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4월 6일에 울산교회에서 개최된 부산교구 성가제에 다녀왔습니다.
성가제의 정식명칭은 '성모수태고지 축일 성가제'라는 긴 이름입니다. 예전에는 '성모문보 성경암송제'라고 했습니다.
올해는 성주간에 축일이 있어서 부활절이 지난 4월 8일로 축일을 옮겨서 지키게 되었고 성가제는 토요일에 개최된 것 같습니다.
17번째 성가제라니 9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나 봅니다.
저는 예년에도 가까운 교회에서 성가제를 하면 혼자서 참석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올해는 수녀원 차원에서 함께 참석하기로 하고 교통편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까지 가서 고속버스로 갈아타고 울산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아침부터 봄비답지 않게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울산에 들어서서 태화강변을 달리는 버스안에서 한컷>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니 참석자가 많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울산교회에 도착해서>
성서정과표에 보면 울산 성 바나바 교회는 1972년에 설립, 1979년에 축성되었다고 합니다.
성당건립에 일본성공회의 후원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이 플래카드는 뭘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오네시모 주교님이 제주로 가시기전에 울산교회 관할사제로 계셨고 그래서 울산교인들의 남다른 애정표시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오전 11시에 감사성찬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울산교회 어머니들이 준비한 점심을 먹고난 후에 본격적으로 성가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참가순서>
성가제 방식은, 먼저 간단한 성경구절을 참가자들이 나누어서 암송한 다음 참가곡을 부르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 낭송처럼 성경구절을 외워서 들려주는 것을 듣고 있자니, 그 말씀이 절절히 들렸습니다.
다음은 참가팀들에 대한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평입니다.
1. 동래교회의 노익장 트리오
이 세분은 성가제에 목숨걸고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세분이 목감기와 몸살이 심한 가운데서도 트리오를 결성해서 연습을 하셨다고 합니다.
느껴지십니까, 사진속의 비장함이...
2. 산청교회의 '지리산의 봄바람'팀
마치 봄의 전령인듯, 스카프 하나로 상큼한 봄바람을 느끼게 해 준 팀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팀에 넋이 빠져서 제 마음을 줘버렸습니다. ^^
이 팀에서 제가 재미있었던 것은...
지리산 봄처녀들을 애타게(?) 쳐다보는 이분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산청교회에서 목회하시는 염영일 신부님이십니다.
이날 성가제에 참가하느라 산청, 진주, 사천에 흩어져있는 신자들을 일일이 태워서 울산교회까지 운전해오셨다고 합니다.
칠순이 넘은 은퇴사제임에도 주교님의 부름을 받고 흔쾌히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가셔서 다시금 목회의 열정을 불태우고 계십니다. 지난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어려웠노라고 하셨습니다.
3. 부산주교좌 교회의 '새로운 물결'팀
저는 이 팀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분명 '어머니연합회 성가제'인데 청일점이 두분이나 '끼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 성가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 다음팀에도 또 청일점이 등장합니다.
이미 많이 진행된 바람인가 봅니다.
4. 덕포교회의 '무서울 뻔한'팀
상큼한 봄바람을 만끽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위 까만 정장을 입고 나와서 일순간 저를 긴장하게 해 놓고
이렇게 무너져 버리는 귀여운 팀이었습니다.
저중에 유치원 선생님이 한분 있지 싶었습니다.
5. 서울산교회의 '꽃봉오리'팀
이 팀이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를 부를 때부터 저도 모르게 따라부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내 앞에 어려운 일 보네
주님 앞에 이 몸을 맡길 때 슬픔 없네 두려움 없네
주님의 그 자비로운 손길 항상 좋은 것 주시도다
사랑스레 아픔과 기쁨을 수고와 평화와 안식을
예전에 저에게 참 많은 위로를 주었던 성가였습니다.
이제는 내가 성가를 부르는지, 성가가 나를 부르는지 모르는 지경으로 들어갑니다.
6. 울산교회 '주최측'팀
성가제를 개최하는 '주최측' 교인으로서, 점심준비하랴, 손님 맞이하랴
몸이 열개라도 부족했을 텐데 이렇게 또 아름답게 성가를 부르니, 어찌 주님이 기뻐하지 않으시겠습니까.
7. 대구교회의 '마라나타의 무지개'팀
이 팀은 벌써 등장부터가 남다르지 않습니까?
제가 몇주전에 동문동교회에 갔다가 이 팀이 성가제 연습하는 것을 보고 짐작을 하기는 했습니다.
올해는 막강한 라이벌이었던 상주교회도 불참했으니 대구교회의 독주가 예상되었는데 그대로였습니다.
상주교회 어머니들, 대구교회의 독주를 막아주세요!!
이쯤해서 세분의 심사위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동안
번외팀의 특별찬양이 있었습니다.
팀명은 '급조'(急造)
내년에는 떼제기도를 화음넣어서 준비해 보리라 살포시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심사위원장을 꼽습니다.
안균호 심사위원장님...
분명.. 성가제를 시작하기 전에는 심사의 요건에 대해 엄중히 일장연설을 했었는데
심사평을 해야 될 자리에서, 심사평은 산으로 가 버리고
성가제는...
...본격적으로 흥겨운 축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일반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이 순간부터 3D 안경을 쓰고 입체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좀전의 긴장되던 심사평의 순간은 사라져 버리고
모두가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는 시간,
우리가 여기 왜 모였는지, 여기가 어디인지 잊어버릴만큼 모두의 잔치가 되어버린 순간...
마치 물이 포도주로 스르륵 변한 것처럼... 우리는 변화되고 있었습니다.
어느 교회는 인기상을 받고
어느 교회는 교구장상을 받고, 상금을 받았지만
모두가 즐거웠던 시간, 마음껏 웃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다지도 좋을까>
부산교구 어머니 연합회 회장님의 감사의 인사말씀이 있었고
그리고 주교님의 축복기도로
성가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울산교회 신부님과 신자분들은 한달전부터 성가제를 위해서 교회에 새단장을 했다고 합니다.
교회 구석구석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꾸며 놓았습니다.
성주간과 성가제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많은 애를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울산교회 정준석 신부님,
자세히 보면 토끼눈에 간신히 서 있습니다. ^^
오랫만에 만난 미카엘라 수녀님과 기념사진도 찍고
셋이서 재미있는 뒤풀이 시간도 가졌습니다.
다시 돌아오는길,
하루종일 내리던 비도 그치고 왔던 길을 되짚어 구미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날 성가제를 보면서,
우리 각자가 울산에 가지고 간 것은 알수 없는 조각이었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큰 그림을 맞추었고
그 그림을 바쳐드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성가였든, 그림이었든, 우리의 마음이었든...
하느님께서는 기뻐받으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풍성함을 안고서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날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
'
'
'내년에도 꼭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