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독서회》창립 11주년에
강남국(본회 회장)
여기까지 왔습니다.
솔직히 여기까지 올 줄은 자신도 예상을 못 했네요. 꼭 11년 전 2005년 당시 준비를 하면서 몇 분에게 운을 떼었더니 단 한 사람도 거 좋은 생각이란 말을 하지 않으셨지요. 이 척박한 곳에서 특히나 몸이 불편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얼토당토않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힘들다는 것이지요. 대부분 공부와는 거리가 먼 장애인들이 모임에 참석하고 책을 읽겠냐고요. 반신반의회의가 전부였습니다. 솔직히 실망이 컸지요. 어떻게 생각하면 《활짝 웃는 독서회》는 축하도 받지 못하고 태어난 모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당시 정말 급박했어요. 더는 멈출 수 없다 싶었지요. 몸이 불편한 이웃들을 만나면서 독서의 중요성은 커졌고 제가 평생 읽어온 생명 같은 책을 소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어떤 사명(몫)같은 의무감이 절실하게 와 닿았던 당시가 생각납니다. 이름을《활짝 웃는 독서회》라 짓고 목적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독서를 통한 자기개발과 내적 성숙의 실현”이라고 정했습니다. 처음엔 ‘개발’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계발’로 바꿨지요. 책(문학)을 사랑하는 장애인과 일반인 누구나 참석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달려온 시간이 이번 달로 132호째 회지를 발행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고는 해도 지난 11년은 정말 꿈결처럼 그렇게 흘렀네요. 정규 모임을 마치고 나면 또 새달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그런 세월이었습니다. 좋은 삶을 살지 않으면 좋은 작품을 고를 수도 없다는 것이 철학이 된 지는 벌써 오래입니다. 그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그래야 한다는 철학이지만, 저에게 있어 이 마음 하나는 지금껏 독서회를 이끈 원동력이 됐습니다. 맨 먼저 감사하기는 그동안 함께 동행 한 회원분들이군요. 또한 우리 독서회의 취지를 이해하시고 귀한 후원으로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도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매달 빠짐없이 시를 읽고 외우며 좋은 책을 소개하고 또 기타 선율에 맞춰 노래도 많이 불렀습니다. 하지만 우리 독서회가 그동안 얼마만큼 몫을 했는지는 알 수 없네요. 다만 지금도 좋은 시 한 편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엔 변함이 없습니다. 좋은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매달 십여 권의 책을 읽지 않음 안됐던 세월이기도 했네요.
앞으로 우리 독서회는 다음 달 제7회 <문학기행>을 다녀 온 후 10월부터 대대적인 변신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낭독회”를 표방하려고요. 그동안 회원들에게 주입식 소개의 정규 모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참석하는 회원들이 그동안 읽고 가슴에 새긴 좋은 작품들을 갖고 와 낭독하고 발표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글쓰기 교육 및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질적 수준을 한층 더 높여나갈 예정입니다. 직접 전해주는 것 외에 이번 달 회지 발송 부수만 110부가 예정돼 있습니다. 욕심이겠지만 회지를 받아보시는 모든 분이 정말로 기다려지는 그런 회지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단 한 분에게라도 좋은 작품을 전할 수 있다면 우리 독서회 행진은 의미는 있는 것이겠지요? 11주년을 자축하며 함께 기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