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천마산
복합전망대·모노레일
천마산은 독특한 이름 때문인지 우리나라 곳곳에 30여 곳이나 소재한다. 일전에 자갈치 전망대에서 천마산을 바라보니 종래 송전철탑이 서 있던 꼭대기에 건물이 보였다. 부산 서구청이 3년 전 펼친 복합전망대 착공식이 떠올랐다. 그 공사는 계획대로라면 벌써 작년에 준공이 되었어야 한다. 그래서 아미배수지에서 천마바위까지 3㎞ 구간에 8인승 모노레일카 12대가 왕복으로 운행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공사를 시작하면서 자갈치에서 바라다 보이는 건물 3층 복합전망대에선 원도심까지 조망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2019년 부산 서구청은 자체 타당성 조사를 벌여 전망대와 관광 모노레일 연간 이용객이 32만8천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그 예측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복합전망대 건물 자리엔 오랜 세월 송전철탑이 서 있었다. 육지에서 영도로 대규모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선로였다. 한국전력에 몸 담아 일하면서 직접 목격한 때문에 난 60년대 중반 송전선로 건설 내막을 알고 있다.
영도다리에 붙여 섬에 전기를 공급하던 배전선로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대규모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송전선로 건설문제가 대안으로 채택되었다. 대한조선공사 등이 새로 들어서 정부 측 독촉을 받는 한전 본사에선 부산 사업소에 성화가 대단했다. 당시 마흔 중반이던 송전계장은 이 문제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는 출근하면 매일 천마산을 오르는 게 일과였다. 하지만 경사가 급하고 거리가 너무 멀어 송전선을 설치할 수평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본사에서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궁여지책으로 송전계장을 볶아댔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주길중 계장은 뒤꽁무니에 진로소주 한 병을 찌른 채 산을 올라서는 병째로 나팔을 불었고 거짓말처럼 설계는 그날 끝이 났다. 주 계장은 酒都 마산 출신이었다. 내가 한전 은퇴자단체를 맡은 2010년 무렵엔 바다를 건너는 송전선로는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더 안전하면서 대용량인 해저케이블로 바뀐 때문이다. 그때 현직 한전 사업소장은 선로를 철거하지 않고 짚라인으로 관광사업을 벌이겠다고 본사에 보고했었다.
그는 나에게 은퇴한 선배들을 짚라인 사업에 투입하자는 제의을 했고 나도 동의하면서 함께 인허가를 받기 위해 부산시청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짚라인 사업은 부산시장의 허가를 받지 못해 검토만 하다가 끝났다. 70년대 초중반, 영도변전소에 3년 넘게 근무할 때 가까운 천마산에서 거의 수직에 가깝게 영도로 내리꽃히듯 바다를 건너던 송전선로는 이제 가뭇없이 사라졌다. 오늘 폭염 속 천마산 산책로를 걷노라니 젊은 날 부산의 야경을 찍느라 사진가들과 깜깜한 천마산을 오르내리던 추억이 아련했다.
복합전망대 공사는 현재 무슨 연유인지 중지된 듯했다. 송전철탑이 철거된 직후 아내와 천마산 조각공원을 올랐다가 넓은 암반에서 남항 일대와 영도 비경을 조망한 적이 있다. 그날 바람 쏘이러 산을 오른 수녀 세 분을 만났다. 인사를 나눈 후 내가 제의하여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다. 그랬다가 뜻하지 않은 제의를 받았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수녀가 영정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것. 복합전망대에서 남부민동으로 내려서면 참사랑을 실천하고 떠난 이태석 신부 생가가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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