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가 한창인 프로야구 8개 구단이 `투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방망이는 남아 도는데 마운드 요원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 각 구단 감독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최초로 '스타 시스템'이란 투수 분업제를 창안했던 이광환 한화 이글스 감독은 자신의 방에 붙어 있는 도표에 빈칸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제1선발과 2선발로 송진우와 조규수, 셋업맨에 이상군과 김정수를 낙점했지만 나머지 1군 마운드를 지킬 6명의 투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응용 감독을 영입해 한국시리즈 첫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 역시 투수난이 골칫거리다.
이승엽-김기태-마해영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국내 최강으로 평가되지만 마운드는 검증되지 않은 수입 용병 리베라와 토레스의 어깨에 모험을 걸어야하는 형편이다.
지난 해까지 '철벽 마운드'로 불렸던 현대 유니콘스조차 운영난속에 에이스 정민태가 일본으로 이적했고 조웅천, 조규제는 SK 와이번스로 현금트레이드돼 국내프로야구는 어느 팀 하나 투수력을 자랑할만한 구단이 사라졌다.
한국야구는 실업야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60년대부터 전통적인 투수 강국이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뛰어난 투수력이었다.
'전통의 투수 왕국'이 21세기에 이르러 '투수 구인난' 소동을 벌이게 된 것은 우수 자원의 지나친 해외 유출때문이다.
94년 박찬호(LA 다저스)이후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한 아마 유망주 21명 중 투수가 무려 16명이다.
이들은 국내에 남았다면 최소한 선발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A급 투수들이다.
또 96년 선동열이후 이상훈, 정민철, 정민태, 구대성 등 프로야구의 간판투수들도 줄줄이 대한해협을 건넜다.
나이어린 유망주들은 '아메리칸 드림'에 부풀어 메이저리그로, 프로야구 에이스들은 몫 돈을 거머쥘 수 있는 일본으로 떠나다 보니 국내프로야구는 선발 5자리를메우기 어려운 형편으로 전락했다.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지만 다승왕은 챔피언 반지를 낄 수 있다'는 것이 야구계의 금언이다.
심각한 '타고 투저'속에 8개 구단 감독들이 올시즌 어떻게 마운드의 해법을 찾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