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전북 진안 운일암반일암 계곡으로 천하장군 이백열다섯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마침 그날은 초복이기도 해서 더위를 피할 겸 시원한 운일암반일암 계곡가 식당에서더덕과 복분자를 넣어 만든 닭불고기로 몸보신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예정보다 길어진 장마로 출발하는 날까지 비가 많이 내려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막상 진안에 도착해보니 움직일 때는 비가 안 오면서 오히려 구름낀 날씨가 무덥지 않아 좋았고, 계곡가 식당 평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는 비가 내려 운치있는 풍경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어 여행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완주 화암사 답사는 비 때문에 변경을 했습니다. 안도현 시인이 ‘잘 늙은 절집’이라고 노래한 화암사는 소박하지만 운치있는 사찰입니다. 하지만 절로 향하는 산길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야 해서 비가 온 바로 뒤에는 바위가 미끄러워 안전이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진안으로 바로 내려가 백운면 원촌마을, 일명 ‘흰구름마을’과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를 방문했습니다. 흰구름마을은 대한민국의 간판마을 1호입니다. 2007년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지역 통째로 박물관사업’이 진행되면서 간판을 교체하고 아름다운 마을로 탈바꿈되었지요.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도착한 흰구름마을은 한적하고 평화롭기만 합니다. 마을 어귀 정자에 할아버지들이 모여 앉아 계시는 조용한 마을을 우리는 천천히 둘러봅니다.
저 멀리 산위에 둥둥 떠 있는 구름을 배경으로 가게 지붕 위에 올라앉은 흑염소가 인상적인 ‘희망건강원’, 흰구름 마을과 딱 어울리는 ‘흰구름할인마트’, 소박한 ‘로얄미용실’과 ‘가보세 이용원’, 간판구조물이 멋진 ‘백운농기계수리센터’ 등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합니다. 오래 전에 쓰던 전화번호를 따서 육번집으로 불리다 아예 이름이 돼버린 ‘육번집 식당’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머물러 온 마을의 흔적을 느끼게 하기 충분합니다. 소박하지만 정감있는 흰구름마을이 마을과 딱 어울리는 간판들과 함께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가끔은 이렇게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도 평화로운 정취를 나눠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흰구름마을에서 차로 10분 정도를 이동하면 계남정미소에 도착합니다. 이름도 생소한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는 정미소를 인수해, 박물관으로 꾸며 설립한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김지연 박물관장은 정미소, 구멍가게, 방앗간 등 사라져 가는 우리의 생활사와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입니다. 전라도 지역 곳곳의 정미소를 찍어 사진전을 열기도 한 김 관장은 예전에 마을공동체의 구심체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한 정미소를 박물관으로 만들면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문화공간으로 가꿔가고자 노력한다고 합니다.
박물관에서는 수시로 기획전시를 하는데 마을 주민들의 결혼사진, 가족사진 또는 지역의 할머니가 간직해온 개인 소장품도 훌륭한 전시아이템이라고 합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정미소기계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고 한 켠에는 사진전시도 하고 있습니다. 김 관장으로부터 친절한 설명을 듣고 정미소기계와 사진전을 둘러보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한바퀴 돌아보니 이 곳이 마을 사람들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참 흔치않은 보석같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지원 하나 없이 개인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니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곳이 곳곳에 많아질 때 우리의 문화역량도 더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지겠지요.
박물관을 나와 마침 오일장이 서는 진안시장에 잠시 들렸다가 운일암반일암 계곡으로 향합니다. 계곡입구로 들어서니 그새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 집채만 한 바위덩이 사이로 옥빛 계곡물이 휘돌아 흐르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시원하고 장쾌한 모습에 가슴까지 시원해집니다.
우리는 계곡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 위치한 식당의 야외 평상에 앉아 바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맛있게 점심식사를 즐겼습니다. 오전에 뜸하던 비가 이제사 쏟아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붕달린 평상에서 식사를 하니 오히려 비 오는 풍광이 즐겁기만 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전국에 단 하나뿐인 것으로, 식당 사장님이 직접 개발한 메뉴라고 합니다. 워낙 음식솜씨가 좋으셔서 밑반찬도 하나하나 맛이 좋아 회원들이 다들 만족해 하셨습니다. 시원한 수박과 후식으로 내준 복분자식혜까지 먹고 나니 마음도 몸도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다 계곡 옆 정자로 내려가 굽이치는 계곡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으며 운일암반일암 계곡에서의 한때를 즐겨봅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마당이 운치있는 옛터민속박물관에 들려 차 한 잔 하며 오늘의 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무더위를 피해 피서여행으로 기획한 이번 답사에 길어진 장맛비로 맘고생 하셨던 회원들도 일부 있었는데, 다행히도 아무 탈 없이 즐겁게 마무리되어서 참 감사한 일입니다. 모두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여행매니아인 회원들, 언제나 천하장군을 성원해 주시는 회원님들 덕분입니다.
길어지는 장마에 몸과 마음 관리 잘 하시고, 8월 태백으로 떠나는 해바라기와 귀네미마을 답사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첫댓글 비때문에 마음과 몸 모두 고생하였지요?
운일암반일암 계곡의 경치를 잊을 수가없습니다.
오래도록 생각이 날것 같습니다.
잔잔히 써 내려간 답사 후기에 새삼 놀라고있습니다. 명품입니다.
귀네미마을 배추밭은 지금부터 기다려집니다.
항상 느끼는 점입니다만 초록별님의 답사후기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극히 자연스러움의 매력이랄까?
또 참석치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곳에 함께한듯
완벽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