서 들리던 G선(?)의 첼로연주..동화속 궁전같은 이쁜 잠자리 덕분에 꿈속에서 공주가 되었어요...
진수님과의 짜릿한 포옹은 춤추는 댄스의 순정의 클라이막스였어요~~^^
다큰 어른들이 술도 한잔 안마시고 그렇게 즐겁게 노래부르며 노는건 첨봤어요~~^^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이쁜 만남을 가졌을까요~~?
마당쇠 역할 200% 감당해준 화이트님 너무 감사하고 친정어머니 생신 미리 다녀와서 일정에 동참해준 그린언니 감사해요~~대간언니 진수님 처방약 드시고 우리빨리 건강해지게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ㅋ~~^^모두 모두 만세예요~!!!
저위의 화이트사진은 보고또봐도 관능의 절정입니다~~푸하~~!!!!
고운 목소리가 들리는 듯 삼삼하네... 노래도 잘하고 비염도 별로 없고 씩씩하고 바르고 지기를 예뻐하고 정 있고 관능이고 나무랄 데가 없는 해빈... 으로 승화~~
그런데 해빈님, 우리소리에 꽤 관심이 있으신가봐요. 저는 대학 다닐때 국악동아리가 가까이 있어서 귀동냥으로 들은 노래 띄엄띄엄 흥얼거리는 정돈데.
한번 배워보시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 다음에 청해듣게^^
유독 관능에 관심이 끌리시면 가루지기타령 같은거 찾아 전승하셔도 될듯하고요.크핫~ 되도록 저쪽으로 눈길 안주려고 하는데 해빈님땜에 또 봐버리잖아유!
비염이전엔 꽤 파워풀한 노래를 잘 소화시켰더랬습니다...
교회성가대에서 메조 소프라노 파트도 곧잘 불렀구요...
우리의소리는 눈물나게 좋아하죠...정식으로 소리를 배운적은 없지만..
비염만 호전된다면 프로는 욕심이고 육자배기,회심곡,춘향가,아리랑종류는 한번 불러보고싶어요~헤~
글구 저위의것을 보고 아무 느낌도 안받은님들은 병원가서 상담받으셔야해요~~혹~불감증~?
으악! 제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지장이 생겨서...
지금 정신없어요.
담주부터 당장 진행할 선생님 중 한 분이 이번에 교장공모제로 교장샘으로 가시면서
빈 자리를 대신할 선생님 구하느라...정신없어요.ㅠㅠ
그나저나 행복했던 여운이 그대로 남아있는 글에...
정신없는 댓글만 쓰고 다시 휘리릭!!
정신 없이 댓글을 남기고 황급히 사라지는 뒷모습이 다 보이네... 숨 고르고 천천히 나오세요~
헤~~진땀나게 했던 강사모집은 해결되었습니다.ㅎ
함께 진행하던 교감샘으로 퇴임하셨던 분이 공모로 교장샘으로 가시면서
지난 주 다들 모여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변경상황도 논의하는 자리에 못오시게 되면서..
급히 다음주 월요일 지장이 생긴 참이였거든요. 쩝
이 상황에 놀러가 있었어요...^^
이력서 메일로 받아놨으니 낼 학교에 보내서 OK 받아 진행하면 될 듯해요.
목요일에 중요한 일정이 있어 금요일에 만나서 프로그램 설명만 하면 유능한 분이라 그대로 진행하면 될 듯하거든요.
학교 강의 경험도 많고 학교상담봉사회 회장도 여러 해 하신 분이니...
함께 하던 프로그램인데..차질이 생길 것 같으면 교장공모제 넣으시면서
미리 언질을 해 주셨으면, 강사 구하는데 힘들지 않았을텐데 싶었는데...
그 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이라...
될 때까지 입을 다물고 계신 건 이해 못할 일 아니지만 조금 마음이 그러더라구요. 아까 진땀 날 때엔! ㅎ
그나저나 어제 진수님 말씀하신 것 생각해서
내려놓을 것들 더 생각해야겠어요.^^
정말 전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많은 듯 싶어요.
내내 그 교장샘과 후임을 업고 다니셨게군요.얼마나 무거우셨을꼬. 잘 해결되셨다니 다행입니다.부디 계획하신일 잘 이루시길요^^
저도 함께한 여행 같습니다ㅎㅎ..
가을엔 남도행을 해알꺼 같습니다.ㅋ
흠! 차오름... 이번에 서울 손님들 틈에 네가 자주 보였다. 그래 복더위 잘 이기고 한가한 날 반갑게 만나자~!
가족 여행끝 쉬지도 못하시고 마중 나오신 한결같은 샘의 사랑, 나 말고도 모든님께도 베푸시는 샘, 구수하게 말씀도 글도 그림도 사진도 시도 노래도 진맥도 꽃도 오메나 그런디 춤까지 잘 추스면 아니되오지요. 정말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하양것50살?ㅋㅋ)
(ㅋ...)
뭔말씀이시기에 쥔장께서 켁...단말마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줄행랑이신거죠?
쉿~! 그린....걍 나랑 놀아요~~(이명증인가~!!)
'이명증'이 놀라워요..^^ 제 어디서 흘린 말을 꺼내어 적소에 날린다는 것, 경이예요! 해빈의 두뇌와 감성에 또 한표로 승화~
무저...
진수선생님, 양순(아우)국장님, 그린누이, 대간친구, 해빈아우님들의~
어우러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한소절 한소절의 시..요~
이어지는 절절을 함께 하면 한편의 문학이요~
무저...
저는 듣고~ 느끼기만 하면되고~
그 자체가 무심한 수행이요~
나 자신을 닦아 내는 공간이었읍니다.
무저...
감사함! 만이 가득하게 차~ 오를뿐입니다.
이 소중함!을 느끼고. 맛~보여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합니다.
(뵙~지는 못했으나~ 마음! 함께~하신 조르바님,
"해남에 다녀 왔습니다..이승희선생님" 고맙습니다..*^^*)
형 동생처럼 후기를 쓰시니 그것이 한 소절 시고 절절히 문학입니다. 블랙샘이 깊은 산중을 밟아 은연 도를 배우실 때나 우리들 낮은 기슭을 스쳐 문득 깨닫는 것이 모두 삶이고 차안이며 관계이듯 이것 수행 잘 하면 종래는 정말 우리가 도도 뭣도 다 되고야 말 것입니다. 함께하는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무저...
길동이가 되기는 쉽군요. 격조있고 품위있는 모임에 불쑥 끼어든 기분이라 충분한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 헤어졌군요. 자주 모이시면 저도 한번 끼어 주세요.
아무리 세 여인의 손목에 취했다기로 선생님 가시는 툇마루나 대문켠도 없이 안방에서 보내드린 것을 후회하고 있었답니다. 다음 언젠 짚은 야그 오래 나눠도 봅시다 문희옥선생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