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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레코드페어에서 ‘하나음악 특별전’이 성황리에 열렸어요. 조동익의 <동경> LP도 판매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완판 되었죠. 하나음악에 대한 당대 젊은이들의 지지를 보면 어떤가요?
십몇 년 전만 해도 상상을 못했어요. 하나음악이란 레이블로 공연했을 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서 보고 앨범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요. 우리가 나이를 먹기도 했지만, 다들 보기 힘든 사람들이 되어버렸잖아요. <동경> LP 같은 건 말 그대로 이번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음반이고요. 예전에 단순히 가족처럼 지내면서 다 같이 열심히 만들었던 결과물들을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 너무 좋아요.
작년 봄, 하나음악이 푸른곰팡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죠. 그 때 고찬용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어요.
정신적으로 준비기간이 필요했어요. 하나음악의 더 버드나 윤영배, 오소영씨는 20년 동안 쉬지 않고 무대에 섰는데, 전 무대 공포감이 너무 심했거든요. 윤영배씨가 < EBS 스페이스 공감 > 나왔을 때 제가 기타연주를 했어요. 모자 쓰고 나갔는데 손이 너무 떨려서 연주를 못하겠더라고요. 젊을 땐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무대에 안서다 보니 연주하는 동안 정말 다른 세계로 가버리더라고요. 집중 안 되고, 손 떨리고, 다리 떨리고.
20년이 넘도록 활동했지만, 지난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첫 솔로무대였어요.
너무 긴장했어요. 낯선사람들 할 땐 제가 언제나 기타를 매고 노래했어요. 제가 주인공이 아니라 팀이기 때문에 특별히 앞에 나와 있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그런데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선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다는 게 너무 느껴졌어요. 그냥 떨다가 내려온 것 같아요. 그래도 레코드 페어 할 때는 춤도 춰보고 그랬어요.
< Look Back >의 수록곡들은 춤추기 좋은 음악이죠.
최대한 노력했어요. 한동준씨가 제 노래는 부르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보는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했어요. 이번 상상마당 공연에선 제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제 상상마당에서 데뷔 후 첫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어요. 아직도 좀 떨리나요?
쉽진 않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정신적으로 많이 준비가 됐어요. 멤버들이랑 호흡이 좋아서 안정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난 두 번의 공연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사운드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최대한 이번 2집 음반하고 가깝게 만들고 싶어요. 저까지 세션이 일곱 명이나 되요. 플룻도 들어가고 건반도 두 단씩 쌓아서 연주해요. 보는 사람들이 재밌을 것 같아요.
라디오에서 “근 10년간 들은 가요 중 최고다”라고 말한 유희열을 비롯한 동료 뮤지션들이 2집 음반 < Look Back >에 대해 극찬을 쏟아내고 있어요.
음반 내자마자 이적, 김동률, 이한철, 정원영씨 같은 분들이 트위터에 너무 좋은 글을 올려주셨어요. 우린 홍보를 아무것도 안했는데 덕분에 정말 많이 알려졌어요. 너무 고맙죠. 유희열씨도. 유희열씨하곤 하나 음악 시절에 같은 회사 동료였는데, 본지 정말 오래됐어요. 제 노래 ‘거리풍경’을 많이 튼다는 건 알고 있었죠. 정말 고마워요. 유희열씨는 파급력이 있잖아요.
유희열을 비롯한 동료 뮤지션들을 질투하진 않았나요? 당시 김현철, 고찬용, 유희열은 동아기획/하나음악의 ‘천재’들로 불렸죠.
질투 났었죠. 혼자 음악하기 힘들고, 곡도 잘 안 써지고…. 정말 머릿속이 텅 비었을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랑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음악인들은 점점 커가고 기획사도 생기고…. 에이! 술 마셨죠. 하하. 그랬던 적이 많았죠. 지금은 괜찮아요. 저도 더 자주 음반 내고 활동해야죠.
재즈와 팝 사이, 당신의 음악은 어디쯤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팝이랑 재즈를 많이 들어서 제 곡엔 둘이 좀 섞인 것 같아요. 재즈다, 팝이다 구분은 좀 어렵고요. 코드나 화성은 재즈의 요소가 많고, 멜로디는 팝 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재즈도 장르가 많잖아요. 제 음악은 듣기 편한 재즈가 아닐까 생각해요.
둘 간의 균형에 대해 의식하시나요? 한 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더 재즈적이고 퓨전적인 걸 좋아해요. 단, 멜로디에 가사를 붙이려면 너무 재즈적으로 나가면 한계가 있으니까요. 다음 음반은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지난 음반은 연주, 믹싱까지 혼자 모든 걸 다 해냈어요. 이번엔 더 버드를 비롯한 연주자들이 참가했죠. 어느 쪽이 편했나요?
지난 음반은 억지로 낸 감이 좀 있어요. 나이는 먹고 시간은 많지 않고 음악은 해야 하니까. 고통스러웠어요. 혼자 모든 걸 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죠. 도와줄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힘들었고요. 이번에 푸른곰팡이가 다시 생기고 녹음실에 세션 불러서 하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세션 분들이 예전보다 기량이 더 늘어서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악기로 표현해 주는 상황이 되니까 좋더라고요.
결과물만 놓고 봐도 < Look Back >이 더 만족스러운가요?
1집 음반은 정말 형편없는 마이크로 방에 이불 둘러놓고 녹음했어요. 이번에도 물론 특유의 내성적인 성격을 못 버려서 집에서 노래했어요. 지금 마이크가 약간 더 좋아요. 1집 땐 잡음이 너무 많아서 이퀄라이저를 엄청 만졌어요. 믹싱도 제가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변변한 스피커도 없는데. 한두 군데 맘에 안 든 게 아니에요. 1집은 잘 안 들어요. 드럼도 미디고 사운드 자체가…. 팬들도 사운드의 조잡함에 대해 많이 얘기했어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니까. 음악 자체가 싫다기보다 아쉬움이죠 뭐. 연주를 직접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요.
새 음반 속지를 쓴 <재즈 피플>의 김광현 편집장은 < Look Back >을 두고 “노랫말에 멜로디를 얹는다는 느낌보다 완성된 연주에 노랫말을 붙여 노래한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어요. 가사는 철저히 멜로디를 위한 건가요?
그런 부분이 있죠. 단어 하나하나 선택할 때 유치하더라도 특정 단어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이 있어요. 노래하기 불편할 수 있거든요.
한편 보컬이 다른 악기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기보다, 또 다른 악기처럼 들리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보컬의 리듬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근데 능력이 안돼서요. 너무 오랜만에 노래하니까 음감도 많이 떨어져 있더라고요. 은퇴한 사람이 다시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요즘 노래한다는 건, 자랑하고 뽐내는 일에 가까워졌어요. 기예랄까요? 당신의 보컬은 용감히 역주행하는 것처럼 보이죠.
<나는 가수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이돌 가수들 때문에 기존 가수들에게 굉장한 침체가 왔잖아요. 언더그라운드뿐만 아니라 잘나가던 가수들에게까지. 오버그라운드에 가창력 있는 가수들이 없었던 게 아니에요. 돌파구를 찾으면서, 주목받게 된 거죠. 프로그램의 콘셉트 상 경연 분위기가 나야 하니까, 철저히 음악적 시선으로 보긴 어려워요. 쇼에 가깝달까요? 하지만 누가 잘못했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아요. 잘못도 아니고요.
가사가 굉장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죠. 프로모션 트랙 이름부터 ‘화이팅’. 오랫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 쓴 가사처럼 보이진 않아요.
제가 십몇 년을 부정적으로 살았어요. 너무 괴로웠고, 그래서 술 마시고. 사람들의 호의에도 웃지 못하고 불편해하고. 그런데 저한테 없었던 소속감이 다시 생기고, 옛날 사람들 다시 만나고 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변하더라고요. 화도 안내게 되고. 예전엔 곡 쓰는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뭔가 원하는 방향을 찾은 것 같아요. 제 생각을 곡으로 옮기는 게 가능해졌다고 느껴요. 그러다보니 맘이 편해졌어요. 음악을 이젠 좀 할 수 있겠구나…. 내 자신이 바뀌니까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했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거의 대부분 스스로에게 한 얘기였어요. 지나온 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뼈저린 시간들. 그런데 가사를 쓸 땐 주관적인 생각만 하기보단, 상당히 여러 생각을 해요. 나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아픈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살다 보면 한번쯤 그럴 때가 있거든요. 제 노랠 듣고 인생은 살아볼 만한 거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위로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재작년엔 극단 학전의 뮤지컬 <도도>와 <분홍병사>의 음악감독을 맡았어요. 낯선 사람들의 ‘동물원’이나 새 음반의 ‘회전목마’는 꽤 ‘뮤지컬적’이라 할 만한 노래들이죠. 이병우가 영화음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듯, 뮤지컬에 다시 한 번 뛰어들 계획은 없나요?
1년 동안 학전에서 일하면서 김민기 선배님께서 저한테 원했던 게 있어요. 낯선 사람들 음악에서의 자유로운 멜로디. 그게 <도도>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좋아해요. 그녀도 뮤지컬 음악을 종종 했죠. <도도>엔 서른 몇 곡이 삽입되었어요. 그만큼 곡을 많이 썼는데, 정말 제 맘대로 다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악기 안 잡고 멜로디를 먼저 써봤어요. 곡을 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만든 거죠. 김민기 선생님의 정열은 정말…. 그 정열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음악은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정말 많이 배웠어요. <도도> 안했으면 아직도 음반 못 냈을 수도 있어요. 우리 맘 속에 전부 김민기 선생님이 있어야 돼요. 쉽진 않겠지만. 아, 다 좋았는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았어요. 음악감독이라 잘난 체 해야 되고, 처음 보는 배우들 앞에서 제 위치를 드러내야 하잖아요. 곡만 달라면 줄 수 있겠지만, 음악감독은 지금으로선 어려울 것 같아요.
한 매체에서 지난 음반을 두고 ‘냉동보관’이란 표현을 썼어요. 음악을 만들 때 복고나 재현이란 코드에 대해 의식하나요? 혹은 그저 지금 갖고 있는 걸 꺼내놓는 건가요?
그때 느낌이 어떤 건지도 기억 안나요. 사실 제 음악 안에선 정말 많은 게 달라졌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 같은 느낌의 곡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때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하나음악이 가장 활발히 활동할 때 독집음반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되게 아쉽죠. 일단 제가 아프기 시작해서 하나음악 분들이 일하고 작업하는 데 별 도움이 안됐어요. 아무리 곡을 써도 곡이 안 나왔으니까. 한 번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니까 아무것도 안되더라고요. 음악 하는 사람들은 역시 정신적인 안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돌이켜보면 미안하고 세월이 아쉽고 그래요. 이번 레코드페어에서 같이 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모여서인지 뭉클했어요. 서로 숨길 수 없이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가끔 보긴 했지만 같이 무대에 선 건 기억도 안날 지경이었으니까요.
‘날 위로해줄거야’는 음악과 가사 모두 하나음악에 바치는 송가처럼 들렸어요. “일상은 늘 그렇듯 지나고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란 구절도 있죠.
위로라는 말을 자주 쓰고, 위로란 단어에서 느끼는 특별한 게 있어요. 제가 힘들 때 친구들이 위로해 주고, 힘을 주고, 소주 한 잔 같이 먹어줬던 기억이 저한텐 정말 중요해요. 그런 기억이 아직도 너무 생생해서, ‘날 위로해줄거야’는 제가 받았던 걸 다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나음악 분들이 많았죠.
지금 데뷔곡인 ‘거리풍경’을 들으면 어떤가요?
재미있죠. 제가 스무 살 때 그 곡을 썼어요. 가요같이 쓰지 말자, 절대로 가요같이 쓰지 말자, 무조건 익숙한 음은 피하자, 이런 식으로 썼어요. 이론적으로 아는 것도 없었고, 당시엔 그런 음악도 없었죠. 그냥 반대로만 가자고 생각했어요. 내가 낮게 만들고 싶으면 높게 쓰고. 참 억지에요. 그런데 지금 들어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땐 이론을 몰랐지만 지금 아는 상태에서 들어봐도 재미있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끄럽진 않아요.
낯선 사람들 노래도 이번 공연에서 부르나요?
음… 그건 밝힐 수 없어요. 하하. 관객들이 “혹시 고찬용이 낯선 사람들 노랠 부를까? 1집에선 뭘 부를까?”같은 기대감을 갖는 것도 큰 즐거움이잖아요.
낯선 사람들에서 같이 노래한 이소라의 음반의 ‘땡스 투’엔 언제나 세 명의 이름뿐이죠. 김현철, 조규찬, 고찬용.
소라 누나랑 연락 못한 지 너무 오래됐어요. 서로 요만큼의 악의도 없는 사이에요. 누나가 보고 싶기도 하고, 옛날처럼 노래도 같이 부르고 싶어요. 그런데 워낙 누나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고 전 이제 다시 시작하는 입장이니, 언젠간 또 만나겠죠. 그 때가 오면 정말 열심히 도와줄 거예요. 누난 취향도 다양하고 그만큼 어떤 장르의 노래도 다 잘 부르지만, 다른 여가수들하고 특별히 다른 점은 리듬이 아주 강한 노래도 잘한다는 거죠. 만약 같이 한다면, 저한테 원하는 것도 그런 음악일 거예요. 정말 열심히 만들어주고 싶어요.
3집은 언제쯤 낼 건가요? 1집은 10년, 2집은 6년을 기다렸죠.
깜짝 놀랄 정도로 금방 낼 수도 있어요. 일단 이번 음반으로 활동을 거의 1년쯤 해야 하기 때문에, 2년 안에 내는 게 목표예요. 요즘 푸른곰팡이 분위기가 워낙 열정적이에요. 윤영배씨는 거의 1년에 한 장씩 내잖아요. 다들 아주 적극적이에요.
출처 : http://www.sangsangmadang.com/webzine/talktoview.asp?seq=4454&board_kind=CB002
첫댓글 속이 후련해지는 인터뷰네요. ㅎㅎㅎ 그나저나 "낯선 사람들" 노래 중에서 '색칠을 할까?'는 특별한 의미(?)도 있으니 부르시지 않을까요? 응?
그렇군요. 이 느낌은 후렴함이군요.^^
필트님..압박 댓글인가요? ㅎㅎ
고찬용 님 인터뷰가 늘 마음에 와닿는 건 아무래도 솔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설정이 없어..당췌..하하
그러니까 내 말은, 진심 멋지시다고요. ^^
색칠을 할까 불러주시길 기대합니다... :)
압박? 댓글이 부디 성사되길...^^;;; 색칠을 할까? 저 또한...^^;;;
연주실황음반도 언젠가 들어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