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더운날씨가 끝없이 이어지는듯하자 마침내 결심하였다
에어컨을 사고말겠어...그것도 크고 좋은걸루..남편이야 내가하는일 뭐라안할거고...
여자는 가전제품 카달로그를 얻어와 이것저것 눈요기를 하고 있었다 한달전에 피곤하다고핑계대며 들여놓은 퀸사이즈침대가 방의 2/3를 차지한 덕분에 좁은 방구석이 더 덥게 느껴졌다 얼마나 갖고 싶던 침대였던가 아직도 새것냄새가 향긋하게 나는 듯한 침대는 욕심부려산
좀 비싼 제품이엇다
남편은 오랫동안 다른사람밑에서 닥트공사일을 맡아하며 월급을 쥐꼬리만큼 받아왔엇다 것도 못받아올때가 더 많앗다 ...그배고프고 어렵던 시절 휴우~~ 이즈음 남편은 독립하여 여자와 둘이 공사일을 맡았다 알음알음으로 변두리 빌라들의 공사도 자주들어왔다 형편이 나아진것이다 물론 일년내내 일거리가 있지는 않았지만...덕분에 여자도 지금은 한사람의 노동자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엇고 인건비의 지출을 막을수 있엇다
작년겨울엔 김치냉장고도 대형으로 들여놓았다 한달이면 푹푹 쉬던 김장김치를 2월까지제법 신선하게 먹엇던 기억이 흣...
에어컨의 가격은 회사마다 조금씩 성능에 따라 달랐지만 여자는 무시한채 가장 비싼 제품에 눈도장을 찍었다. 비싼게 좋은거야..비싼게...
오후에 교회캠프를 따라갔던 아들둘이 돌아왔다 시커멓게 탄 녀석들은 이제 사내티가 줄줄흘렀다 고2 , 중3....지애비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들도 여자의 행복이었다 비록 공부는 꼴찌를 면치 못했지만 대학 못가면 애비일 물려받아 하라고 하지머...랄라...밥을 해먹인 기억보단 일주일 내내 사먹여야하는 것이 조금은 미안 했지만 여자도 일을 하는지라 아들들은 별 불평은 하지 않았다...가끔... 엄마가 밥좀 해줘봐요..라고 지껄이다 여자의 올라간 눈꼬리에 얼른 말을 돌리는 놈들이었다
ㅡ엄마 뭘봐요?
작은 아들이 새로산 침대위에서 여전히 카달로그에 빠져있는 여자옆에와 걸터앉으며
쉰목소리를 내었다 아들의 몸무게에 침대가 출렁댄다 놈...!
ㅡ에어컨 살라그래 엄마가...
ㅡ에~어~컨~? 와아 진짜? 엄마 벽걸이로 사요 벽걸이...
덩치가 또래보다커서 더위를 더타는 녀석이 웃음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그소리에
욕실서 막 나온 큰아들놈이 생뚱맞은 표정으로 어기적대며 다가왔다 큰놈은 언제나 작은놈보다 뾰족했다 생긴것도 뾰족햇고 성격도 뾰족햇고 말한마디 곰살맞게 하는꼴을 보기가
힘든 놈이엇다
녀석은 카달로그를 힐끗보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ㅡ집은 콧구멍만한데 고를필요가 뭐 있어 벽걸이 작은 것 한개면 되겠네...
ㅡ(원...망할눔의 자식!...쩝)
여자는 큰아들의 퉁명에 콧방귀를 뀌엇다
여자는 날개를 단듯 휭하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맘이 변하기 전에 사. 야. 해.
남편은 지금 낚시터에 가잇엇다 낚시라면 며칠이고 밤을 새는 사람이었다 흥흥흥...
여자는 가전 마트 직원이 침튀기며 설명해줄 사이도 없이 눈도장으로 택해놓앗던 크고 멋진 에어컨을 따악 지적 하곤 카드를 내밀엇다 백 여만원!...흥흥 그까짓것.
아파트 이십층 꼭대기까지 에어컨을 배달하던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렷다 갸우둥갸우뚱
...갸우뚱...분명히 동수와 호수는 배달메모지에 이곳을 가리키고 잇엇는데....데....
그가 알기론 이아파트동은 분명 임대단지였다 실평수 7,8 평쯤되는 ...아파트라는 허울좋은 이름만 달고 있을뿐인 사실은 한두식구도 지내기 불편한 작고작은 서민의 거처...이런 삼십평형 에어컨이 왜 필요한것일까????
엄..마 아악악! 제정신이세요오오~~~
두아들이 외쳐댔다 ...시끄러엇...!
우리식구 4명도 잠자기 좁은 이집구석에왠 대형 에어컨!!...도대체 어디다 둘려고오...
놔둘대도 없잔아요 놔둘대도오...
마침내 에어컨은 방의 2/3를 차지한 대형고급침대 옆구리에 낑기듯 세워졌다 그리고 마치 중심대들보처럼 방문도 반쯤 가리며 당당하게 서서 쉭쉭 찬바람을 뿜어내기 시작 하였다
여자는 코딱지만한 베란다에 가기위해 이제는 침대위를 올라타고 내려야 했다.........
첫댓글 하하하......무한대님~~~건강하시지요? 글 자주올리셔요~~~
아니1.. 여성동지였네~~~속았군!
어찌했건 한 여름 시원하게 잘 지냈겠네요..ㅎㅎ
에어컨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