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듯 지도를 보는 일은 재미있다.
일일이 발품팔아 다니지 않아도 축지법 쓰듯 손가락 하나로 전국방방곡곡을 유람하니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곳에는 산이 있고, 강이 있고, 바다가 있다.
등고선과 평야가 있고, 마을이 들어서 있으며 그 틈새를 헤집고 모세수로(毛細水路)가 골골(谷)을 파고들고 있다.
등고선의 출렁거림을 따라 작은 산길들이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기어가고 있다.
나는 그렇게 앉아 한참이나 만리를 유영(遊泳)한다.
그러나 딱 집어 어디를 가고자하면 정확히 집히는 목적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우선순위는 이동거리가 가까운 곳.
그렇게 어물쩍 찾은 곳이 송도반도의 암남공원 언저리다.
암남공원에서는 서구 트레킹 숲길과 송도해안볼레길, 갈맷길 4-1구간이 지난다.
송도해수욕장~암남공원주차장 해안탐방로는 ‘갈맷길’이자 ‘볼레길’이기도 하고, ‘부산국가지질공원’의 주요 코스이기도 하다.
수 천만 년 전 형성된 퇴적암과 용암이 굳어 형성된 현무암, 지각변동으로 생긴 단층까지 볼 수 있는 야외 지질박물관이지만 지금은 폐쇄되어 답사가 불가하다.
장군산(將軍山 152.1m)은 옛날부터 군(軍)과 무관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고증되지 않았지만 장군산은 정운(鄭運 1543~1592) 장군과 관련이 깊다.
서구청이 발간한 ‘송도 100년’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부산포에서 왜선 100여 척을 격퇴하고 돌아갈 때 그의 휘하에 있던 정운 장군이 흉탄에 맞아 쓰러졌다.
자신의 이름에 붙은 ‘운(運)’자가 몰운대의 ‘운(雲)’과 음이 같다며 “이곳이 내가 죽을 장소”라고 최후를 예감했다는 것.
그런 그를 기려 후세 사람들이 부산포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을 장군산이라고 불렀다.
진정산 정상은 군부대가 자리 잡아 오를 수 없었다.
군부대는 원래 지형도에 표시되지 않는 법으로 지형도만 읽다 출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看過)하고 만 것.
진정산 기슭으로 난 숲길을 따라 장군산에 오른 뒤 능선을 타고 진정산을 넘어 회귀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진정산을 오르기 위해 진정산 둘레를 돌아가며 오름길을 기웃거려 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뒤늦게 남쪽 입구에서 헬기장(△143.3m)까지 등로가 그어져 있는 것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서 확인하였다.
지금은 미리 준비했던 ‘陳廷山 144.7’ 표지기만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나뒹굴고 있다.
궤적
큰 지도.
진정산을 찾으며 왕복하다 10여km를 걸었다.
고도표.
<산길샘>
<참고> 2012년 국제신문.
<참고> 2018년 국제신문.
<참고> 부산일보.
휴일, 허리 불편한 아내를 집에서 쉬게하고 느지막히 혼자 집을 나섰다.
오래전에 한번 다녀왔던 송도반도의 암남공원 언저리의 장군산과 진정산.
진정산 표지기는 호기롭게 장만하였으나 준비부족으로 어설픈 산행이 되었다.
진정산(陳廷山 144.7)의 한자는 자료를 뒤적여 어렵사리 찾았으나 통제구역으로 출입불가하였다.
네비엔 '암남공원공영주차장'. 주차비는 8,000원(4시간 30분)이었으니 비싼 편.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나날이지만 휴일을 맞아 널따란 주차장에 차들이 꽉 찼다.
갈맷길(4-1구간) 안내도와...
이정표가 기리키는 방향.
계단을 오른다. 이 길은 '송도해상케이블카'와 '송도용궁구름다리' 가는 길.
계단을 오르자 포장길 입구의 네온 안내판에 구름다리는 강풍으로 '입장통제'라는 안내가 뜬다.
암남공원 안내도와...
명품 그린웨이 '송도해안볼레길' 안내판.
입구에서 100m 지점에 '송도용궁구름다리' 매표소가 있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송도용궁구름다리’는 ‘동섬’을 잇는 다리 이름이다.
옛날, 송도해수욕장 송림공원에서 거북섬을 연결했던 추억 속 ‘송도구름다리’가 암남공원에서 ‘동섬’을 잇는 현대판 ‘송도용궁구름다리’로 재탄생했다.
길이 127m, 폭 2m의 송도용궁구름다리에서는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함과 바다 풍광, 기암절벽이 빚어내는 천혜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동섬은 송도반도의 동쪽에 있어 붙은 이름. 그 섬에 송도용궁구름다리가 개설되었다.
이제 송도반도의 남단 두도전망대로 가기 위해서 갈맷길을 따른다.
동쪽 사면은 가파른 사면으로 창녕 '개비리길'이나 문경 '토끼비리'를 닮았다.
공을 들인 산책길은 출렁다리를 출렁출렁 건너며...
여러 갈래로 조성되었다.
이정표의 두도전망데크를 따른다.
바다를 향한 벼랑에 초소가 있다. 나는 50여년 전 이런 곳에서 해안경비를 섰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데크전망대.
아래 해안으로도 데크가 설치되었다.
이 전망대는 '동백나무길 전망대'다.
망망대해.
산책길 옆으로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어 동백나무길이다.
트인 곳 해안가의 불그족족한 바위는 퇴적암으로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것.
데크 쉼터...
안내판이 있는 곳은...
식수가 있는 포구나무쉼터.바다로 나간 남정네의 무사귀환을 기다리며 여인들이 기도를 한 곳이란다.
희망정 갈림길을 만나면...
커다란 하트 조형물이 있는 이곳엔 구부러진 소나무가 있다. 기억나무란다.
돌아보는 희망정 방향.
암남공원 안내도에서...
사각정자쉼터 건너 두도전망대 방향.
아까본 지질공원.
당겨 보았다. 나중에 확인하니 이 해안을 따라 데크 산책로가 있으나 지금은 폐쇄되었다.
부산국가지질공원의 안내판.
두도전망대에 닿았다. 송도 반도의 남단 끝자락인 셈.
남해바다가 펼쳐지는 가까이에 섬하나.
두도다.
두도(頭島)를 주민들은 '대가리섬'이라 불렀다고 한다.
두도 일대에는 백악기시대의 공룡화석이 발견되어 학술적 조사를 받았고, 지금은 새들의 낙원이란다.
'불의 신이 사는 호수 - 두도'라는 부산국가지질공원 안내판.
서쪽으로 구평 두송반도가 뻗어나와 있다.
되돌아 나와 기억나무에서 좌측으로...
빙 도는 길.
산책길은 잘 정비된 길. 다만 휴일 탐방객이 많아 갑갑한 마스크를 올려 쓰느라 고역이다.
계속 좌측으로 에돌면 암남공원후문 가는 길이지만 나는 희망정을 가기 위하여 우측으로 오른다.
희망정 방향.
임도를 따랐다.
'외눈박이'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
숲길 안내판.
화장실이 있는 방향 임도는 다시 두도전망대 방향.
나는 희망정을 오르기 위해 초소가 있는 산길로 올랐다.
산꼭대기(132.2m)의 정자가 희망정.
급조한 표지기를 걸었다.
내려서는 길은 바다가 보이는 구불구불한 데크길. 휠체어도 오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름은 '열매의 길' 전망대.
구불구불 데크.
임도에 내려서서 올려다본 데크.
커다란 건축물은...
케이블카 터미널.
당겨본 케이블카터미널과 스카이하버전망대.
용궁구름다리 매표소를 지나고...
공원 입구에서 아스팔트 150여m 전방에 진정산 들머리(↖)가 있다.
시내버스 정류장은 '암남공원'.
정류장 앞 곡각지점에...
진정산등산로 입구가 있다. 실제는 '진정산등산로'가 아니고 '진정산둘레길'이라 해야 맞다. 오를 수 없는 진정산이니 하는 말이다.
좌측 사면으로 장군산을 올라선 뒤, 내려올 때 능선을 타고 진정산으로 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건 지형도만으로 잡은 나의 어설픈 계획이었고, 실제는 진정산 둘레만 뺑뺑 돌다 하산하였다.
장군산 체육공원이 1.7km.
진불사 갈림길을 지나고...
감천만 냉동·냉장공장을 내려다 본 뒤...
어린 편백숲을 지나...
널따란 평지로 빠져나온다.
예비군주차장이다.
장군산/ 진정산의 안내도.
테니스장 옆으로 예비군 교장으로 오르는 길.
잔디가 깔려...
어떤이가 골프채를 들고 못본 채한다.
헬기장이 있는 민둥 고스락이 장군산이다.
영도 봉래산이 뽕긋.
살짝 당겨보니 가까이에 송도해수욕장과 거북섬이 보인다.
진정산의 모습. 이때까지도 아무것도 모른 채 진정산 능선을 타고 갈 계획이었다.
북쪽으로 살짝 내민 봉우리는...
천마산인 듯.
진정산 우측으로 두송반도.
당겨본 감천만과 구평 두송반도. 구평은 우리 친구의 고향이어서 어릴 적 많이 드나든 곳이다.
다시 되내려온 에비군 훈련장. 목진지 전투장이란다.
능선으로 가기 위하여 무심코 직진방향으로 올랐더니...
에쿠~ 군부대 정문이 버티고 섰다. 나는 철망 울타리 옆으로 조금 들어가다 돌아서고 말았다.
진정산을 오를 수 없었다면 군부대 입구 정자 옆으로해서 올 때와 반대쪽으로 돌 껄 그랬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라 진정산을 오를려고 서쪽 능선으로 올랐다가 철조망과 경고판을 보았다.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고 하지 않았나?
당겨본 철조망과 경고판.
아까 진정산등산로 입구에 닿았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는 이 어디쯤에서 삼각점봉까지 트랙이 그어져 있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
대신 반대방향 산책길을 따라, 이제는 진정산을 왼쪽 어깨에 짊어졌다.
그렇게 10여분이 조금 넘자 초소가 있는 도로.
이 포장도로의 끝은 군부대후문이다. 결론은 아무리 뺑뺑 돌아도 진정산은 진정코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돌아와...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하늘로 떠가는 케이블카는 나의 이런 상실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하기만 하다.
암남공원 주차장 한켠에 선 갈맷길 4코스와 부산 국가지질공원안내판과...
갈맷길 4코스(남항대교~낙동강하굿둑).
해안누리길과 송도구름산책길 안내판이 있다.
그런데 해안산책로의 입구가 폐쇄되어 있어 의아해 했더니...
안내판엔 '2020년 호우와 태풍으로 파손되었고, 지금은 사유지로 인하여 복구가 지연되고 있다'한다.
꼭 봉따묵기만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목적한 산행의 계획이 어긋날 때의 상실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철저하지 못한 계획으로 애시당초 실현 불가능했으니, 누굴 탓하랴.
허벅지와 장딴지에 불거진 가는 힘줄을 보며 덤으로 걸은 길이 보너스였음을 애써 자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