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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지맥산행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남이 했으니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지리적·역사적 의미를 찾고, 자기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 그 때의 느낌을 정리하고 사료를 찾아 역사적 의미를 담고자 해도 시간관계 때문에 여의치 않다. 매번 제대로 글다운 글을 써보려 하지만 결국에는 길안내 산행기로 변질된다. 그것도 선답자들처럼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도 안되어 이도 저도 아닌 글이 되고 만다.
이미 온라인에 올라온 선답자의 산행기 대부분이 길안내 성격으로 산행자료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하다. 또한 한수이북 지역은 오두지맥도 그랬고, 표지기만 잘 활용해도 지맥길을 놓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금요일 오후 젊은 직원에게 부탁하여 선답자(신공식님)의 산행기를 모두 출력하고 지도도 세장 출력하여 가방에 넣고 퇴근하였다. 다음날 아침에 지하철 안에서 대충 훓어봐도 될 일이라 미리 보지는 않았다.
○ 산행개요
- 산행일시
· 첫날 : 2011. 4. 16. 08:30 ∼ 18:50(10시간 20분)
· 둘째날 : 4. 17. 10:30∼15:00(4시간 30분)
- 산행거리(도상거리) : 지맥 42km, 접근로 약 5km
· 첫날 : 29.3km
· 둘째날 : 12.7km
- 산행코스
· 첫날 : 분기점(한강봉)-2.98km-소사고개-1.6km-하우고개-1.67km-노아산갈림길-1.4km-게네미고개-0.75km-264봉-1.58km-세우게고개-1.15km-노고산-1.65km-수르네미고개(56번도로)-2.38km-266.1봉-1.37km-수레미고개-2.43km-무건리고개-1.45km-365.7봉-1.93km-어룡고개-3.28km-감악산-3.7km-간패고개
· 둘째날 : 간패고개-1.17km-안흥임도-2.3km-마차산-1.45km-도감포갈림길-2.6km-안말임도-1.87km-409.7봉-1.7km-291봉-1.6km-한탄강
○ 기록들
<첫날>
감악지맥은 우리 국토의 허리를 가르는 한북정맥의 한강봉에서 갈라져 한탄강과 임진강의 합수점인 도감포에서 끝난다. 도상거리는 약 42km로 군용도로를 따라 가는 경우가 많아 진행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중간에 삼국시대부터 군사 요충지였던 감악산이 위치하여 임진강 일대의 광활한 평야지대를 조망할 수 있다.
지난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의정부역에서 23번 버스를 타고 들입목에서 챌봉을 올라(08:10) 분기점인 한강봉으로 향했다. 최근에 지어진 정자에 서 보니 챌봉-사패산-도봉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과 오늘 진행할 감악지맥이 한 눈에 들어온다(08:30).
<한강봉 팔각정>
<챌봉과 한북정맥의 도봉산 줄기>
<느르미고개 가는 길의 불이난 숲길 - 많이 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은봉산 삼각점>
군용도로 따라 소사고개에 내려선 후(09:08) 산불감시 초소를 지나 팔일봉 갈림길에서 팔일봉을 왼쪽에 두고 스쳐 지나가듯 쳐다보고 군 작전도로에 내려선 다음 하우고개(5거리)에서 표지기를 따라 잠시 숲길을 따라 올라섰지만, 이내 작전도로와 다시 만났다.
마치 어릴 적 시골의 비포장도로를 걷듯 군용도로를 따라 노아산 분기점에서(10:09) 철조망이 가로막혀 있는 길을 우회하여 숲길을 따라 2차선 도로인 게너미고개(蟹踰嶺)를 지나자(10:37) 한양조씨 등 가족묘가 연이어 나타난다. 진주강씨 종친 묘역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막걸리 한잔을 따라 큰 절을 올린다.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는 팔일봉>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앵무봉과 오두지맥>
<양주시 백석읍 연곡리>
<강씨 종친 가족묘>
노고산을 지척에 두고 숲길에 표지기가 걸려 있어 100여미터를 마루금을 따라 들어가 보지만 족적이 희미하다. 선답자 상당수가 도로따라 우회한 것으로 보인다. 군용도로가 마루금에 인접되어 있는 지점에 내려서며 도로따라 가기로 했다. 군부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서서 부대입구 쪽에서 철조망따라 가는 방법도 있지만(나중에 확인), 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시멘트 포장도로 따라 왼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미화레미콘 공장을 지나니 삼거리에서 56번 도로따라 가다 전곡으로 가는 350번 도로 갈림길인 부대 앞 삼거리의 파주휴게소란 매점에서 식사하기로 한다(12:08). 컵라면을 구입하자 뜨거운 물이 제공된다. 김밥과 함께 과식이다 싶을 정도로 포식한다. 그래봤자 서너시간 지나면 배가 꺼지겠지만...
<노고산 우회도로>
식사를 마치고 파주와 양주의 경계지점인 수르네미고개에 도착한다(12:40). 지금부터는 왼쪽의 군용도로 따라 계속하여 305봉 직전까지 걸어가면 된다.
격납고 같은 군 시설물도 지나고 군용도로 오른쪽의 헬기장과 삼각점이 있는 266.1봉(13:10)에서 군용도로가 끝나는 305봉에 이르렀다(13:25). 한강봉에서 발원한 감악지맥 산줄기와 감악산뿐만이 아니라 그 왼쪽으로 파평산이 시원스레 조망이 된다. 막걸리 한잔으로 봄기운에 취해 보려 할 때 군용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한대가 정적을 깬다.
<305봉>
<305봉에서 보는 가야할 마루금과 감악산>
<감악산 임꺽정봉>
직천리에서 두곡리로 이어진 시멘트길에 이어 325봉을 지난 수레미고개에서 절개지 왼쪽으로 오르자 다시 군용도로와 만나게 되었다. 표지기를 따라 숲길로 들어서긴 해도, 참호가 어지럽게 파여져 있고, 두껍게 쌓인 낙엽 때문에 선답자의 판단대로 군용도로 따라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무건리고개 빈초소를 왼쪽에 두고(14:20) 군용도로 왼쪽으로 90도 꺽어 들어간 후 시멘트포장된 공터에서 다시 마루금을 만났다. 시골길 같은 호젓함이 느껴지는 도로 왼쪽으로 커다란 가족 묘역이 보이고 넓은 공터와 같은 365.7봉에는 삼각점 두개가 박혀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14:46).
마치 하산길 같은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철문이 있고,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지형도를 보며 앞으로 진행할 감악산 줄기를 가늠해본다. 지형도를 보지 않고 눈짐작으로 봤을 때는 마치 왼쪽의 산줄기가 마루금처럼 보인다.
숲길로 들어가 노란 군삼각점이 박혀 있는 250봉에서 임도따라 오르다 숲길로 진행하면 참호가 연이어 나타나고 그 왼쪽으로 어룡고개에 내려서게 되었다(15:33).
고개넘어 절개지를 따라 올라가자 표지기가 안내하고 있다. 교통호 있는 능선마루에 올라 시계반대 방향으로 감아 돌듯 돌아가자 345봉에서 신암저수지가 조망이 된다. 임도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가스실습장이 나타났다(16:20). 호기심이 발동하여 조금 열려 있는 곳에 코를 대자 매캐한 가스냄새가 진동을 한다. 아주 최근에 화생방 훈련을 했던 모양이다.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흘리면서 화생방 훈련했던 ROTC와 현역시절 생각에 나도 몰래 웃음이 난다.
<임꺽정봉 가는 길>
감악산은 개성의 송악산, 안양의 관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에 속한다. 폭포, 계곡, 암벽 등을 고루 갖춘 명산으로서 정상에선 날씨만 좋으면 임진강과 개성의 송악산 등이 두루 눈에 들어온다.
감악산에는 원래 감악사, 운계사, 범륜사, 운림사 등의 4개 사찰이 있었다는데 현재는 1970년 옛 운계사 터에 재창건한 범륜사만 남아 있다. 장군봉 아래에는 조선 명종 때 의적 임꺽정이 관군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었다는 임꺽정굴이 있다고 한다.
나무계단과 밧줄이 설치되어 있는 장군봉을 넘어 주변의 조망을 꼼꼼하게 눈에 넣고 나무계단을 따라 임꺽정봉(674.9m)에 이르자 삼각점(포천22/1982재설)이 박혀 있고 임꺽정봉(매봉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17:25).
<산세 수려한 임꺽정봉>
<감악산에서 보는 신암저수지>
<감악산 풍경 1>
<감악산 풍경 2>
감악산에 올라서는 순간 물이 바닥났다. 오늘 산행 종료하는 간패고개까지 물 없이도 가겠지만 등산객이 있으면 한모금이라도 얻을 요량이었다. 나무계단을 오르자 고인돌 바위가 보이고 초병이 보초를 서고 있는 부대와 오랜 정상석이 눈에 띈다(17:36). 다행히 부부인 듯한 등산객이 있어 물 한모금 얻고, 사진 한 장 찍어 줄 것을 부탁한다.
부대 철망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이어져 성모마리아 상을 지나 취사장 같은 막사흔적을 넘어섰다. 병풍바위에서 내려서는 길에 시멘트 도로가 보인다. 마루금은 송전탑을 보며 따라가면 되므로 마차산으로 이어진 능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송전탑으로 이어진 마루금에 유념하며 편하게 간패고개에 내려섰다(18:40).
<병풍바위>
<간패고개 가는 길의 감악산>
<간패고개 또는 황방리 고개 - 양주시와 연천군의 경계>
휴대폰에는 인근 정류장 위치가 황방리고개로 입력이 되어 있으며 버스가 4대(52, 52-1, 52-2, 52-3)가 다니지만, 주행주기가 길어서인지 도착정보가 뜨지 않는다. 200미터 정도 내려와 황방리 위치한 식당에서 오리보양탕(6,000원)을 주문하고 버스 도착시간을 알아보자 19시 20분 정도에 도착한다고 했다. 식사를 마칠 즈음 휴대폰에도 도착정보가 뜨며 자연스럽게 그 시간에 맞춰 식당을 나올 수 있었다. 지체 없이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전적으로 휴대폰의 대중교통 정보 덕이었다.
<둘째날>
남은 구간은 도상거리 12.7km의 아주 짧은 거리라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지하철과 버스(52번)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창동에서 1호선을 바꿔타고 보니 지하철안은 태반이 등산객이다. 혼자 동두천중앙역에 내려 구터미널로 이동한 후 매시 10분에 출발하는 52번 버스를 타고 황방리고개(간패고개)에 도착했다(10:32).
산행준비를 마치자 마자 포장도로 따라 올라서서 능선마루에서 도면상 연천군, 동두천시, 양주시의 경계가 만나는 왼쪽의 늦은맥이 고개로 내려서자 임도를 따라가게 되었다.
<흙먼지 날리는 임도>
다솜농장 진입로와 정자가 있는 지점에서 조금 올라가자 왼쪽으로는 최근에 송전탑을 설치하기 위해 도로를 내고 있어 자칫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었다. 임도가 계속하여 이어진 것으로 혼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표지기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등로가 훤하게 열려 있어 이를 따라가자 새로 공사 중인 도로와는 점점 멀어져 갔다.
계속하여 마루금은 고도를 높이며 의자 두 개 있는 420m봉에 이어 헬기장을 지나고 동두천 3.7km 이정표가 세워진 기도원갈림길을 넘어서게 되었다. 마차산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마차산(磨叉山·588.4m) 정상에 이르자 산객들이 삼삼오오 몰려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12:00). 경기 동두천시와 연천군 전곡읍의 경계를 가르며 솟아 있는 마차산은 소요산역과 3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동쪽의 소요산과 마주 보고 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드문드문 군부대가 설치한 참호들이 나타난다. 역시 이 지역도 군사요충지다. 옛적에도 그랬던 모양으로 마차산성의 흔적이 그것을 말해준다. 마차산 주변에는 6.25전쟁 때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역 산악단체에서 세운 정상석(위 왼쪽 사진)이 있다. 정상석 뒷면에 새겨진 표비기(標碑記)에는 ‘마차산은 삼신 할머니(麻姑)께서 주재하시는 갈뫼(磨岳)로 삼신 할머니가 수리바위에 앉아 옥비녀와 구슬을 갈고 매무새를 고치셨다는 전설에서 그 이름에 갈마(磨) 비녀차(釵)를 붙여 마차산이라 명명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어디서 나온 유래인지 설명이 없다. 마차산은 ‘대동지지(大東地志)’ 양주편 등에 ‘마차(摩嵯)’라고 표기돼 있고. 정상 수리바위의 높고 험준한 모양을 본뜬 ‘摩嵯’가 옳은 표기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현재의 마차산(磨叉山)으로 자리 잡았는지 정확지 않지만 현재 이름이 본래 뜻에서 크게 벗어나 있진 않다고 볼 수 있다(문화일보 참조).
<마차산성의 흔적>
마차산 정상부의 깍아지른 바위가 수리바위다. 바로 그 위에서 소요산이 정면으로 가장 잘 보인다. 수리바위 인근에서 막걸리 한잔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초성교 방향 이정표를 따랐다. 사람들의 흔적이 하나 둘 사라지며 나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밤골재에 이어 헬기장 같은 공터의 교통호를 따라가다 능선분기점인 도감포 갈림길에서 잠시 멈춰선다.
지형도상 마루금은 도감포 방향으로 진행하도록 되어 있지만, 많은 선답자들이 그 오른쪽의 한탄대교 방향으로 진행한 것 같다. 표지기도 그쪽 방향으로 많이 달려 있는 것만 보더라도 도감포보다는 한탄대교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도감포 방향으로는 연천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한탄대교 방향으로는 연천군과 동두천시의 경계를 따라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도 있다.
양원리고개(13:12)에서 의자 두 개 있는 봉암광산 갈림길을 직진하여 벙커봉 좌측으로 꺽어 내려서자 능선사면으로 일부러 식목을 한 듯 잣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임도에 내려선 후에는(13:42), 계속하여 임도를 따라가면 되었다. 마루금은 임도에 거의 붙어 진행을 하고 있어 대부분의 선답자들도 마루금보다는 임도를 많이 이용한 듯 했다. 몇 번 희미한 족적으로 쫓아 마루금을 따라가면 거의 예외없이 참호가 어지럽게 파여져 있고 내리막길 흔적은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은 모습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마루금을 따르고자 했으며 409.7봉에서 삼각점을 확인하였다(14:10). 계속해서 임도를 따라가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는 ‘구정산산신지묘’란 비석이 세워져 있기에 구정산산신께 술한잔 따르고 가기로 한다(14:26). 토성의 흔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미리 알지 못하고는 토성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도 없겠다.
<409.7봉>
<구정산>
내리막길에 또 다른 ‘구정산제비’란 비석을 대하게 된다. 삼각점 표시가 있는 291봉을 넘어 능선분기점에서 평평한 돌은 박아 표시를 한 헬기장(14:45)을 지나 군부대 철조망이 있는 임도에 내려선 다음 그 왼쪽의 임도를 따라가자 한탄대교 입구에 도착한다(14:55).
한탄대교 아래 한탄강으로 내려서서 양말을 벗어 강물에 발을 담그며 감악지맥을 마감한다. 약간 검갈색의 기운이 감도는 물이지만 일전에 뉴스에서 접하던 정도로 오염된 것은 아니었다.
도로에 올라서자마자 지체없이 소요산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고, 휴대폰에서 소요산역 출발시간을 확인하고 정확하게 열차시간에 맞추며 알찬 산행이 되었다.
눈만 제대로 뜨고 있어도 마루금을 놓치지 않고 갈 수 있도록 표시해 주신 여러 선답자님(신공식님, 권태화님, 평산지기님 등)과, 특히 지난 주 오두지맥에 이어 산길을 놓치지 않게 산행기를 잘 정리하여 도움을 주신 신공식님께 감사드린다.
<한탄대교>
<한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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