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기 흡혈귀’에 대한 연재를 읽은 교우 한 분이 고맙게도 절약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렇지요! 아무리 심각성을 깨닫고 알고있다 하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구체적으로 삶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부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평범한 가정의 한 달 전기세는 보통 2만 원 정도 합니다. 만약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누진세가 붙어서 10만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각 가전제품의 전력소모량은 텔레비전이 70~100와트(W), 컴퓨터가 200~400W, 냉장고가 300~500W, 에어컨이 1,000~2,000W 정도입니다.
이 통계를 보면 냉장고 문을 왜 빨리 닫아야 하는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왜 꺼야 하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왜 여름에 에어컨을 절약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전기 1킬로와트(Kw)의 값은 54원인데, 에어컨을 마구 써버리면 누진세가 붙어서 1Kw에 무려 606원이나 됩니다.
전기제품을 쓰지 않을 때 전기의 피를 빨아먹는 콘센트를 빼야 하는 것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덕목입니다.
다음은 수도요금입니다. 수돗물을 절약하는 집이라면 수도료가 보통 한 달에 1만 원 정도 나옵니다. 우리나라 수도료는 1톤에 704원입니다. 독일은 1톤에 2,000원 정도 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물을 아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한 달에 수도료를 2만 원 이상 내는 집이라면, ‘물을 펑펑 쓰고 있는 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물값이 싼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물을 ‘물 쓰듯’ 써 버립니다.
휴대폰 천국인 우리나라의 통신료는 4인 기준 한 가정에 보통 십 오만에서 이십만 원 정도 나옵니다. 그런가하면 또 우리 허리를 휘게 하는 걸 넘어서 부러뜨리는 비용이 교통비입니다. 경차를 타시는 분들은 한 달에 십만 원 정도 들고, 중형차를 타시는 분들은 이십만 원 정도 들어 갑니다.
사람이라면 또 먹고 살아야지요! 라면만 먹는다고 해도 한 달에 9만 원 듭니다. 네 식구가 김치하고 라면만 먹어도 36만 원이 든다는 이야기지요. 거기다가 아이 학원에 보내지요. 교육비가 아무리 안 들어도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소요됩니다. 헌금해야지, 교무금내야지, 또 성당 지으면 신축금내야지. 최소한 한 달에 1백5십만 원이 있어야 사람처럼 살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교우들에게 헌금 안 낸다고 화낼 일이 아닙니다. 여기다가 대학생이 있으면 4~5백만 원 들어가는 등록금에, 아프면 병원 가야지, 정말 우리 교우들 불쌍하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절약이라는 구호는 온데간데없고 국가 전체가 흥청망청 낭비하고 있습니다. 밤거리를 환히 비추는 불빛만 생각해 봐도 낭비천국입니다.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우리나라처럼 밤거리가 휘황찬란한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독일은 73년, 78년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독일이 살 길은 절약밖에 없다며 에너지의 40퍼센트까지 절약을 해서 오늘의 통일 독일을 일구어 냈습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독일이 태양과 풍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나아가는 데는 평생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을 설득한 국회의원 한 사람의 공이 컸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기댈 곳이라곤 없는 국민들이 앞장을 서야 합니다. 저에게 글을 보내 주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천주교신자들이 변해서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키면 참 좋겠다.”고….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 교우들이 에너지 절약 선봉에 섭시다. 다음에는 에너지 절약을 통해 성공한 나라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