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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해석 및 시 맛있게 읽기 스크랩 오페라의 유령/ 강인한
은하수 추천 0 조회 6 14.03.22 21:0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페라의 유령/ 강인한

 

 

노래의 날개 위에 극장이 있고

도취의 하늘이 거기 떠있었다


내 사랑의 깊이는 지옥보다 깊어서

오, 두려워라

저 푸른 심연을 소라고둥처럼 내려가고

내려가면 거울의 방

소용돌이 속에 떴다 가라앉고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는 섬이었다


갈채는 거미줄이 되어

샹들리에를 휘감아 흔들더니

내 심장이 터질 듯 슬픈 날이었다

우레처럼 떨어져 산산 조각이 난 샹들리에

죽음의 오페라는 막을 올리고


나는 가면을 벗을 수 없었다

눈부신 삶을 노래하는

디바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절망에 입맞춘 내 입술로 지옥의 사랑을

하소연해도 부질없을 뿐


이제 나의 노래는 어둠 속에

삐걱이는 층계와 벽 속에 숨어 있느니

그대가 바라보는 거울 뒤에 숨어 있느니

춤추며 노래하는 그대여

그대의 발길을 희미한 꿈결로 따라갈 뿐

그림자처럼 거미줄처럼.


- 시집『강변북로』(시로 여는 세상,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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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행을 따라 찬찬히 읽어가다 보면 장면 장면들이 속속 뇌리에서 전개된다. 물론 뮤지컬이나 영화를 본 사람에 한해서다. 그리고 이 시는 시인이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푸른 심연'(부제 오페라의 유령)이란 제목으로 2002년 발표한 것을 일부 개작하여 재발표한 작품으로 알고 있다. ‘강인한’ 팬텀의 모습을 강인한 시인은 ‘서정적 자아’로 잘 그려냈다.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 소설가 가스통 루르가 지은 100년 전 소설이다. 이 소설을 앤드류 로이드가 화려한 뮤지컬로 올려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가 되었고, 조엘 슈마허 감독은 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다시 영화로 만들었다. 강인한 시인은 영화를 보고서 감동적인 장면을 중심으로 한 편의 시에 이를 녹였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음악의 천재 에릭(팬텀)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라울 간에 펼쳐지는 러브스토리를 담은 세계적인 명작이다. 하지만 연애뿐 아니라 적당한 긴장과 공포를 유발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이기도 하다. 난 영화를 먼저 보고 최근 뮤지컬을 보았지만 듣기로는 뮤지컬이나 영화보다도 소설이 훨씬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다고들 한다. 영화와 뮤지컬에서도 쿵쿵대는 음악과 함께 심장이 벌떡벌떡 뛰고 소름이 돋는 대목이 몇 번 있었는데, 소설에서의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 시인은 시로 갈무리해 두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미 발표했던 시를 다시 손을 본 것인데 원작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만 해도 지금까지 수차례 뮤지컬이 장기공연 되었고, 지금도 공연장에선 거대한 샹들리에를 매일 객석으로 추락시키고 있으니 ‘오페라의 유령’은 진행형의 전설이라 해도 지나친 수사가 아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독자와 관객들에게 사랑이란 억지로 쟁취되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면서 사라져가는 것도 참사랑이란 사실을 일깨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앤드류 로이드 위버의 음악이 재미의 중심이고 감동의 핵심이다. 지금 대구에서는 타임지가 “신이 내린 선물”이라며 극찬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팀이 내한 공연 중이다. 나는 어쩌다 그저 끼어 보긴 했지만 할인을 감안하더라도 호락호락한 티켓가격이 아니므로 돈이 아깝지 않을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덮어놓고 선뜻 권하지는 못하겠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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