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봄
김춘기
흑해 연안 눈이 녹고, 키이우에 봄이 왔다.
하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미사일 불꽃만 만발이다. 탱
크 장갑차 무한궤도가 하늘도 구겨진 도시 언저리를 진종일
밟고 있다. 전투기 굉음이 쏟아지자 화염과 함께 무너지는
교외 화력발전소 높은 굴뚝, 탄흔 가득한 국립 중앙병원 수
술실 바닥 깨진 링거병 조각조각들, 강변 애기동백 꽃잎처
럼 흩날리는 젊은 병사들의 붉은 비명, 교문 곁 제일 큰 자
작나무 밑동에 몸 숨긴 교복 차림 꼬맹이들 새파란 울음, 그
앞에 겉장 찢긴 역사 교과서 꼭 쥐고 누워있는 선생님 시신,
카시오페이아자리 별빛 두어 줄기 깔린 국경선 쪽으로 향하
는 심야 숨죽인 피난민 행렬 발자국소리
봄에도 우크라이나엔 겨울만 가득하다
졸병, 전방 일기
겨울 철책선에서 홀로 경계 서던 병사
종일 사격과 각개전투, 수류탄 던지기 훈련으로 졸음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까마귀 울음이 산굽이 돌고, 고추바람
이 콧등 베어도 눈꺼풀은 연신 내리 덮였다. 정적이 잠깐 흐
르고 눈 번쩍 뜨는 순간, 손전등 불빛과 함께 당직사관이 눈
앞에 멈춰 있었다. 병사는 얼른 '아버지 예수님 이름으로 기
도합니다, 아멘'을 외쳤다. 당직사관의 부드러운 손길이 어
깨에 닿으며, 큰형님 같은 미소가 나를 감쌌다.
너, 지금
기도했구나
부모님 편찮으시니?
《현대사설시조포럼- 늦은 답서》 2024. 고요아침
첫댓글 <졸병, 전방 일기> 읽으면서 두아들 전방 근무 할 때 힘들었을 아이들 마음과 당직사관이 따뜻한 마음이 교차합니다.
전방은 내륙이라 겨울은 겨울대로 춥고 여름은 여름대로 너무 더운 곳인데 전방에 근무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