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청정상에서 본 한계령의 운해>
일 시 : '10. 10. 9~10.10 (1박2일)
날 씨 : 맑음(기온 11도)
인 원 : 2명(우리부부)
코 스
- 1일차 : 남교리 십이선녀탕 주차장~(4.2km)~복숭아탕~(4.4km)~대승령~(6.0km)~귀떼기청
- 2일차 : 귀떼기청~(1.6km)~한계령갈림길~5.4km~중청대피소~(0.6km)~대청봉~(5 km)~오색
* 도상거리 27.2km, 산행시간 19시간 50분
오랫만에 다녀온 비박 산행 길, 설악산 서북능 위에서 물이 떨어져 두끼를 사과 반쪽으로 떼우고 길에서 주운 물 한모금으로 갈증을 달래며 걸었지만 너무 아름다운 설악의 모습에 고생마저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지리산 종주 산행을 다녀온지도 두달이 지났다. 주말마다 산행은 하고 있지만 박산행 생각에 몸이 근질거린다. 쾌청한 가을 날씨가 산행 하기에도 그만이고 더 추워지기 전에 설악을 다녀오려고 집사람을 부추겼더니 흔쾌히 좋단다.
<산행첫날>
산행 기점인 남교리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알아보니 시간이 안 맞는다. 토요일 아침 승용차로 집을 떠나 남교리에 도착하니 09:45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낭을 정리하여 09:55 12선녀탕계곡으로 출발한다.
종주 계획을 짜면서 가장 필요한 필요한 샘터정보를 찾아 보니 이 구간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은 12선녀탕계곡 끝지점과 귀떼기청 계곡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정도 외에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계곡의 단풍>
계곡길을 20분쯤 오르니 산록이 단풍으로 서서히 물들고 있다. 지난주에 갔었던 치악의 나뭇잎은 단풍도 들기전에 누렇게 말라가던데 이곳은 싱그러움을 간직한채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복숭아탕>
11:38 복숭아탕에 도착 사진을 찍는다. 복숭아탕이라 모양이 닮았서 그리 부를텐데 이리저리 살펴봐도 잘 모르겠다. 나중에 사진을 자세히 보니 중앙에 뾰족나온 바위가 복숭아 꼭지를 닮았다.
물이 맑고 수량도 풍부하다.
<복숭아탕 상부 등산로>
등산로 초입에는 가을산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로 북석였는데 복숭아탕에 오니 등산객이 많이 줄었다. 초입의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오는 중간 계곡에서 쉬다가 돌아가는 관광객인 모양이다.
<용탕>
<복탕>
계곡을 오를 수록 단풍은 색이 더 진해진다. 오랫만에 보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계곡 상류를 향해 걷는다.
12:46 남교리 기점 6.5키로 지점에 도착해서 점심 식사와 휴식을 한다. 메뉴는 김밥 두줄에 사과 하나 좀 단촐하다 싶으나 배낭 무개 때문에 더 가져가기도 어렵다. 물도 2.5리터만 가져 왔으니 가는 도중에 보충해야 한다.
<안산 능선의 쉼터>
13:55 안산 능선끝에 있는 쉼터에 도착한다. 쉼터에는 대승령 방향에서 온 산객들이 휴식 중이다. 오름길에 많은 등산객들을 마주쳤으나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등산객은 볼 수가 없다.
선녀탕 계곡 상류를 오르면서 식수를 찾아 봤으나 마땅치가 않다. 샘 같은 곳은 보이지 않고 계곡수를 채워야 하는데 집사람이 못 마시겠단다. 남은 물로 귀청 계곡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오른다.
<가리봉, 주걱봉>
쉼터에 20여분을 더 가니 전방의 시야가 터지면서 가리봉과 주걱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제부터 설악산 서북능이 시작되는가 보다. 서북능과 안산의 사면도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있다.
산행 네시간째 귀청 서북쪽 안부까지는 앞으로 네시간 이상을 더 가야 한다.
<대승령>
14:32 안산 안부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대승령에 도착한다. 여기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서 내려가면 장수대다. 귀청 방향으로 30분 정도를 가니 괘 높은 철계단이 막아선다. 십이선녀탕 주차장에서 이곳까지는 잘 다듬어진 길이 계속 이어졌는데 갑자기 등산로가 험해지고 산세도 보통이 아니다.
<1408봉 오름길에 본 서북능선>
<1408봉 정상>
17:00 1408봉에 도착한다. 대승령에서 1시간 30분거리에 위치한 봉우리로 대승령과 귀청의 중간지점에 있다. 암릉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험하고 오르 내림이 심하지만 위험 구간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계속되는 오르내림 길에 체력이 소진되어 예상보다 진행속도가 더디다. 힘이드니 물도 더 마시게 된다.
<귀청 서쪽 사면>
<1408봉 내림길>
18:20 경 귀청 직전에 있는 1456봉 안부에 도착 한다. 어둡기 전에 오늘의 목적지인 귀청 안부에 도착 하려고 발길을 재촉해 보지만 능선을 넘기 전에 날이 어둡기 시작한다. 랜턴을 착용하고 30여분을 더 걸어 18:50경 귀청 안부에 도착하니 사위 분간이 안 될만큼 어둡다.
비박 장소를 찾아 조금 더가니 등산객 두명이 비박을 준비하다가 우리를 보고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적당한 비박 장소를 찾는다 하니 옆에 있는 공터를 알려 준다. 돌을 치우고 바닥을 정리한 후 갈잎을 따 바닥에 깔고 텐트를 치고 배낭을 푼다.
비박 준비를 끝내고 물을 확인하니 두세모금 목 축일 정도의 물 밖에 남지 않았다. 계곡 아래쪽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길을 찾아 보니 날이 어두워 보이지 않고 물소리로 가늠해 보니 거리도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 오늘 저녁은 사과 한개와 쏘세지 작은거 두개로 떼워야 하겠다. 옆에 묵는 산객들도 물이 떨어졌다 한다.
<비박장소>
<산행 둘째날>
땀도 씻지 못하고 불편한 잠자리에서 선잠을 청하다가 눈을 뜨니 05:30이다. 일어날까 하다가 30분 정도를 더 누워 있다가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귀청 정상에 렌턴 불 빛이 반짝인다. 한계령을 출발한 산객들이 귀청 정상에 도착한 거 같다.
텐트를 걷고 짐을 정리하는데 등산객들이 옆으로 지나간다. 몇시에 출발했냐고 물었더니 한계령에서 03:00에 출발했다 한다.
06:40 출발 준비를 마치고 귀청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오르는 길에 계곡쪽으로 연결된 등산로를 찾아보니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물이 흐르는 계곡까지의 거리도 30~40분은 내려가야 할거 같아 이곳에서 계곡물을 이용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귀청 정상에서 본 한계령 정상의 운해>
귀청을 향해 20분 정도를 오르니 허기가 느껴진다. 남은 사과 하나와 빵 한개를 나누워 먹고 마지막 남은 물로 축인다.
07:20 귀청 정상(1,557m)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북능선과 점봉산 한계령 정상의 운해가 장관을 연출한다. 힘을 들여 산을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다.
<귀청정상>
07:20 귀청 정상에서 한계령 갈림길을 향해 내려 간다. 계속 이어지는 너덜길이 걷기는 힘들지만 특이한 귀청의 경관을 만들어 낸다. 너덜 지대에는 공단에서 야광봉으로 길 표시를 해 났다.
한계령 갈림길 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의 거리로 이 정도는 물이 없어도 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 한계령 갈림길에서 물을 구할 수 없으면 대청까지의 종주를 포기하고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다.
<한계갈림길 방향 귀청 내림길>
한계령 갈림길을 향해 1시간 정도 내려가는데 너덜 길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뒤에서 집사람이 부른다. 왜 그런데 너덜길 바위틈을 가리킨다. 뭔데 뱀이라도 있나 해서 보니 조그만 생수병이 떨어져 있다. 물병을 들어 보니 반병 정도 남았다. "심봤다".
뚜껑을 열어보니 마셔도 될거 같아 둘이서 반씩 묵을 축인다. 살거 같다.
<백운동 계곡 상부에서 발견한 샘>
08:38 꽤 넓은 공터가 있는 한계령 갈림길 안부에 오니 "취사 야영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취사, 야영금지" 경고판이 있다면 근처에 샘이 있을 것도 같다. 백운동 계곡쪽을 바라보니 능선이 완만한게 물을 찾을 수 있겠다.
페트병 하나를 들고 백운동계곡 방향으로 10분 정도를 내려가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나는 곳을 향해 조금 들어가니 작은 골에 물이 졸졸 흐른다. 적당한 장소를 골라 20분 정도 물길을 내고 흙물을 걷어내니 식수로 쓸만한 샘이 만들어 졌다. 물을 먹어보니 차고 맛도 괜찮다.
물 한병을 들고 능선으로 올라오니 집사람이 물 한병을 얻어 놓랐다. 등산객에게 물으니 원래 샘은 반대쪽 도둑바위골 계곡에 있단다. 어째든 물을 구했으니 이곳에서 아침을 해결 하기로 한다.
빈 페트병 6개를 들고 계곡으로 다시 내려가 물을 받아오니 떡라면이 다 끓었다. 샘을 찾고 물 떠오느라 두번 왕복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렸다.
10:30 떡라면으로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대청봉을 향해 출발한다. 물 다섯병을 챙겼으니 중청까지 가는데 지장이 없겠다.
<아침식사>
<한계령 갈림길>
10:38 한계령 갈림 길이다. 이 곳에서 대청봉까지는 백두대간 구간으로 거리는 약 6키로 지금 우리의 컨디션으로는 4시간 이상 소요될 거 같다.
첫댓글 서북능선을 내가 함께 걷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산행기에 흠뻑 빠졌다네.
50줄에 부부가 함께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것은 축복이니 익경씨에게 고마워하게^^
"힘을 들여 산을 올라야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다"
젊은날 산에 오르면서우리끼리 주고받던 말이라 공감이 가네.
아름답고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주욱 이어지길 바라네. 힘!!!!!!
이왕이면 읽은 사람이 참고가 될 수 있게 자세히 적으려고 노력하내, 집사람 최고라고 생각하내
집인가 보내 나도 정리하고 의정부로 출발해야지
저도 다음주 수요일에 귀떼기청봉 감니다만, 동네 산악회에서...^^...
한계령에서 귀청 올랐다가 장수대로 내려오는 하루코스가 딱 좋은것 같더군요
즐거운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우와~~ 정말 멋집니다~
저번주에 울산바위 다녀왔는데 이곳에 비하면 뒷산 이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