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늘어나는 여성 운전자 비율은 어느덧 40%에 이르고 있다. 자동차는 더 이상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아닌 대낮에 시내주행을 하며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여성 운전자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성 운전자라 하면 가장 먼저 ‘김여사’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도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
이번에 소개하는 주제가 바로 여성 운전자를 위한 차. 바꿔 말하면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차라고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각기 다른 이유로 다양한 성격의 4개 차종을 선정했다. 폭스바겐 더 비틀, 기아차 레이, 벤츠 E클래스 컨버터블, 토요타 86이 그 주인공들이다.
다른 차는 몰라도 이 차는 안다, 폭스바겐 비틀
흔히들 딱정벌레차, 붕붕카라고도 불리는 이 차를 모르는 여자는 거의 없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길에서 비틀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귀여워!” 또는 “저 차 좋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으며 관심을 보이게 마련. 여자들은 그렇다. 성능 따윈 일단 뒷전이고 무조건 디자인과 이미지가 먼저다. 남자의 로망 포르쉐 911도 여자들에겐 비틀과 다를 바 없거나 그 이하로 취급받는 처량한 신세. 오히려 박스터가 더 먹힌다.
무려 1938년부터 시작된 비틀의 역사는 길지만 풀 모델 체인지는 두 번에 불과하다. 1세대 클래식 비틀, 2세대 뉴 비틀에 이어 올해 드디어 3세대 더 비틀이 출시됐다. 마냥 앙증맞기만 했던 기존의 디자인을 약간 탈피하고 성능과 운전재미가 더욱 향상됐기 때문에 메이커 측에서는 3세대 더 비틀을 일컬어 ‘남자를 위한 비틀’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공감은 되는데 여전히 남자가 타기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성 오너라야 비로소 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가 뭐래도 비틀은 귀여운 디자인으로 먹고 사는 차니까. 남자라면 골프도 있고 시로코도 있다.
경제성과 실용성 우수한 박스카, 기아차 레이
레이는 일단 귀여운 박스카라는 점에서 외모만으로도 여성들의 관심을 끈다. 하지만 여기서 레이를 꼽은 이유는 경차 혜택에 따른 경제적인 측면과 일상에서의 실용성 때문이다. 기혼 여성이라면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교에 데려다 주는 통학용 또는 마트에 장보러 갈 때 바로 이런 차가 안성맞춤이지 싶다. 미혼 여성에게도 직장 출퇴근 혹은 주말에 여행 다니는 용도로 레이 정도면 충분하다.
자그마한 경차지만 박스형 디자인으로 인해 여럿이 타도 크게 불편하지 않고,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 짐을 많이 싣고 다녀도 무리가 없다. 경차 연비가 기대만 못하다는 평이 많지만 덩치 큰 세단이나 무거운 SUV에 비할 바는 아니고, 세금 감면이나 통행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으로 인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여러모로 부담이 적다. 또한 대부분의 여성 운전자들은 차를 거칠게 몰지 않고 찬찬히 달리는지라 굳이 높은 출력과 성능은 필요 없으며, 특히 커다란 차에 파묻혀 다니면서 주차할 때마다 쩔쩔매는 김여사님이라면 되도록 작은 차를 타야 스트레스도 적을 것이다.
기아차에 의하면 차명 ‘레이(RAY)’는 ‘희망의 빛, 서광, 한줄기 광명’을 의미하며, 삶을 더 밝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햇살과 같은 차를 지향하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경제성과 실용성을 두루 감안하면서 운전 편의성까지 고려한다면 레이는 분명 여성 운전자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차가 될 수도 있다.
아름다운 여성일수록 금상첨화,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
벤츠의 삼각별 엠블럼이 달린 우아한 컨버터블을 타고 긴 생머리를 찰랑이며 여유롭게 달리는 여성 운전자. 조막만한 얼굴에 선글라스로도 가려지지 않는 예쁘장한 외모와 뽀얀 피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고개를 귀엽게 까딱거린다. 섹시한 여성이라면 멋드러지게 담배를 피워도 폼이 제대로 난다. 남자 입장에서는 그저 바라만 봐도 흐뭇해지는 광경, 멋진 자동차와 아름다운 여성의 조합.
여성의 차로 E클래스 카브리올레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수입차 시장에는 다양한 오픈 톱 모델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벤츠 특유의 우아하면서도 잘 빠진 디자인이 특히 여성 운전자와 잘 어울리기 때문. 약간 싼티나는 여자가 타도 왠지 부티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외모가 심하게 떨어지는 경우라면 오히려 차에게 해를 끼치는 격이니 구입을 자제하길. 아름다운 여성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차가 바로 E클래스 카브리올레다.
E클래스 카브리올레에는 다양한 장비들이 탑재되어 한겨울에도 오픈 주행이 가능하다. 일단 강풍을 막아주고 따뜻한 공기를 유지시켜 안락함과 쾌적함을 향상시켜주는 에어캡 기능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톱을 열고 달리는 고속주행에서도 모든 탑승자가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며, 버튼 하나로 조작 가능해 기능성은 물론 쾌적함과 우아함, 안전성까지 향상시킨 혁신적인 기술이다. 업그레이드된 에어스카프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송풍구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 몸을 감싸주고 탑승자의 앉은키에 따라 각도를 위 아래 36도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달리는 속도에 맞춰 풍량의 세기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영하의 날씨에 톱을 열었어도 미쳤다고 욕하지 말자.
수동변속기 스포츠카를 즐기는 여성? 토요타 86
이런 여성은 정말 흔치 않겠지만 남자 이상으로 자동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즐기는 타입일 것이다. 자동변속기가 일반화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극히 드문 수동변속기 차량. 그 중에서도 정통 스포츠카를 능숙하게 타는 여성 운전자라면 상상만으로도 멋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티뷰론이나 제네시스 쿠페는 정통 스포츠카가 아니라서 예외로 한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이라는 자동차의 본질에 있어 출력이 다가 아님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차가 바로 토요타 86이다. 단지 빠르게 달리는 것은 배기량이 높거나 출력만 높으면 어떤 차라도 가능하고, 누구나 손쉽게 직선도로에서 가속페달만 밟으면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차와 혼연일체 되어 내 몸을 움직이듯 착각하며 도로 위를 누빌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86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와인딩 코스를 누비는 여성이 있다면 못생겨도 사랑스러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