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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전에서 사는 이유와 서울에서 살아야 할 이유
“서울에서 살 지마라 ”
“도봉산 바위가 허연 것은 서울지역이 살기가 있다는 것이고 아마도
대형사고가 발생하여 천수를 다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른 말을 명심하여야 한다. 비록 호호 막막한 말일지라도 이 형의
말을 명심하여 가슴에 새기도록 하여라. “
분명 계룡천도는 하고야 말 것이다 꼭 대전을 떠나지 말거라 부득이
하게 떠나야 할
일이 생긴다면 아이들은 두고 너만 출퇴근하여야 한다. “
한의학을 하시는 집안형님의 간곡한 말씀이다
그것도 20여 년 동안 귀에 박히듯 동생에게 해준 충언이었다.
결혼을 하지마자 대전에서 가까운 대청 호숫가 조그만 재래식 집에
신혼 방을 차렸다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로 쓰면서도 때때로 뒷산에 올라 땜감을
찾거나 산도라지등의 나물을 찾는 것은 놀 이 같은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해질 무렵 서쪽 하늘과 호수에 붉은 물감을 칠해 놓은 듯한 호숫가
석양의 전경은 평화로 웠다. 어느 땐 호숫가에 매워둔 배를 풀어
뱃놀이 하는 재미도 솔솔하지만 먼 곳서 찾아온 친구들과 물위에서
나눈 술맛은 나에게는 짜릿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일이었다.
아내는 그림을 그리지만 소득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받은 얼마 안 되는
수고비가 고작이라
식탁은 김치하나라도 감지덕지 한 생활이었다.
호숫가의 산보만으로 삶의 지루함은 사라진다.
호숫가 바람만으로도 도시의 갈증은 가시게 된다.
철마다 바뀌는 호숫가 꽃들은 현실의 만족과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더해준다 .
어쩌다 가슴이 답답함을 느낄 때면
호수에 욕을 해되기도 하고
호수에 노래를 불려도 주며
호수에 큰소리로 외쳐보기도 하면 되었다
그럼 다 해결되었다.
영혼이 메마르다 싶으면 이웃동네 교회를 찾기도 했다
건초장을 개조한 흙냄새가 푹 푹 풍기는 교회
들꽃 몇 송이를 꽂아놓고 하나님을 경배한 교회
소나무를 깎아 십자가를 세운 교회
구두밑창이 다 헤지도록 신고 다니며 라면으로 연명하며 목회를 하는
전도사가 있는 교회
그 교회를 찾아 영혼의 안식을 얻기도 하였다.
.
형님은 날 세뇌하였나 보다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호숫가 생활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3~4년간의 호수생활은 참 꿈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형님말씀대로 서울로 이사하지 않았다
변변치 못한 직업을 꾀차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은 결국 내 일상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대전에서 서울까지의 출퇴근 ..
지금은 다행히 KTX의 개통으로 2~3시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지
만 그 전만 하더라도 4~5시간정도가 소요되었다.
1일 4~5시간을 기차안과 길 위에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난 참 어리석은
삶을 살았던 것이다..
서울에서 출퇴근하였더라면 1~2시간이 소요될 거리를 4~5시간을 소비를
하였으니 사실 3~4시간의 출퇴근비용이 추가로 소요된 것 이었다..
차내 체류시간도 길어 몸의 피로도가 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출근은 새벽이었고 나의 퇴근은 하루를 지난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살지 않겠다는 형님과의 약속은 나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했던 것 같다.
그래도 새벽의 출근이나 늦은 밤의 퇴근은 아내가 운전하여 역까지
이동하므로 출퇴근은 항상 아내와 함께하였다
역과 집까지 오고 가는 짧은 동안의 좁은 차안에서 아내와 의 테이트
는 사탕을 물고 있는 것처럼 달콤하기도 하다
특히 밤늦은 퇴근시간이면 아내는 항상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차를
정차한 채
날 기다린다. 진한 드레스를 입고서 엽은 향수를 뿌리고 날 기다리는
아내를 보면 퇴근의 피로감은 금방 사라졌다.
기차 안에서 시간은 아이러니 하게도 참 행복했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나만의 움직이는 공간이 출퇴근길이었던 것
이다.
나의 독서와 명상은 이 출퇴근시간에 이루어졌고 급기야 작은 노트북을
이용해서 글을 쓰게 되었던 것이다.
가장 작은 노트북을 이용해서 출퇴근시간을 교재 원고를 작성하는 작업
시간으로 전환하기 까지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를 악물다시피
하여 작업을 멈추지 않는 덕분에 한 권 두 권 세권…….책을 출판하여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만일 나의 긴 출퇴근시간이 아니었더라면 그런 원고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
친구를 좋아하고 게으르며 술자리를 피하지 않는 내 성격상 서재에
않아 그런 작업을 차분히 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출퇴근시간의 명상과 독서는 십 수 권의 책을 출판하는데
아이디어와 영감과 살아가는 투쟁의 힘을 제공하였다.
그래서 형님말씀대로 서울로 이사를 가지 않았던 게 나에게는 퍽
다행처럼 여겨졌다.
가끔씩 발표되는 서울의 대기 악화 와 삶의 질의 저하기사는 산속
소나무 숲에 파묻혀 새울음소리가 끝이지 않고 꽃나무로 둘러싸인
곳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고소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맑은 공기
깨끗한 공기
솔향기 품어 나는 공기
힘주는 공기
삶의 피로를 풀어주는 공기.
자동차 소음조차도 없는 조용한 아파트 덕분에 나와 나의 가족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위하였다.
지방이지만 학군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 아이들 교육도 크게
지장을 받지 않았다.
이렇듯 난 지방생활에 대해 만족하면서 아이들에게도 이를 강조하듯
자랑거리로 삼았다
“ 애들아 아빠가 서울로 이사를 가지 않는 이유를 알지 ? ”
“아빠는 너희들에게 대전 고향을 만들어 주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유년을 보내길 원해.”
“어때 서울로 이사하지 않고 대전에서 사는거 좋지 ?”
나도 형님처럼 아이들에게 대전생활에 대한 세뇌를 하고 있는 것 같다..
2002년 대선의 이슈는 충청지역으로의 수도이전이었다.
물론 여러 후보지가 있었지만 수도이전의 중심은 계룡과 대전이었다..
대전과 계룡에서 인접한 공주 연기였지만 결국 집권당의 선거이슈의
주효로 재집권에 성공하였다
개인적으로 나의 대전생활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지금은 위헌판결로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때는 나의 서울생활을 기피
하였던 나의 삶의 계획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던 일대 대사건임에
틀림없었다.
백두와 한라의 중심되고 금강과 계룡산이 어울려 음양의 태극의 형세를
갖춘 귀한 지역인 계룡천도는 우리민족의 이상향으로 800년의
태평성세를 이룰 것이고 양손에 여의주를 들고 욱일승천하는 용의
기운을 가지고 우리민족은 세계에 중심국가로서 우뚝 설 것이라고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그래서 신행정수도법의 위헌 판결은 나에게 커더런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고 대전살 이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가졌던 동기
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대전생활은 계속되었다
어느새…….나의 .대전생활은 곧 20년을 채우게 될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발전과정을 보면 참으로 눈부시다
일 년 단위로 30만 명의 인구가 증가한다는 서울 및 수도권의 도시화
의 확산은 짐작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동북으로 남양주, 동남으로는 용인 죽천 서북지역으로 김포 파주 교화
남서쪽으로 화성동탄등 그 확산범위는 예측하기 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
이렇게 확산되는 속도와 범위는 대전 충청권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특별히 인구유입동기가 부족하여 대전충청이 발전 속도는
거북이 걸음 수준에 미칠 뿐이다.
서울 및 수도권에 대한 인구 경제력 문화력 교육의 집중은 몰라보게
차이를 낳는다.
실제 대전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그 질과 양적문제에서
서울및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다..
대형건축공사와 사업은 서울 및 수도권업체이다.
부동산매수의 뭉치돈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부터 유입되고 그 이익도
서울 및 수도권으로 돌아간다.
방학이면 대전 일부 학생들은 서울로 향한다.
좀 더 나은 과외를 받거나 학원수업을 받기 위해서이다.
동창회 때이다
모두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한마디씩 한다.
듣다보면 모두가 부동산전문가이다 도대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별
이 모호해진 것같다
그중 서울 사는 동창은 몇 년 전 무리해서 38평 아파트를 1억6천만
원에 구입하였는데 지금시세로는 무려 7억 원이 호가된다고 했다
단 몇 년 사이 5억 정도의 재산가치의 증가를 가져온 것이다.
5억 원의 재산증가…….
대단하다 5억이면 근로자들이 평생저축해도 모으기 어려운 액수가
아닌가.
하지만 이 친구는 아파트 소재가 서울이라는 이유하나 만으로 5억
원의 재산증가를 가져온 것이다...
그 친구와 같은 시기 아파트를 1억2천에 아파를 장만한 나의 경우 현재
시세는 2억 정도에 호가된다고 한다.
나의 경우 물가인상룰을 따진다면 아파트값의 인상은 미미하고 나의
재산가치의 증가는 하찮은 것에 불가하다는 계산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친구와 나의 재산의 차이는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결정되었던
것이다 .
내가 대전에 살면서 자부심을 느꼈던 것은 뭐니 해도 공기이다.
아파트를 근 거리에서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산새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아침잠을 설칠 정도이고 계절마다 다른 꽃향기가 아파트단지에 진동
하며 솔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거실에 있어도 솔숲에 있는 듯
상큼한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다.
깨끗한 환경을 가진 나를 비롯한 이곳사람들은 건강할 것이라고 믿고
있고 서울의 오염된 공기는 서울사람들에게 병마와 죽음으로 몰아
널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서울공기의 오염도를 보면서 대전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게 퍽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했을 정도이다.
언론에서도 서울오염도의 심각성에 대해 경쟁하듯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은 한강이라는 공기청소기가 서울을 가로 지르고 있다.
오염도가 높지만 한강이 공기청소역할을 하기 때문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다행히 서울지역의 개발규제로 대량의 녹지가 확보되어 산소공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녹지가 부족하고 물도 없는 사막국가에 비교하면 서울은 천국과도 같은
도시로 비춰질 정도이다.
서울.
그 수많은 권력자 재력가 명망가들이 살고 있다
서울이 살기 나쁜 곳이라면 달나라라도 불사하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그 서울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서울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일 년에도 수십만
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5000억 원이 소요되는 청계천복원사업이 완성되어 청계천
신드롬에 빠진 국민들은 그 쾌거에 열광하고 있다
서울도심지에 흐르는 청계천복원으로 도심의 복잡함은 더 할 것이고
도심통과비용과 도심 진입비용은 엉청나게 늘어나게 되겠지만 수도
서울에서 발생한 사업이라 더욱 주목을 받으며 차기 대선과 맞물리면서
실제 성과보다 과장되어 부풀러 지기도 했다.
특히 유력정치인은 강북개발을 서두르고 강서개발도 호언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향후 서울의 진화를 상상해 보라..
만알 통일이라도 되는 날이면 서울의 인구집중은 핵폭탄만큼 폭발적
일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독점하며 선민적 자부심을 갖게 할지 모를 일이다
서울이외 지역에서 서울지역으로 진입하기란 더 많은 비용을 지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 . .
이젠 서울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생각해 봐야 겠다
그건 국가적이거나 공익적 가치가 아니다 순전히 내 개인의 사익적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20년 가까운 기간의 대전생활은 나의 열정과 신념에 따른 결과이다.
이제 나의 대전생활의 열정과 신념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특별한 상황의 변화가 없는 한 대전생활의 열정과 신념이 서울 진입
의 집념으로 변할지 모를 일이다..
나를 아는 사람에게 외칠지 모를 일이다.
“ 사람들이여 말을 제주도에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
은 맞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고 성공하고자 하는 분들은 서울로 가십시오..서울에
부자가 있고 서울에 성공이 있습니다. 라고
나의 아이들에게도 설득할지 모를 일이다
“ 아이들아 너희들은 대전을 떠나 무조건 서울로 가라
너희들은 애비와 달리 서울로 가야한다 서울로 투쟁하고 싸워라
그래서 너 많은 것을 얻고 쟁취하여 세상을 위해 충분히 써라 이것이
너희들이 살아가야할 숙명과도 같은 과제이다 “라고.....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이곳 나주도 혁신도시만 선정되면 서울 부럽지 않다고 큰소리치고 있든데...제 생각은 물질적인 풍요는 복잡함이 따르고 마음의 풍요는 물질과는 거리가 멀고...어디서 살까나.
내가 대전에서 살아야하는 이유는 생각할 겨를도없이 살아온 세월이 벌써 17년째입니다.이제 제2의 고향이 되어버린 대전을 떠나서는 살수 없을거 같고 대전은 축복받은 지역이라고 누가 그러더군요.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는 광주에서 그렇게 살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서울사람이 돼가고 있네요.. 전에는 광주를 떠나서는, 더욱이 서울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더니 삶의 터전이 이곳이고 아이들이 커가는 곳이라서 차차 적응이 돼 가고 있습니다.. 서울 살아서 받는 혜택도 많은 것 같구요.. 여러가지 생각의 결과는 아니지만..
어딜가든지 정착해 살다보면 오랜세월을 살게되고또다른 고향이 되고 그런것이겠지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좋은 곳 좇아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 오래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서울이라 우리처럼 고향의 애틋함과 넉넉함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