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공주문화원 확성기가 어김없이 소녀의기도,엘리자를위하여..등등 매일듣는 음악을 또 들려주고 있다...그래도 싫증나지않음은 비록 음질이 매끄럽지 않더라도 이 촌놈 심금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악들이라서 ...(하기야 당시 나는 `소녀의기도와 엘리자를위하여`를 구분못할정도로 음악적 소양이 낮은 수준이었기에...더 감동했는지도 모르지만..)
벌써 공주에 온지도 두어달이 되어가는데..
나는 헐렁한 새교복, 새모자가 아직 어색하고..촌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하숙집은 학교에서 오십미터도 안되는 요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근에는 우리반 반장이었던 신용철이와 이관희가 살고.....
용철이는 큰키에 매우 다정다감한 친구다. 아침등교시간에 하숙집 담장너머로 빨리 나오라는 용철이와 관희의 목소리를 가끔 들으면서..나는 친구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녀석들의 목소리가 게으른 나를 재촉할때마다 나는 더욱 꾸물거리면서 하숙집 앞마당에 활짝핀 라일락향기를 즐기는 여유까지 부렸으니...
난 초,중등시절엔 早老한 哲人(?)이었다. 때문에 나는 방과후 학교 공부를 해본적이 없었으며 그래서 입학원서 쓸때마다 부모님은 어려움을 겪었고...결국 나는 서울에서 학교다니는 형들과 합류하지 못하고 공주로 오게되었는데...
이런 내가.. 분발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소망에 힘입어 목좋은 곳 학교앞에 하숙집을 정하게 된것이다 ..그것도 독방으로..
그러던 어느날.. 옆방으로 한쪽어깨에 힘을 많이 주고 다니는 학생이 이사를 왔는데 이름이 김용호라나 뭐라나...좌우지간 녀석은 폼을 그럴싸하게 잡고다니면서 나를 애숭이정도로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전과가 있는 내가 보기엔 그도 논산 촌녀석일뿐이엇고..우하하하.. (용호..기억하냐?..요즘 치안 유지에 얼마나 수고많냐?)
몇일후...우리하숙집엔 또다른 변화가 있엇는데...그것은 덩치큰 3학년 선배가 나의 하숙집에서 나와 식생활을 같이하게되었다는 ...그런데 문제는 그가 지독한 골초라는 거였다.매일같이 식사때마다 찾아오는그선배..그가 내방에서 체류하는 시간이면 하숙방은 자욱한 담배연기에 ...그뿐이랴..하숙방 내책상서랍안에는 그가 보관해달라고한 소주병과 담배곽으로 가득..
그러나 그선배는 인간미가 물씬풍겨서 참좋았다..게다가 그는 매일같이 나에게 하루일을 재미있게 보고(?)하곤 햇는데 특히 여고생들과 연애한 내용은 더욱 소상하게 알려주었다.그때마다 나는 입맛만 다시고...내가 보기에 저녁밥을 먹고 나면 그선배 보충수업받으러 가진않고 맨 연애만하러 다니는게 아닌가 할정도로...
이관희..나의 열성팬..그는 정보통였다..덕분에 나는 공주지역 연예계 소식에 밝은 편이었고..역시 대전에서 중핵교를 다닌녀석이라 그런지 매사 기민하고 사고가 전향적이었는데..특히 이성에대해서는 더 그랬던것같다...관희는 덩치가 크지않았어도 매끈한 몸매에 일학년중에서는 최고를 자랑하는 가슴근육이 나를 항상 부럽게했고...
하루는 관희하고 탁구장엘 갔는데 녀석 수완이 좋아 어느새 사진관집 고명따님하고 어쩌구저쩌구하더니 같이 탁구게임을 하자는게아닌가...이촌놈 그 말에 쑥스러워서 하숙집으로 줄행랑을 놓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해 봄에는 우리주위에서 관람불가영화를보았다던가 남녀학생이 교제했다하여 안좋은일이 여러번 발생했었다.그렇다고 하더래도 나는 바보였었나보다.퇴학을 당하더래도 탁구는 치고 왔어야하는건데...
아뭏든 어수선햇던 그해 사월과 오월...나는 집을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이래서 나는 반죽동 시대를 조기에 마감하고...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달라고 강력히 주문하셧던 아버지의 뜻을 뒤로한채..멀고 먼 옥룡동으로 ...나의 오랜 반려자 이관희와 함께 떠나게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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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 되니 용철이..관희...너희들 생각이 많이 난다..
근데 왜 훈육지도국어선생님이 갑자기 떠오르지?
그해봄에 `청춘예찬`을 읽으면서 `너희들도 이제곧 어른이되니까 미리 담배꼬나물고 다니지말라`하시던.....
...윤사월 해길다 꾀꼬리울면 외딴집 산지기 눈먼처녀사...이 싯구는 왜 또 생각이나누?
아..금년은 윤사월이 끼어잇구먼..글구 용철이때미 훈육선생님두 생각난 거로군....
그나저나 .....어느날 갑자기 증발하듯 사라진(?) 용철아...그리고 3년동안 나에게 잘보이려고 그리도 많이 재롱부렸던 관희야...보고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