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고로케라고 부르는 튀김은 원래 크로켓(Croquette)이라는 음식이다. 원래는 다진 고기나 채소 같은 것을 감자로 감싸고 이를 튀긴 음식을 고로케라고 한다. 감자대신 밀가루로 감싸서 빵처럼 만들기도 한다.
대구명덕네거리 근처 경북여자정보고등학교(구 경북여상) 바로 뒤에 있는 간판없는 고로케 전문점이 하나 있다. 경북예술고등학교도 함께 근처에 있어서 학생들이 많은 이곳에 고로케 전문점이 있다는 사실을 무심코 그냥 지나치면 알 수가 없다.
간판이 없다보니 가게인지 아닌지조차 모를 수 있다. 전면 유리에 안쪽엔 긴 테이블 하나와 몇 개의 의자가 전부이고, 안쪽엔 고로케를 만드는 시설과 고로케를 전시판매하는 매대만이 이곳이 가게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시설들이다.
금방 이사를 한듯한 이런 허술한 가게 인테리어는 이 집을 평가하는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얼마전까지는 주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었으나 이것도 모두 겆어 버려, 흰 페인트의 벽만 아무런 장식이 없다.
한쪽엔 작은 오디오와 함께 CD들이 수십장 쌓여있다. 음식도 음악이 있으면 맛나는 법이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주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케익판매 등을 위해 장식장이 한켠에 있고, 계란, 감자, 카레, 야채, 김치, 치즈라고 적힌 푯말들이 서 있는 나무쟁반에는 시간이 되면 고로케가 올라가 있다. 하지만, 고로케가 제대로 진열도 되기전에 빠르게 판매가 된다.
하루 세번 정도 고로케가 나온다. 이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찾아가도 고로케 맛을 볼 수 없다. 오전 한차례, 오후 두차례 정도 고로케가 나오는 시간이 있는데, 미리 주문한 물량들이 있어서 가계에 찾아가도 원하는 고로케를 살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인기 고로케는 금방 떨어진다. 찾는 사람마다 편차는 있지만 학생들은 치즈 고로케를,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들은 매콤한 김치 고로케를 좋아한다는 소릴 들었다.
지금은 상호를 알 수 있는 입간판이 없어졌지만, 가게의 이름은 '정싸롱'이다. 주인 성씨를 따서 정싸롱인데 왜 이름을 이렇게 촌스럽게 지었는지 모르겠다. 주인은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이다. 얼마전 신문 인터뷰 기사를 보니 제과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올해 31살의 젊은이란다. 얼굴을 보면 31살 보다는 좀 더 들어 보인다. :)
정싸롱은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집이다. 학교 근처다보니 학생들이 주 단골이고, 학생들이 맛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몇몇 분들이 이곳을 소개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초기엔 머핀과 고로케 두가지였고, 고로케 종류도 몇가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고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품목을 단일화한 것 같다. 두번 가봤지만 머핀은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고로케는 모두 1개에 1천원이다.
고로케는 튀김음식이어서 느끼하다. 두개, 세개를 계속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사실 두어개만 먹으면 한끼 식사에 해당될만큼 크기도 크고 안에 든 것도 푸짐하다.
개인적으로는 감자 고로케와 김치 고로케가 맛있다. 야채 고로케가 좋다는 사람도 있고, 치즈 고로케가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느끼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김치 고로케를 권하고 싶다.
'목숨 걸고 합니다' 벽에 걸려있는 문구다. 젊은 사람의 패기가 느껴진다. 고로케 하나만큼은 정성들이고 맛있게 만들겠다는 표시니 살갑게 느껴진다.
실제로도 맛은 괜찮다. 예상보다 덜 느끼하고 속이 알차다. 아주 뛰어난 맛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지만, 한 두번 사먹기에는 괜찮다. 특히 바로 만들어내어 온기가 있을때 먹으면 정말 맛있다.
소문듣고 달려가면 원하는 고로케를 살 수 없으니 미리 연락하고 가는 것이 좋다. 근처에 있다면 몰라도 미리 전화로 고로케 나오는 시간과 필요하다면 미리 선주문을 하는 것이 좋다.
간판도 없지만 유선전화도 없다. 그냥 주인 전화번호만 공개되어 있을 뿐이다. 주인 전화번호는 010-7628-0756 이다. 고로케를 사러가니 전화기가 계속 울려댔다. 저 정도면 전화 하나 놓을 법도 한데...
정싸롱은 특이한 고로케 전문점이다. 고로케 나오는 시간을 놓치면 원하는 고로케를 맛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