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정
공급 과잉 우려 떈 정원 줄이기도
의료 전문가 등 참여 '협의체' 운영
현장 의견 반영 결정, 회의록 공개도
9년간 의무 근무 '지역틀' 도입 등
지방 의사 부족 해소 최우선으로
'한국에서 의대 정원 증원이 사회적 문제가 돼 의아했어요.
일본에서는 한번도 논란이 된 적이 없었거든요'
일본 아이치현 한 대학병원에서 6년 넘게 일한 소아과 전문의 야노 미즈호는 지난달 30일 '일본 의사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적이 없나'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일본은 50년간 의대 정원의 증감을 반복했지만 의사와 정부 간 갈등이없었다는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단계적이고 유연한 증감원, 논의 기구를 통한 결정, 의사 부족이 심한 지방 중심의증원 등 세 가지 원칙을
지킨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처럼 대규모 증원을 밀어붙이지 않고, 당시 의료.교육 수준을 고려해 이해관계자 간 충분한 논의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의료 수요.공급에 따라 의대 정원을 유연하게 조정해 왔다.
1973년 의대가 없는 지방에 의대를 신설해 6200명이었던 정원을 1981년 8280명까지늘렸다.
이후 증감을 반복하다 지역 의사 부족을 이유로 2006년 지방 의대 정원을 늘렸다.
다만 한국과의 차이는 한 번에 많이 늘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지자체마다 10명씩, 다음 해에는 5명씩 단계적으로 늘렸다.
2017년 9420명으로 정점을 찍자 공급 과잉 우려에 '정원은 9420명을 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웠고,
지난해 9384명으로 다시 줄었다.
'협의체'운영도 갈등을 막는 요소다.
일본은 1983년 '장래 의사 수급에 관한 검토회'를 시작으로 별도 조직을 운영해 의대 정원을 결정했다.
검토회에는 22명이 참여했는대 3분의 2가 의료 전문가다.
의료 현장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취지다.
지방자치단체, 의료 컨설팅 회사, 복지시설 관계자, 시민단체도 참여해 사회적 갈증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한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의사 양성 과정을 통한 의사 편재 대책 등에 관한 검토회'라는 이름으로 내년도 입학 정원을 논의 중이다.
김명중 닛세이기초 연구소 수석원은 '일본은 수급과 대책을 의료 전문가에게 묻고 논의한 내용은 회의록에 기록해 투명히게
공개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역 의료 확충'에 초점을 밎춰 증원을 논의하기 때문에 반발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일본의사회가 2010년 정부에 증원 반대 의'의사 부족 지역에 한해 일부 증원은 인정한다'고 명시했을 정도다.
2008년에는 지방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틀' 제도도 도입했다.
해당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지역 의대가 의대가 입학생을 모집하는것을 전제로 지역 의대가 입학생을 모집하는 대신
대학과 지자체가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졸업 후 지자체가 정한 지역에서 9년간 의무 근무하는 조건이다.
지역틀 시행 전인 2007년 지역 학생 선발 제도로 입학한 학생은 173명, 전체 정원의 약 2%에그쳤다.
그러나 2008년 지역틀 도입 이후 의대에 입학한 지역학생 수는 꾸준히 늘었고 2021년에는 1723명까지 증가했다.
전체 의대 정원의 약 19%가 지역틀 등 지역 학생 선발제도로 의대에 입학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일본은 지금도 지역틀 확대와 다른 지역 파견 등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야노 전문의도 '일본에서는 지역 인제가 지역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며
'지역틀 외에도 각종 학비 지원 제도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의대 증원을 하더라도 지역에 정착시킬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세키도모토시 죠사이대 교수는 '일본은 지역 의사들이 수도구너으로 가지 않도록 지역틀 등 각종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근무 환경, 의료 장비, 연수 등 지역 의료 수준 자체를 올려야 증원한 만큼 지역에 정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유호 특파원
시위는 해도 '최악'까진 안 간다...중재 기구.소통 채널 두는 프랑스.독일
프랑스, 전국의사협의회 운영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등 중재
독일, 연방합동위원회 등 가동
사전 대화.협의 통해 갈등 방지
의료.보건 시스템이 안정화된 선진국에서도 의정 갈등은 적지 않게 발생하고 대국민 피해를 유발한다.
그러나 지난 2월 윤석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펴 후 반 년 가까이 갈등하고 있는 한국처럼 출구 없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일은 적다.
이해 관계자의 갈등을 중재 또는 완화할 기구를 마련해 두거나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소통 채널을 갖추고 있기
떄문이다.
유럽 양대 강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프랑스는 전자에, 독일은 후자에 속한다.
프랑스에서는 진료 종류.형태에 따라 나뉜 다수의 노동조합이 국민건강보험기금(CFAM)및 정부와 의료 정책 및 처우 협상에
각각 나서는 형태라 갈등도 다양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이다.
그러나 갈등 완화를 촉구하거나 출구를 찾게끔 돕는 독립적 또는 준독립적 기관이 여럿 존재한다.
전국의사협의회(CNOM)가 대표적이다.
CNOM은 기본적으로 의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만 공중보건법상 의료윤리강령의 책임기관으로서
'적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할 책임을 동시에 지닌다.
이에 의정 갈등 발생 시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을 두루 판단해 입장을 정하는 한편, 사회적 파장 최소화에 주력한다.
지난 5월 사립병원연합(FHP) 소속 의사들이 '사입병원 자금 조달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파업을 예고했을 당시를 예를 들면 이렇다.
CNOM은 정부를 행해 'FHP 요구를 귀담아 들으라'고 촉구하는 등 동시에 FHP를 향헤서도 엄중한 경고를 했다.
'파업 탓에 동료 시민들이 양질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어서는 안 된다.
파업 중에도 응급 치료 기능은 유지해 달라'
CNOM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공공병원 의사들이 근무 환경 개선 및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을 때
의사들의 주요 불만 사항을 직접 조사해 정부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고용주.근로자.정부 등으로 구성된 공동위원회(CP)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CP는 사안에 따라 여러 층위로 나뉜다.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가공동위원회(CPN)가 작동한다.
지역 또는 시설 수준의 사안은 지역합동위원회(CPR), 지방공동위원회(CPL)가 다룬다.
프랑스 몽테뉴연구소 수석연구원 로라 밀레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부 및 CPAM과의 협상 주체는 노조들이므로
CNOM과 CP의 중재자로서의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대화와 교류의 플랫폼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의료 관련 정책, 의료진 처우 등 특정 사안에 대해 결정하는 단계에서나 사전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두루, 충분히 반영되는 편이다.
촘촘한 대화.협의 채널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낮추고 갈등이 불거지더라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돕는다.
연방합동위원회(G-BA)가 그중 하나다.
G-BA는 밥장 건강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규제 및 정책에 관한 한 최고 의사 결정기구다.
그러나 정부 측 인사로만 구성되지 않고, 의사, 병원, 보험 등 각계 추천 인사가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의결권은 없지만 환자 대표가 토론에 참여해 환자의 관점을 반영하기도 한다.
공중보건자문위원회도 역할을 한다.
연방 또는 주 단위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 의견을 개진하는 자문기구인 이 위원회는 발언 및 권고에 강제성은 없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로가 의료진에게 보장된다.
이는 '정부가 일방적 결정을 했다'는 식의 불만이 나타날 가능성을 크게 낮춰 정책 수용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정부에도 이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를린=신은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