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서
인문학 논술의 질문과 해답을 찾다!
[우화의 철학]
부제: 이솝우화의 물음을 따라 생각하기
김태환 지음|
국수 출판사|2023년 1월 2일 출간|15,000원
이솝우화가 출제한 논술 문제를 풀다!
>>> 이솝우화가 촉발한 질문과 해답 >>>
우화는 동물이나 식물, 혹은 사물을 인격화하여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특히 우화의 대명사인 이솝우화의 풍자는 플롯이 익살맞아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주고, 이솝우화의 교훈은 사건의 결말을 알려주어 독자에게 삶의 길을 안내해준다. 그래서 독자는 이솝우화를 읽으며 즐거움과 유익함을 만날 수 있다. 그게 다일까? 더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곰곰이 꼼꼼히 생각하면 이솝우화가 촉발한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 발견한다. 예컨대, 이 책의 저자는 「꼬리 잘린 여우」 이야기에서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의 차이를 따져보고,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와 아테나와 모모스」 이야기에서는 ‘부러움’과 ‘시샘’은 어떻게 다른지를 찾아낸다. 또한 저자는 「샘물가의 사슴과 사자」 이야기에서는 ‘아름다움’과 ‘유용함’은 배치되는지를 생각하고, 「야생 당나귀와 집 당나귀」 이야기에서는 ‘자유’와 ‘생존’은 서로를 위협하는 관계인지를 살핀다.
이처럼 저자 김태환 교수는 이솝우화의 여러 이야기에서 다양한 철학적 담론을 발견한다. 비교문학자인 저자 김태환 교수는 이솝우화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그 질문을 논리의 심연으로 쥐고 들어가 스스로 해답을 내놓는다. 그 질문은 이를테면, 인간의 마음은 왜 보이지 않는지, 사랑을 실은 큐피드의 화살은 왜 때때로 죽음에 닿는지, 옷에는 어떤 다양한 용도가 있는지, 우월함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인지, 미래를 준비하는 농부와 당장을 선택하는 사냥꾼 둘 중에 어떤 삶이 나은지, 왜 남의 잘못은 잘 보이고 나의 잘못은 안 보이는지 등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해답은 저자가 또 다른 이솝우화 이야기나 다른 텍스트들의 맥락을 합리로써 연결하여 그 관계들을 관찰하고 숙고하고 사회적 현실에 비추어 내린 결론들이다. 저자는 이솝우화를 꼼꼼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고, 이것저것 비교하고, 현실을 관찰하여 이솝우화가 일으킨 철학적 질문에 논리적 해답을 내놓는다.
이로써 독자도 『우화의 철학』을 통하여 이솝우화에서 인문학적 인식을 확장할 수 있으며, 여러 이야기의 텍스트에서 다양한 철학적 질문들을 발견하는 안목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수준급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뜻있고 재미있지만, 그것이 수준급이 되는 까닭은 그 이야기들이 인간의 삶을 더 넓고 깊게 인식하게 해주는 질문도 촉발하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그 질문의 몫은 언제나 독자에게 있다. 깊은 생각은 논리를 찾아내고, 정직한 논리는 진실에 닿는다.
[목차]
책머리에: 이솝우화가 우리에게 묻는 것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어떻게 다른가: 「꼬리 잘린 여우」
고통의 역설: 「노인과 죽음」
합리적 형벌: 「개미에 물린 남자와 헤르메스」
부러움인가 시샘인가: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와 아테나와 모모스」
지배에 관한 우화: 「말과 당나귀」
지독한 사랑: 「사랑에 빠진 사자와 농부」
인간과 옷: 「도둑과 여관 주인」
빚이란 무엇인가: 「아테나이의 채무자」
재현의 정치: 「함께 길을 간 사람과 사자」
꾀의 영웅: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아름다운 것과 유용한 것: 「샘물가의 사슴과 사자」
현재와 미래: 「어부와 멸치」
믿음을 상실한 세계: 「불가능한 일을 약속한 남자」
자유와 생존: 「야생 당나귀와 집 당나귀」
나르시시즘의 위험: 「키타라 연주자」
면피의 정치학: 「여우와 나무꾼」
갈등 해결법: 「여주인과 하녀들」
자연과 문화: 「늑대와 노파」
환멸의 정치학: 「여우와 고슴도치」
내로남불의 기원: 「두 자루」
주석
찾아보기
[지은이]
김태환
서울대학교에서 법학과 독문학을 공부하고 카프카와 소설이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대학교에서 그레마스 기호학에 관한 연구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실제 저자와 가상 저자』(2020), 『우화의 서사학』(2016), 『미로의 구조』(2008), 『문학의 질서』(2007), 『푸른 장미를 찾아서』(2001)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피로사회』(2012)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창피함은 일종의 부끄러움이다. 그래서 창피함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부끄러움’의 감정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부끄러움은 무엇보다도 타인의 시선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감정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부끄러움의 감정은 나의 부족함, 나의 결함이 타인에게 노출될 때 발생한다. 그런데 나의 부족함이 타인에게 인식되려면, 그 타인이 나에 대해 일정한 기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대하는 바가 있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이 타인의 실망스러운 눈빛에 나타날 때, 나는 그 시선의 함의를 알아차리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16~17쪽)
그렇다고 해서 이솝우화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큐피드와 죽음」이라는 이야기에서 사랑의 신인 큐피드는 더운 여름날 지친 몸을 이끌고 서늘한 동굴에 찾아들었다가 그만 화살 통을 바닥에 쏟는다. 그런데 그 동굴은 죽음의 거처였고, 큐피드가 쏟아진 화살을 주워 담았을 때 그의 화살 통에는 죽음의 화살들이 섞여 들었다. 반대로 동굴에는 죽음의 화살 사이에 큐피드가 흘린 사랑의 화살이 남겨졌다. 그래서 간혹 사랑에 빠져야 할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고, 죽을 때가 다 된 노인들이 사랑에 빠지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68쪽)
인간과 옷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는 창세기 낙원 추방의 신화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태초의 무구함을 상실하면서 그 타락의 결과로 비로소 옷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성서는 이와 동시에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각을 가지게 된 것이 옷의 출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이 자신을 인식하게 된 최초의 징표는 벌거벗었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이는 옷이 사후적으로 인간에게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에 속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벌거벗음이라는 관념은 옷에 대한 인식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옷이란 것이 존재하기도 전에 옷에 대한 관념을 얻은 것일
까? 아마도 태초의 인간이 이미 신의 옷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창세기의 신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인간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인간이 선악과를 먹고 알게 된 것은 자신이 신을 닮은 존재라는 것, 그런데도 신과 달리 옷을 입지 못하고 벌거벗은 상태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옷을 입고자 하는 욕망은 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 신에 더 접근하고자 한 데서 나온 것이라고 성경은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86~87쪽)
이솝우화에서 야생의 삶과 인간에게 예속된 삶의 대비는 동물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원예사에게 잡초는 잘 자라고 생기가 있는데, 가꾼 채소는 왜 아무리 물을 주고 돌봐주어도 약하고 잘 시드는지 물었다. 원예사는 놀라운 답을 준다. 대지의 여신에게 잡초는 친자식이고, 인간이 심은 채소는 의붓자식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생명력은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난 야생 속에 있다는 것을 우화는 말하고 있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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