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도해(芙蓉道楷 ?-1118) 스님은
중국 북송때 조동종의 위대한 선사인데
이 스님은 청백하고 도행이 높아
총림은 물론이요 도속(道俗)이 존경하므로
당시 대관다론을 쓴 휘종 황제가
두번이나 청하여 법을 듣고자 해도
황제의 영을 받지 않았답니다
이에 포대인으로 알려진 포중이
황제의 뜻을 받아 자가사(紫袈娑)
즉 금란가사와 당호를 보냈음에도
이를 받지를 않고 되돌려 보냅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기가 유명한 선사라 하더라도
고맙게 받을 것인데 몇번 보내도
여전히 사절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그 벌로 귀양을 가게되어 몇년동안
귀양살이를 하였는데
그 곳에 수백 명의 학도들이 모여
스님 밑에서 공부를 하게 되니
황제는 뉘우치고 화엄선사라는
절 이름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 뒤 스님은 잔병없이 입적하였는데
이런 시를 남겼답니다
내나이 이미 칠십육인데 吾年七十六
세상인연 이제 다 하였네 世緣今已足
살아서 천당을 바라지 않고 生不愛天堂
죽어서 지옥도 두렵지 않네 死不怕地獄
손놓고 삼계 밖에 몸을 두니 撒手橫身三界外
등등임운에 무엇에 구속되리 騰騰任運何拘束
ㅎㅎ
며칠전 택배라고 전화가 와서
서울 인왕산 아래 푸른 기와집에서
설날 선물 배달을 부탁받았다며
아무날 가면 되겠는가를 묻습니다
내 생전에 처음으로 그런 전화를 받으며
덕이 없는 내가 무엇을 받으랴 싶어
사양을 할까 하다가 아무 소리 안하고
택배회사의 사정에 맞추어 오라 하였군요
전화를 끊고서 나같은 사람에게
도무지 무엇을 보낼 일이 아닌데
하도 거짓을 밥먹듯하는 세상이다 보니
택배를 가장한 허위 전화가 아닐까
혼자 궁시렁대기도 하였습니다
정말 택배가 오면 사진을 박아
영원히 삼등짜리 하는 이 말 스타일처럼
학?실하게 여러분들께도 보여 드릴랍니다
또 어제와 오늘은 공주 경찰서장님이
타임지로 떠나가고 새로 부임한다하여
오실수 있는가를 묻기에
어제 오늘 두번 서장실에 출석을 하여
환송하고 환영하는 인사를 하였는데
부용 도해스님의 행적에 비추어
너무 몸을 가벼이 움직이는게 아닌가
염려가 되는군요
요즘 종종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칠십여섯을 살다 가신 스님처럼
그 나이까지 살수 있을 것인지
또한 설령 살기는 산다 하더라도
세간에 못난 모습 보이지나 않을런지.
공부 밑천은 장만해 두지 못하고
허울만 근사한 가사 장삼으로 둘러싸고
세간에 빚만지고 사는것은 아닌지.
부처님 성도하신 날
조촐하게 모여 오신 분들과
지장예문으로 참회 기도하고
영단에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돌아간
우공과 저공과 계공과 압공등
이미 백사십만수를 넘었다고 하는
축생과 조류를 위해 관음시식으로 천도재를
같이 모시고 축원하였습니다
나는 아직 삼계에 걸려있는
자유롭지 못한 몸이니 그렇다 치고
부용도해스님은 천년전 사람이지만
꿈속에서라도 이미 삼계를 벗어나
등등임운 임운등등하는 대도사가 되셨으니
돌아간 영가들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대성 인로왕 보살 역할 하시라고
어거지를 써 보겠습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