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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文選 제31권
표전(表箋)
1.연호를 고침을 하례하는 표[賀改年號表]
2.남만과 통화함을 하례하는 표[賀通和南蠻表]
3.건왕에게 위박을 제수함을 하례하는 표[賀建王除魏博表]
4.하 봉 공주 표(賀封公主表)
5.황소의 도당을 죽임을 하례하는 표[賀殺黃巢徒伴表]
6.초적 천능을 처참했음을 하례하는 표[賀處斬草賊阡能表]
7.경궐을 수복함을 축하하는 표[賀收復京闕表]
8.황소를 죽인 것을 축하하는 표[賀殺黃巢表]
9.덕음을 내리심을 하례하는 표[賀降德音表]
10.회가하는 날 가악을 올림을 불허하심에 대해 하례하는 표[賀廻駕日不許進歌樂表]
11.신라 하정 표(新羅賀正表)
12.만수절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萬壽節起居表]
13.하례하는 표[賀表]
14.물장(物狀)
15.신년(新年)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年起居表]
16.하례하는 표[賀表]
17.물장(物狀)
18.우 기거 표(又起居表)
19.하례하는 표[賀表]
20.물장(物狀)
21.천안절을 하례하는 표[賀天安節表]
22.하 등극 표(賀登極表)
23.휘호 받음을 하례하는 표[賀受徽號表]
24.신년을 하례하는 표[賀年表]
25.동지(冬至)를 하례하는 표[賀冬表]
26.하절표(賀節表)
27.팔관회를 하례하는 표[賀八關表]
28.새해에 기거를 하례하는 전[賀年起居牋]
29.하례하는 전[賀牋]
30.동지(冬至)에 기거를 하례하는 전[賀冬起居牋]
31.하례하는 전[賀牋]
32.생일에 기거를 하례하는 전[賀生日起居牋]
33.하례하는 전[賀牋]
34.새해를 하례하는 표[賀年表]
35.새해의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年起居表]
36.하표(賀表)
37.새해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年起居表]
38.동지(冬至)를 하례하는 표[賀冬表]
39.팔관회를 하례하는 표[賀八關表]
40.국학(國學)에 행행(行幸)하심을 하례하는 표[賀行國學表]
41.새로 왕비(王妃)를 맞으심을 하례하는 표[賀新納王妃表]
42.천청절을 하례하는 표[賀天淸節表]
43.동전 기거 표(同前起居表)
44.하례하는 표[賀表]
45.물장(物狀)
46.팔관회 선랑(仙郞)의 하표[八關會仙郞賀表]
47.신년의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年起居表]
48.하표(賀表)
49.왕태자가 책봉받음을 하례하는 전[賀王太子受冊牋]
50.하 책 왕태자 표(賀冊王太子表)
51.함성절일 하 표(咸成節日賀表) -함성절(咸成節) 날 하표(賀表)-
52.수기절일 하전(壽祺節日賀牋)
53.하 신설 표(賀新雪表)
54.교방(敎坊)에서 팔관(八關)을 하례하는 표[敎坊賀八關表]
55.신정(新正)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正起居表]
56.하표(賀表)
57.물장(物狀)
58.성절의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聖節起居表]
59.하표(賀表)
60.방물표(方物表)
61.성절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聖節起居表]
62.하표(賀表)
63.방물표(方物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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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전(表箋)
1.연호를 고침을 하례하는 표[賀改年號表]
최치원(崔致遠)
신(臣) 모(某)는 아뢰나이다.
금월 모일 진주원(進奏院) 장보(狀報)를 보니, “11일에 내리신 조칙(詔勅)을 받들매 광명(廣明) 원년(元年)을 중화(中和) 원년으로 고친다.” 하셨습니다.
귀성(龜城)에 의(義)를 펴시고 봉기(鳳旗) 천자의 기년(紀年)의 이름을 바꿔 아름다운 연호가 역서(曆書)에 새로워지고 즐거워하는 소리가 온 세상에 떨치니, 신 모는 진실로 기뻐 날뛰고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나이다.
신(臣)이 삼가 살피옵건대, 왕제(王制 《예기(禮記)》의 편명에 이르기를, “가을에 천자가 서쪽 지방을 순수(巡守)하여 전례(典禮)를 명하고 시(時)ㆍ월(月)ㆍ일(日)을 상고하며 율(律)을 통일한다.”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첫 가을이 시작할 때 만승(萬乘)께서 지방을 순찰하시어 금교(金郊)에 숙살(肅殺 가을)의 바람을 일으키고, 옥루(玉壘 촉(蜀)나라의 산 이름)가 순유(巡遊)의 땅에 응하게 하시고는 드디어 규례를 따라 바르게 시행해서 이에 조명(詔命)을 내려 연호를 고치셨나이다. 또 《대대례(大戴禮)》에 이르기를, “중(中)은 천하의 대본(大本)이요 화(和)는 천하의 달도(達道)이니, 중화(中和)에 이르면 천지가 제자리를 잡고 만물이 발육된다.” 하였나이다. 그러므로 한(漢)나라 익 주자사(益州刺史) 왕양(王襄)이 문인(文人) 왕포(王褒)로 하여금 중화악직선포시(中和樂職宣布詩)를 지어 임금의 덕을 노래해서 기로(耆老)들이 전송(傳誦)하게 하였나이다. 하물며 성조(聖朝)에 미쳐서는 일찍 신악(新樂)을 편제(編制)함에 있어 2월 화창한 철을 택하여 팔풍(八風 팔방에서 부는 바람) 조창(調暢)의 음악을 널리 선포해서 길이 아름다운 화제(話題)를 징험케 하였으니, 실로 융성한 국운(國運)에 맞는다 하겠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신총예 인철명효(聖神聰睿仁哲明孝) 황제폐하께서 보위를 이으시어 황도(皇道)를 크게 천양(闡揚)하심에 있어 장차 묘를 감화 복종시키려고[格苗] 잠시 되[狄]를 피하시니, 바람이 비로소 땅위에 행하는 《주역》의 상(象)을 징험할 수 있고, 해가 다시 하늘 한가운데 빛나니, 아름다운 상서(祥瑞)가 이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년(紀年)에 여유가 있고 제시한 법에 결함이 없으니, 제업(帝業)의 중흥은 멀리 전한(前漢)ㆍ후한(後漢)을 초월하고 민심의 흡족함은 가까이 원화(元和)ㆍ태화(太和)를 계승하리이다. 이로써 지상의 만물이 소생하고 중국과 오랑캐가 열복(悅服)하여 옛날 신작(神雀)ㆍ황룡(黃龍)의 상서를 덮어놓고 하청(河淸)ㆍ해안(海晏)의 시기에 응하였습니다. 저 조그마한 반도(叛徒 황소(黃巢)의 무리)들이 떠들썩 휘파람 불며 모여서 우연히 반란의 우환을 일으키다가 바로 벌판에서 주륙 당하였습니다. 미구에 서행(西幸)의 거둥을 돌려 곧 바로 동봉(東封)의 예를 거행하게 되리이다.
신이 이제 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왔으니, 반드시 의(義)대로 행하겠습니다. 몸이 병선(兵船)에 실려 있으면서 마음은 검각(劍閣 촉(蜀)의 산 이름)에 달려가고 있으니 어서 적도(賊徒)를 토벌하여 승리의 소식을 아뢰어 성대(聖代)를 하례하고자 하나이다. 초수(楚水)에 다다라 혼(魂)이 날[飛]듯하여 하늘에 조회할 때를 기다리며, 진운(秦雲 진은 당나라의 서울 장안(長安))을 바라보니 눈이 빠질 듯하여 해를 받듦을 기약하나이다.
영광스럽게 조반(朝班)에 참렬하여 행재(行在)에 축하하지 못하옴에 한편으로 기뻐 춤추며 한편으로 떨려 황공함을 금할 길이 없어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하나이다.
[주-D001] 최치원(崔致遠) :
고병(高騈)의 종사관으로서 대작(代作)한 것임, 이하 같음.
[주-D002] 귀성(龜城)에 …… 펴시고 :
귀성은 성도(成都)의 별칭(別稱)인데, 희종(僖宗)이 황소의 난을 피하여 그곳으로 파천하였다.
[주-D003] 장차 …… 피하시니 :
주(周)나라 태왕(太王)이 적(敵)의 침입을 당하자, “토지를 보전하기 위하여 백성을 죽일 수 없다.” 하고 피하여 갔다. 여기서는 당나라 희종이 황소의 난에 파천한 것을 말함.
[주-D004] 바람이 …… 있고 :
《주역》관괘(觀卦)에, “바람이 땅위에 행하는 것이 관(觀)이니, 선왕(先王)이 이 때문에 지방에 순시하여 민정을 살핀다.” 하였다.
[주-D005] 해가 …… 빛나니 :
파천하였던 임금이 다시 수복하여 환도(還都)한 것을 말한다.
[주-D006] 제업(帝業)의 …… 초월하고 :
전한(前漢)이 왕망(王莽)에게 망하였다가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가 다시 중흥시켰다.
[주-D007] 민심의 …… 계승하리이다 :
원화는 당나라 헌종(憲宗)의 연호(年號)이며, 태화는 문종(文宗)의 연호인데, 반역한 번진(蕃鎭)들을 많이 평정하였다.
[주-D008] 신작(神雀)ㆍ황룡(黃龍)의 상서 :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에 천하가 태평하여 신작(神雀)과 황룡이 나타났다.
[주-D009] 하청(河淸)ㆍ해안(海晏)의 시기 :
황하(黃河)는 탁한 물인데, 한번 맑으면 성인(聖人)이 난다 하며, 해안은 주 성왕(周成王) 때에 남방의 월상국(越裳國)에서 사신을 보내어 와서, “근자에 3년 동안 바다에 풍파가 없으니 아마도 중국에 성인이 있음인가.” 하였다.
[주-D010] 동봉(東封)의 예 :
옛날에 천하가 태평하면 황제가 동으로 태산(泰山)에 올라가서 성공한 것을 하늘에 고하고 옥첩(玉牒)을 묻었는데 이것을 봉선(封禪)이라 한다.
2.남만과 통화함을 하례하는 표[賀通和南蠻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신이 진주원(進奏院) 장보(狀報)를 보니, “입남만통화사(入南蠻通和使) 유광유(劉光裕) 등이 운남(雲南)에서 돌아와 화친했음을 아뢰고, 겸하여 도서와 금은기물(金銀器物)ㆍ필단(疋段)ㆍ향약(香藥)ㆍ말 등을 진헌하였다.” 하였나이다.
천위(天威)가 멀리 떨치시어 성사(星使)가 빨리 돌아와, 밖으로는 어리석고 안으로는 간사한 무리들을 감화하여 예물을 받들고 주옥(珠玉)을 드리는 예(禮)를 다하게 하였사오니, 덕이 이미 만고에 뛰어나고 은택이 사이(四夷)에 흡족하온지라. 신 모가 진실로 기쁘고 기뻐서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주(聖主)께서 정벌(征伐)을 도모하심에 있어서는 먼저 화(和)를 씀을 귀히 여기는 것이요, 먼 나라 사람이 귀화(歸化)해 온 것은 의(義)를 범함이 상서롭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일은 권도(權道)를 좇음을 귀히 여기고 덕은 치욕을 참는 것을 자료로 하므로 무슨 말이든지 다 메아리처럼 응답을 해서 예(禮)의 원칙을 어기지 않는가 하나이다.
또한 남만(南蠻)이 일찍이 딴 계략을 가지고 오랫동안 변방의 우환이 되어오다가 몇 해 전부터 중국을 집적거리면서 유독 조공(朝貢)의 성의를 표시하지 않았사온데, 열진(列鎭)이 지금 군사를 징발하여 갑자기 남방 정벌의 역(役)을 일으킨 터에 그들이 허(虛)를 탈까 염려되어, 난(亂)의 계속함을 막기 어려운 형세였습니다만, 이제 사신이 천자의 조서를 받들고 먼 땅으로 가자 곧 이리의 마음[狼心 역적의 마음]도 성덕(聖德)에 감화되어 길이 황은(皇恩)에 순종하였습니다. 이는 황제폐하께옵서 원래 옛 임금들을 법받아 백성을 자식같이 여기시어 나쁜 것을 감춰주고 티[瑕]를 숨겨주는 것으로 묘책을 삼고 군사를 함부로 움직이고 무력을 남용함을 경계하시어 이해(利害)를 밝게 알리고 올바른 기미(羈縻)의 도리를 잃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므로 머나먼 지방이 조공(朝貢)을 닦고 나그네들이 인(仁)에 귀화하게 되어 마침 이 다사(多事)한 시기에 이미 태평의 징조를 보았으니, 저 남만은 실로 개[狗]의 후손인 족속인데도 오히려 이렇게 완미(頑迷)한 성질을 고쳤는데 하물며 개 처럼 미약한 역적 황소(黃巢) 따위의 무리를 박멸함이야 무엇이 어려우리이까. 이에 대첩(大捷)을 보고하여 길이 중흥(中興)을 아뢰오리니 성덕이 요ㆍ순보다 뛰어나고 우ㆍ탕보다 앞섰사오니, 오악(五岳)을 정원으로 삼고 사해(四海)를 연못으로 삼으실 것입니다. 아, 성대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일이여, 이것이 모두 성덕의 소치(所致)로소이다.
신(臣)이 전번 교주(交州)에서 외구(外寇)를 막고 촉군(蜀郡)에서 병마(兵馬)를 통솔했을 때 처음은 마원(馬援)과 같은 토벌하는 형세를 전개하다가 뒤에는 수하(隨何)처럼 세유(說諭)하는 기틀을 만들어, 우러러 황위(皇威)를 의지하여 대강 장수로서의 방략(方略)을 펴던 바, 오늘의 이 소식을 듣자오니 앞서의 마음이 이루어졌음을 기뻐하나이다.
신이 국경 수호의 임직(任職)에 있어 행재(行在)에 가서 축하는 올리지 못하오나, 성덕(聖德)을 치하하고 성은(聖恩)을 그리워하여 기뻐 날뛰며 황공함을 금할 길 없사온지라,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陳賀)하나이다.
[주-D001] 성사(星史) :
사신(使臣)이다. 한(漢)나라 때에 촉중(蜀中)에 이태(李邰)가 천문을 잘 보았다. 조정에서 사신 두 사람을 촉중으로 파견하였다. 그들이 암행(暗行)으로 가다가 이태의 집에 유숙하였다. 이태가 별을 쳐다보더니, “사성(使星)이 촉중으로 향하여 이동하였는데, 당신들이 서울을 떠날 때에 혹시 그런 소문을 들었는가.” 하니 두 사신은 놀랐었다.
[주-D002] 나쁜 …… 주는 것 :
《좌전(左傳)》에, “아름다운 구슬은 티를 감추고 있으며 나라의 임금은 더러운 것을 포용한다[瑾瑜匿瑕國君含垢].” 하였다.
[주-D003] 기미(羈縻) :
옛날 중국의 외국에 대한 정책을 기미(羈縻)라 한다. 그것은 짐승에게 고삐를 매어 난동하지 못할 정도로 해두고 친근히 하지는 아니한다는 말이다.
[주-D004] 남만은 …… 후손 :
상고(上古)에 제곡고신씨(帝嚳高辛氏) 시대에 견융(犬戎)이 침입하므로 영을 내리기를, “견융의 장군의 머리를 가져오는 자가 있으면 딸을 주리라.” 하였다. 반포(盤瓟)라는 개가 견융의 장군의 머리를 물고 있으므로 딸을 주었더니 반포기 딸을 데리고 오계(五溪)의 남산 돌구멍 속에 가서 살아서 그뒤에 자손이 번성하여 남만(南蠻)이 되었다.” 한다.
[주-D005] 마원(馬援) :
한(漢)나라 때에 남만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마원이 가서 평정하였다.
[주-D006] 수하(隨何) :
초한(楚漢)시대 한(漢)이 수하를 보내어 경포(黥布)를 달래서 초를 배반하고 한(漢)에 오게 하였다.
3.건왕에게 위박을 제수함을 하례하는 표[賀建王除魏博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진주원(進奏院) 장보(狀報)를 보니, “2월 22일에, 건왕(建王)을 개부의 동삼사겸 태보충 위박절도사(開府儀同三司兼太保充魏博節度使)에 임한다.”는 은제(恩制)가 계셨다 하옵니다.
유성(維城 종자(宗子))의 풍성한 덕이요 분봉(分封)하는 특수한 영광이온데, 멀리 곤외(閫外)의 근심을 나누시니[分憂] 실로 온 세상의 경사이옵니다.
신(臣)이 듣건대, 주실(周室)에서는 왕족의 번영을 인지(麟趾)로 노래했고, 한대(漢代)에서는 황자제(皇子弟)의 분봉(分封)을 견아(犬牙)에 비하였사오니, 진실로 친족에 어진이가 있어야 하늘의 총애와 부탁을 받을 수 있다 하겠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건왕께서는 선(善)을 낙으로 삼으시니, 높은 데 있어도 위태롭지 않으시며, 글을 좋아하여 이미 재주가 많다고 소문이 있으신데 표(表)를 올리어 시험하기를 구함[求試]에 어찌 부끄러우리까. 이제 업(鄴)은 상진(上鎭)이요, 위(魏)는 큰 이름이라, 반석(盤石)같은 종국(宗國)을 마련코자 분봉(分封)의 총명(寵命)을 내리시니, 어지 홀로 장수(漳水 위나라 서울에 있음)가의 민속(民俗)이 멀리 은혜와 위엄의 덕을 입게 될 뿐이겠습니까. 길이 해내(海內)의 모든 백성들이 다 덕업(德業)을 노래할 것입니다.
신이 번진(藩鎭)을 지키는 책임 때문에 행재(行在)에 가서 축하는 하지 못하옴에, 한편 기쁘고 한편 황공함을 금할 길 없사와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陳賀)하옵니다.
[주-D001] 곤외(閫外)의 …… 나누시니[分憂] :
임금이 지방의 일을 근심하여 신하에게 지방을 맡겨서 근심을 나눈다는 뜻이다.
[주-D002] 한대에서는 …… 비하였사오니 :
한(漢)나라 때에 제후(諸侯)를 봉건(封建)하여 지방의 한계를 정할 때에 이웃나라끼리 지형이 서로 교착(交錯)되어 개의 어금니[太牙]가 맞물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 서로 견제하게 하였다.
[주-D003] 위(魏)는 큰 이름이라 :
춘추 시대에 진(晉)나라 필만(畢萬)에게 위(魏)를 봉하여 주니 태사(太史)가 말하기를 “위(魏)는 대명(大名)이다.” 하였다. 위(魏)는 높고 크다는 뜻으로, 외(巍) 자와 서로 통한다.
[주-D004] 반석(盤石)같은 종국(宗國) :
황족(皇族)의 자제를 지방에 분봉(分封)하여 두면 황실이 반석처럼 든든하다는 말이다. 《사기(史記)》에서 나온 말이다.
4.하 봉 공주 표(賀封公主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진주원(進奏院) 장보(狀報)를 보오니, 지난해 12월 14일에 칙지(勅旨)로 황제의 제11매(妹)를 수령공주(遂寧公主)에, 장녀를 당흥공주(唐興公主)에, 차녀를 영평공주(永平公主) 에 봉하여, 경궐(京闕)을 수복한 뒤에 예(禮)를 갖추어 책봉(冊封)의 의식을 거행하기로 한다고 하였습니다.
옥엽(玉葉)이 꽃답게 피어 금근거(金根車)의 총명(寵命)을 받았습니다. 상서로운 기운이 하늘에 엉기고, 환성(歡聲)이 온 누리를 흔드니, 신 모는 진실로 기쁘고 기뻐서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립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수령공주께서는 유순한 덕으로 상서를 귀매(歸妹)의점(占)에서 징험하였으며, 당흥공주와 영평공주께서는 옹화(雍和)한 명예로 강빈(降嬪)의 전(典)으로 경사를 받자왔습니다. 항아(姮娥)를 월궁(月宮)에 짝하온 듯, 무녀성(婺女星 여자를 상징하는 별)의 정기를 받은 듯, 청춘(靑春)이 활짝 피어 빛이 공중에 드리운 듯하옵니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옵서 가정을 바로잡고 나라를 다스리시며 몸을 공손히 하고 어버이를 공경하시어 황실의 특별한 은혜로써 규중(閨中)에 아름다운 총명(寵命)을 내리시고도 어가(御駕)가 밖에 계시므로 황도(皇都)를 수복하지 못하였다 하여 정식으로 궁중에서 오리는 책봉(冊封)의 예(禮)를 토벌이 성공할 때까지 기다리신다 하오니, 임금의 은혜를 받듦에 영광이 구족(九族)에 흐뭇하고 임금의 풍화를 공경함에 기쁨이 사방에 두루 비치나이다.
신이 번진(藩鎭)을 지키는 직책에 제한되어 행재(行在)에 축하는 하지 못하오나, 날뛰고 춤출 듯한 지극한 기쁨을 걷잡을 수 없사옵기에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하옵나이다.
[주-D001] 금근거(金根車) :
금근거는 신하는 타지 못하는 것인데, 공주는 탈 수 있는 수레이다.
[주-D002] 귀매(歸妹)의 점(占) :
《주역(周易)》의 귀매괘(歸妹卦)는 임금의 여동생을 시집보내는 괘다.
5.황소의 도당을 죽임을 하례하는 표[賀殺黃巢徒伴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진주원 장보를 보니, “북로군(北路軍) 전정난군절도사(前定難軍節度使) 척발사공(拓䟦思恭)과 보대군절도사(保大軍節度使) 동방규(東方逵) 등이 의군현(宜君縣) 남방에서 역적 황소의 도당 2만여 명을 살육하고 적장(賊將) 외 3천 명을 생금(生擒)하였음을 상주(上奏)하였고, 봉상절도사(鳳翔節徒使) 이창언(李昌言)이 서울에 적도가 무너져 흩어진 사실을 상주하니, 6월 13일에 황제께서 선정전(宣政殿)에 납시어 의장(儀仗)을 배설하고 재신(宰臣)과 백관의 하례를 받으시는 식(式)을 끝내었다.” 하였습니다.
예모(睿謀)가 멀리 봉행(奉行)되어 승리의 보고가 빨리 진주(陳奏)됨에 의장을 갖추신 엄연한 황위(皇威)에 재신들이 엄숙하게 의식을 갖추니 하늘에는 기쁜 기운이 떠오르고, 땅위에는 환성이 가득합니다. 이에 신 모(臣某)는 진실로 기뻐 손뼉을 치며 머리를 조아리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역적 황소가 흉도(凶徒)들을 불러 모아 며칠동안을 빌려 살면서 흉모(凶謀)를 기르기를 날이 부족하다 하고 포학을 믿고 하늘도 속일 수 있다 하여 감히 개미떼같이 보잘것 없는 무리를 몰아 누차 웅비(熊羆)같은 무적의 대군을 항거하였으니, 이는 자작(自作)의 얼(孼)인지라, 죄를 어찌 도망하오리까.
척발사공ㆍ동방규 등이 몸이 중요한 벼슬자리에 있고, 손에 중대한 병권을 쥐어 기운이 벌써 저 준동하는 무리들을 삼키고, 임금의 노하심[赫怒]을 풀고자 뜻하여 육보(六步)ㆍ칠보(七步)에 병졸을 가지런히 몰고 좌지(左之)ㆍ우지(右之) 전과를 거두어, 들에서 싸워 맹위(猛威)를 떨침에 도적들이 풀속에 숨을 수 없고, 벌판에서 사로잡아 용맹을 날리매 형세가 마른 풀을 태움과 같아, 적도들의 낯가죽을 베끼고 목구멍을 찧[舂]었을 뿐 아니라 머리와 목을 주렁주렁 묶었나이다. 하물며 이창언(李昌言)은 기하(歧下)에 진(鎭)하고서 서울을 정찰하여 저 우담(虞譚)의 매(鷹)가 모이는 상서를 알아채고 사광(師曠)처럼 새 소리가 즐거움을 분변하여 속히 길보(吉報)를 날려 멀리 신총(宸聰 임금의 귀)에 달하게 하였사오니, 곧 역적을 잡아 주륙할 때를 보아 국가를 중흥할 운(運)을 이룩할까 하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신총예 인철명효(聖神聰睿仁哲明孝) 황제폐하께옵서는 삼극(三極 천(天)ㆍ지(地)ㆍ인(人))을 이루시고 구주(九疇)를 펴시와 진위(震位)에 나서 백성들에 임하시매, 요 임금의 해를 뵈옵는 듯, 먼 지방에 파천하시어 자기를 책망하시되 더욱 순 임금의 풍을 나타내시고, 잠시 길렀던 군사를 수고시키고 멀리 인현(仁賢)한 장수를 위임하시어, 이미 역당을 주륙하고 이에 축하식을 거행하였사오니, 탁금강변(濯錦江邊)에 이미 노을[霞]이 채장(綵仗)에 펴진 것을 보고 창룡궐하(蒼龍闕下)에 어가(御駕)의 방울소리가 뇌성처럼 우렁찬 것을 들음에 아직 개가(凱歌)는 못 불렀어도 기뻐 춤추지 않을 수 없나이다.
팽성(膨城) 들의 길이 오래 막히어 성난 머리카락이 하늘을 찌르오나, 진(秦)나라 땅의 벌판을 바라봄에 티끌이 거의 다 사라졌으니, 수심의 눈썹이 이미 펴집니다. 신이 진수(鎭守)에 구애되어 행재(行在)에 축하하지 못하옵고, 한편으로 기뻐 춤추고 한편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와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하나이다
[주-D001] 예모(睿謀) :
예(睿)는 임금에게 찬사(讚辭)로 쓰는 말인데, 예모는 임금의 꾀란 말이다.
[주-D002] 자작(自作)의 …… 도망하오리까 :
《서경(書經)》에, “하늘이 지은 얼(孼)은 오히려 면할 수 있지마는 제 스스로 지은 얼은 면하지 못한다.” 하였다. 얼은 앙화란 말이다. 제가 지은 죄로 받는 앙화는 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주-D003] 우담(虞譚)의 …… 상서 :
진(晉)나라 우담(虞譚)이 의병(義兵)을 일으켜 역적을 토벌하러 가는데, 중도에서 매가 집 들보에 와서 모였다. 군사들이 겁을 내니 우담이 말하기를, “우리가 의병을 일으키는데 맹렬한 새가 모이니, 반드시 역적을 부술 것이다.” 하더니 과연 말대로 되었다.
[주-D004] 사광(師曠)처럼 …… 날려 :
춘추 시대에 진(晉)이 제(齊)와 싸울 때 사광(師曠)은 눈이 먼 음악가요, 모든 음성을 잘 분별하는 이였다. 말하기를, “새들의 소리가 즐거우니 아마 제(齊)나라 군사가 도망하는구나.” 하였다.
[주-D005] 탁금강변(濯錦江邊) :
촉중(蜀中)의 금강(錦江)을 말하는데, 이때에 당나라 희종(僖宗)이 그곳에 파천하였다.
6.초적 천능을 처참했음을 하례하는 표[賀處斬草賊阡能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진주원의 장보를 보니, “서천 도장(西川都將) 고인후(高仁厚)가 부하 병마를 거느리고 초적(草賊) 천능(阡能)을 잡아 이미 10월 18일에 처치를 끝내었고, 21일에 성가(聖駕)가 나성(羅城 성벽에 다시 쌓은 큰 성) 북루(北樓)에 납시어 회군(回軍) 장병들을 선위(宣慰)하시고 각기 넉넉한 상을 주어 본영(本營)으로 귀환시켰다.” 하였습니다.
일기(日旗)를 멀리 빛내고, 하늘 그물을 높이 쳐적도(賊徒)의 괴수가 이미 큰 주륙을 받고 국운이 길이 중흥을 기약하게 되었사오니 신 모는 진실로 기쁘고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립니다.
신이 엎드려 생각건대, 초적 천능이 미진(迷津)에 발이 빠져 성택(聖澤)을 마음에 저버려 조그만 여우가 사람을 쏘는 독을 실컷 뿜고 미친 개가 주인을 짖는 소리를 컹컹거렸사온데, 고인후(高仁厚)가 악을 쫓으려는 뜻이 웅장하고 간적(奸賊)을 사로잡는 기운이 용맹하여 우러러 예략(睿略)을 힘입어 흉도를 제거하였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오서 죄있는 자는 반드시 주륙하시니 어느 누군들 복종하지 않으오리까. 채미(採薇)를 노래하며 군졸들을 보내어 파죽(破竹)같은 성공을 생각하옵니다. 이제 친히 윤언(綸言)을 내리시어 훈련한 병졸들을 돌아가 쉬게 하오니, 요운(妖雲)이 사라지고 면산(綿山)이 더욱 푸르러 희기(喜氣)가 떠올라 금강(錦江)에 먼저 봄이 오나이다. 이로부터 멀리 군성(軍聲)을 떨쳐 깊이 적당(賊黨)을 좌절시키면 완미(頑迷)한 소굴(巢窟)을 뒤엎음이 고대에 있을지라, 법가(法駕)를 돌림이 어이 멀다 하리이까.
신이 바야흐로 정벌(征伐)에 전력하던 차 멀리 길보(吉報)를 듣자고, 번진(藩鎭)을 지킴에 구애되어 행재에 축하할 수 없으므로 한편 기쁘고 한편 황공함옴을 이길 수 없사와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하옵니다.
[주-D001] 하늘 …… 높이 쳐 :
《노자(老子)》에, “하늘의 그물이 넓고 넓은데, 성기어도 새지 아니한다.” 하였다. 죄있는 자는 천벌을 피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주-D002] 미진(迷津) :
길을 잃고 어느 나루를 건너야 할지 몰라서 헤맨다는 말이다.
7.경궐을 수복함을 축하하는 표[賀收復京闕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신(臣)이 하중절도사(賀中節度使) 왕중영(王重榮)의 첩보(牒報)를 받아보니, “4월 10일에 본도(本道)와 안문(雁門) 절도사 이극용(李克用) 및 도감(都監) 양복광(楊復光)의 밑에 속한 제도(諸都) 기병(騎兵)이 일제히 경성(京城)에 들어가 적과 교전하여 적의 보명 약 1만여 명을 죽이니 적군 기병이 도보로 성을 나가 동남 길로 달아났으며, 적군의 가구(家口)와 전백(錢帛)은 그대로 유기되었으며, 황소(黃巢)도 생사불명이고, 그 도망한 적도들은 곧 병마를 보내어 추격하고 경궐(京闕)의 수복을 이미 끝내었다.” 하였나이다.
천위(天威)가 무(武)를 빛내시어 전승의 소식이 전하오니, 궁궐을 바라보고 처음으로 개가(凱歌)를 부르니, 온 누리가 모두 기뻐 손뼉을 치면서 춤추기를 더하나이다. 신 모는 진실로 기쁘고 뛰놀아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리옵니다.
신이 그윽히 역대(歷代)를 살피고 옛 경(經)을 상고하건대, 국가를 편안히 다스리려면 반드시 죽임으로써 죽임을 그치게 함[以殺止殺]이 필요하고, 사직(社稷)을 안전히 보호함은 진실로 아름다워도 아름다운 척하지 않음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득이하여 무(武)를 사용하는 것이요, 사심(私心)없이 만물을 길러주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서 보위를 계승하사 큰 계획을 시행하신 이래 사해(四海)에 물결이 읾을 보지 못하고, 구야(九野)를 안정시켜 바람 앞에 풀이 숙어지듯 하였사온데, 저 역적 황소(黃巢)가 남몰래 사특한 길을 좇아 화(禍)의 문(門)에 깊이 들어와 오랫동안 개처럼 컹컹 짓는 소리를 내며 감히 쥐같은 도둑질을 자행하여 궁궐을 더럽힌 시일이 오래되었사오나 이는 고기가 잠시 솥안에서 희롱함과 같으며, 고기가 도마 위에서 주륙(誅戮)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에 예략(睿略)을 바람처럼 행하고 왕사(王師)를 비오듯 모으니, 중임(重任)을 맡은 양복광(楊復光)과 용장(勇將)으로 소문난 이극용(李克用)이 각기 보국(報國)의 큰 공을 세우고자 다투어 용맹을 뽐내어 한 마음으로 올빼미의 둥우리를 엎어 섬멸하고, 힘을 모아 쳐서 서울을 수복하니, 적소(賊巢)가 감히 바퀴를 항거할 길이 없어 난적(亂賊)들이 숨고 도망치니 간과(干戈)는 풍비박산이요, 내버린 금백(金帛)이 거리를 매우고 골목을 막았나이다. 다시금 추격전을 벌리매 반드시 흉악한 무리들을 생금(生擒)하고야 말 것이므로, 이로부터 해와 달이 거듭 빛나고 연기와 먼지가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니, 어가(御駕)가 어서 돌아와 장차 봉선(封禪)의 성례(盛禮)를 거행하기를 기대하옵니다.
신의 직책이 이곳의 군병을 통솔함에 있어 이번 작전에 참가하여 공을 세우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오며, 비록 중한 직권이 없어 몇 해 동안 분격(奮擊)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였사오나, 귀로 반가운 소식을 들음에 먼 곳에서 환호의 마음이 배나 더 간절하나이다.
신이 번진(藩鎭)의 책임에 구애되어 행재에 나가 축하하지 못하오나, 진실로 기쁘고 기뻐서 경사로이 춤추며, 한편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陳賀)하옵니다.
8.황소를 죽인 것을 축하하는 표[賀殺黃巢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신이 무령(武寧) 절도사 시보(時溥)의 장보(狀報)를 보니, “역적 황소와 상양(尙讓)이 군대를 나누어 모두 동북계(東北界)에 있었던 바, 6월 15일에 행영도장(行營島將) 이사열(李師悅)ㆍ진경유(陳景瑜) 등이 내무현(萊蕪縣) 북방에서 크게 흉도들을 섬멸하고, 17일에 이르러 드디어 적장(賊將) 위복야(僞僕射) 임언(林言)을 격파하고 황소의 머리를 베었으며, 아울러 그 도당인 투항한 부하 도장(都將) 이유정(李惟政)ㆍ전구(田球) 등을 포박했고, 황소의 수급(首級)은 이미 함(函)에 담아 행제에 보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군(聖君)의 일월이 거듭 빛나고, 요망한 기운이 사라져, 전과(戰果)가 고금에 초월하고, 환성(歡聲)이 온 누리를 흔드니, 신 모는 진실로 기쁨에 뛰면서 머리를 조아립니다.
신이 엎드려 생각건대, 해[歲]는 사시(四時)가 있는데, 가을에 숙살(肅殺)의 영(令)을 행하고, 무(武)에는 칠덕(七德)이 있어 군사는 난을 금집(禁戢)함을 귀하게 여깁니다. 그러므로 해는 원(元)이 서로 바뀜으로 이루어지고 군사는 부득이해야만 쓰게 마련인 것이니, 결승(結繩)의 정치를 고친 이래로 역대의 성군(聖君)이 다 그물을 비는[祝網] 인(仁)을 베풀었나이다.
역적 황소가 국토(國土)에 기생(寄生)하는 몸으로 흉악한 생각을 품고, 모래를 입에 물고 독을 뿜어, 깊이 하늘의 기강을 범하고 널리 지상(地上)의 재화(災禍)를 일으켜 구주(九州)가 반이나 유린되고 삼보(三輔 당나라 장안(長安) 부근)를 오래 더럽혔사오니, 머리칼을 뽑아도 그 죄를 다 세기 어렵고, 목구멍에 방아를 찧어 그 간악함이 징계되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 궁한 도적이 마음을 돌리고 원흉이 머리를 잘렸으며, 살상이 비교적 적고 귀부한 자가 다수이오니, 정(征)이 있고 전(戰)은 없다는 말이 실로 왕도(王道)에 부합(符合)하고 편안한 군사로서 피로한 적을 기다린다는 형세가 깊이 군기(軍機)에 맞는가 하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옵서 국가 중흥의 운을 여시어 하무(下武)의 공을 빙자하였사오니, 하늘이 내려다보심에 실로 큰 경계가 될 것이요, 백성들의 노래를 들음에 한갓 소강(小康)에만 그칠 것이 아니요, 창검(槍劍)을 녹여 괭이와 보습 등의 농구(農具)를 만들어야 하옵니다. 하물며 저 서산팔국(西山八國)은 몇 해 동안 순행(巡幸)의 은혜를 받았으나 동악(東岳) 백신(百神)은 온종일 태산에 올라 봉선하는 예전(禮典)을 갈망(渴望)하며 빨리 어가(御駕)를 맞아 성지(聖旨)를 받잡고자 고대하나이다.
신이 변경을 수호하고 외구를 막는 직책 때문에 이번 싸움에 참가할 겨를이 없었사오나, 이는 실로 각자의 책임을 준수(遵守)하여 남의 할 일을 간섭하지 않기[代俎] 위함이며, 비록 견마(犬馬)의 공을 세우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오나 경예(鯨鯢)가 주륙(誅戮)됨을 보고 진실로 기뻐하여 춤추니 넋이 날아갈 듯,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신이 번진(藩鎭)을 지킴에 구애되어 행재에 하례를 올리지는 못하오나, 경사롭고 황공함이 그지없는지라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陳賀)하옵니다.
[주-D001] 그물을 비는[祝網] :
탕(湯)이 들에 나갔더니 어느 사람이 사면(四面)에 그물을 쳐놓고 빌기를,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땅에서 나오는 짐승은 다 나의 그물에 들라.” 하였다. 탕이 사람을 시켜 그 그물의 한쪽을 터놓고 빌기를, “왼편으로 갈 놈은 왼편으로 가고, 오른편으로 갈 놈은 오른편으로 가되 명령을 듣지 않는 놈은 이 그물에 들라.” 하였다.
[주-D002] 하무(下武)의 공 :
하무는 《시경》의 편명인데, 주(周)의 무왕(武王)이 선대의 왕업을 잘 계승하였다는 시다.
9.덕음을 내리심을 하례하는 표[賀降德音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신이 진주원의 장보를 보니, “사천대(司天臺)에서 6월 16일 밤에 월식(月蝕)을 상주(上奏)하였고, 6월 23일에 덕음(德音)을 내리시어 삼천(三川) 관내(管內)에 현재 구금되어 있는 수도(囚徒)들을 그곳 장리(長吏)들에게 맡겨 5일내에 대강 심리하여 석방하도록 하고, 경기(京畿) 사면에 노치(露置)된 해골들을 제진(諸鎭)에 맡겨 전후(前後)의 칙지(勅旨)에 의하여 사람을 보내어 모조리 수습 매장하게 하라.”는 것이었나이다.
월식으로 인하여 특사(特赦)를 베푸시니 황화(皇化)가 죄인들을 감읍(感泣)하게 하고 성은(聖恩)이 해골에까지 미치어서, 촉루(蜀壘)에 환성이 진동하고 진천(秦川)에 요기(妖氣)가 활짝 걷혔으니, 신 모는 진실로 기뻐 춤추고 용약(踊躍)하오며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리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해(日)는 시각을 따라 비추어 제 위치를 잃지 않고, 달은 때를 따라 만(滿)과 결(缺)이 있음이 그 상도(常道)이옵니다. 하물며 명엽(蓂葉)이 처음 시들자 달[桂輪]이 스스로 감(減)하오니, 지상에 전쟁이 사라졌음이 석린(石麟)이 동릉(東陵)에서 가만히 싸운 때문이 아니요, 재앙이 하늘 위에 표상(表象)되어 옥토끼가 잠깐 서소(西沼)에 결(缺)한 것이라, 마치 군자(君子)의 허물을 봄과 같으니, 실은 성주(聖主)의 근심을 깊게 함이로소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신총예 인철명효(聖神聰睿仁哲明孝) 황제폐하께옵서 밝은 정치를 빛내시고 온 누리를 태평하게 하시며 어지신 덕택이 먼 데까지 미치고, 덕으로 요과를 이기시니, 의(義)를 펴는 이때를 당하여 특사의 은전을 내리셨나이다. 인자하신 마음이 옥사(獄死)하게 된 자들을 불상히 여기시니 죄수들이 풍상(風霜)에 고생함을 면하게 되었고, 의(義)가 저승의 혼백에까지 미치어 노방(路傍)의 시체들까지도 은택에 젖게 되오니, 부수(涪水 땅이름) 가 천 년의 빛을 더하고 파산(巴山 땅이름)이 만세 소리를 연하여 부르옵니다. 도(道)는 수의(垂衣)의 지치(至治)를 계승하고 법은 고삐를 놓아도[委㘘] 무방할지니, 곧 어가(御駕)를 돌리시어 등봉(登封)의 성전을 우러러 하례하오리다.
신이 번진(藩鎭)을 지키는 직책에 매여 행재(行在)에 하례를 올리지는 못하오나, 한편 기쁘고 한편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陳賀)하나이다.
[주-D001] 명엽(蓂葉) :
요(堯)의 뜰에 명협(蓂莢)이란 풀이 났는데, 매월 초하루부터는 매일 한 잎씩 났다가 16일부터는 매일 한 잎씩 떨어졌다.
[주-D002] 군자(君子)의 허물을 봄 :
《논어》에, “군자의 허물은 일식ㆍ월식과 같아서, 허물이 있을 때에 세상 사람들이 다 보고 다시 회복될 때에 사람들이 다 우러러본다.” 하였다.
10.회가하는 날 가악을 올림을 불허하심에 대해 하례하는 표[賀廻駕日不許進歌樂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臣某)는 아뢰옵니다.
진주원(進奏院) 장보(狀報)를 보니, “칙지(勅旨)로 회가(回駕)하시는 날 연로(沿路) 주현(州縣)에서 일체 가악(歌樂)을 올리는 것과 짐승의 도살(屠殺)을 금하게 하였다.” 하나이다.
연로(沿路)에 가악을 철폐하시고 어선(御膳)에 육찬(肉饌)을 감하시어 멀리 자신을 죄주시던 말씀을 준행(遵行)하시고 깊이 호생(好生)의 덕을 뿌리시니, 무릇 준동(蠢動)하는 무리로 누가 환호하지 않으리이까. 신 모(臣某)는 진실로 기뻐서 춤추고 용약(踊躍)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리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서 일월(日月)같이 운행하시고, 뇌우(雷雨)처럼 내리고 풀어주옵시니 동물까지도 화평하게 했던 요ㆍ순의 정치를 본받고, 자신에게 죄를 돌리자 발연(勃然)히 일어났던 우ㆍ탕의 법도를 본뜨심인가 하나이다. 뜰에서 춤과 궁중의 악기를 철폐하시고, 수수한 옷에 박한 음식을 취하시니, 첫째 인자(仁慈), 둘째 검박은 현조(玄祖)의 격언을 지키심이요, 바람에 빗질하고 비에 목욕함은 태종(太宗)의 유훈(遺訓)을 받으심인가 합니다.
지금은 면류(冕旒)가 동쪽을 돌아보시고 서에서 귀행(歸幸)하실 때, 사을(師乙 옛날의 악사(樂士))이 단념하여 청아한 곡조를 뽐낼 수 없고, 포정(庖丁)이 손을 거뒸으니 부들부들 떠는 소를 어찌 잡으리까. 의(義)가 육축(六畜)을 감동하고 은혜가 만민(萬民)에게 미치니, 촉산(蜀山)의 역사(力士)는 이미 고역(苦役)을 치를 걱정이 없고, 한수(漢水)의 노인이 어찌 기롱할 거리가 있사오리까. 제업(帝業)이 길이 하무(下武)를 뒷받침하고 물정(物情)이 다 중흥을 경하(慶賀)하옵니다.
신이 융진(戎鎭)의 직책을 맡아 어가를 수행하지 못하오나, 멀리 성전(盛典)을 상상하여 부질없이 북두(北斗)를 향하는 충성만 달리며, 성은(聖恩)을 갚고자 오직 남방을 진수(鎭守)할 뜻을 가다듬나이다. 기쁘고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陳賀)하옵니다.
[주-D001] 발연(勃然)히 …… 하나이다 :
《좌전》에, “우(禹)와 탕(湯)이 자기에게 죄를 돌렸다.” 한 말이 있다.
[주-D002] 첫째 …… 격언 :
현조(玄祖)는 노자(老子)인데, 당나라 이씨 황실이 노자의 자손이므로, 조(祖)라 칭한다. “첫째는 자(慈)요, 둘째는 검(儉)이다.” 한 말이 《노자》에 있다.
[주-D003] 바람에 …… 유훈 :
당 태종(唐太宗)의 유훈(遺訓)에, “내가 즐풍목우(櫛風沐雨)하여 천하를 얻었다.” 한 말이 있다.
[주-D004] 촉산(蜀山)의 역사(力士) :
고대(古代)에 진(秦)ㆍ촉(蜀) 사이의 막힌 산을 통할 때에 다섯 역사(力士)를 썼다.
[주-D005] 한수(漢水)의 노인 :
《장자(莊子)》에 나오는 한음장인(漢陰丈人)을 말한 듯하다.
11.신라 하정 표(新羅賀正表)
최치원(崔致遠)
신 모는 아뢰나이다.
새해의 첫날, 큰 복이 새로우시리다.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서 건괘(乾卦)에 응함에 복(福)이 그지없어 하늘과 아름다움을 같이 하오니 신 모는 진실로 기쁘고 즐겁사와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리나이다.
신번(臣蕃)이 나라를 세우고 집을 계승하여 강토를 개척함이 다 우러러 하늘의 그늘을 받들어서야 바야흐로 바다의 한 구석을 안정시켰나이다. 그리하여 선조(先祖) 때로부터 매양 신정(新正)을 하례하와 해마다 궐례(闕禮)가 없고 역사에 기록이 빠짐이 없더니, 근자에 제잠(鯷岑 우리나라)에 안개가 자욱하고 신학(蜃壑)을 물결이 뒤흔들어, 신이 비록 예를 닦을 뜻이 있었사오나 난적을 막는 데 아무런 공이 없고 오래도록 제항(梯航)이 막혔으니 부월(斧鉞)의 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하늘 닭[天鷄]이 새벽을 아뢸 적엔 머나먼 구석에서 선창(先唱)하고, 바다 제비도 봄을 만나면 큰 집으로 몸을 의탁할 수 있는데, 신은 고루한 몸이 미금(微禽)만도 못함을 부끄러워하나이다.
머나먼 번국(蕃國)을 지키기에 얽매여 달려가 조정에 칭사(稱謝)하지 못하오나 성덕(聖德)을 하례하고 은혜를 그리워하여 오리처럼 기뻐 날뛰는[鳬藻] 마음 간절하오이다. 삼가 배신(陪臣) 수창부(守倉部) 김영(金穎)을 보내어 표를 받들어 진하(陳賀)하옵나이다.
[주-D001] 오리처럼 기뻐 날뛰는[鳬藻] :
오리가 물풀을 얻으면 기쁘고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12.만수절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萬壽節起居表]
최유청(崔惟淸)
중천의 해를 바라보니 오래 조림(照臨)을 받자온지라, 하국(下國)의 철류(綴旒)가 되려고 매양 귀부(歸附)할 뜻을 품나이다.
[주-D001] 하국(下國)의 철류(綴旒) :
《시경》에, “소구(小球)ㆍ대구(大球)를 받아서 하국의 철류가 된다.” 하였는데, 이것은 천자에게 두 가지 옥을 받아서 제후(諸侯)의 표장(表章)이 된다는 뜻이다.
13.하례하는 표[賀表]
최유청(崔惟淸)
하늘이 성인(聖人)을 내시어 천 년을 운수에 맞도록 하시고 신(神)이 군자를 도와서 억만 년 국조(國祚)를 열게 하시니, 경사가 날로 새롭고 환성(歡聲)이 바람처럼 이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께서 주 문왕(周文王)의 깊으신 덕과 순(舜) 임금의 총명하심으로 가없는 천명을 받으시어 더욱 선왕(先王)의 공을 두터이하시고 만민(萬民)을 은혜로 다스리사 온 누리를 태평하게 하시나이다.
마침 탄생하신 때에 임하여 더욱 만국이 회동(會同)하는 경전(慶典)을 베푸오니, 신(臣)이 다행히 성대(聖代)를 만나 태평을 즐기나이다. 조열(朝列)에 참가하지 못하고서 군신의 차례대로 호명(呼名)함을 상상만 하오나 그윽히 봉인(封人)을 본받아수부(壽富)의 축사를 올리나이다.
[주-D001] 봉인(封人)을 본받아 :
요(堯) 때에 화(華)의 봉인이 요에게, “수(壽)하고 부(富)하고 아들이 많으소서.” 하는 축사를 드렸다.
14.물장(物狀)
최유청(崔惟淸)
뜰에 분주하니 관대(冠帶)한 나라들이 모조리 다 모였고, 공부(貢賦)를 정성껏 바쳐 신하의직분을 이행하니 빈번(蘋蘩)도 제수(祭羞)로 쓸 만하리이다. 전건(前件) 물건들은 품질이 원래 너절하고 만듦새도 교묘하지 못하오나, 오직 정성으로 즐거이 바치어 검소하게 쓰시는 어진 마음에 맞추나이다.
[주-D001] 빈번(蘋蘩)도 …… 만하리이다 :
빈번은 시원치 않은 물풀인데, 정성만 있으면 제사에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시경》에, “빈(蘋)을 캐고 번(繁)을 캐어 공후(公侯)의 제사에 쓴다.”는 구절이 있다.
15.신년(新年)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年起居表]
최유청(崔惟淸)
밟으라고[履] 주신 땅[封地]이 한쪽에 궁벽하게 있어 어전(御前)에 배알(拜謁)할 편(便)이 없사오나, 머리를 들면 해가 가까우니 우러러 바라다보는 회포가 간절하나이다.
[주-D001] 머리를 …… 가까우니 :
옆에 갈 수는 없어도 우러러볼 수 있는 것이 해다. 여기서는 황제에 비유하였다.
16.하례하는 표[賀表]
최유청(崔惟淸)
하(夏)의 역법(曆法)이 제정되니 만물이 생장하겠고, 주(周)의 역서(曆書)가 반포되어 사시(四時)의 법도를 표시하였으니,성교(聲敎)가 미치는 곳에 기쁨과 의지함이 모두 같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하면, 황제께서 타고나신 성명(聖明)으로 덕업(德業)을 날로 새롭게 하사, 측량할 수 없는 신(神)을 본받아 대순(大順)의 덕을 행하시되 무위(無爲)로써 하시니, 육부(六府 수ㆍ화ㆍ금ㆍ목ㆍ토ㆍ곡(穀))가 잘 다스려짐이 마치 북두(北斗)가 원기(元氣)를 푸는[酌] 것과 같고, 한 분이 경사가 있어 바로 남면(南面)하여 제후(諸侯)의 조회를 받나이다. 신(臣)이 다행히 성대(盛代)를 만났으나 멀리 변방(邊邦)에 구애되어 운룡(雲龍)의 모임에 헌수배(獻壽杯)를 올리지 못함이 부끄럽사오나, 봉애(蓬艾 쑥)같은 미물(微物)로서 오직 성인(聖人)을 기릴 줄은 아나이다.
[주-D001] 하(夏)의 …… 제정되니 :
지금의 음력이 하나라의 역법(曆法)이다.
[주-D002] 주(周)의 …… 표시하였으니 :
주(周)에서 제후(諸侯)에게 역서(曆書)를 반포하였다.
[주-D003] 대순(大順)의 덕 :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인데, “천자가 덕과 예악(禮樂)을 닦아 제후와 백성이 친목한 것을 대순이라 한다.” 하였다.
[주-D004] 북두(北斗)가 …… 같고 :
북두성(北斗星)이 국자처럼 생겼으므로 푸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이다.
[주-D005] 운룡(雲龍)의 모임 :
《주역》에, “구름이 용을 따른다.” 한 말이 있는데 구름은 신하요, 임금은 용에 비유한 것이다.
17.물장(物狀)
최유청(崔惟淸)
번후(蕃侯)가 공물(貢物)을 바침은 재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먼 나라[荒服]에서 천자께 귀부(歸附)함에 각기 소중한 토산(土産)을 올리는 것입니다. 전건(前件) 물품들은 변방의 산물로 품질이 진기(珍奇)한 것은 아니로되, 한 흙덩이로 산(山)을 북도움이 높은 데는 도움이 없으나 백천(百川)이 바다로 흘러드니 모두 용납하심을 비나이다.
18.우 기거 표(又起居表)
최유청(崔惟淸)
밟으라고[履] 주신 땅[封地]이 한쪽에 궁벽하게 있어 어전(御前)에 배알(拜謁)할 편(便)이 없사오나, 머리를 들면 해가 가까우니 우러러 바라다보는 회포가 간절하나이다.
[주-D001] 머리를 …… 가까우니 :
옆에 갈 수는 없어도 우러러볼 수 있는 것이 해다. 여기서는 황제에 비유하였다.
19.하례하는 표[賀表]
최유청(崔惟淸)
하(夏)의 역법(曆法)이 제정되니 만물이 생장하겠고, 주(周)의 역서(曆書)가 반포되어 사시(四時)의 법도를 표시하였으니,성교(聲敎)가 미치는 곳에 기쁨과 의지함이 모두 같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하면, 황제께서 타고나신 성명(聖明)으로 덕업(德業)을 날로 새롭게 하사, 측량할 수 없는 신(神)을 본받아 대순(大順)의 덕을 행하시되 무위(無爲)로써 하시니, 육부(六府 수ㆍ화ㆍ금ㆍ목ㆍ토ㆍ곡(穀))가 잘 다스려짐이 마치 북두(北斗)가 원기(元氣)를 푸는[酌] 것과 같고, 한 분이 경사가 있어 바로 남면(南面)하여 제후(諸侯)의 조회를 받나이다. 신(臣)이 다행히 성대(盛代)를 만났으나 멀리 변방(邊邦)에 구애되어 운룡(雲龍)의 모임에 헌수배(獻壽杯)를 올리지 못함이 부끄럽사오나, 봉애(蓬艾 쑥)같은 미물(微物)로서 오직 성인(聖人)을 기릴 줄은 아나이다.
[주-D001] 하(夏)의 …… 제정되니 :
지금의 음력이 하나라의 역법(曆法)이다.
[주-D002] 주(周)의 …… 표시하였으니 :
주(周)에서 제후(諸侯)에게 역서(曆書)를 반포하였다.
[주-D003] 대순(大順)의 덕 :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인데, “천자가 덕과 예악(禮樂)을 닦아 제후와 백성이 친목한 것을 대순이라 한다.” 하였다.
[주-D004] 북두(北斗)가 …… 같고 :
북두성(北斗星)이 국자처럼 생겼으므로 푸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이다.
[주-D005] 운룡(雲龍)의 모임 :
《주역》에, “구름이 용을 따른다.” 한 말이 있는데 구름은 신하요, 임금은 용에 비유한 것이다.
20.물장(物狀)
최유청(崔惟淸)
번후(蕃侯)가 공물(貢物)을 바침은 재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먼 나라[荒服]에서 천자께 귀부(歸附)함에 각기 소중한 토산(土産)을 올리는 것입니다. 전건(前件) 물품들은 변방의 산물로 품질이 진기(珍奇)한 것은 아니로되, 한 흙덩이로 산(山)을 북도움이 높은 데는 도움이 없으나 백천(百川)이 바다로 흘러드니 모두 용납하심을 비나이다.
21.천안절을 하례하는 표[賀天安節表]
위계정(魏繼廷)
봉소(鳳簫)가 음률을 조절하니 추위가 순조로움이[寒若] 아름다운 징조에 맞고, 용악(龍渥 성은(聖恩))의 상서를 빛내는 성체(聖體)를 탄생하신 경절(慶節)을 맞이함에 즐겁고 기쁨이 먼 곳이나 가까운 곳이나 다름이 없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께서 단정 목목(穆穆)하게 존엄(尊嚴)하시고 온화(溫和)하시며 문아(文雅)하시고 밝으시어, 의상(衣裳)을 드리운 채 천하를 다스리어 크게 통일을 이루시고, 일월을 관상(觀象)하여 역서(曆書)를 반포하시니 어긋남이 없나이다. 이제 순(舜) 임금이 탄생하신 날에 즈음하여 도산(塗山)의 모임(우(禹)가 만국의 제후를 도산에서 모았다) 같은 성전(盛典)을 거행하오니, 산천이 진기한 것을 바치고 만이(蠻夷)가 정성을 바치나이다. 신이 멀리 상야(桑野)에 살며 외람되게 모봉(茅封)을 세습(世襲)하고 있으므로 주실(周室) 제후들의 입근(入覲)하는 반열(班列)에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하오나, 희황(羲皇) 역수(曆數)에 만년수(萬年壽)를 봉축(奉祝)하여 정성을 전하나이다.
[주-D001] 상야(桑野) :
부상(扶桑)의 들이란 말인데, 동해에 부상(扶桑)이란 나무가 있다 한다.
[주-D002] 모봉(茅封) :
제후를 봉하여 줄 때에 띠[茅]에다 흙을 싸서 준다.
22.하 등극 표(賀登極表)
윤관(尹瓘)
건괘(乾卦)를 받아 등극하시어 온 누리가 존호(尊號)를 일컬으니, 해가 조림(照臨)하는 곳에는 만민(萬民)이 모두 기뻐 춤추나이다. 중하(中賀) 황제폐하께서 넓고 깊으신 성덕(聖德)으로 너그러이 사람을 용납하시니, 하늘이 뭇사람의 마음을 인도하여 신기(神器)가 이미 한결같은 덕으로 돌아갔고, 날마다 많은 복을 지으시니 국운(國運)이 반드시 천 년을 보존될 것이며 황화(皇化)가 동물들에게까지 미치고 공업(功業)이 천지와 같으리이다. 신은 멀리 번국(藩國)에 살며 등극하시는 첫날을 기쁘게 맞아, 삼가 토산물(土産物)을 받들어 하표(賀表)를 올리려 하였으나 조정의 명령에 구애되어 사신(使臣)을 보냄이 자못 지체되었나이다. 우러러 어지신 덕으로 무육(撫育)해 주실 줄 믿사오니, 간절한 충근(忠勤)을 굽어 살펴 주소서.
[주-D001] 하 등극 표(賀登極表) :
임금이 재위(在位)한 중에 공덕(功德)이 있으면 신하들이 칭송하여 아름다운 존호(尊號)를 올린다.
23.휘호 받음을 하례하는 표[賀受徽號表]
정문(鄭文)
뭇 신하들이 애모(愛慕)하고 추대(推戴)하여 큰 칭호를 올리고자 청하옴에 성군(聖君)께서 따라 주시어 성대한 예전(禮典)을 거행하게 되니, 온 누리가 다 같이 기뻐 춤추나이다. 중하(中賀) 황제께서 조종(祖宗)의 공덕을 이으시고 국조(國祚)와 제업(帝業)을 크게 열어, 성덕과 교화로써 원근(遠近)을 모두 열복(悅服)하게 하시며 간과(干戈)를 거두어 온 누리의 태평을 보전하시니, 정치가 잘 성취되어 그 공덕을 만민이 구가(謳歌)하나이다.
이제 위로 하늘의 상서를 받고 아래로 만 백성의 소원에 맞추시어, 길일(吉日)을 택하여 의식을 거행하고 보책(寶冊)을 받으시어 경복(慶福)을 더하시니, 백신(百神)이 모두 기뻐 강릉(岡陵)의 복을 빌고 만방(萬邦)이 다 모여 옥백(玉帛)의 예물을 다투어 올리나이다.
신(臣)은 번직(藩職)에 구애되어 조회하는 반열에 참석하지 못하오나, 우러러 존숭(尊崇)하는 성사(盛事)를 기리고 충심으로 환경(歡慶)의 뜻을 표하나이다.
[주-D001] 강릉(岡陵)의 복을 빌고 :
《시경》에, “뫼와 같고 언덕과 같으라[如岡如陵].”는 구절이 있는데, 오래 살기를 축원하는 시다.
24.신년을 하례하는 표[賀年表]
박호(朴浩)
칠정(七政)이 제자리에 돌아와 새 역서(曆書)에 들어맞고 사시(四時)가 해[歲]를 이루어 이제 첫 철을 맞으니, 첫 복의 참됨을 맞이함에 당하여 군신(群臣)들의 경하(慶賀)가 마땅합니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하니, 성상(聖上)께서 옷을 드리운 채 정치를 이루시고 옥좌(玉座)에 단정히 앉아 복을 받으시어, 머나먼 변방(邊邦)까지 우(禹)의 경내(境內)가 모두 펴안하고 조정의 위에서는 항상 순(舜) 임금을 모셔 흡족하니, 인통(人統)에 때 맞추어 천복(天福)이 그지없이 내리나이다. 신등이 외방(外方)에서 국경의 열쇠를 맡고 서울의 종소리를 듣지 못하여, 봉궐(鳳闕)의 쌍헌(雙軒)을 바라보며 들어가 조회(朝會)하지는 못하나 거북의 천년수(千年壽)를 받들어 간절히 축원하나이다.
[주-D001] 우(禹)의 경내(境內) :
우(禹)가 홍수(洪水)를 다스려 국토를 안정시켰다 하여 중국을 ‘우의 경내’라 한다.
[주-D002] 인통(人統) :
자월(子月 동짓달)로 새해를 삼는 주(周)는 천통(天統)이요, 축월(丑月 섣달)로 새해를 삼는 은(殷)은 지통(地統)이요, 인월(寅月 정월)로 새해를 삼는 하(夏)는 인통(人統)이라 한다.
25.동지(冬至)를 하례하는 표[賀冬表]
박호(朴浩)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춘추(春秋)엔 시삭(視朔)을 적었고, 주(周)나라 역서(曆書)엔 이 달을 정월로 삼았으니, 이때는 양의(兩儀 음ㆍ양에 불메[橐籥]를 불어만물(萬物)의 생육(生育)을 비롯하는 철이기에, 신 등은 진실로 기쁘고 기뻐서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리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상(聖上)께서 큰 계획으로 제업(帝業)을 이룩하시고 전쟁을 그치어 좋은 정책을 선포하시니, 주나라의 솥[鼎]을 보존하는 기간이 더욱더 오래리이다. 탕(湯) 임금의 반(盤)에 새긴 덕은 날로 더욱 드러나게 새로워져 큰 절후(節候)를 맞이하여 복지(福祉)를 늘리이시니 하늘과 더불어 국조(國祚)가 그지없으리이다. 신등은 전폐(殿陛)를 하직하고 군문(軍門)에 봉직하며, 조반(朝班)의 참렬(參列)을 바라보니 한갓 북두성(北斗星)을 옹위하는 정성이 간절하며, 무강(無彊)한 성수(聖壽)를 빌어 월항시(月恒試 임금의 덕과 수를 봉축하는 시편)를 읊습니다.
[주-D001] 양의(兩儀)에 …… 불어 :
《노자(老子)》에, “천지는 탁약(槖籥 바람을 불어내는 불메)과 같아 허(虛)하였으면 다 되지 않고 움직이면 더욱 나온다.” 하였다.
[주-D002] 주나라의 솥[鼎] :
구정(九鼎)을 하우(夏禹)가 만들어 하(夏)가 지녔다가 상(商)으로 넘어가고 상(商)이 망하자 그 솥이 다시 주(周)로 넘어와서 8백 년이 되었다.
[주-D003] 탕(湯) 임금의 …… 덕 :
탕이 반에다 명(銘)을 쓰기를, “씻어서 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라.” 하였다.
26.하절표(賀節表)
박호(朴浩)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이달 2일에 엎드려 성평절(城平節)을 맞이하였나이다.
번개가 북두(北斗)를 둘러 일찍 탄강(誕降)의 조짐을 미리 보여주었고, 이슬주머니[露囊]로 경사를 올리니 바야흐로 때는 가신(佳辰)이라, 만천하의 신민(臣民)이 모두 기뻐 가없는 성수(聖壽)를 받들어 비오며, 신 모 등은 진실로 기쁘고 기뻐서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리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상(聖上)께서 날로 쌓으신 깊은 덕(德)과 하늘이 주신 높은 문덕(文德)으로, 삼극(三極)을 통일하여 화(和)로 인도하시니 정치가 기자(箕子)의 홍범(洪範)에 들어맞고, 오상(五常)을 모아 교화를 베푸시니 풍속이 노(魯)나라로 변하였나이다. 이제 성탄(聖誕)의 가절에 즈음하여 고관(高官)들의 성연(盛宴)을 차리시오니, 강구(康衢)의 술단지[樽]에 푸짐한 주식(酒食)을 내려 빈국(貧國 손으로 온 속국들)의 군정(群情)을 흡족하게 하고, 인국(隣國)이 보배로 예물을 드리니, 공물(貢物)이 백가지 품목에 이르고, 예식이 도산(塗山)의 모임보다 더 성대하여 공경이 미칭(罙稱)을 떨치리이다. 신등은 외람되게도 중신(重臣)으로서 군직(軍職)에 재임하여, 금(金)을 품고 표(表)를 지어 성연에 참가하지 못하오나, 돌을 떨쳐 상서가 □□하여 다만 홍업(鴻業)이 무강하심을 비나이다.
[주-D001] 풍속이 …… 변하였나이다 :
공자(孔子)의 말에, “제(齊)가 한번 변하면 노(魯)에 이르고, 노(魯)가 한번 변하면 도(道)에 이르리라.” 하였다.
27.팔관회를 하례하는 표[賀八關表]
박호(朴浩)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엎드려 살피니, 성상폐하께서 이달 14일에 팔관회를 여시고 의장(儀仗)을 갖추어 구정(毬庭)에 납시어 주악(奏樂)을 들으시며 내외 제신(諸臣)들의 조하(朝賀)를 받으신다 하나이다. 지륜(地輪)이 빛을 굴려 절[寺]에 나아가 재(齋)를 올리고, 어가(御駕)가 머무름에 상광(祥光)이 엉기었고 대궐뜰을 열고 잔치를 내리시니, 이는 만세(萬世)에 전할 만한 아름다운 모임이요, 실로 사방이 기뻐 흐뭇할 때로소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성상께옵서 성통(聖統)을 계승 확충(擴充)하시고 국운(國運)을 보전 선양(宣揚)하시어, 선기(璿璣 천문 기구)를 살펴 칠정(七政 해ㆍ달ㆍ오성(五星))을 다스리심에 더욱 순(舜) 임금의 마음을 돈독히 계술(繼述)하시고, 북두(北斗)에 순응하여 백성을 보시니 두루 탕(湯) 임금을 기다리는 바람[望]에 흡족하였나이다. 더구나 다시 묘한 이치를 닦아 숭상하고 선왕(先王)의 유훈(遺訓)을 이어 받들어 천축(天竺)의 도량[道場]을 장엄하게 배설하고 한대(漢代)의 포(酺 임금이 전국에 내리는 잔치)를 본받아 큰 잔치를 벌이오니, 어룡(魚龍 서역에서 전해온 놀이) 등 온가지 놀음이 다투어 광장(廣場)에 연출되고, 난로(鸞鷺) 천행(千行)이 높은 자리에 즐거움을 함께 하옴에, 관민(官民)이 모두 즐거움에 흐뭇하여, 온 누리에 인자하신 은택(恩澤)이 흐르나이다. 신(臣)은 변방(邊方)을 충실히 지키느라 성회(盛會)를 배관(陪觀)하지 못하오며, 감천궁(甘泉宮 한나라 무제(武帝)의 궁)에 좇아 노니는 영광을 멀리 하였으나, 태산 같은 만세 소리로 깊이 축하를 올리나이다.
[주-D001] 지륜(地輪) :
여기서는 황후(皇后)를 말함인 듯하다. 《서경》에, “순(舜)이 선기옥형(璿璣玉衡 천문 기구의 일종)으로 칠정(七政)을 다스렸다.” 하였다.
[주-D002] 탕(湯) 임금을 기다리는 바람[望] :
《서경》에, 도탄(塗炭)에 빠진 백성들이 탕이 치러 오기를 기다렸다.” 하였다.
[주-D003] 난로(鸞鷺) 천행(千行) :
백관들이 난새ㆍ해오리처럼 줄을 지어서 늘어선 것.
28.새해에 기거를 하례하는 전[賀年起居牋]
박호(朴浩)
첫봄이 아직 추운데 왕태자전하께서 기거(起居) 만복(萬福)하실 줄 아오며, 신 모(臣某) 등은 경건한 정성으로 경건히 축수하며 머리를 조아리고 머리를 두드리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 등은 다른 곳에 머무르며 백관(百官)을 총리(總理)하고 서사(庶事)에 얽매여, 나는 까마귀[翔烏 해]가 길을 따라 도는 중 여러번 궁저(宮邸)에 모일 기약을 변경하였으니, 지친 말[馬]이 은혜를 가슴에 품어 매양 헌거(軒車)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간절하옵니다. 신 등은 경건히, 지극하고 간절하게 축도(祝禱)하나이다.
29.하례하는 전[賀牋]
박호(朴浩)
엎드려 생각건대, 날은 원단(元旦)이요 해는 춘추인데, 금읍(錦邑)이 내조(來朝)하여 조호(彫胡 금읍에서 산 좋은 쌀)를 구해서 미미(美味)를 진상하여, 구리문[銅扉 태자궁의 문]에 새벽을 맞아 주적(鑄狄)을 열어 새해를 맞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왕태자께서는 맑고 순수하신 천질(天質)로 아름다운 교양이 환히 풍기니, 우레가 땅에서 나옴은 일찍이 《주역》의 효사(爻辭)와 부합되고, 밝은 달이 중천에 흐르듯 문장의 덕(德)이 민첩하시니, 동군(東君 봄의 신(神))이 철의 선구(先驅)됨에 응하고 북극(北極 왕위)을 다음하여 좋은 복을 받으리이다.
신 등은 외방을 지킴에 구애되어 박망원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오니, 봄이 와 만물이 생성되는 때 더욱 생육(生育)의 은택(恩澤)을 느끼며, 상서가 엉긴 궁저(宮邸)를 우러러 축수하는 기쁨이 배로 더하나이다.
[주-D001] 날은 …… 춘추인데 :
춘추에 원년(元年)을 반드시 쓴다.
[주-D002] 구리문[銅扉] …… 주적(鑄狄) :
궁궐에 경점(更點)을 알리기 위하여 구리쇠로 만든 사람이 있는데, 그것을 동적(銅狄)이라 한다.
[주-D003] 우레가 …… 부합 :
우레[雷]는 진(震)괘인데 맏아들의 괘다. 《周易》
[주-D004] 박망원(博望苑)을 …… 하오니 :
한(漢)나라 무제(武帝)의 태자가 박망원(博望苑)을 열어 빈객을 접대하였다.
30.동지(冬至)에 기거를 하례하는 전[賀冬起居牋]
박호(朴浩)
잠깐 조정의 반열(班列)에서 물러나 멀리 외방의 군문(軍門)에서 봉직하나이다. 손에 쌍절(雙節)을 잡은 몸이라 마음대로 달려가 뵈옵지 못하고, 눈으로 중륜(重輪)을 한껏 바라보며 충성을 기울여 우러르는 회포를 다하나이다.
[주-D001] 손에 …… 몸이라 :
대장은 쌍절(雙節)을 짚는다.
[주-D002] 중륜(重輪) :
일중광(日重光)ㆍ월중륜(月重輪)ㆍ성중휘(星重輝)ㆍ해중윤(海重潤)은 한(漢)나라 광무제(光武帝)의 태자를 위하여 바친 악장(樂章)인 소위 사중가(四重歌)다.
31.하례하는 전[賀牋]
박호(朴浩)
황종(黃鐘)의 율(律)이 움직이니 때는 마침 아세(亞歲 동지)요 청전(靑殿 동궁)에 의장(儀仗)을 여니 만복(萬福)이 모여드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왕태자께서 도(道)는 이원(离元)에 맞으시고, 위(位)는 진장(震長)에 계시니, 냇물이 흐르는 듯한 풍성한 덕은 주(周)나라 시(詩)보다 더욱 아름답고, 천하를 윤택하게 하기에[海潤] 흡족하다는 노래는 최씨(崔氏)의 주(注 최표(崔豹)의 고금주(古今註))에 적혀 있는 것과 같아, 천명(天命)에 응하는 복을 받으시고 황위(皇位)의 다음자리로서 아름다움을 함께 하리이다.
신은 동궁(東宮)을 하직하고 북새(北塞)에 유진(留鎭)하여 있으니, 유정(猷庭)의 반열에서 우익(羽翼 보좌)에 더욱 에 참예하기는 너무 먼곳에 있기에, 다만 금원(禁苑)을 바라보며 천세수(千歲壽)를 축하하옵는 마음 더욱 간절할 뿐입니다.
[주-D001] 왕태자께서 …… 계시니 :
이(離)는 태자의 괘요, 진(震)은 장남(長男)의 괘다. 《周易》
[주-D002] 천하를 …… 노래 :
태자를 칭찬한 시다. 《詩經》
32.생일에 기거를 하례하는 전[賀生日起居牋]
박호(朴浩)
한원(翰院)에서는 공(功)이 적사오나 장단(將壇)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육군(六軍)을 통솔하여 용맹스러운 장졸들에게 신엄(申嚴)하기 위하여, 팔준(八駿)의 서열(序列)에 참가하지 못하여 연연(戀戀)한 회포만 쌓이고 쌓이나이다.
[주-D001] 팔준(八駿)의 서열(序列) :
주 목왕(周穆王)의 팔준마(八駿馬)가 있는데, 여기서는 의장(儀仗)의 반열을 말함인 듯하다.
33.하례하는 전[賀牋]
박호(朴浩)
선원(璿源 왕실의 보계[譜系]이 더욱 무성하시어 왕사(王嗣)가 탄강하셨으니, 은력(殷曆)의 정월(12월)을 맞아 고매(高禖)의 축복을 다시금 경하(慶賀)하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왕태자께서 천차(天資)가 총명하시고 성질이 관인(寬仁)하시니, 전요(前曜 태자성(太子星))가 상서를 나타내어 단소(丹霄)를 받들어 오래 비치고, 동조(東朝)에 위호(位號)를 기록하여 청방(靑榜)에 길이 걸었으니, 이제 탄강하신 가절(佳節)을 만나 저궁(儲宮)에 복이 더욱 보존되리이다. 신이 강석(講席)을 떠나 멀리 군문(軍門)에 와 있사오니, 호장(虎帳)에 구한(拘限)되어 비상사태를 경계함은 아예 토끼를 지킴[守兎] 같으나, 용루(龍樓)를 바라보며 춤추는 마음은 다만 은택에 감사하여 떠받드는[鼇戴] 기쁨을 다할 뿐입니다.
[주-D001] 토끼를 지킴[守兎] :
토끼가 들에 달려가다가 우연히 말뚝을 받고 죽는 것을 보고 어리석은 사람이 매일 그 말뚝만 지키고 토끼를 기다렸다는 옛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임지(任地)를 그대로 지키는 것을 말하였다.
34.새해를 하례하는 표[賀年表]
박호(朴浩)
선원(璿源 왕실의 보계[譜系]이 더욱 무성하시어 왕사(王嗣)가 탄강하셨으니, 은력(殷曆)의 정월(12월)을 맞아 고매(高禖)의 축복을 다시금 경하(慶賀)하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왕태자께서 천차(天資)가 총명하시고 성질이 관인(寬仁)하시니, 전요(前曜 태자성(太子星))가 상서를 나타내어 단소(丹霄)를 받들어 오래 비치고, 동조(東朝)에 위호(位號)를 기록하여 청방(靑榜)에 길이 걸었으니, 이제 탄강하신 가절(佳節)을 만나 저궁(儲宮)에 복이 더욱 보존되리이다. 신이 강석(講席)을 떠나 멀리 군문(軍門)에 와 있사오니, 호장(虎帳)에 구한(拘限)되어 비상사태를 경계함은 아예 토끼를 지킴[守兎] 같으나, 용루(龍樓)를 바라보며 춤추는 마음은 다만 은택에 감사하여 떠받드는[鼇戴] 기쁨을 다할 뿐입니다.
[주-D001] 토끼를 지킴[守兎] :
토끼가 들에 달려가다가 우연히 말뚝을 받고 죽는 것을 보고 어리석은 사람이 매일 그 말뚝만 지키고 토끼를 기다렸다는 옛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임지(任地)를 그대로 지키는 것을 말하였다.
35.새해의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年起居表]
정항(鄭沆)
기봉(箕封)의 땅을 지킴은 실로 영광스럽게 품어주시는 덕택이오니, 위궐(魏闕)로 향하는 연모(戀慕)의 정성을 더할 뿐이로소이다.
36.하표(賀表)
정항(鄭沆)
삼양(三陽)이 협태(協泰)하니 실로 도(道)가 신장(伸長)하는 때요, 만물이 향영(向榮)하니, 이에 만물이 화생(化生)하는 덕을 보겠나이다. 가까운 곳이나 먼 곳이나 경사를 같이 하옵고 춤추고 기뻐함이 오직 고르나이다, 중하(中賀) 황제께서 불출세(不出世)의 웅자(雄姿)로서 대유위(大有爲)의 선정(善政)을 행하시어, 우왕(禹王)의 자취를 밝고 만 리의 판도(版圖)를 넓히시며 하(夏)나라의 역시(曆時)를 다시 행하여 삼조(三朝)의 왕회(王會)를 받으시니, 하늘로부터 복이 내리심에 만물과 함께 봄을 만드나이다. 신이 구석진 번봉(藩封)을 지켜 멀리 조(朝)□를 궐하여, 만년상(萬年觴)을 받드는 열(列)에 참예하지 못하나, 북두성(北斗星)을 향하는 마음은 오직□□하나이다.
37.새해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年起居表]
김부식(金富軾)
정삭(正朔)을 삼미(三微)에 번갈아 쓸[用] 제 인(寅)이 인통(人統)이 되고, 춘추(春秋)에 오시(五始)를 갖춰 씀[書]에 원(元)이 하늘 상서에 나타났으니, 해와 달이 조림(照臨)하는 곳에 수레와 글이 다 모이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성상(聖上)께서 문무(文武)를 빛내는 공을 세우고 고금(古今)을 포용하시어 때를 만나 육룡(六龍)을 타시니 만물이 그로써 이(利)를 보고, 공경하여 오사(五事)를 쓰시니 온갖 징조가 거의 순조로이 행해집니다. 이러한 교태(交泰)의 때를 당하여 태평의 복을 누리시오니, 봄이 초목(草木)을 나게 하고 즐거움이 만민에 흡족하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 등은 궁벽한 해우(海隅)를 지키느라 멀리 천궐(天闕)과 떨어져 있으므로 조열(朝列)에 참가하여 단지(丹墀)에 춤추지 못하나이다.
38.동지(冬至)를 하례하는 표[賀冬表]
김부식(金富軾)
사시(四時)가 서로 밀어 일양(一陽)이 바야흐로 이르니, 성인(聖人)이 역(易)을 풀이하여 이로써 내복(來復)이 부합(符合)됨을 알고, 태사(太史)가 대(臺)에 올라 바라보며 쓰는 법을 예비하나이다. 중하(中賀) 엎드려 생각건대, 성상(聖上)께서는 덕은 인(仁)과 지(智)를 겸하시고 도(道)는 신명(神明)을 꿰뚫으시어, 하우(夏禹)외 이륜(彝倫)을 펴 황극(皇極)을 세우시고 당요(唐堯)의 역상(曆象)을 다스려 공경되이 인시(人時)를 주시었습니다. 이제 천통(天統)의 길신(吉辰)을 당하여 설에 다음가는[亞歷] 경사(동지)를 펴시니, 신(神)의 축복이 북궐(北闕)에 모이고 나라의 수명이 남산(南山)보다 길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등이 헌상(軒裳)의 쓸모없는 재목으로, 강해(江海)의 머나먼 관직(官職)에 있어 만년상(萬年觴)을 받드는 말석(末席)에 참예하지 못하고 오직 성악(聖幄)을 생각하는 마음만 더할 뿐입니다.
[주-D001] 당요(唐堯)의 …… 주시었습니다 :
요(堯) 임금이 희(羲)ㆍ화(和)에게 명하여 천체(天體)의 운행을 자주 관찰하여 백성들에게 농사철을 알렸다 한다.
39.팔관회를 하례하는 표[賀八關表]
김부식(金富軾)
경건한 의식(儀式)을 갖추어 성대한 예전(禮典)을 거행하오니, 지성이 하늘을 감동하여 백신(百神)이 다 흐뭇해하고 화기(和氣)가 두루 통하여 만물이 모두 고무(鼓舞)되나이다. 중하(中賀) 삼가 듣건대, 태조신성대왕(太祖神聖大王)께서 장차 흥기(興起)하실 때 풍진(風塵)이 들끓고 검극(劍戟)이 종횡하였으니, 천명에 응하고 인심에 순하사 삼한(三韓)에 쌓인 난(亂)을 고치시고, 왕업(王業)을 창건하여 황통(皇統)을 드리우사 천 년의 국조(國祚)를 여실 때, “숙살(肅殺)이 행하여진 뒤에는 양화(陽和)가 오고, 뇌정(雷霆)이 내린 뒤엔 고택(膏澤)이 흡족해야 한다.”고 이르셨습니다. 이에 잔치를 준비하여 신인(神人)을 기쁘게 하고자, 환히 장래를 제시하시어 전하여 고사(故事)로 삼으셨나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성상(聖上)께서 지위는 천덕(天德)에 계시고 빛은 이명(离明)을 이으셨으나, 요(堯)ㆍ순(舜)과 같은 어지신 성품은 항상 산 사람이라도 얻지 못할까 두려워하시고, 증자(曾子)ㆍ민손(閔損)의 효도를 본받았으므로 백성들의 환심(懽心)을 얻으셨습니다. 이 좋은 때를 당하여 아름다운 모임을 차리오니, 구빈(九賓)의 제제(濟濟)한 서열(序列)과 육악(六樂)의 양양(洋洋)한 소리에 기쁨이 천지를 움직이고, 봄이 초목에 돌아오나이다. 신등은 멀리 해읍(海邑)에 있으므로 궐정(闕庭)과 거리가 멀어, 조열에 나아가 참예하여 대궐의 뜰에서 춤추지 못하나이다.
[주-D001] 구빈(九賓) :
《주례》의 구의(九儀) 곧 공(公)ㆍ후(侯)ㆍ백(伯)ㆍ자(子)ㆍ남(男)ㆍ고(孤)ㆍ경(卿)ㆍ대부(大夫)ㆍ사(士). 9가지 예복으로 각기 모여 천자에 조회한다.
40.국학(國學)에 행행(行幸)하심을 하례하는 표[賀行國學表]
김부식(金富軾)
신모 등은 아뢰옵나이다.
엎드려 뵈오니, 성상(聖上)폐하께옵서 이달 15일에 국학에 행행하시어 지성문선왕(至聖文宣王 공자)께 헌작(獻酌)하시고 인하여 대사성 박승중(朴昇中)에게 명하여 《상서(尙書)》의 열명(說命) 세 편을 강하게 하셨나이다. 황옥(黃屋 천자의 수레)과 취화(翠華 천자의 기(旗))가 학교에 광림(光臨)하시고 고관(高冠)ㆍ대대(大帶)가 교문(橋門)에 성집(盛集)하오니, 경사가 전국에 흡족하고 풍화(風化)가 온 누리에 전해지나이다. 중하(中賀) 그윽히 생각건대, 경술(經術)은 도(道)를 밝히는 것이니 그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면 행하여질 수 없고, 학교는 현재(賢才)를 기르는 곳이나 때를 기다린 뒤에 쓸 수 있는 것이니 국학에서 대전(大典)을 거행함은 진실로 명조(明朝)의 성사(盛事)입니다. 공손히 생각건대, 성상(聖上)께서 도(道)는 지극히 고명(高明)하시고 정사는 인의(仁義)에 의거하시니, 요(堯)ㆍ순(舜)의 계고(稽古)와 같으시며 은(殷)ㆍ주(周)의 우문(右文)을 체(體)하시어, 이에 옛법에 의지하여 성례(盛禮)를 거행하였나이다. 성사(聖師)께 절하고 잔을 드리시며 박사(博士)에게 명하여 경(經)을 강하게 하시니, 군자(君子)가 기른 인재(人材)는 장차 청아(菁莪)의 시(詩)를 읊을 것이요, 무신(武臣)이 올리는 괵(馘)은 반드시 반수(泮水)의 공을 이룰 것이니, 이는 다만 한때에 일컬어질 아름다움이 아니요, 또한 만세(萬世)에까지 드리울 성덕(盛德)입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등이 다행히 성세(盛世)를 만나 재관(宰官)의 지위를 더럽혔사오나 지척에서 덕위(德威)를 우러르고 광명한 성학(聖學)을 받들어 모시니, 가을 물이 때로 이름에 진실로 해양(海洋)을 바라보는 기쁨을 측량할 길 없사오나, 봄 나무의 싹들이 실로 어수(御手)에 당겨짐을 영광으로 아나이다.
41.새로 왕비(王妃)를 맞으심을 하례하는 표[賀新納王妃表]
윤언이(尹彦頤)
하늘이 그 배필을 정해주시어 임금님이 실가(室家)를 가지시니, 북녘에서 남녘까지 모두 노래하고 춤추나이다. 중하(中賀) 그윽히 생각건대, 후비(后妃)의 덕은 왕화(王化)의 기본(基本)이므로 신우(神禹)가 도산(塗山)에서 장가드시고 대순(大舜)이 위예(潙汭)에서 빈(嬪)을 맞으셨음은 다 천지의 의(義)를 본떠 국가의 빛을 나타내신 것인데, 이같은 옛날의 큰 법도를 임금이 때 맞추어 행사하나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성상(聖上)께서 강(綱)으로나 기(紀)로나 무(武)하시고 문(文)하시어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먼저 그 집을 다스리고자 이에 부덕(婦德)을 구하시고, 밖을 다스림에 반드시 안으로부터 하고자 곤원(坤元)을 갖추어 보이시니, 아기씨[之子] 돌아오심이 마치 꾀꼬리가 나무에 모이는 듯, 당신 마음 기쁘심이 징경이가 물가에 있는 듯, 대례복(大禮服)이 실로 격식에 맞고 동관(彤管)이 번쩍 빛나옵니다. 신 모등은 경사를 보는 영광을 얻어 가인(家人)의 이정(利貞)을 기뻐하옵고군자(君子)의 해로(偕老)를 축원하나이다.
[주-D001] 아기씨[之子] 돌아오심 :
결혼을 축하하는 시(詩). 지자(之子)는 신부. 《詩經 周南》
[주-D002] 마치 …… 있는 듯 :
천왕(天王)과 비(妃) 태사(太姒)의 화회(和會)를 징경이에 비하여 탄미한 시. 《詩經 周南》
[주-D003] 동관(彤管) :
동관(彤管)은 붉은 대로 된 붓. 옛날 궁중의 여사(女史)가 이 붓으로 궁중의 정회(政會)와 후비(后妃)의 일을 적었다.
[주-D004] 가인(家人)의 …… 기뻐하고 :
가인(家人)은 남녀 결혼의 괘.
42.천청절을 하례하는 표[賀天淸節表]
정극영(鄭克永)
가절(嘉節)에 임하시어 경전(慶典)을 거행하시니, 진실로 삼령(三靈 하늘ㆍ땅ㆍ사람)의 권애(眷愛)에 맞으며 만방(萬邦)의 즐거움이 고르나이다. 중하(中賀) 황제께서는 혁혁(赫赫)한 지존(至尊)으로서 외외(巍巍)한 황통(皇統)을 이으시니, 종횡으로 영위(英偉)하신 방략(方略)은 바람과 우레같이 호령을 하시고, 나면 성인(聖人), 들면 신(神)이신 기틀은 위령(威靈)이 원근(遠近)에 떨치시나이다. 이제 무지개가 흘러내린 가절(佳節)에 하늘이 주신 □을 표하시니, 온갖 복이 함께 하고 여러 번국(蕃國)이 다 화목하리이다. 신(臣)은 멀리 후복(侯服)에 있사오나 아득히 성안(聖顔)을 바라보고, 용약(踊躍)ㆍ환호함이 보통 때보다 백배나 더합니다.
43.동전 기거 표(同前起居表)
이원응(李元膺)
강해(江海) 물가에서 국경[봉강(封疆)]을 지키느라 경사로운 모임에 몸소 참예치는 못하오나, 운소(雲霄) 위에 생각을 돌려 한갓 성근(誠勤)을 드리나이다.
44.하례하는 표[賀表]
이원응(李元膺)
해가 바뀌어 만물이 자생(資生)하는 때 만국이 모두 대궐 뜰에 모여 임금님의 경사를 하례하오니, 하늘 밑, 땅 위의 만 백성들이 모두 기뻐 춤추나이다. 중하(中賀) 공손히 생각건대, 황제께서 몸소 태래(泰來)에 임어(臨御)하시고 공(功)이 건원(乾元)에 참여하시어 오신(五辰)을 어루만져 크게 순(順)하시며 때와 더불어 함께 행하고, 육합(六合)을 제압하여 엄연히 군림(君臨)하시니 움직이는 대로 크게 응하며, 마침 삼양(三陽)이 회복하는 때를 당하셨으니 더욱 만수(萬壽)의 복을 받으시리이다. 신의 직책이 번국(藩國)에 있사오나 마음은 항상 대궐을 그리워함이 비유하건대 북신(北辰)이 그 자리에 있음과 같습니다. 친히 뵈옵지 못하오나, 남산(南山)이 이지러지지 않음처럼 수(壽)하시기를 오직 축원할 뿐입니다.
45.물장(物狀)
이원응(李元膺)
아름다운 물산을 두터이 함은 육성하여 이룸으로부터요, 밝고 신실[明信]하면 임금께 올림이 가하기에 감히 미박(薇薄)한 물품을 올리나이다.
앞의 물건들은 품질도 하착(下錯)이요, 모양도 보잘것 없어 마치 미나리를 먹다가 임금께 올림과 같아서 진실로 변변치 못함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하오나, 구정물까지도 받아들여 큰 바다를 이루듯이 용납해 주시기를 우러러 바라나이다.
46.팔관회 선랑(仙郞)의 하표[八關會仙郞賀表]
곽동순(郭東珣)
복희씨(伏羲氏)가 천하의 왕이 된 뒤로부터 최고(最高)는 우리 태조(太祖)의 삼한(三韓)이요, 저 막고야(藐姑射)산에 있다는 신인(神人)은 바로 우리 월성(月城 반월성(半月城). 신라 서울)의 사자(四子 신라의 대표적인 네 화랑)인가 하나이다. 풍류(風流)가 역대에 전해 왔고, 제작(制作)이 본조(本朝)에 와서 경신(更新)되었으니, 조상들이 즐겼고 상하(上下)가 화목하였나이다. 중하(中賀) 신이 듣건대, 저 신라(新羅)의 고읍(古邑)은 적수(積水)의 동쪽 구석에 있어, 태고(太古)의 풍도가 있었고 군자국(君子國 신라)의 이름이 있었나이다.
자주색 알[紫卵]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신룡(神龍)이 우물 속에서 나와, 1천 년 하수(河水)가 맑은 동안 성골(聖骨)ㆍ진골(眞骨)이 왕통(王統)을 이었고, 5백년 간에 화랑(花郞)들이 배출되니 원랑(原郞)ㆍ난랑(鸞郞)같은 적선(謫仙)들이 명승지를 두루 찾아 소요(逍遙)하여 노닐었고, 종문입실(踵門入室)한 자가 천이며 만으로 헤아렸습니다. 감서(弇西)ㆍ대북(臺北)은 꿈속같은 화서(華胥 꿈나라)의 길에서, 총석(叢石)ㆍ명사(鳴沙)는 바다 위의 봉래궁궐(蓬萊宮闕)에서 유유자적 노닐었으니 쌀밥 먹고 사는 이들이 아닌 듯, 참으로 운연(雲煙) 속의 사람들이었나이다. 이윽고 신약(神藥)을 먹고 신선이 되어 훨훨 다 날아가니, 지상에 노니는 것을 뉘라 다시 보았으리이까. 도화 유수(桃花流水)가 아득하여 진적(眞跡)을 찾기 어려워도, 고가 유속(古家遺俗)은 아직도 남아 전통(傳統)이 아니 끊겼나이다.
그러므로 우리 태조께서 수덕(水德) 말년(末年)에 의용(義勇)을 분발(奮發)하시어 동명(東明) 옛터에 큰 터를 창업하실새, 밑의 육공신(六功臣)은 소하(蕭何)ㆍ장량(張良)ㆍ한신(韓信)의 삼걸(三傑)보다 나았고, 점치신 만세왕업(萬世王業)은 진(辰)ㆍ변(卞)ㆍ마한(馬韓)을 한 집으로 통일하였나이다. 천지가 아울러 내리신 아름다운 선물에 보답코자 군신(君臣)이 서로 기뻐하는 음악을 만드실제, 용주(龍柱)에 영문(靈文)을 얻어 팔정(八正)을 열고 팔사(八邪)를 막았으며, 계림(鷄林)의 선적(仙籍)을 상고하니 위는 동월(東月), 아래는 서월(西月)로서, “내가 만든 이 법을 옛법으로 삼아서 해마다 한번씩 일부러 상례를 삼거라.”고 자손에게 물려주시니, 사책(史冊)에 뚜렷이 실려 있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주상(主上)전하께서 춘추(春秋)가 바로 한창이시요, 성교(聖敎)가 날로 높으시어, 가없는 조종(祖宗)의 공덕을 계승하여 아침밥을 늦은 시간이 되서야 드시고 밤늦게야 잠자리에 드시면서 정사에 부지런하시니, 이룩하시는 사업이 환한 문장이옵나이다. 국가를 위하여 태평을 이룩하시는 사업이 환한 문장입니다. 국가를 위하여 태평을 이룩하시니 소를 놓아주고 말을 돌려보내(평화)도 좋을 것이요, 종고(鐘鼓)를 울리며 스스로 즐기셔도 술에 취하고 음악을 즐김이 아니요 백성들과 함께 즐기시려고 철을 가리어 의식을 거행하시나이다.
이제 중동(仲冬)의 가절(佳節)을 택하여서 나라의 옛 제도를 시행하오니, 친림(親臨)하신 보좌(寶座) 아래 천관(千官)이 늘어섰고, 우뚝 솟은 오산(鼇山)에서 만세 소리 우렁찬데, 동정호(洞庭湖)같이 넓은 들엔 음양(陰陽)을 조화하는 음악을 연주하며, 신선궁(神仙宮)에서 놀아보니 운우(雲雨) 위에 훨훨 날아가는 듯하며, 산천이 비상한 상서를 보이고 옥백(玉帛)으로 다투어 조공(朝貢)을 제때에 올리나이다. 신이 다행히 태평무사한 때에 나고 한번 알아주시는 성군(聖君)을 만나, 꽃다운 이름을 금록(金籙)에 적고 높은 발자취는 요지(瑤池)에 이르니, 요(堯) 임금의 뜰이 아닌데도 온 짐승이 다 춤추는 반열)에 참예할 수 있었고, 무릇 주(周) 라의 선비라면 다 “소자(小子)도 성취함이 있네”의 시(詩)를 노래하올지라, 감히 해[日]를 향하는 정성을 기울여 우러러 후천(後天)의 축수(祝壽)를 드리나이다.
[주-D001] 자주색 알[紫卵] :
신라 시조는 자주빛 알[해의 상징]에서 나왔다 한다. 《三國史記》
[주-D002] 신룡(神龍) :
신라 시조비(始祖妃)의 탄생 고사(故事). 시조 5년 봄 정월에 용이 영험한 우물에서 알을 내놓아 이를 깨니 여자가 탄생하였으므로 시조의 비로 맞았다. 《三國史記》
[주-D003] 금록(金籙) :
도가(道家)에서, 천제(天帝)의 조서(詔書)를 이름. 《隋書 經籍志四》
[주-D004] 요지(瑤池) :
곤륜산(崑崙山)에 있다는 전설상의 못. 서왕모(西王母)가 산다고 함. 《史記 卷123 大宛列傳》
47.신년의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年起居表]
김극기(金克己)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첫봄이 아직 추운데 성상(聖上)께서 성궁(聖躬)이 만복(萬福)하실 줄 아오며, 신 모 등이 진실로 우러르고 진실로 연모(戀慕)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립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등이 동수(銅獸 변방을 지키는 장수의 인(印))를 나누어 찼[佩]기 때문에 성상을 뵈올 길이 막혔기에 안개를 떨치고 푸른 문(門)에 나아가지 못하오니 구름을 바라보며 멀리 붉은 뜰(대궐의 뜰)을 향하여 절하나이다. 신등이 하늘을 바라보며 성군(聖君)을 연모하는 지극히 간절한 회포를 이기지 못하여 삼가 모관(某官) 신모를 보내어 기거표를 받들어 올리나이다.
48.하표(賀表)
김극기(金克己)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하후(夏后)가 정월이라 일컬은 좋은 철이 돌아왔고 춘군(春君 봄)이 정사를 시작하여 화기(和氣)로써 만물을 일으키니, 물건들도 마침 번영으로 향하나이다. 이때, 경사로운 복을 맞으시니, 신등은 진실로 기쁘고 기뻐서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리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상(聖上)폐하께서 구오(九五)의 위(位)에 편안히 앉으시어 억천(億千) 년의 운(運)을 여시니, 거북점 괘사(卦辭)는 기일을 고하여 일찍 횡경(橫庚 제위(帝位)에 오를 때)의 징조를 예언하였고, 무기(武器)를 감추어 쓰지 않으니 온 누리가 호계(呼癸 전쟁)의 근심이 없사온지라, 첫 새벽에 상서를 맞아들여 푸른 하늘과 함께 국조(國祚)가 그지없으리이다. 신등(臣等)은 외람되이 절(節)을 가지고 장단(將壇)에 서는 직책을 맡사와, 뭇 별과 함께 기쁨을 아뢰며 고관(高官)의 열(列)에 참예치 못하오나, 떠오르는 해를 받들듯 성덕(聖德)을 읊는 마음은 가슴에 간절하도소이다. 신등은 하늘을 바라보고 성수(聖壽)를 하례하는 격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삼가 모관(某官) 모등을 보내어 표를 받들어 하례를 올리나이다.
49.왕태자가 책봉받음을 하례하는 전[賀王太子受冊牋]
김극기(金克己)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왕태자 전하께서 이달 15일에 책봉(冊封)을 받으시고, 26일에 중외(中外)의 내하(來賀)를 받으셨음을 엎드려 살폈나이다. 북두(北斗)에서 금니(金泥)의 조서(詔書)를 내리시어 은영(恩榮)을 흐뭇하게 젖게 하시고, 동조(東朝)에서 벽루(碧鏤)의 문을 열어 빛나는 작명(爵命)을 받자오시니, 군생(群生)의 복이요, 만국이 축하하는 바이므로, 신등은 진실로 기쁘고 진실로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고 머리를 조아리옵나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왕태자 전하께서 효도는 삼조(三朝)보다 더하시고, 재주는 오승(五勝)보다 높으시어, 구름이 날듯, 샘물이 솟듯하는 문장은 위 태자(魏太子 조조(曹操))를 능가하고, 일취월장(日就月將)하는 학문은 주 성왕(周成王)보다 더 광명하나이다.
일찍부터 가업(家業)을 맡으실 미덕(美德)을 갖추시어, 마땅히 감국(監國 태자가 국사를 보는 것)의 높으신 자리에 오르시기를 바랐더니, 이제 양신(良辰)에 즈음하여 보책(寶冊)을 받으시니, 전성(前星)에 발한 광채가 이미 이(离)와 같으신 밝음(제왕의 밝은 정치)에 빛을 더하였사온데, 작은 바다의 성긴 물결로 인하여 태택(兌澤 큰못)애 도움이 되올지라, 기쁨이 원근에 고르고 경사가 고름에 절실하나이다. 신등은 외람되이 윤명(綸命)을 받고 멀리 군무(軍務)를 맡아보기에, 큰 집이 이루어졌다는 말을 듣고 연작(鷰雀)처럼 서로 하례하며 기뻐하나, 홍곡(鴻鵠)처럼 높이 날아 천리에 가 뵈옵지 못하나이다. 신 모 등은 우러러 찬송하옵는 격절하고 황송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이제 모관(某官) 아무개 등을 보내어 삼가 전(牋)을 받들어 하례하오니 들으시소서.
50.하 책 왕태자 표(賀冊王太子表)
김극기(金克己)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성상(聖上)폐하께서 이달 15일에 왕태자를 책립(冊立)하시고, 26일에 의봉문(儀鳳門)에 납시어 천하를 대사(大赦)하시고, 중외(中外)의 조하(朝賀)를 받으셨음을 엎드려 살폈나이다. 학금(鶴禁)에서 의식을 갖추시어 봉숭(封崇)의 전(典)을 거행하옵시고 봉루(鳳樓)에 조서(詔書)를 날려 환한(渙汗)의 은(恩)을 반포하시니, 가까운 곳, 먼 곳이 모두 노래하고 춤추나이다. 중하(中賀) 신이 듣건대, 일은 마땅히 잘 계술(繼述)하여야 하고, 법은 크게 계승(繼承)함이 귀하다 하옵니다. 천진(洊震)이 울창주를 주관하는 이의 위의를 엄하게 하니 뇌성이 백리를 놀라게 하고, 중리(重離)가 밝음을 잇[續]는 체(體 태자가 부왕(父王)의 영명(英明)을 이음)를 빛나게 하니 해가 사방을 비추나이다. 아아, 저군(儲君)의 어지심은 진실로 국가의 복이시니, 어찌 큰 근본을 높여 굉장한 터를 더 굳히지 않으오리까. 공손히 생각건대, 성상께서 요순(堯舜)같으신 총문(聰文)과 우탕(禹湯)같으신 지용(智勇)으로, 천 년의 왕통(王統)을 이으사 조고(祖考)의 성덕(盛德)을 빛내시고, 만방(萬邦)의 마음을 바로잡으시어 원량(元良)의 임명(任命)을 소중히 여기시고 자극(紫極)의 영광을 나누어 청궁(靑宮)의 위(位)를 정하시니, 이미 사랑을 세우시되 사랑을 육친(肉親)에 의하여 친한 이로부터 시작했으니 그 인(仁)을 미루어 만물에 미치게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제 성전(盛典)을 거행하사 홍은(洪恩)을 널리 내리시니, 묘사(廟社)의 끝없는 복을 늘이시겠고, 환구(寰區)의 막대한 경사가 흡족할지라, 천관(千官)의 검이(劍履)는 다투어 작약(雀躍)하여 뜰안에 가득하고, 만국의 제항(梯航)은 홍빈(鴻賓)으로 솔선하여 대궐에 넘쳐, 환성(歡聲)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화기가 가로 세로 흐르나이다. 신등은 어명(御命)을 받자와 변방을 진수(鎭守)하옵기, 이 기쁜 때를 만나, 계(啓)로 돌아가는 노래를 부르오나, 성대한 예전(禮典)에 참예하여 옥백(玉帛)으로 도산(塗山)에 모이지 못하나이다.
[주-D001] 계(啓)로 돌아가는 :
우(禹)가 천하를 익(益)에게 선양(禪讓)했으나, 익(益)이 아직 천하의 인망(人望)이 미흡(未洽)했으므로, 우(禹)가 죽자 제후(諸侯)들이 우(禹)의 아들 계(啓)에게로 돌아가 받들어 제위(帝位)에 올렸음.
51.함성절일 하 표(咸成節日賀表) -함성절(咸成節) 날 하표(賀表)-
김극기(金克己)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성상(聖上)폐하께서 이달 11일 함성절에 중외(中外)의 조하(朝賀)를 받으셨음을 엎드려 살폈나이다. 천 년의 성수(聖壽)를 비롯하시니 화저(華渚)에 별이 무지개처럼 열렸고, 만국의 조하(朝賀)하는 정성은 그 예가 도산(塗山) 때의 옥백(玉帛)보다 성대하니 유명(幽明)이 번갈아 응하고 원근이 모두 기뻐하옵기에 신 모 등은 진실로 기뻐 춤추며 머리를 조아리나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성상(聖上)께서 탕(湯) 임금같으신 관인(寬仁)한 성품으로 순(舜) 임금의 역수(歷數)를 몸소 지니시니 지극한 덕과 크신 업(業)은 삼광(三光)을 꿰뚫고 구천(九泉)에까지 연결되며, 광대한 국토와 많은 백성이 육합(六合)을 차지하고 사해(四海)를 집으로 삼으며 뭇 나라가 다 태평하고 많은 복을 스스로 구하여 얻으셨는대, 하물며 이제 진숙(震夙)의 대를 맞으니, 수장(綏將)의 경(慶)을 모으심이 마땅하겠나이다. 신등은 외람되이 호절(虎節)을 □고 삼가 어령(魚領)을 지켜, 여러 달 동안 천안(天顔)을 뵈옵지 못하다가 이제 가신(佳辰)을 만나니, 성수(聖壽)가 그지 없으사 후천(後天 무궁한 세월)에도 늙지 마시기를 우러러 축원하나이다. 신등이 하늘을 바라보고 성수를 하례하는 간절하고도 황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이제 모관(某官) 모를 보내어 삼가 표를 받들어 진하하나이다.
52.수기절일 하전(壽祺節日賀牋)
김극기(金克己)
신 모 등은 아뢰나이다.
왕태자 전하께서 이달 8일 수기절에 중외(中外)의 하례를 받으셨음을 엎드려 살폈나이다. 백성들에게 재물을 넉넉하게 해 줄 만하니 이는 때가 남풍(南風)이 백성의 노여움[慍]을 풀어 주는 계절이기 때문이고 거연(居然)히 아드님이 탄생하시니, 바로 상제(上帝)가 그 신령함을 나타내신 때가 다시 돌아와서입니다. 따라서 서기(瑞氣)가 뭉게뭉게 엉기고 환성(歡聲)이 와아 넘치나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왕태자전하께서 어지심은 하(夏)나라의 계(啓)를 넘으시고, 효도는 주대(周代)의 창(昌)보다 더하시어 금처럼 환하고 옥처럼 넉넉하신 영자(英姿)를 지니시고, 바다처럼 출렁이고 산처럼 빛나는 성덕(盛德)을 기르시니, 군신(君臣)ㆍ장유(長幼)가 깊이 삼선(三善)의 근원을 찾는 것이고 옥송(獄訟)ㆍ구가(謳歌)는 실로 만민(萬民)의 인망(人望)이 매어있는 것입니다. 이제 탄강의 가절을 만나오니 더욱 더 받으시는 복이 크리이다. 신 모가 외람되이 호도(虎韜)를 지켜 계극(鷄戟)에 추창(趨蹌)하지 못하오나, 무지개같은 별이 화저(華渚)에 흐르던 탄성(誕聖)의 날을 반가이 만나, 해와 달이 하늘에 달려 거듭 환하게 비치심을 우러러 기리나이다.
53.하 신설 표(賀新雪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초겨울이 시작되자 때맞추어 고택(膏澤)이 내리니, 해와 달이 조림(照臨)하는 곳에 만민(萬民)이 경사로이 춤추오이다. 중하(中賀) 공손히 생각건대, 성상(聖上)폐하께서 어지심이 민생(民生)을 적시고, 성덕(聖德)이 하늘의 마음을 움직이시어 사시(四時)에 천기가 순하여 재형(在衡)의 정사에 들어맞고 육화(六花 눈)가 분분히 내려 한 자나 쌓이는 상서를 보이니 농토를 두루 적시어 말라죽던 보리싹을 소생시켰으므로 조정 신하들이 하반(賀班)에 달려가 펄펄 춤을 춥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등은 외람되이 논사(論思)의 위(位)에 있어 섭리(燮理)에 무능하오나, 다행히 대유(大有)의 징조를 보고 명상(名狀)키 어려운 도(道)를 기리나이다.
[주-D001] 대유(大有) :
역(易)의 괘명(卦名), 곧 화(火)ㆍ천(天)ㆍ이상(离上)ㆍ건하(乾下). 《周易 大有)》그러나 여기서는 풍년의 뜻.
[주-D002] 명상(名狀)키 어려운 도(道) :
자연의 섭리는 명상(名狀)키 어려움. 《老子》
54.교방(敎坊)에서 팔관(八關)을 하례하는 표[敎坊賀八關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조종(祖宗)의 구제(舊制)를 받들어 팔관(八關)의 아름다운 모임을 차리고, 백성과 함께 즐겨 만국(萬國)의 환심을 고르게 하오니, 기쁨이 신지(神祇 천신(天神)과 지신(地神))를 흡족하게 하고 경사가 조야(朝野)를 휩쓰나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성상폐하께서 신도(神道)로 교(敎)를 베푸시고 태평을 조심으로 지키시며 팔장을 끼고 옷을 드리우고 앉아 나는 한 것이 없는데도 백성이 스스로 감화하여 제 고장마다 편안히 살면서 업(業)을 즐긴다 하시니 이는 모두가 임금님의 덕이오나 백성이 어찌 이를 알리이까. 이제 중동(仲冬)의 가절(佳節)을 만나 크게 성전(盛典)을 거행하오니, 아름다운 상서가 답지(沓至)하여 큰 거북[鼇]은 산을 이[戴]고 작은 거북은 도(圖)를 지고 나오며, 온갖 음악을 다 벌이니 용이 피리를 불고 범이 비파를 타나이다. 첩(妾) 등이 자부(紫府)에 몸을 두고 동정(彤庭)에 발을 옮겨, 구주(九奏)의 음악 소리를 들으니 균천(鈞天)의 꿈나라에 들어온 듯, 만세수(萬歲壽)를 받들어 숭악(嵩岳)의 환호를 간절히 기약하나이다.
[주-D001] 구주(九奏) :
악율(樂律)의 구성(九聲), 곧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 등 오성(五聲)과 상청(商淸)ㆍ각청(角淸)ㆍ치청(徵淸) 등 사청(四淸)을 겸하여 곡조가 아홉 번 변하는 곡(曲). 순(舜) 임금의 음악 구성(九成). 《書經 益稷》
55.신정(新正)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正起居表]
이규보(李奎報)
운운(云云).
부상(扶桑)과 접경(接境)한 곳에서 공손히 한(漢)나라 번방(藩邦)의 구실을 지키고, 행위(行葦)의 어진 덕에 젖어 다만 주실(周室)에 충성을 다하였습니다. 이제 새해의 아침을 당하여 더욱 옛날보다 곱절로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주-D001] 행위(行葦) :
《시경》 대아 편명, 주나라 왕실의 충후(忠厚)함을 읊은 시.
56.하표(賀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창랑(蒼筤 봄)이 새해를 시작하여 바야흐로 첫봄의 철이 돌아왔는데, 벽협(碧莢)을 처음 뽑는 아침에 원단(元旦)의 신의(宸儀)를 생각하니, 하늘 끝 닿는 곳까지 온 누리가 모두 조회하나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우람찬 공(功)이 높디 높으시고 크나큰 덕(德)이 환히 드러나서 정사는 올바른 옥형(玉衡)을 살펴 백성의 때를 공경스럽게 수여(授與)하시고, 명령은 화평스러운 목탁(木鐸)을 울리시어 크게 문덕(文德)을 펴시나이다. 생각하옵건대, 소방(小邦)은 진실로 누추한대 무슨 볼 만한 선(善)이 있으리이까마는, 다만 예로부터 항상 크게 밝으신 정삭(正朔)을 받아왔고, 더구나 몇해 이래로 여러번 성명(聖明)께 친조(親朝)하였사오니, 우악(優渥)하신 성은(聖恩)에 지나친 영광을 느끼며 황풍(皇風)이 크게 떨침을 즐거워하나이다. 마침 새해를 당하므로 인하여 경하의 정성을 곱절로 드리며, 북두칠성의 자루가 동쪽을 가리킬 때 한갓 충성을 달려 성수무강(聖壽無疆)을 빌 뿐, 임금이 계시는 대궐을 바라보며 직접 만년상(萬年觴)을 받들어 올리지 못함을 한(恨)하나이다.
57.물장(物狀)
이규보(李奎報)
운운.
토산물(土産物)을 조공하면서 백관(百官)이 모인 뜰에 어깨를 나란히 하지는 못하오나, 등을 쪼이던 햇볕을지존(至尊)께 올리려는 마음으로 만방(萬方)의 여러 공물(貢物)에 끼이려 하나이다. 앞의 물건들을 가지고 어떻게 예의(禮儀)에 흡족한 드림이라 하오리이까마는, 그나마 적게 쓸 물자(物資)이오니, 오직 이 정성으로 성감(聖鑒)에 달(達)하나이다.
[주-D001] 등을 쪼이던 햇볕을 :
농부가 등에 햇살을 쬠을 지락(至樂)으로 생각하여, 천자(天子)에게 진상(進上)했다는 고사(故事)이다. 《杜甫詩》
58.성절의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聖節起居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임금의 대궐이 높은 데 계시어 항상 성상의 예광[天光]으로 굽어보시는데 해방(海邦)이 궁벽한 데 끼어 있으나 감히 번직(藩職)을 올려 이어 받았음을 잊으오리이까. 우러러 사모하는 정성이 이미 깊으니 빌어 축복하는 마음도 더욱 간절하나이다.
59.하표(賀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수성(壽星)이 남극(南極)에 보이는 철에 대성(大聖)이 탄생하시고, 상전(祥電)이 북두(北斗)를 두른 때에 열국(列國)이 와서 하례하나이다. 공손히 생각건대, 성상의 공업(功業)은 간우(干羽)로 춤춘 우(禹)보다도 높으시고 정사는 치마를 드리우고 무위(無爲)로 하시던 순(舜) 임금만 하시어 높고 귀하신 도덕으로 제왕(帝王)의 고치(高致)를 끌어당겨 부려서 교화가 이뤄지고 풍속이 아름다워졌으므로 천지의 대화(大和)를 훈도(薰陶)하시었습니다. 더구나 이 경사로운 아침이 다시 돌아옴에 그지없는 상서와 복이 더욱 모이리라 생각하나이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은 우러러 크신 성은(聖恩)을 입어 별고 없이 백성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8월의 영사(靈槎)를 타고 박전(薄奠)을 드리며, 천추(千秋)의 성수(聖壽)를 받들어 순성(純誠)을 곱절로 표하나이다.
60.방물표(方物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온조(蘊藻) 같은 토산물(土産物)도 정성스럽고 공경하는 마음을 귀히 여긴다 하였으니 포모(苞茅)의 공물(貢物)을 어찌 사책(史冊)에 적기를 거절하오리이까. 앞의 물건들은 품질이 격식에 맞지 않고 만듦새가 그릇에 오를 만한 것이 못 되어, 비록 연석(燕石 가치 없는 물건)을 보배에 비함이 부끄러우나 바닷물은 작은 냇물도 거절하지 않는 것처럼 받아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주-D001] 온조(薀藻) :
이삭물수세미라는 말로 여기서는 보잘 것 없는 공물. 《左思 蜀都賦》
61.성절에 기거를 하례하는 표[賀聖節起居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두 번 위궐(魏闕)에 조회할 적에 온 몸이 곧 성화(聖化)를 마시는 정성이더니, 이제 구도(舊都)를 회복하니 발 가는 곳이 모두 황은(皇恩)을 밟는 땅이로소이다. 하물며 번직(藩職)을 이어 닦는 몸이니 더욱 성수(聖壽)를 빌어 충성을 다하려 하나이다.
62.하표(賀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백장(白藏 가을)이 철을 고하자 마침 번개가 두르는 때가 돌아왔고, 자극(紫極)에 복이 엉기어 깊이 내[川]가 더하[增]는 경사를 옹(擁)하오니, 성군(聖君)의 통치가 미치는 곳마다 신민(臣民)의 기쁨이 모두 같습니다. 공손히 생각건대, 덕이 귀하시고 도(道)가 높으시니 하늘이 돕고 신이 도우시어 제항만국(梯航萬國)이 무두 봉직(奉職)의 정성을 올리고 관대백만(冠帶百蠻)이 다 동인(同仁)의 감화에 들어왔습니다. 하물며 이 탄강(誕降)의 가절(佳節)을 맞아 갑절이나 성수무강의 복을 받으시는 것이겠습니까. 엎드려 생각건대, 신이 깊이 성은(聖恩)에 목욕(沐浴)하여 각별히 번무(藩務)를 이어받았기에 멀리 천 리 밖에서 강토를 맡은 직분의 예(禮)를 닦아. 길이 한 마음으로 항상 하늘같은 축도(祝禱)의 정성을 간절히 올리나이다.
63.방물표(方物表)
이규보(李奎報)
운운.
금풍(金風)이 불어오는 철에 마침 서성(西成 농사의 수확)의 경사가 있사옵기, 면수(沔水)와 같은 마음으로 상봉(上奉)의 정성을 표하나이다. 앞의 물건들은 척토(瘠土)의 산물이요, 졸공(拙工)의 제품이기에 감히 내탕(內帑)에 오르기를 바라지 못하나, 다만 성심(聖心)으로 가납(嘉納)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
제31권 끝.
첫댓글 오늘도 좋은 자료 잘 가져 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좋은 자료와 함께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