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리 베어스와 관련된 옛날 이야기.. 모르시는분들에게 알려드리기위해 부득불 아는 사이트에서 복사해 옵니다.
오늘은 의미있는 날이 되겠네요. 가급적이면 매일 올려볼 참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원년 OB베어스에는 두명의 주전급 포수가 있었습니다... 김경문과 조범현이죠... 동갑에다가 조금 스타일은 틀리긴 하지만 둘다 정상급의 수비형 포수들이라 한팀에서 한자리의 포지션을 놓고 경쟁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재목들이었습니다...
(또하나의 팀내 동갑내기 포수인 정종현도 선린상고시절부터 주목받던 상당히 좋은 선수였습니다만 프로에서는 일발장타의 능력만 조금 인정받았을뿐 앞의 두명의 벽을 넘기는 힘들었습니다...)
이들과 같은 78학번에는 이만수라는 또한명의 국내를 대표하는 포수가 있었죠...
김경문, 조범현은 이만수처럼 엄청난 파괴력의 타격능력은 갖고 있지 않았지만 한팀의 우승을 능히 이끌만한 지략과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었습니다...
한팀에서 어찌보면 불행하게 만나는 이들 두명은 사실 훨씬 이전부터 악연이라면 악연일 수 있는 인연을 가진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1975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75년 충남 공주고에 야구부가 창단됩니다...
공주고는 창단과 함께 대단히 의욕적인 팀구성에 나섰는데 창단팀이 짧은 시간에 강한 전력을 갖추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타지에서 좋은 선수들을 끌어오는 것입니다...
특히 공주고 같이 대도시팀이 아닌 경우는 초,중학교에 인재를 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유망주확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타지역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고 봐야죠...
공주고가 찾은 타지역의 유망주들중 한명이 부산고를 다니던 김경문으로 공주고는 이 선수를 일찌감치 전학을 시켜서 데려옵니다...
그런데 대구의 대건고에서도 몇명의 선수들이 해체무렵의 팀에 불안함을 느끼면서 공주고로 옮겨오는데 이 선수들중에 또 조범현이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조범현은 조금 일찍 전학와서 주전포수로 자리를 잡은 김경문 때문에 다시 대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프로팀도 아니고 일개 고교팀에서 같은 학년으로 두명의 포수가 함께 있기는 조금 힘든 일이죠...
대구로 돌아갔던 조범현은 기어이 대건고가 해체되어 버리자 서울로 올라와 충암고에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후 이들이 3학년이 되던 시점, 즉 77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포수로 성장하며 각각 소속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게 됩니다...
첫대회인 대통령배에서 김경문이 공주고를 우승시키며 대회 MVP를 수상했다면, 조범현은 충암고를 마지막대회인 봉황기 우승으로 이끌면서 역시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히게 되죠...
(중간에 열린 청룡기에선 또 대구상이 우승하면서 이때의 최우수선수로는 이만수가 뽑힙니다...)
그이후 김경문은 고려대로, 조범현은 인하대로 각각 진학했다가 졸업과 함께 창설된 프로야구에서 이들은 한솥밥을 먹게 된 것입니다...
이들의 주전경쟁은 정말로 치열했습니다...
개막전 주전포수로는 조범현이 나왔지만 원년의 전체 출전경기는 거의 비슷한 가운데 김경문이 약간 많이 나왔습니다...
이듬해까지 김경문의 출전이 많아지면서 주전으로 기울어지는듯 했지만 3년째부터 김경문이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면서 조범현의 출전이 더 많아졌고 86년부터는 다시 김경문이 주전을 되찾게 됩니다...
이들은 선수생활 말년에 모두 OB를 떠나게 되는데 김경문이 89년 태평양으로 트레이드되었고 이듬해인 90년에 조범현은 삼성으로 팀을 옮겼죠...
하지만 김경문은 1년만에 다시 OB로 돌아와서 친정팀의 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반면 조범현은 두번 다시 OB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이들의 팀내 경쟁은 단순히 이들 둘만의 경쟁이 아니었습니다...
초창기 OB에는 김성근 투수코치와 이광환 타격코치가 있었는데 제글에서 몇번 언급했듯이 이들 두명의 거물지도자는 처음서부터 성격이 맞지않으면서 평생을 앙숙으로 지내는 대표적인 라이벌관계였죠...
조범현의 충암고 첫우승 시절의 감독이 바로 김성근이었고 이때부터 조범현은 김성근감독의 수제자로 불렸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광환과 김경문은 그 유대관계가 남다르기로 유명한 고려대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즉 조범현과 김경문은 같은 포지션을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임과 동시에 김성근과 이광환 두 원년코치이자 제2,3대 OB감독을 역임한 두 라이벌 지도자들의 대리전이기도 했던 겁니다...
선수로서 내지못한 이들 두명의 제2의 승부는 이제 감독이 되면서 계속됩니다...
먼저 감독에 오른건 조범현이었습니다... 조범현은 삼성의 코치로 지내다가 2003년 SK의 감독에 전격부임해서 첫해 일약 준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올립니다...
그러자 이듬해 두산은 김경문을 감독으로 임명했고 역시 첫해 3위에 오른 것을 비롯 2005년과 2007년 준우승을 거두게 되죠...
부임첫해 호성적을 거둔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못했던 조범현감독은 SK를 사임한후 2008년에 다시 기아의 감독을 맡으면서 또다시 김경문감독과 맞붙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필생의 라이벌인 이들 두명의 감독중 누가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이들 두명의 라이벌전은 앞으로도 흥미진진하게 계속될 겁니다...
첫댓글 재미있는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