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목성 도마뱀]

약간은 삼삼하다는 느낌이었을까? 대충 그런 식의 밤이었어. 대충 내 말이 약간 부조리하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이해해주었으면 해. 조금은 로맨틱한 감정에 치우쳐서 생각이 잘 정리가 안되는 경우도 있거든, 달이 밝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비가 오는 날… 그런 날 경험해본 적 있어? 달이 숨을 쉬듯 무훗 한 숨소리가 귓가에 닿는 것같은 느낌, 약간은 기온이 높다고 생각되고, 가득한 습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것이 내 피부를 진득거리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 좋은 피로감에 휩싸이게 할 뿐이야. 따뜻한 달빛은 마치 열기가 적당히 식은 석양 처럼 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태양에서 자외선이 나오는 것처럼 달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온기를 가진 것이 감싸는 것만 같아.

여름의 끄트머리, 하늘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던 그 날 밤은 참으로 충실히도 지나갔다. 집이 없는 나,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이 소중한 줄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 공기 한 숨 한 숨 쉬는 것조차 고맙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고, 얼마나 더 가질 수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고, 이 곳 저 곳 여행을 떠나는 슬픈 가련한 천사. 아마도 사랑스러운 천사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착각의 공주.

돈이 없는 나는 이 곳 저 곳 떠돌아 다니는 외톨이 소녀야. 기다란 체크무늬 머플러는 내 몸을 따뜻하게 지켜주고 두터운 가죽 코트와 체크 무늬 겨울 치마, 그리고 조금은 창피하지만 헤어진 롱스타킹이 내 재산의 전부! 아! 그리고 또 하나 내 생계를 지켜주는 나의 보물인 기타가 있었지? 기타는 솔직히 잘 치는 편은 아니지만 이 것이 있다면 노래를 부를 때 나의 리듬을 맞춰줄 무드를 만들 수 있어. 노래도 잘 부르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을 다니는데에 필요한 돈을 잠시 동안 만들어 주기는 한다고. 그런 것이 가능한 것에 대해서 이 세상에 너무나도 감사하고 있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는 여행을 다니는 여행가야. 이 곳 저 곳, 특별한 곳과 특별하지 않은 곳, 도시와 시골, 밝은 곳과 어두운 곳, 여러군데 최대한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겪고 싶어 죽을 지경에 놓인 호기심 많은 소녀! 맙소사, 사춘기의 소녀들은 으레 그러기 마련이지만 쉽게 안되잖아. 하지만 누구나 꿈꿔왔던 거 아니야? 책에서 읽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 빨간 머리 카락의 서양 소녀라든지 부자집 도련님의 사랑을 받은 고아 소녀라든지 엄마를 찾으러 세상을 뒤진 소년, 집없는 아이 레미같은 이야기들, 모두들 그 사람들이 불쌍하다, 사랑스럽다 하면서도 결국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오고 이렇게 힘들었어도,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며 살아왔던 거잖아. 어린 시절 내 가슴 속에 고이 모셔져 있는 나의 꿈들 그 걸 찾으러 나온 거야.

어떤 사람들은 내가 너무 로맨스에 깊게 빠져들어 있다고 말들하고는 했어. 소녀들은 학교를 다녀야하고, 친구를 사귀어야 하며, 댄스 파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학교를 다녀도 친구를 사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생각을 해봐. 친구를 사귄다는 것을,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여행을 떠나야 하는 거 아니야? 똑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역경을 헤쳐나가며 친구가 되어가는 거야. 도로시와 허수아비, 사자와 나무꾼이 그렇게 했고, 앤과 다이아나도 그런 식이었지 학교를 다니면서 만난 친구라고 해봤자 부잣집 아저씨가 있었던 쥬디 뿐이잖아. 나에게는 그런 대단한 행운보다는 정말로 내 손으로 스스로 친구들을 찾고 싶어!


밤길을 걸어가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야. 일부로 도시를 피해서 가장 시골의 길을 골라서 차가 없는 쪽으로 걷고는 했지 언덕을 하나 넘어가는 것도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야. 언덕이라고 해도, 결국은 하나의 령이라는 이름 아래에 심한 비탈이진 산고개란 말이야. 기타를 하나 옆에 지고 높다란 험한 길을 건넌다고 생각을 해봐. 물론 발바닥은 힘들지만 아무도 없는 공간에 오직 나 혼자뿐이라는 느낌, 물론 어둡다면 상당히 무섭겠지만 하늘에는 달이 있고 별이 있는 걸, 언덕의 꼭대기에 올라서 주위에 앉을 만한 바위를 찾아가서 그 위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았어. 달이 잔뜩 뭘 먹었나봐 안에서 부푸는 걸 보니 아마 이스트(효모)를 먹어서 그렇게 된 것같아. 달의 비밀 한가지 가르쳐 줄까? 달을 보면 되게 커보이잖아. 내 손톱보다 조금은 커 보일 거야. 그런데 그 건 달이 허풍을 친거야. 눈을 조금 가늘게 그래 그렇게 실눈 비슷하게 뜨면 달이 조금은 더 작아진다. 봐 그치? 세상에 달이 복어처럼 부풀리기를 좋아할 거라는 걸 누가 알았겠어?

기타 한번 퉁겨 볼까? 언덕 꼭대기에서 달빛을 받으며 이렇게 넓다란 돌 위에서 기타를 치는 모습이라… 참으로 로맨틱 해보일 거라고 생각해. 한번 해봐? 오케이 좋았어. 단 다라 단단 단다라 단라라 아 잠깐만 참치질 좀 하고 말이야. 응? 참치질이 뭐냐고? 튜닝 말이야. 보통 참치캔에 보면 튜너라고 써있잖아. 기타 줄이 얼마나 느슨한지 팽팽한지 보는 거야. 자아 한번 들어봐 소리가 조화가 있는지 좌라라라랑~? 괜찮지?

[[하늘에 달이 있어요. 옛날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옛날에는 달이 두 개가 있었더래요. 옛날에 공룡이 멸망했을 때 떨어진 운석에 대한 이야기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늘의 두 개의 달 중에 하나가 떨어졌다고, 그래서 달은 지금 곰보 투성이가 되었고, 언제 다시 한번 자신이 당할지 무서워서 저렇게 복어처럼 몸을 부풀린다고 하죠. 하지만 그 옛날 그런 비극을 겪기 전에는 두 개의 달나라에는 행복하게 사람들이 살아갔다고들 하죠. 지금도 달을 바라보면 이 흐붓한 빛에 잠들것같은 황홀감에 싸이는데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오죽 했을까요?]]

음… 노랫말을 조금 더 보충 해야겠어. 노래 실력 그다지 나쁘지 않지? 더 듣고 싶다고? 하지만 즉흥곡이라서 이야기가 잘 이어지지 않을거야. 궁금하다면 날 더 따라오지 그래? 응? 친구? 그래 너라면 친구로 받아줄게.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 나는 언제까지나 여행을 하고 다닐테니까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진 말아줘. 사랑을 해버린다면 이대로 정착하고 싶어질 거야. 자아 조금 더 연주를 해볼까? 응? 넌 하모니카를 좀 불 줄 안다고? 하모니카 있어? 하아! 그럼 한번 맞춰볼까? 그럼 내가 기타로 박자와 베이스 리듬을 내어줄테니까 네가 알아서 연주해봐 자아 시작해볼까?

둥당둥당 둥다당 둥당 둥당둥당 둥다당 둥당 붕붕붕붕붕붕붕붕 붕붕붕붕붕붕 둥당둥당 둥당 둥다당 둥당 둥당 붕붕붕붕붕 둥당 붕붕붕 둥당 둥당당 둥당 둥붕당 둥당 붕당 둥붕당 당당당당 붕붕붕붕붕붕 당당 붕붕붕 당 붕붕 당당당 붕당 붕둥 당당 둥둥 둥둥당당당 붕 붕 붕 붕

뭐야? 너 때문에 힙합 음악처럼 되어버리잖아. 나는 로맨티스트란 말이야. 뭐라고? 그 건 베이스 책임이라고? 뭐 그렇다고 해도, 안따라오면 그만 아니냐고? 그럼 자연스레 네가 따라가게 된다고? 그래 좋아 로맨티스트의 음악을 들려주지!

둥둥둥둥둥둥 당당당당 둥둥둥둥 당당당 띵딩딩 붕붕붕붕붕 붕붕붕

[[나는 정직한 사람이 좋아. 무엇이 되었든 간에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 것이 서로간에 피해를 끼치고,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도 친구가 필요해, 나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 나를 비춰줘 나를 잃지 않게 내가 존재할 수 있게, 나를 느껴줘.]]

어때? 우리 의외로 괜찮지 않아? 내 기타 솜씨? 네 하모니카 화음! 둘이 합치면 멀쩡한 밴드들 하고도 맞설 수 있겠는데! 뭐 배틀? 그 건 또 뭐야? 아니라니까 우린 힙합 음악을 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맞서는 건 힙합 뮤직 하는 사람들이 보통 하는 거라고? 좋아. 그럼 맞서진 않도록할게! 어쨌든 이렇게 계속 달 밑에서 서리만 맞고 있으면 아마 감기에 걸려 죽을 거야!



산을 내려오는 건 올라가는 것보다는 땀이 덜 나지. 달을 등뒤로 하고 내려온다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하고 생각해본 적 있어? 달을 보면서 걸은 기억은 많이 나는데 달을 등지고 다닌 기억은 별로 없다는 생각 안들어? 그럴 수 밖에 달을 등지고 있으면 달이 보이지 않잖아! 그래도 똑같이 많이 일어난 일인데 있는 일이 없는 일보다 더 많이 생각난다는 것은 뭔가 불공평한 생각이 들어. 길거리에서 얻은 하모니카 친구와 함께 돌아다니다 보면, 이 아이 없이 다녔던 때보다 이 녀석과 함께 돌아다닌 때가 더 많이 생각나고 더 떠오르겠지? 그리고 심지어 보이지 않았던 모습까지 떠올리게 될 거야. 달 아래에서 나는 바위에 앉아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이 아이는 서서 하모니카를 불고 있던 그 모습이 아마 달빛을 반사한 실루엣으로 남게 되겠지? 충분히 로맨틱하잖아?

달을 등지고 언덕을 내려오자 내가 밟고 온 언덕과 크게 다르지 않는 언덕들이 계속 이어져 있는 높은 지대의 분지가 나타났어. 커다란 언덕에 둘러싸인 하나의 작은 불빛, 분지 지형의 중앙에 위치한 한 도시를 발견하는 순간 어떤 느낌이었는지 알아? 상상 할 수 있겠어? 시커먼 원형의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하나의 블루 마블이라는 느낌 물론 푸른 색은 아니지만 나트륨 등은 주황색 빛을 내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흰색과 노란색의 향연이었어. 밤에 유일하게 활발한 곳으로 보이기도 하였고, 마치 타락한 향락의 도시처럼 보이기도 하였지, 하지만 그 것은 결국 사람의 흔적인 것이야.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그 곳이야!

산을 타고 내려오는 어둠의 장소에서 점점 인적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껴 가는 기분 느껴본 적 있어? 아마 없을 거야. 사람은 으레껏 길이라는 형태의 인적을 따라 가기 때문이야. 이 좁아 빠진 땅위에서 도로가 놓이지 않은 곳이 얼마나 있으며? 과연 산길을 갈 수 있게 해 놓은 곳은 얼마나 있을까? 사람의 발길이 닿은 곳보다 닿지 않은 곳이 더 넓은 것이 당연하겠지만 결국 사람이 가는 길은 매번 똑같았단 말이야. 쉽게 느낄 수 없는 것이야. 나는 작은 여행자, 마약하는 히피, 꽃을 심는 사람, 그런 자유분방한 아나키스트니까 할 수 있었던 거야. 인적이 없는 곳에서부터 천천히 사람들이 살아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경험을 말이야.

어두운 산속에서 점점 걷다보면 어느새 나의 발길은 풀이 없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야생의 길위에 있게되지. 그리고 점점 점점 가까워지는 불빛만큼이나 사람의 냄새는 짙어지고 흙길은 곧 콘크리트의 단단함으로 바뀌어가, 그리고 아스팔트, 보도 블록, 그리고 그런 외진 곳으로 지나가는 거대한 화물 트럭들, 어둠을 밝혀주는 헤드라이트들로 겨우 위안을 삼다가도 곧 밝혀지는 변두리의 가로등, 그리고 겨우 남아있는 자연의 일부인 가로등 아래의 은행나무…. 주위의 나무들은 이미 단풍이 들고 있는데 홀로 푸르게 남아있다니. 여유가 있는 은행나무인 것같아. 모두들 잠들어 버린 이 시간의 도시의 변두리는 깨끗하다. 오직 나와 친구의 숨소리가 주황색의 조명과 단풍진 은행나무, 그리고 마을 입구를 알리는 커다란 탑만이 이 공간을 메우고 있네. 모두들 가득 메웠어. 빛으로 가득 차있는 공간에 숨소리로 채웠고, 탑이 이 위치를 정의내리네. 모두가 한 공간을 가득 채운 거야! 신기하지 않아? 하나의 공간을 하나의 것이 가득 채운 후에도 거기에는 또 다른 것이 들어가서 또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 호들갑 떨지 말라고? 너는 이런 것에 너무 익숙해서 이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닫지 못하는 것 뿐이야.

아무도 없으니까 괜히 하고 싶어지는 거 있지? 기타를 이렇게 놓고, 아무도 없다고는 해도 이런 탑 앞에서 서서 주황색 조명을 받으며, 오직 나만을 위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도 좋아.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서 더 좋아. 이렇게 둥둥당당 둥당당 둥당 둥둥당당 둥당당 둥당

[[이 고요한 시간 깨우고 싶지 않아 그냥 조용히 잠들고 싶어 그렇게 그렇게 내가 조금 시끄럽더라도 그저 조용히 조용히 잠들어줘 자장가 그러면 자장가 일테니까.]]

음… 조금 다듬어야겠는 걸, 넌 어떻게 생각해? 내가 기타를 칠 테니까 네가 가사를 한번 붙여볼테야? 하모니카로 대답하겠다고? 안돼 안돼 그 건 내가 못 알아 듣잖아. 힙합 하는 녀석들은 랩같은 거 잘하잖아. 오 좋아. 하지만 랩을 하면 안돼, 로맨틱하게 해줘.

[[감정속에, 내맘속에, 그대속에, 이곳안에 무엇인가 누군가가 감동인가? 오는건가? 나 이 곳 여기에서 눈물을 흘려버렸지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가득차있는 충족감이었어, 얻어가지 못한 만큼 그 만큼 나는 편안해져버렸고, 이 따뜻한 냉기가 날 감싸면 조용히 잠들어버릴 거야. 죽음보다, 짙은침묵, 가위눌린, 아름다운, 꿈속에서, 다시태어나버린 거야. 내가 여기에서 살아있는 시간, 순간들이 어쩌면 꿈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황홀한 순간이 전혀 로맨틱하지 않아야 했던 과거였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흩어져가는 것만 같아. 내 손에 잡힌 핏줄기는 그대의 생명, 나의 생명, 하나되는 피의 혼인…]]

잠깐잠깐 그만 그만, 네가 힙합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빠르게 연주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랩을 해버리면 어떻게 해! 게다가 피의 혼인은 또 뭐야? 로맨틱하지 않아 그런 단어는! 시적으로 조금은 더 함축적인 것은 만들 수 없는 거야?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표현의 시대? 그렇다고해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운자만 맞춰서 하는 것은 별로 로맨틱하지 않아. 그렇다고 해서 네가 현실적인 것도 아니잖아. 자 내가 하는 걸 봐

[[나어릴 적에 가고 싶었던, 언덕, 높은, 그런 곳에 내가 살고 있었지, 나는, 어디, 있었던가? 무엇을 하려했던가? 날아가고 싶었던 거야, 내려다, 보고 싶었던 거야. 꿈을, 쫒아 움직였던 부질없는 현실의 조각들. 비둘기가 되어버렸지 조금은 더 가까워지려고, 어떻게라도 그렇게 하려고 언덕, 그 곳, 내가 살아가고 싶은 곳, 이대로 슬피울지만, 나는, 갈 수, 없었지 얼마나 다가가려 했는데, 얼마나 간절했는데 결국 내게 다가오는 것은 더욱 숭고하고 아름다워진 꿈의 일조각,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점점 나 자신을 위로하였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점점 즐거워진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되어버린 거야. 영원한 방랑자가 이 인생에 후회는 없어, 후회를 하게된다면 이렇게 떠나버리면 그만! 나는 영원한 방랑자, 어디에서도 나의 언덕을 쳐다볼 수 있도록! 언제라도 다가갈 거야 그 곳 나의 언덕으로, 내가 가는 길목이면 어떠한 거라도 있겠지 나를 더더욱 하늘 높은 곳으로 보내줄!]]

조금 이상하다고? 늘어진다고? 하지만 운을 맞추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걸 결국 내가 부르는 것은 노래지 시가 아니라고, 응? 정말로 저 노래 때문에 이런 생활을 하게 된거냐고? 그 걸 말이라고해? 방랑이 꿈인 사람은 없어. 꿈을 얻기 위해서 방랑을 하는 거라면 몰라도 말이야. 어쩔 수 없지. 너 같이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사람과 말을 해서 통할거라고 생각한 내가 틀린 걸거야. 물론 나도 훌륭한 시인은 되지 못하겠지만, 너는 더더욱 힘들 것같아. 그러니까 노래는 내가 부를테니까 너는 하모니카를 부는 걸로 만족하도록 해 알았지? 오케이, 약간 무시하는 것같이 들렸다면 미안해. 하지만 나는 내 기타에 맞는 가사가 필요한 걸 하모니카 한번 불어주지 않을래?

붕붕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붕

이봐,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잠깐 이 건 들어본 적 있는 건데 계속 할 수 있겠어? 숨 안 막혀? 오오,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걸, 관악기를 이렇게 쉬지 않고 소리를 낼 수 있다니! 기타로 따라가줄게,


붕붕붕붕붕붕 붕붕붕붕붕붕 다라랑

띵! 틱 틱 틱 틱 틱틱틱틱틱틱틱틱 당 다당 둥당 당 다당 둥당
붕붕붕붕붕붕붕붕 붕붕붕붕붕붕붕붕
당 다당 둥당 당 다당 둥당
붕붕붕붕붕붕붕붕 붕붕붕붕붕붕붕붕
당 다당 둥당 당 다당 둥당
붕붕붕붕붕붕붕붕 붕붕붕붕붕붕붕붕

딩디링 딩딩 딩디링 딩딩 딩디리 딩딩 딩디리 딩딩 딩디링 딩딩 딩디링 딩딩 딩디리 딩딩 딩디리 딩딩
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 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붕 붕붕 붕 붕 붕 붕 붕 붕 붕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
당! 당! 당! 당!
붕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붕 붕붕붕붕
딩딩딩딩딩딩딩딩(기타가 점점 낮은음으로 간다)
붕! 붕! 붕! 붕!
딩딩딩딩딩딩딩딩딩(기타가 점점 높은음으로 간다)
………
붕붕붕붕 붕붕붕붕 딩딩딩딩딩
딩딩딩 딩딩디리리리링(기타가 점점 높은음으로 부드럽게 간다)
붕붕붕붕 붕붕붕붕 딩딩딩딩딩
딩딩딩 딩딩디리리리링(기타가 점점 높은음으로 부드럽게 간다)
붕붕붕붕 붕붕붕붕 딩딩딩딩딩
딩딩딩 딩딩디리리리링(기타가 점점 높은음으로 부드럽게 간다)

붕붕붕붕붕붕붕
붕붕붕붕붕붕붕
붕붕붕붕붕붕붕
붕붕붕붕붕 디리리리리링(약하게 올라간다)



하아 지금 우리가 한 곡을 풀로 끝까지 연주한 거 맞지? 한 번도 서로 맞춰본적도 없었잖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너랑 나는 전혀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름다웠어! 내가 알고 있는 한은 정말로 낮은 퀄리티였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연주였다고, 내가 봐온 하모니카 연주자 중에서는 최고였어, 어떻게 그 걸 입으로 숨도 차지 않고 연주 할 수 있는 거지? 하모니카는 들이마시면서도 소리가 난다고? 하지만 들이마시면 다른 음이 나오잖아. 개조 하모니카라고? 잠깐 그러고 보니까 네 하모니카는 조금 긴 것같네. 딱 두배 길이라고? 그럼 반음 하모니카를… 그 게 아니라 반음은 스위치로 올리고 음정 하나 당 구멍을 두 개씩 만들어서 들이 마시든 내뱉든 같은 음정을 낼 수 있게 만든 거란 말이지? 대단한 걸, 네가 만든 거야? 누구야? 그 걸 만든 장인은? 나도 해달라고 그럴까? 기타는 뭐가 있으면 편할까? 베이스랑 기타를 이어 놓은 것도 있으니까 그 걸 하나로 하면 줄 열 개짜리 기타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될까? 음… 지금 생각해봤는데 그런 걸 연주하려면 테크닉이 상당해야할 것같아. 그러고보면 네 하모니카도 구멍이 두배로 늘었으니까 테크닉이 대단할 것같네, 응? 기타도 비슷한 걸 만든 걸 봤다고? 기타랑 베이스랑 합쳐져 있는 건데 베이스를 먼저 연주를 하면 자체 내에 녹음을 했다가 기타 연주를 할 때 같이 재생이 되어서 마치 베이스와 기타를 같이 연주하는 느낌이라고? 하지만 그러면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을까? 어차피 듣는 사람은 모른다고? 하긴 라이브용으로는 좋겠네. 하지만 역시 자기 손에 익은 것은 편할 것같아.

정말로 대단한 날이었어, 처음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만난 친구라고만 생각했지, 대충 죽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의외로 다른 점을 발견했지만, 그런 사이에서 그런 다른 점이 결코 단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으니….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와 충돌,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가 있는 이 깊은 시간에 이 걸 들을 수 있었던 사람이 나와 너 그리고 은행나무와 이 탑, 그리고 달과 별과 가로등 뿐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변두리 쪽에서 연주를 하는 것은 그 쯤에서 그만 두어야 했어.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에서 그렇게 신나게 연주를 해대는 것은 조금은 바보같아 보이긴 했지만 사실은 좋았어. 그렇지만 당장에 급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잖아? 사람으로써 마땅히 갖춰야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 일이었다고. 물론 나는 어디서든지 잘 수 있는 히피니까 상관없지만… 이 녀석은 불평을 해버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알았다니까. 지붕있는 곳이 아니면 잘 수 없는 거야? 여관을 잡기에는 돈이 모자라다고, 도대체 얼마나 그렇게 소리쳐야 직성이 풀리겠어? 알았어 알았어, 어떻게든 잘 만한 곳을 찾을테니까 좀 조용히 해봐. 뭐라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가난해도 예술은 할 수 있는 거라고 과연 제대로 평가를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 응? 인식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누가 그래? 그런 건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다고! 응? 무슨 소리야! 밥 먹을 생각이었다면 낭만을 쫓지도 않았을 거야. 내가 찾는 것은 아름다운 예술과 여행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보고 싶은 거야.

바보…. 너 때문에 배가 고파졌잖아. 괜히 힘을 빼버렸어. 잠깐 기다려봐. 얼마나 있는지 뒤져볼테니까. 혼자서 다닐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응? 그 건 싫다 뭐. 물론 네가 원한다면 보내주는 것이 맞겠지만, 우리 아직 한번도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잖아. 틀림없이 우린 최고라고, 아! 물론 최고는 아니겠지만, 아까 만큼만 하면 정말 대단할 거야. 눈에 선한 것같지 않아? 거리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발걸음을 멈추고 우릴 바라볼 거야. 그리고 우리는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는 거지. 하모니카라도 괜찮다니까. 너 정말로 열정적으로 연주했잖아. 하모니카가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악기라도 네 하모니카가 보통은 넘는 건 내가 알고 있어! 다시 생각해 보자고, 보도 블록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거야.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고, 점점 우리의 음악이 파란 색 바람을 타고서 사람들을 불러세우고 끌어 모으는 거야. 한 명 두 명은 열 명 스무 명이 되고 백명 이백명이 되는 사람이 되는 사이에 우리는 길거리의 기적이 되는 거라고. 이봐, 그 건 당연한 댓가를 받는 거지 절대로 창피한 일이 아니야. 이해 못 해주겠어? 그래, 그래야지. 일단 사람 사는 곳으로 가자. 응? 인심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지 또 어떻게 알아? 여행 처음 가보나? 이런 일도 못하면 그야 말로 헤어져야 하는 거지. 따라…올테야?

잘도 따라오는 것을 보니, 상상해버렸나봐. 하긴 내가 상상해도 너무 멋진 광경인 걸, 그렇게 될 거야 틀림없이! 나는 히피고, 너는 훌륭한 하모니카 연주자니까. 그러나 저러나 말은 그렇게 해 놨지만 정말 이런 도시에서 누구의 집에서 신세를 질 수 있지? 변두리까지 겨우 들어와 놓고는 결국 다시 외곽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야박한 인심은 아니더라도 아파트 문을 두드리면서 '하루 재워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아무리 인심이 좋다고 해도, 험한 세상을 그렇게 순순히 믿을 만한 사람이 있을 것같진 않았다.

도시의 빛을 점점 등으로 하면서 다시 시골길로 들어가는 느낌, 이 거 혹시 알아? 기껏 8 차선 거대한 도로에 다다랐지만 그 길이 어느 한 순간에 주욱 좁아지는 느낌, 보도도 없는 그런 도로를 걸으며 점점 기울어져가는 달을 본 적이 있어? 이차선 도로를 한동안 걷다보니까 길이 두 개로 갈라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본적 있어? 하나의 길은 여전히 아스팔트로 덮혀있지만, 하나의 길은 어둠을 잔뜩 머금어서 시커멓게밖에 보이지 않지만 잘 보면 짙은 갈색이었다고, 물론 낮에는 밝은 갈색이겠지만 말이야. 그런 거 느껴본 적있어? 없지? 여행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느끼지 못할 것들이라고, 걷는 것만으로도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쉬운 걸음도 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아. 걷는 것이 그렇게 당연한 것인데, 어째서 이 길을 걸어서 다가가는 것이 이리도 낯선 것일까? 뚫린 길이라면 사람이 걸어가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없을 텐데, 고속도로는 사람을 걷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도대체, 도대체 어느 것이 부조리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어. 그 길을 닦아 놓은 것은 국가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국가는 도대체 무슨 권리로 길을 닦은 것이지? 내가 먼저 닦은 길이었다면 국가가 사용 못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히피가 되어버렸어, 도대체 국가가 내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치안? 국방? 도대체… 원래부터 행할 수 있었던 권리를 내게 줬지, 자유는 국가가 주지않아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야. 단지 내게 지워진 것은 수 많은 의무들이었어. 이래서는 안된다, 저래서는 안된다. 이러면 이렇게 해버리겠다 하는 으름장이나 놓고. 그래서 되어버린 거야. 히피가 되어버린 거야.

히피라고 해도 역시 배고프고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는 건가봐. 하긴 배고픔과 피로는 누군가가 강제로 주는 것같지는 않더라고,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신'이라는 것이겠지? 절대적인 자유를 믿는 나지만, 가끔 이렇게 힘이 들 때면 정말로 내가 자유로운 걸까? 하고 생각이 들어. 뭐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서 저기에 놓고, 아직 지지않은 달 아래를 계속 걷다보니 추수가 막 끝난 논길에 접어들게 되었어. 밑둥이 잘려나간 벼의 남은 부분은 말라버린 논바닥에 거의 육각형의 균열을 만들었지만 어두웠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야. 하지만 나의 예리한 시선에는 틀림없이 붙잡혀 있는 것이었지. 그런 논들이, 세상에나 똑같이 생긴 넓은 벌판이라니까. 잔디를 심어 놓은 산의 언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넓은 평야가 똑같이 죽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고, 그 곳을 둘러싸는 분지와 어두운 하늘, 달과 별, 그리고 방랑객 두 명, 등에는 기타를 매고 있고, 뒤 따라오는 녀석은 하모니카를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따라올 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겠지. 앞서 걸어가는 나는 그렇게 두눈을 감고 우리의 모습을 냄새 맡아보았어. 차가운 공기까지 그려지는 것같아. 그리고 머리 속에 그려진 그 광경에는 한 구석에 불을 밝힌 농가도 떠 올랐어. 그래 저기 쯤에서 하룻밤 신세졌으면 좋겠다. 어두운 시골길의 한 구석에서 살며시 보이는 별과 같은 노란 빛은 다가갈수록 커져가고, 따뜻해져가겠지? 그 곳에 몸을 담는다면 마치 포근한 병아리들에게 둘러싸이는 것같은 느낌일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살며시 뜨니까 역시 멀리에 별빛처럼 빛나는 집이 보였어. 상상과는 달리 여러 개가 보였지만 유난히 집 한 채는 밝아보였어. 다른 집들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창을 통해서 빛이 나왔지만 딱 한 집만큼은 집 안에도 불이 켜져 있고, 마당에도 밝은 전구를 켜 놓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던 거야. 마당에 펴 놓은 평상 위에 자그마한 상을 펴 놓고 한 남자가 앉아 있는 것같았어. 이 가을과 맞닿은 날에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저렇게 로맨틱 할 수가!

오늘 묵을 곳을 정한 것같은 느낌이야!

목적지를 정해버렸으니까 일단은 전진! 이봐 잘 따라오라고! 오늘은 저집에 한번 알아볼테니까. 실례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나 있어줘 알았지? 좋아! 말 잘듣는 아이가 좋아! 하아. 깐깐하게 굴긴 별로 꼬마 취급 아니니까 화 내지마! 그러니까 정말 꼬마같잖아.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애처럼 굴긴.

잔소리가 좀 많긴 하지만 그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그 불빛이 있는 곳까지 다다를 수 있었어, 농지보다 조금 더 높은 지대에 위치한 농가의 구불구불 길을 올라가면 제법 농촌 분위기 나는 트랙터와 경운기가 보이고, 농촌과는 어울리지 않는 승용차들도 보이더라고, 하지만 역시 세련된 것들보다는 지프나 트럭이 대부분이었어. 코란도라든지 무쏘 같은 차와 포터나 봉고 프론티어, 자그마한 다마스같은 것도 있었고. 하지만 목표로 삼은 백열등 집은 차가 없는 것같았어. 농가를 하나, 둘, 셋을 거쳐 올라가니까. 있더라고. 집 놔두고 이 밤 중에 쌀쌀한 바람을 맞으면서 백열등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던 사람이 말이야.

안녕하세요?

"……………………."

아! 저는 지나가던 여행자인데 좀 묵어갈 수 없을까요?

"…………………"

하아 전문 여행자는 처음 본다고요? 저도 괜히 없을 것같아서 떠돌아 다니고 있는 거예요. 떠돌이의 삶이 궁금하잖아요.

"…………"

조금 이해 못하시겠지만 이유는 그 정도예요.

"………………."

이유가 없는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요? 하지만 그 것이 이유가 되면.

"………."

에? 순환논법? 하아… 아저씨는 그런 타입이었구나. 하지만 저는 로맨스를 찾는 사람이라서 특별히 논리에 맞을 필요는 없어요. 일단 재워주신다니까 이야기나 하죠. 저는 이렇게 기타를 들고 여행을 떠나고 있어요. 나름대로는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노래 한곡 들려드릴까요?

"……."

네 그럼 해볼게요!


둥둥둥둥 당다가당당 둥가당 당당

[[나어릴 적에 가고 싶었던, 언덕, 높은, 그런 곳에 내가 살고 있었지, 나는, 어디, 있었던가? 무엇을 하려했던가? 날아가고 싶었던 거야, 내려다, 보고 싶었던 거야. 꿈을, 쫒아 움직였던 부질없는 현실의 조각들. 비둘기가 되어버렸지 조금은 더 가까워지려고, 어떻게라도 그렇게 하려고 언덕, 그 곳, 내가 살아가고 싶은 곳, 이대로 슬피울지만, 나는, 갈 수, 없었지 얼마나 다가가려 했는데, 얼마나 간절했는데 결국 내게 다가오는 것은 더욱 숭고하고 아름다워진 꿈의 일조각,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점점 나 자신을 위로하였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점점 즐거워진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되어버린 거야. 영원한 방랑자가 이 인생에 후회는 없어, 후회를 하게된다면 이렇게 떠나버리면 그만! 나는 영원한 방랑자, 어디에서도 나의 언덕을 쳐다볼 수 있도록! 언제라도 다가갈 거야 그 곳 나의 언덕으로, 내가 가는 길목이면 어떠한 거라도 있겠지 나를 더더욱 하늘 높은 곳으로 보내줄!]]


"…………."

네? 전혀 시적이지 못하다고요? 어째서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인데.

"………………"

함축적인 의미? 운율? 운율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음악가라고요!

"…………………"

시인이시라고요? 하지만 시인이라고 해도 음악가보다 음을 더 확실하게 알 수는 없어요! 단어가 너무 부자연스럽다고요? 시였다면 시라고 했을테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건 도대체….

"언덕
나의 언덕
하늘과 가까워지고

하늘
높은 하늘
그 곳에 닿고 싶었다

걷는
땅을 걷는
나로서는 도저히

없지
갈 수 없지
저 높은 하늘이니까

비둘기가 되어버렸지
날아가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날아서
찾아다니겠지
내가 서 있을곳
바로 그 언덕을

언덕
나의 언덕
하늘과 가까워지고

하늘
높은 하늘
그 곳에 닿고 싶었다"


아? 지금 제 노랫말로 시를 만든 거예요? 언덕 나의 언덕 음… 언덕 언덕 나의 언덕 하늘과 가까워지고, 하늘 하늘 높은 하늘 그 곳에 닿고 싶었다. 이렇게 반복하는 쪽이 더 운율이 있을 것같았다고요? 뭔가 군더더기가 없고, 충분히 이야기가 된 것같은 느낌이에요. 하지만 역시 반복을 함으로써 음악적인 면을 살리려 노력했다는 거군요.

"…………………"

아! 저희는 여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최대한 느끼고 싶은 대로 느끼고 싶은 거예요. 물론 아저씨처럼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여러 가지를 많이 보고 느끼고 있으니까 적어도 우린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

아저씨는 여기에 시를 쓰기 위해 오셨다고요? 방안에 책이 너무 많아서 답답해서 나오셨군요. 하지만 읽은 책이 너무 많이 쌓여서 이 마을을 나가보질 못했다고요? 언제나 시를 쓰면 자기 주위의 것밖에 쓰지 못하지만 그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깊게 쓸 수 있다는 거군요. 대단해요.

"………………."

하아… 일단 저희가 깊게 배우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우리는 여행을 계속하기로 했으니까 이대로 돌아다닐 거예요. 저희는 그 걸 선택한 사람들이니까요. 공부를 많이 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을 더욱 속 깊게 느끼는 것도 좋겠지만, 일단은 얕게 느끼더라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싶거든요. 그 것에 대해서는 선택인 것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깊게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저라도 이렇게 넓게 보고 다녀야죠. 모두들 하는 것을 따라하고 싶진 않아서요.

"……………………"

삼류라니요. 저를 잘 모르셔서 그런 거겠지만, 저는 정말 많은 것을 느낀다고요. 하늘의 별자리, 태양의 궤도, 땅을 기어다니는 개미, 벼의 밑둥의 모습, 나비가 꽃에 꽂는 대롱, 보이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것까지 관찰해 왔어요. 한번이라도 보신 적 있어요? 등뒤로 비춰내려오는 달빛, 한번이라도 가보신 적 있으세요? 산속에서 도로를 향한 걸음, 한번이라도 만난 적 있으세요? 서울에서 출발해서 부산을 거쳐서 강릉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을, 한번이라도 말한적 있으세요? 나는 당신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다고. 저는 이런 것들을 느껴왔다고요.

"……………………"

그 걸 뭘로 표현했냐고요? 음악으로 표현했잖아요. 그 것, 충분히 아름답지 않았어요? 네?

"…………."

전혀 다듬어지지 않았다고해서, 세련되지 않았다고 해서 예술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린 틀림없이 멋지다고요!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연주를 같이 맞춰서 했고, 그 덕분에 내 가슴은 충분히 부풀어 올랐다고요. 마음이 움직였고, 그 걸 또한 느꼈다고요. 틀림없이 그 것은 예술적인 것이었어요.

"……………………."

도대체 깊게 파고들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는 건가요? 그럼 아저씨는 시인이라고 하셨죠? 아저씨는 그럼 무엇을 노래하셨죠? 논, 아저씨, 아저씨 주위의 사람들, 삽자루, 시골길의 자동차, 아저씨가 보아온 것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그럼 아저씨는 그 자동차가 도시에서는 먼지를 어떻게 일으키는지 알고 계세요? 이런 구석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여러 가지가 이 세상에는 있다고요. 저는 지금 당장에 아저씨가 요구하는 것을 연주할 수 있어요. 그 것의 깊이가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만 아저씨는 과연 땅 속 병정 개미의 속성을 시로 쓰실 수 있을까요? 일개미는 보았겠지만 병정개미는 한번도 보지 못하셨을 거예요. 병정 개미는 막대기를 집어 넣어서 직접 유인하지 않으면 집에서 나오지 않으니까요. 여왕개미의 알 낳는 모습을 시로 쓸 수 있나요? 여왕 개미는 병정 개미보다 더 깊은 곳에 은밀히 숨겨져 있지요. 직접 개미집을 파헤치지 않는 이상은 볼 수 없어요. 산불이 난 곳에 새로 나무를 심는 곳에 가면 땅위의 재를 파헤치기 위해서 포크레인으로 들 쑤시기 때문에 전 본적이 있어요.

"………………."

확실한 것을 시로 쓰는 것이 완성도가 더 높다. 하지만 저는 많은 것을 노래 할 수 있는 거예요. 전 저의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아저씨는 공부를 많이 했으니까 아실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한 쪽으로만 파고들면, 언젠가 자신이 도태당하고 만다는 것을, 물론 얕게 사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여러 가지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성을 키우는 모습이지요. 둘 다 도태의 대상이지만, 그나마 저는 번성 할 수는 없어도 전멸을 면할 수 있는 형태이지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둘을 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네 맞아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실례한 거. 오랜만에 좋은 대화였다니 고마워요. 경험이 하나 더 늘어난 것같다고요? 내 경험을 나눠준 것같아서 조금 아깝네요.

"…………?"

여행을 함께 하자고요? 글쎄… 아저씨는 음악을 만들 줄 모르잖아요. 아! 작사를 하시면 되겠구나. 그럼, 최고로 로맨틱한 기타와 세련된 기술의 하모니카 그리고 깊이 있는 가사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하모니군요! 뭐? 현실성 없는 로맨스와 저질 대중 문화 그리고 고지식한 문학의 만남이기도 하다고? 이봐 그 건…

"……."

연주를 보여달라고요? 가사를 쓰고 싶으니까? 아직은 안돼요. 가사는 아저씨가 우리와 함께 더 있으면서 우리를 알게 되면, 그 때에 쓰시게 할 거예요. 하지만 간단하게! 연주는 해드릴게요.


그날 밤은 열심히 연주를 해 대었던 것같아. 여행을 하면서 사람을 늘려가게 되었어, 시인 아저씨는 우리가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했어. 이유없는 결과가 부조리 한 것처럼 목적없는 과정도 옳지 않다고. 왜 옳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되는대로 말해버렸지. 브레멘으로 가는 거라고.

처음에 그냥 생각없이 떠나왔던 여행은 어느 새 사람이 하나 둘 불어나버렸고,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 충분히 로맨틱한 기분에 젖어버리려고 생각했던 나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더욱 다른 사람을 만나서 멋진 가사를 읊게되었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로맨틱한 이야기에서 점점 멀어져간다고 생각하겠지만, 점점 현실에 빠져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 무엇보다도 로맨틱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확실히 나는 변해가고 있지만, 점점 자라나고 있으니까. 내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 느껴본적 있어? 점점 대단해져가는 자기 자신을 깨달아 본적이 있냔 말이야?

[!!知己知己警吾!!]

치... 자기 시를 자기 소설에 옮겨서 붙여넣기 하고 있네... ㅋㄷ

[목성 도마뱀]

원래 이 것이 먼저였다고 하면 믿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