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역사 소설로 칭송받는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오브리 - 머투린' 시리즈의 두 번째 권 『포스트 캡틴』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나폴레옹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던 19세기 초, 해상의 패권을 쥐기 위해 영국, 프랑스, 에스파냐 등 유럽 강대국의 해상 전투가 끊이지 않던 바다를 무대로, 해군 대위 잭 오브리와 군의관이자 자연학자 스티븐 머투린의 활약상을 사실적이면서도 격동적으로 그려낸 「마스터 앤드 커맨더 시리즈」는 첫 권이 1970년 출간된 이후, 저자의 유작을 포함하여 총 21권의 '오브리 - 머투린' 시리즈가 인기리에 출간되었다. 그 사이 작품 해설과 저자에 대한 평전이 일곱 편이나 쏟아져 나올 만큼 넓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저자 패트릭 오브라이언은 유수 언론으로부터 호메로스, 제인 오스틴, 톨스토이와 비견될 만큼 뛰어난 작가로 칭송 받아 왔다.
19세기 유럽의 시대상을 능수능란하게 다룬 작품.
작품의 배경은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 해전이 있기 불과 2년 전인 1803년이다. 당시의 유럽은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기 직전으로서, 대륙은 폭풍 전야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해상에서는 이미 패권을 거머쥐려는 해군들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적국의 배를 나포하고 배에서 얻어지는 전리품이 곧 장교과 선원들의 부로 축적이 되던 시기였기에, 명예와 부를 모두 거머쥐기 위한 야심가들이 해상에서 끊임없이 충돌했다. 하지만 해상 전투를 위해서는 범선이라는 세심하고 복잡한 무기를 사용해야만 했다. 돛의 개수와 위치, 조절 능력에 따라 속도와 방향, 심지어는 전투의 성패가 좌우되었다. 때문에 작품 속 해상전에는 범선에 대한 이해와 세밀한 고증이 필수적이다. 이런 이유로 범선에 관한 소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저자 패트릭 오브라이언은 『넬슨 시대의 해군』이라는 책을 출간할 만큼 역사, 해양, 과학, 의학에 정통해 있었다. 또한 영국 해군의 아메리카 대륙 원정을 했던 조지 앤슨 제독을 주인공으로 한 여러 작품을 발표했을 만큼 해양 소설에 관한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 그의 해박한 지식과 고증을 바탕으로 씌어진 「마스터 앤드 커맨더 시리즈」는 마치 그 시대를 체험하는 착각이 들 만큼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씌어졌다. 이를 증명하듯 《뉴욕타임스》는 그의 작품에 대해 "19세기 유럽의 철학적, 정치적, 성적, 사회적 시대상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필력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극찬을 하였다. 이번에 한국에 정식 출간된『마스터 앤드 커맨더』에서 독자들은 무려 350여 개에 이르는 주석을 만나게 되는데, 번역자 이원경씨는 역자 후기를 통해 "독자는 이 소설을 접하는 순간, 해일처럼 밀려드는 온갖 지식의 홍수에 압도될 것이다."라며 작품 속 방대한 지식에 경탄하였다.
실존 인물을 모델로 집필된 흥미진진한 해양 모험 소설
작품 속 탁월한 전략가이면서도 용맹한 함장 잭 오브리는 영국의 전설적인 해군 함장인 토머스 코크레인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가 몰던 함선 스피디 호는 작은 전투함이지만 코크레인 함장의 지휘로 단기간에 50여 척 이상의 적함을 나포하고, 자신보다 3배나 크기, 승선 인원, 화력이 강력했던 대형 군함 엘 가모와 맞서 싸워 승리한 영국 해군사에 전설적인 전투 성과를 낸 인물이다.
여기에 패트릭 오브라이언만의 박진감 넘치는 해상 전투 장면과 독특한 인물들을 배치하여 극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해전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흡인력을 과시한다. 자신의 배를 추격하는 대형 전투함을 따돌리기 위해 펼치는 항해술, 적군의 방심을 노려 승리를 거머쥐는 작전, 위기의 순간에서 정체를 숨기기 위해 펼치는 전략 등은 해전만의 즐거움을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또한 평론가들로부터 셜록 홈즈와 왓슨으로 비유되는 잭 오브리와 스티븐 머투린 콤비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저돌적이고 용맹한 잭 오브리와 이성적이고 평화적인 스티븐 머투린의 첫 만남에서부터 장대한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두 인물의 동거동락은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로부터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