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되면 산에서도 들에서도 온갓 새순이 돋아난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먹을
수 있는 새 순(독성이 없는 나물)을 뜯어 소중한 반찬으로 썼다.
이른 봄에 돋아난 나물을 여러가지 섞어 먹으면 저마다의 성분이 중화 합성되
어 아주좋은 약이 된다고 한다.
내 어린 시절은 여러번 흉년을 겪었는데 그 때마다 나물이 쌀 대신으로 쓰여지
곤 했다. 식량이 절대 부족했던 예전에는 나물이 오히려 주식 노릇 하는 경우가
허다 했다.
한 톨 쌀도 구할 수 없는 춘궁이 오면 아낙들은 나물 뜯으러 들로 산으로 하얗
게 치마자락 펄럭여 나선다.
어쩌다 한 됫박 쌀이라도 얻으면 나물 열그릇에 쌀 한옴큼이나 넣고 죽을 끓이
는데 죽사발에 쌀은 어쩌다 하알 씩 눈에 띄곤했다. 그래도 쌀이 들어간 죽은 아
주 고급 죽이다. 대부분은 나물만으로 죽을 끓이거나 보리를 넣어 끓인다.
어린 나이에 절에 들어온 나는 선배 스님들 따라 초파일 반찬 준비를 위해 점심
도시락 짊어지고 산나물 뜯으러 산골짜기를 온종일 혜메 다니곤 했다.
그 때 산에서 먹던 도시락이 어찌 그리 맛이 있던지... 그렇게 며칠을 다니며 뜯
어 모은 산나물로 초파일 반찬을 마련해 손님 맞이했던 아련한 기억...
지금도 그 때 익혀진 버릇 못버리고 합다리 돋을 무렵이면 과히 바쁘지 않는 한
여지없이 망태 질머지고 나선다.
오늘도 나물 매우 귀한 함월산 골짜기를 굽이굽이 돌아 한나절을 다니며 고사리.
비비추. 우산채. 등을 뜯으며 한나절을 휘돌다 돌아왔다.
마침 멀리서 오신 손님 있어 점심에 반찬으로 내니 어찌나 맛나게 드시는지 오
늘 뜯은 량을 다 드렸다.
땀 젖은 옷 빨고 다리는 공력 적지 않지만 오신손님 맛나게 음식 드시게하는 기
쁨도 적지 않은지라 오늘 하루가 그럴싸 하다.
내일도 한번 더 다녀올까 내심 두지만 알수없는 것이 세상사니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