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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팔관재계(八關齋戒)
출가 수행자의 삶과 함께하려는 염원
2016-04-14 덕문스님
기본오계에 ‘사치경계’ 내용 더해
단 하루라도 출가자의 마음으로
수행하고 정진할 것을 권장한 계
팔관재계는 ‘팔관일재계’라고 하며 여덟가지 계와 하나의 재가 합쳐져서 계목이 이루어져 있다. 재가신도가 수지하는 오계에 ‘꽃다발을 쓰거나 향을 바르지 말라’ ‘노래하고 춤추고 풍류 잡히지 말며 그 곳에 가서 구경하지도 말라’ ‘높고 큰 평상에 앉지 말라’는 세 가지 내용을 포함한 여덟가지 계목이 팔관(八關)이 되고, ‘때 아닌 때에 먹지 말라’는 1재가 된다. 즉 기본 오계에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을 경계하는 내용을 더했으며 비록 재가에 있으나 출가수행자의 마음으로 수행하고 정진할 것을 권장한 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팔관재계는 사미십계 가운데 ‘불착지생상금은보물(不捉持生像金銀寶物, 금·은·보석을 손에 쥐거나 갖지 말라)’이라는 계목 하나를 빼고 나머지 아홉가지 계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가인은 생산 활동을 해야 하고 가업을 번성시키며 삼보께 공양하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재력을 갖추는 일은 중요하므로 이 계목을 제외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팔관재계일은 매월 음력으로 8일·14일·15일·23일·그믐 전날과 그믐날을 육재일이라고 하는데, 이 육재일에 여덟가지 계를 받아서 하루 낮 하루 밤을 지키는 것이다. 이 몸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켜야 하는 구족계와 미래세계가 다하도록 지킬 것을 발원하는 보살계와는 지키기를 서원하는 기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 팔관재계는 아침에 계를 받고 다음날 아침까지 지키는 것으로 지계기간을 삼는다. 이 아침의 기준은 자신의 손바닥에 있는 손금이 확인되는 시점을 ‘명상출’이라 하는데 이 시간까지 지키게 되면 지계(持戒)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계를 지닌 공덕으로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난다고 수계공덕을 설명하고 있다.
팔관재계는 매달 육재일인 6일을 지켜야 하지만 계율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부족한 한국불자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재일에 해당되는 날 오후와 저녁을 절에 머물게 되므로 부부와 자녀가 함께 계를 받아 청정하고 지혜롭게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수행방법을 익히고 실천할 수 있으면 온 가족이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며 높은 신뢰로 화목한 가정을 꾸려갈 수도 있다.
육재일에 팔관재계를 받는 사람은 다음의 두 가지를 꼭 알아야 한다. 첫째, 팔관재계를 받기 전에 과거의 모든 죄업을 참회하여야 한다. 둘째, 팔관재계를 받고 난 뒤 육재일을 지켜야 한다.
첫째 항목에서 과거의 모든 죄업을 참회하게 한 것은 과거의 허물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각오로 살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독이 묻어 있는 그릇에 음식을 담게 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담아도 독이 되는 것처럼 좋은 계법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참회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과거의 잘못을 단절하고 선한 일에 한 걸음 나아가려면 계를 받고 지키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둘째 항목에서 육재일을 지키라 한 것은 계를 지키는 힘을 지속시키기 위함이다. 아무리 적은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선신이 보호하고 어려움을 자기발전의 소중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육재일이라도 청정하게 지키려고 노력하게 되면 점차 여법하고 청정한 불자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팔관재계는 출가하지 못한 불자가 하루라도 스님들처럼 정진해서 생사문제를 해결하고 열반을 성취하는데 목적을 두고 만든 계법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 수행을 통해 헐떡이는 마음을 쉬고 청정하고 검소한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면 긴 인생의 여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아갈 토대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연있는 불자들 가운데 임종염불을 부탁하면 팔관재계를 수계하는 일이 빼놓지 않고 하게 되는데 수계 후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수계법이 중생의 행복을 위해 널리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하루 먹지 않는 계를 지키고 그 만큼의 공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일도 동체대비를 실현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불교신문3194호/2016년4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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