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편안한 나무
이 원 규/소설가.동국대 문예창작가 겸임교수
오양호 선생님은 내 문학 인생에 있어서 매우 고맙고 소중하다. 내 소설 평문을 참 많이 써 주셨다. 내 소설에 대한 비평가들의 글을 모아 놓는다면 절반이 될 것이다.
인천에서 대대로 살아온 내게는 인천대학교에 오 선생님이 계신 것이 그렇게 좋았다. 안부가 궁금하거나 소설이 안 써질 때 찾아뵈었고 근년에는 내가 출강을 해서 더 자주 뵈었다. 만나면 격려해 주고 소설에 대한 고민도 들어 주셨다. 작가는 자기 열광에 빠져야 좋은 소설을 쓰기 마련인데 선생님의 격려에 소설의 발동을 건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정년을 맞으셨다니 내 가슴에서, 아니 내 고향 인천에서 보물 하나가 떠나는 듯해 허전하다.
선생님은 인천의 보물이었다. 가르치시는 것 외에도 인천에서 일을 많이 하셨다. 특히 근년에 발표하신 인천 배경 현대소설들에 논문들을 인천과 인천인들은 보물처럼 여길 것이다.
선생님은 따뜻한 분이다. 평문도 그렇다. 맥을 정확하게 짚어 정곡을 찌르면서도 작가를 절망하게 하는 문장은 없다. 그래서 우리 작가들은 선생님의 평문을 좋아한다.
문장이 유려해서 혹시 젊은 날에 시나 소설을 쓴 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그걸 확인했다. 금년 봄 슬쩍 원고를 보여주셨는데 <그늘에 살던 나무들의 전설>이라는 단편소설이었다. 젊은 날의 정열과 삶의 근원적 비애와 희망, 그런 것들이 잘 녹아든 빛나는 소설이었다. 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그 뒤에 오 선생님이 더 좋아졌다.
최근에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백석(白石)의 시가 제일 좋다고 언젠가 말했지? 그런데 걱정이야. 내가 친일 시들을 찾아냈어.”
“가곡 <선구자>가 친일시라는 걸 밝혀내시더니. 어서 논문으로 쓰셔요.”
우리 문학사에서 아직 정리가 덜 된 만주문학 등 선생님은 써야 할 글이 많다. 항상 건강 건필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