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어릴 적 어머니가 시장에 가실 채비를 하면 만사 제쳐 놓고 따라나섰다.</p><p>같이 가자고 한적도 없는데 어느 새 장바구니까지 챙겨 들고 현관에 서 있는 아들 모습에</p><p>어머니는 '너 속셈을 다 안다'는 듯 웃곤 하셨다.</p><p>시장에 따라가면 얻어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 중 최고는 반찬용인 사각형 '덴푸라'였다.</p><p>생선 살과 밀가루 등을 배합해 만드는 어묵을 예전엔 덴푸라, 오뎅이라고 불렀다.</p><p>하지만 덴푸라는 야채, 해산물 등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일본 요리다.</p><p>오뎅 역시 가마보코가 어묵에 해당하니 덴푸라, 오뎅은 정확한 명칭이 아니었던 셈이다.</p><p>해방 후 한글학회에 서 '생선묵'으로 부르자고 제안했지만 널리 통용되지 못했고</p><p>1992년이 돼서야 '어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p><p>한.중.일 모두 즐기는 어묵은 역사가 긴 음식이다.</p><p>중국에선 위완이라고 부르는데 생선을 좋아한 진시황을 위해 가시를 뺸 음식을 만들어 진상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p><p>일본에선 헤이안 시대인 1115년 한 권력자의 이사 축하연에 나왔다는 것이 첫 등장 기록이다.</p><p>우리의 경우 조선 숙종이 진연(왕실잔치)에 오른 '생선숙편'에 반해 모든 음식상에 뺴놓지 말라는 명을 내렸다고 전해진다.</p><p>수라상에나 오르던 어묵이 6.25이후엔 때론 반찬으로, 때론 술안주로 서민들의 배를 채워준 고마운 음식이 됐다.</p><p>그동안 많은 업체가 명멸했고 지금은 100여 곳이 어묵을 공급하고 있다.</p><p>그중 절반 정도가 부산에 있는데 가장 오래된 기업인 삼진식품이 '부산 어묵의 원조' 격이다.</p><p>그런 삼진식품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이어 올 상반기 호주에도 어묵 베이커리 매장을 연다고 한다.</p><p>어묵도 이젠 K식품 대열에서 솥단지 하나 그러고 어묵을 튀긴 지 71년 만이다.</p><p>3대가 한눈팔지 않고 가업을 일으키고, 계승하고, 혁신을 멈추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p><p>한국에는 반도체, 자동차산업도 있지만 전통 가업을 묵묵히 세계화해 가는 중견기업도 많다.</p><p>모두 우리의 자랑이다.                                                                                                                                김정태 논설위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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