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찌불로 참새 잡기 ***
2001.05.01 글 / 임금자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저는 지금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에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 압구정리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 속으로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애들아 놀자 구~욱해라. 구~욱해 구~욱? 찾았다. 차 찾았어.
휘영청 밝은 달밤에 밤늦도록 놀던 얘들아! 우리 모두 추억 속으로 같이 가자꾸나. 자치기. 제기차기.
땅 뺏어먹기. 사방치기. 팽이치기. 썰매타기. 오재미. 고무줄. 줄넘기. 공기놀이. 딱지치기. 말 타기.
연날리기. 구슬치기. 흙속에서 글씨 찾기. 닭싸움. 망초 뽑아 제기차기. 하얗게 눈 쌓인 날 삼태기로
새덫 놓고 방에서 내다보고 낚아채기. 그 추운 겨울밤 덴찌불로 추녀 끝에 참새잡기. 등등...
이렇게 많은 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 갖고 있는 사람 어디 나와 보라고해. 컴퓨터 게임.
오락게임이 온 세상 어린이들을 다 흔들어 놓아도 그때 우리들이 놀던 그 짜릿한 희열은 체험할 수
없을 거야 그뿐인가. 우리들의 먹 거리도 조금만 수고하면 뽀찌며. 오디며. 산딸기. 까마중. 시영에 삘기.
칡도 있고. 메뚜기 잡아 구워 먹고. 메 캐먹고. 학교 끝나고 귀가 길에 논에 들어가 올망 탱 이.
게 밥 따먹고. 깜부기 물고 수염 그려가며 깔깔 재잘거리며 다니던 그때 그 장소들은 지금 어디쯤일까?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언댕이며 뒤진이. 새난골. 까치벌. 큰말. 양지말. 등등을 알까? 전혀 모르겠지?
끝없이 넓고 긴 하얀 모래사장과 샛강. 큰말 삼층바위. 양짓말 상살비탈. 그 아래 웅덩이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신 검정팬티 달랑 하나만 입고도 개 수영에 송장거리. 잠수까지 못하던 게 없던 우리들.
지금은 돌이켜 보아도 그때 그 시절 우리는 정말 압구정리에서 태어난 그 자체가 행복이었기에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샛강에 송사리가 때지어 다녔고 물가엔 조그만 조개도 많았고 용무꾸미 자갈밭에
고동 따던 재미가 잊을 수 없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들과 은하수가 언제나 고개만 들면
펼쳐져 있던 곳인데... 아 정말 그립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서 어른이 되기까지 있었던 추억들을 지면으로 다 쓰려면 향우회회보전체를
다 차지하여도 모자라고 몇 날 몇 밤을 이야기 하여도 무궁무진하게 있으므로 지금 저의 가슴이
벅차고 어린 시절 그 맥박이 솟구쳐 오는 것은 나만이 아닐 거라는 느낌입니다. 모락모락 고사떡 심부름이
너무나 신이나 고사리 손 종종 걸음으로 양짓말. 큰말. 신나게 뛰어 다니다가 돌아와 보면 어느새
우리 집 빈 시루에 다른 집 고사떡이 가득 차 있으므로 몇 일전 도 당대에서 굿할 때 찹쌀 부꾸미 딱
한 조각만 저 큰 무당이 나 좀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했던 그 생각 다 없어지고 어렴풋이 정화언니
결혼식 때 상에 차려있던 희고 둥근 달떡하나 먹고 싶어 쩔쩔매던 그 마음은 아직도 못 잊고 있음은
웬일일까요?
이랴... 워. 워. 밭 갈던 정추아저씨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하고 까치벌 저 멀리 하얀 학 몇 마리가
다리 하나들고 오랫동안 서 있는 모습들. 동네 안. 밖에서 어른들이 일하시던 모습이 생생하고 활동사진
장면보다 더 멋있게 한 분 한분 내게 다가왔다 가심은 아마도 그리움인가 봅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이 너무나 작고 부족함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 동안 향우회의 발전을 위하여
수고하시는 동네 여러 어르신들과 동료들. 후배들 참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가 한국수영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모든 조건도 압구정리에 태어났기에 가능했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늘 걸음을 서울아이들 보다 휠 씬 많이 걸어서 다리 힘은 수영에서 그 당시
아시아 1위 였으니까요. 새삼스러운 말은 아닌 줄 알지만 압구정향우회가 앞으로 오랫동안 잘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하여서는 이제부터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압구정리에서
태어는 났지만 살아보지 못했던 우리들의 2세와 후배들의 동참입니다.
제가 오늘 많은 놀이 감을 이야기 한 것도 자녀들에게 옛날 그림같이 아름답던 압구정리를 수시로
들려 주시면서 조상님들과 부모님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압구정향우회를 더욱 더 사랑해 주시고 향우회발전에 모두 노력하고
힘써야겠습니다. 한 가지 향우회에 바램이 있다면 압구정리 지리와 지명을 잘 아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실 때 압구정리 가가호호 지도와 우리 동네 분들이 늘 부르던 대로 지명이 적혀
있는 지도를 만들어 놓았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압구정리 동네 모든 분들의 건강과 가정이 항상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