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레어.
여 마법사 세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걸 사라고요?"
세린의 앞에 놓여져 있는 건 엄청난 양의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무기들이었다. 제커슨이 말했다.
"응. 이거 진품이야. 존 드래곤 꺼 라니까."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그 때, 누군가가 들어왔다. 세린은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어머? 페리건즈 님. 오셨어요?"
페리건즈. 그는 드래곤의 레어의 길드원 중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제커슨이 처음 길드에 가입했을 때는 등급이 319였지만, 지금은 487이다. 그 만큼 실력도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무슨 일이야?"
"그게..."
페리건즈가 제커슨이 펼쳐놓은 무기들을 훑어보더니 놀라며 말했다.
"이것들은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것들..."
"예? 그럼 이게 진짜?"
"물론이지. 이건 본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것이로군."
자신의 물건에 유난히 관심을 가지는 페리건즈를 보며 제커슨이 말했다.
"사시겠소?"
"이 물건들을 나에게 판단 말이오? 나야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지. 얼마요?"
"하나 당 300골드."
"허헛... 예상외로 싸군. 자 여기 3천 골드."
페리건즈는 제커슨에게 돈 뭉치를 주고는 자신의 하인을 불러 검 10자루를 가져가도록 했다.
"그럼 이만. 더 좋은 물건 부탁하네."
페리건즈는 웃으며 드래곤의 레어를 나갔다. 제커슨은 돈 뭉치를 허리에 차며 세린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세린이 말한 퀘스트 수행하지 못했어."
"그래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세린은 서류를 꺼내 무언가를 지워버렸다. 제커슨의 이름이었다. 제커슨은 세린을 뒤로 하고 드래곤의 레어를 나왔다.
루시아의 회견장.
그곳에는 미네르바와 로니에르. 그리고 루시아의 국왕인 아크엘 레이슨이 있었다. 모두들 심각한 분위기였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침묵. 그 침묵을 깨고 미네르바가 말했다.
"폐하. 우리 루시아 왕국이 어떻게 세워진 나라입니까. 저 옛날, 우리의 선조이신 루시아 그레이던트 폐하께서 그 막강한 드래곤 로드를 물리치고 세운 이 성국(聖國)을 저 어둠의 자식들인 사라스 왕국이 침략해 올 지도 모른다는 첩자들의 보고가 이곳 저곳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크엘이 대답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로니에르가 대답했다.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폐하."
로니에르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말을 시작했다.
"우선 제런트 공국에 전령을 보내 전방에 위치한 커시온 요새를 지키게 한 후, 대마왕국에 요청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벨제뷔트에게 제커슨의 던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니 그쪽에서도 마땅히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제의를 하는 겁니다. 벨제뷔트가 도와준다면 우리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힘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미네르바가 말했다.
"우리군대만으로도 싸울 수 있습니다. 아니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사단은 정말로 막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크엘 레이슨이 두 신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내 두 분을 뵈니 정말 든든합니다. 그럼 기사단을 소집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법사 부대도 역시 준비해 두시오."
"알겠습니다."
"이상으로 회견을 폐하오."
제런트 공국(公國).
제런트의 왕은 대공(大公)인 드레이크 마이언이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마법사로 전설의 마법사인 멀린과 암흑의 마도사인 제브레인 다음으로 강한 정신력을 지닌 마법사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는 원래 루시아의 궁정 수석 마법사였으나, 공작의 직위를 받고 남쪽으로 내려가 그 곳에 공국을 세웠다. 그의 군대는 다른 나라의 군대와는 달랐다. 그 이유는 그의 군사들은 모두 마법검사(魔法劍士)였다.
인간이 검과 마법 모두의 경지에 오를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검 아니면 마법, 한 가지에만 전념해 그 분야의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마법검사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두 가지 모두에 손을 대었던 것이었다. 결국 모두 어정쩡한 실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천재'들은 그 모두를 거의 마스터하기도 했다. 드레이크도 그런 천재 중에 한 명이었다.
"무슨 일인가?"
드레이크가 사신에게 물었다. 그러자 루시아의 사신은 공손히 대답했다.
"예. 지금 사라스 왕국이 우리 수도인 루시엘로 진격해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루시아의 국왕이신 아크엘 레이슨 폐하께서 전하께 커시온 요새로 마법검사 부대를 이동하시라고 전해 오셨습니다."
"그래? 아크엘 폐하께서 말이지. 알았다고 전해 드려라."
"알겠습니다."
대마왕국.
벨제뷔트의 대마왕성에서 조용히 회담이 이루어져 있었다. 그 회담을 이끄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 둘은 루시아의 궁정 마법사인 로니에르와 대마왕국의 대마왕인 벨제뷔트의 회담이 그것이었다. 먼저 벨제뷔트가 입을 열었다.
"우선 나에게 고맙게 여기시오. 원래는 우리 영토에 인간이 와서는 안 되지만, 그대가 흑마법사라서 내 그대의 방문을 허락해 주었소."
"황송하옵니다. 폐하."
"감사하오. 자, 여기 온 목적을 말하시오."
"예. 우선은 저 사막의 도적인 사라스 왕국에서 우리 영토를 침범해 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위대하신 대마왕님께 도움을 청하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래? 음... 그렇단 말이지..."
벨제뷔트는 한참 동안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음... 안될 것 같소..."
"예? 안된다니요? 본국도 제커슨의 던전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음... 알겠소이다. 내 와이번(wyvern) 부대를 보내 주겠소."
벨제뷔트의 말에 로니에르가 황송해하며 대답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그럼 난 이만... 안녕히 가시오."
벨제뷔트는 모습을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