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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09
씬 1 미수의 집, 전경, 밤.
씬 2 미수의 집안, 거실.
엄마, 이불을 새로 깔고, 베갯잇을 바꾸는,
시간경과, 주방.
엄마, 나물을 무치는, 나물 간보고, 반찬통에 담고,
시간경과, 화장실.
엄마, 맨발로 바닥을 걸레질하고, 욕조의 거울을 닦다가 한쪽에 놓인일회용면도기를 무심히 보고,
그냥 거울만 닦다가, 다시 일회용면도기 보고 일 멈추고 손으로 들어보며 혼잣말.
엄 마 : 면도기가 왜 기집애 집에 있어.. 얘두 미옥이처럼 다리털을 미나?
(하고, 면도기 한쪽에 놓고, 일하다가, 다시 면도기 보며)
아닌데, 미옥인 몰라도 미순 다리털 없는데..
씬 3 인철의 집 안.
인철(소파에 앉아 생각 많고, 담담한), 미수, 맞은편자리에 앉아있는,
잠시 후,
미 수 : (인철 보며, 걱정스런) 언제까지 이러구 말 한마디 안하고 있을거야?
인 철 : ....(천천히 고개들어 보며) 커피 타줄까?
미 수 : 어.
인 철 : (미수 보고,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커피메이커에서 물 끓이는)
미 수 : (그런 인철 보다가, 탁자 옆에 둔 앨범을 무심히 꺼내보는)
인써트 - 엘범.
인철과 희영이 밝게 찍은 사진,
엄마의 독사진, 인철의 독사진 등이보인다.
미수, 그런 사진을 보는.
그때, 인철, 커피 가져와 미수 앞에 놓고,
미수, 앨범을 무심히 넘기고, 사진 안보고, 인철을 보는,
인 철 : 마셔. (하고, 소파에 앉는)
미 수 : (찻잔 보고, 인철 보며, 차마시는)
인 철 : (안보고, 맘아프고, 어렵게 말꺼내는) 나.. 이혼해야 할 거 같애.
미 수 : (보면)
인 철 : (눈가 붉어져, 미수보며, 맘아픈, 짐짓 편하게) 해달라니까 해줘야겠지..
미 수 : (보며, 안쓰러운)
인 철 : (맘아픈) 나두 남들처럼 살고 싶었는데... 남편인 나는 돈벌고, 와이프는 살림하고,
자식은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이 한 서넛낳고.. 저녁이면 식구들끼리 식탁에 앉아모여서
된장찌개에 밥비벼먹고.. 오늘하루가 어땠나, 서로 얘기하면서.. 그렇게.. (눈물 흐르는, 막막한)
미 수 : (안쓰럽게 보는)
인 철 : (맘아픈) 너무 자주 바뀌어 이름도 못외우겠는 아버지들... 매일 일로 바쁜 엄마.. 난 정말 싫었어.
집착이래도 좋았다. 희영이랑,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미 수 : (눈가 붉어져, 애써 담담하게) 이해..할 수 있어.
인 철 : ...... (못보고) 미수야.
미 수 : 어.
인 철 : (못보고) 우리 이번 주말에 야외 가자. 오토바이 타고 바람맞고 싶은데 서울엔 탈 데가 없어.
가줄 거지.
미 수 : (안쓰러이 보며) 난 너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사람이 부탁하는데 당연히 들어줘야지.
인 철 : (못보고) 고맙다, 이제 가.
미 수 : ... (보다가, 나가는)
인 철 : (눈감은 채 있는)
미수가 보고간 앨범 한쪽에 인철과 재식, 민우가 활짝 웃으며 찍은사진이 보이는,
그 사진과 인철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는,
씬 4 통닭집 앞.
재수, 한쪽에 서서 생각 많은 얼굴로 풍선껌을 불었다 터뜨리고 불었다 터뜨리는,
손님들 우르르 통닭집으로 들어가는,
그때, 민우 나와 재수 보며,
민 우 : (안쓰러운, 달래듯) 언제까지 집에도 안가고 이러고 있을 거야?
재 수 : (고개 돌려 보고, 어이없이 작게 웃으며) 돈 많이 벌어 좋겠다, 형은?
민 우 : ?!
재 수 : 닭 팔아서 돈 벌어, 우리형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보낸 놈한테 돈 받아서 돈 벌어.
부자 되겠어?
민 우 : 자꾸 그러면 경찰에 신고한다.
재 수 : (어이없다는 듯) 설마, 짭새들이 제정신으로 닭 사러 온 사람을 잡아갈라구.
(주머니에서 돈주며) 닭 한 마리 줘요.
민 우 : (화 참으며) 집에 가. 내가 담에 그 친구 오면 연락할게.
재 수 : (편안하게, 주머니에 돈 넣으며) 이제야 내가 듣고 싶은 말씀을 하네.
그 친구, 이름이 뭐예요? 전화번혼? 어디 살어?
민 우 : 연락할게.
재 수 : (마지못해, 고개 끄덕이고) 지치지 않고.. 기다릴게요. (하고, 가는)
민 우 : (답답하게 재수 보고, 안으로 들어가고)
재 수 : (가다가, 뒤돌아 통닭집 보는, 굳은)
엄 마 : (E) 일이 얼마나 바쁘길래,
씬 5 미수의 집안.
미수, 밥 먹고 있고,
엄마, 그 앞에서 미수 밥 먹는 거 보는,
엄 마 : 이 시간까지, 밥도 못 먹고 다녀?
미 수 : (밥만 먹으며) 그러게.
엄 마 : (물 주며) 천천히 먹어, 목 메.
미 수 : (물 받아 마시고, 내려놓으며) 후..
엄 마 : (미수 걱정스레 보며) 돈도 좋지만 배곯고 다니지 말어, 몸 축나.
미 수 : 그럴게. 정말 잘 먹었다.
엄 마 : (작게 웃으며, 옆에 놓인 과일 깎는)
미 수 : (주변 돌아보고) 집이 엉망이었는데, 깨끗해졌네. (하고, 엄마 보며, 웃음 띤) 엄마 요술쟁이지?
엄 마 : (과일 깎으며, 농담처럼) 우렁각시다. 아무도 몰래 나타나서 집치우고 밥해주고 가는 우렁각시.
미 수 : (과일 먹으며, 별 생각없이) 나 집에 들어가 살까?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엄마가 빨래해주는 옷 입고,
엄 마 : (과일 깎으며, 미수 안보고) 미수야, 너 누구 만나?
미 수 : (과일 먹다가, 엄마 보며) ?
엄 마 : (과일만 깎으며, 무심히) 너, 집에 남자.. 들여?
미 수 : (착잡한, 엄마 안보고, 과일 먹으며) 언니가.. 뭐라 그래?
엄 마 : (미수 보며, 조심스레) 욕실에 면도기 있든데, 누구 꺼야?
미 수 : 집에 가. 택시 잡아줄게요. (하고, 일어나 소파 쪽에 둔 웃옷 입는)
엄 마 : (그런 미수 걱정스레 보는)
씬 6 길가 + 차안.
미수, 택시 기다리고,
엄마, 그런 미수 걱정스레 보다가,
미 수 : (길가 쪽 보며) 여기 택시 많은데, 오늘은 안보이네...
엄 마 : 버스 타고 갈래.
미 수 : 한번에 바로 가는 것도 없잖어. 지금 시간이 몇신데.. 택시 타고 가. (하고, 길가 쪽 보는)
엄 마 : (머뭇대며) 미, 미수야.
미 수 : (엄마 보면) ?
엄 마 : (조심스레) 아까두 묻고, 자꾸 물어봐서 미안한데, 너 만나는 사람 어떤 사람이야?
미 수 : (미안하지만) 엄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엄 마 : ?
미 수 : 언니두 엄마두 내 일엔 신경 안써두 돼. 내가 다 잘아서 할거니까. 어?
엄 마 : (서운하게 보다, 길가 보며) 택시가 안오네.
미 수 : (미안한) 엄마...
엄 마 : (다시 미수 보며, 서운하고, 속상한) 엄마가 니 일에 상관할라는 게 아니라..
그래두 명색이 내가 니 엄만데 딸이 누구 만나나 물어두 못봐?
미 수 : 한두번이 아니잖어.
엄 마 : (서운한) 오늘 첨 밥상머리에서 봤다. 그리고 물을 때마다 니가 대답을 제대로 안해주니까..
(사이, 속상한) 택시 왔다, 갈래. (하고, 차 타려는데)
미 수 : (팔 잡고, 주머니에서 돈 꺼내주며) 받어.
엄 마 : (돈 보고, 미수 보며, 서운한) 엄마, 니네 집 오는 거 돈 탈라고 오는 거 아냐.
미 수 : ?!
엄 마 : 넌 왜 엄마만 보면 자꾸 돈을 줄라 그래? (차 타고, 기사에게) 아저씨, 상암동이요.
택시 가고.
미수, 길가에서 주머니에 손 넣고, 답답한, 땅 보다 엄마 간 쪽 보며 미안한, 뒤돌아서서 가는.
씬 6-1인철의 방안.
인철, 잠을 자다 가위에 눌린 듯하다.
인써트 - 꿈.
맞아서 누워있던 재식의 모습.
현실.
인철, 땀을 흘리며 괴롭게 자는 모습에서 F. O.
씬 7 고모의 집 전경, 아침.
영민, 청소를 하다, 동네사람들 지나가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휘파람 불며 청소를 하는데,
잠시후 영민의 동생(남, 영진) 목소리 들리는,
영 진 : 형.
영 민 : (소리난 쪽 보고, 의아한) 영진아.
영 진 : (웃음 띤) 형하고 차 한잔 할라고 왔는데.
영 민 : 그렇잖아도 내가 너 볼라 그랬는데, 사거리 다방에 가 있을래? 위에 형 내려오면 형이 바로 갈게.
영 진 : 그럴게. 가 있을게. (하고, 가고)
영 진 : (가는 동생 보며) 야, 영진아 너 먼저 차 마시고 있어! 눈치 보이게 암 것도 안시키고 그러지 말고!
영 진 : 어, 형. (하고, 가고)
영 민 : (기분 좋은, 다시 청소하는)
그런 영민의 얼굴 위로.
고 모 : (E) 내가 못살어, 못살어!
씬 8 고모의 거실.
고모부, 답답하게 앉아있고,
그 얼굴 위로 고모의 말소리 들리는,
고 모 : 아니, 한동안 똥오줌 잘 가리더니, 왜 또 그래?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씬 9 욕실.
엄마, 욕조에 물 받아 놓고, 할머니(내복 입은 채로)를 씻기고 있다.
고모, 욕실 문 앞에 쪼그려 앉아 할머니에게 속상한 말하는,
고 모 : 잘할라면 끝까지 잘하고 못할라면 끝까지 못하지. 잘했다 못했다 사람 헷갈리게.
어머니, 말 좀 해봐! 말은 하잖어? 왜 똥 쌌어? 왜?
할머니 : (죄지은 사람처럼 고모 눈치보고)
엄 마 : (고모 보고) 아구, 그만해, 고모. 할머니도 미안해서 말을 못하는구만.
고 모 : 미안한 거나 알면 내가 이렇게 속이 뒤집어지진 않지?! 어머니 미안해? 미안한 건 알어?
할머니 : (멍하게) 안 미안해, 나는.
고 모 : 거봐, 안 미안하대잖어. 잠자리에 질펀하게 싸놓고, 내몰라라, 배째라 잖어.
엄 마 : (답답하게, 고모 보며) 아이고, 미안한 짓하고도 미안한 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글쎄 왜 성을 내.
참 고모도 이상하네. (하며, 씻기는)
고 모 :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가 속이 문드러져서 그래. 대체 이런 난리굿을 언제까지 해야돼?
차라리 암이 걸리지, 왜 치매야, 하필이면.
엄 마 : (할머니 씻기며) 죄받을 소리하네. 증말. 암이면 또 뭐가 좋아.
맨날 아파하면 그건 또 어찌 본다고. 그만해, 고모.
고 모 : 내가 정말, 아우. (하고, 가는)
엄 마 : (가는 고모 보고, 할머니 씻기며) 날 추운데 감기나 안걸릴까 모르겠네.
그때, 고모부 큰소리 나는,
고모부 : (E, 화난) 뭐 하는 짓이야, 너!
엄 마 : (소리난 쪽 보며) ?!
씬 10 고모의 거실.
고모, 전화 들고 고모부 보며,
고 모 : (화난) 가만있어.
고모부 : 이 여자가 진짜,
고 모 : 가만 있으랬어! (하고, 전화하며) 형님, 나예요. 우식엄마.
형님 나 더는 어머니 못 모셔. 지금 당장 와서 모셔 가요!
고모부 : 우식아!
고 모 : (아랑곳없이 전화하는) 왜 자식 핑계를 대요!
내가 형님 보고 어머니 모시랬지, 정식이 보고 모시래? 아이구, 내 기가 막혀.
형님, 그건 말이 아니지? 정식이가 어머니 땜에 공부 방해되면 우리 우식이도 공부 방해돼,
이거 왜이래?! 형님은 형님 자식만 이쁜 줄 알죠? 나도 우리 우식이 이뻐 죽어요!
고모부 : 그만 해!
고 모 : (아랑곳없이, 소리치는) 우리 우식이 초등학교 때는 줄곧 반장만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끝에서 일, 이위 다퉈! 어머니 아프시고 나서 애 성적이 바닥을 긴다구!
(사이) 어우, 정식이 핑계 대다가 이젠 형님이 바뻐? 형님이 뭐가 바뻐?
잘 나가는 변호사 사모님이 아르바이트하느라 바뻐, 뭐가 바뻐요?!
서방님 돈 잘 벌어다주니까 돈 세느라 바뻐요? 아님 그 돈 쓰러 헬스장, 백화점 다니느라 바뻐?
고모부 : 에우, 이여자가! (하며, 전화기 확 뺏어, 끊는)
고 모 : (눈가 붉어져, 보며) 뭐 하는 짓이야!
고모부 : (버럭) 너 미쳤냐? 왜 형수한테 화풀이야! 아침부터 뭘 잘못 먹어서!
고 모 : (눈가 붉어져, 소리치는) 그래, 나 아침에 미나리 먹고 미쳤다, 왜?
야, 김덕수, 니 형수 헬스장 끊어놔서, 니 엄마 못모신댄다. 너 그 헬스장 아니?
내가 그 헬스장 찾아가 머릴 죄 뜯어놀라니까, 그 헬스장 알면 불어.
고모부 : (화 삭히며) 그만해라, 어?
고 모 : (눈가 그렁해, 속상한) 뭘 그만해! 니 엄마 너는 찬밥 멕이고 키웠어도
서방님은 삼 시 세 때 뜨신 밥해서 멕였어. 니엄마 나한텐 이년저년 하셨어두,
니 형수한텐 큰 애기야 큰 애기야 하시며 눈치봤어. 그런데 왜 니 엄마 우리집에 와있니?!
당신 좋아하시는 큰집에 가있지, 여기 왜 와있어! 사람 열불나게!
고모부 : 어우, 어우 터진 입으로 말은 잘하지. 이 여자야 양심이 있음 너두 이런 말 못해!
니가 울엄마한테 한 게 뭐 있어!
고 모 : (황당한, 어이없는) 뭐?
고모부 : 처남댁이 엄마 시중 다드는데, 니가 뭐 할 말 있어! 어? (하고, 나가는)
고 모 : ?
그때, 엄마 옷에 손 닦으며 나오며,
엄 마 : 왜들 그래, 두 사람?
고 모 : (눈물 닦으며, 기가 찬) 너 김덕수 나한테 그랬지... 오냐. 그래라, 그래.
엄 마 : (옆에 앉으며, 걱정스런) 왜 그래, 고모.
고 모 : (한쪽에 놓인 걸레로 걸레질하며) 나 어머니 큰집에 보낼거야.
내가 하늘에서 날벼락이 친대도 이번엔 보내고 말거야! 말리지 말어요. (하고, 청소만 하는)
엄 마 : (답답한) 일 났네...(하며, 욕실로 가고)
고 모 : (청소만 하는)
씬 11 욕실.
할머니, 공을 가지고 물 속에서 순하게 노는,
엄마, 문턱에 앉아 그런 할머니 보며 담담하게 혼잣말.
엄 마 : 진짜 암이 날려나... 할머니 어떡하니, 자식들이 다 싫어해서...
할머니 : (노는 모습)
엄 마 : 나는 이쁘기만 한데, 뭐가 어쨌다고 그러는지.
씬 12 고모부의 가게 안.
고모부, 퉁명스레 계산기로 장부정리하고,
미옥, 그 옆에 서서 껌을 까서 씹어먹으며, 눈치보며, 말거는.
미 옥 : 요즘 장사는.. 잘돼, 고모부?
고모부 : (장부만 정리하며, 퉁명스레) 그만그만하다.
미 옥 : 기분이 안좋아 보이시네요?
고모부 : (안보고) 알면 말시키지마.
미 옥 : (멋적은) 껌 값 얼마예요?
고모부 : 그냥 가.
미 옥 : (머뭇대며, 눈치보며) 아까 영민씨 잠깐 보이든데...
내가 비디오 테입 갔다 준 사이에 없어진 거 같네.. 어디 갔는 줄.. 아세요?
고모부 : 군대 가는 동생 와서 찻집 갔다.
미 옥 : 아, 그랬구나..
고모부 : (일만 하는)
미 옥 : 저 갈게요. (하고, 나가는)
고모부 : (가는 미옥 보며, 맘에 안드는) 나일 어디로 먹는지,
남자 만났다고 헤 하고 입 벌어져선 돌아다니는 꼴하구는.. 맘에 안들어. (하고, 일만 하는)
씬 13 동네 다방.
영민, 영진과 앉아 차 마시는,
영 민 : (차 마시고, 안쓰럽게 보는) 나는 아버지한테 너 군대간단 소리는 들었어두,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낼 모레라구?
영 진 : (밝게) 어, 형.
영 민 : 고생하겠다.
영 진 : 고생은 뭐. 남들 다 하는 건데.
영 민 : 공부나 마치고 가면 좋을 걸. 형이 못나서 너 공부도 제대로 못시키고,
영 진 : 됐어, 형. 선배들도 그러고 친구들도 그러는데 군댄 학교 다닐 때 다녀오는 게 좋다드라.
어차피 갈 거 지금 가면 어떻고 나중에 가면 어때.
영 민 : 그것도 맞는 말이다.
영 진 : (밝게) 참 형, 형수감 있다며?
영 민 : (어색하게 웃으며) 들었니?
영 진 : 한 동네 산다며? 누나가 그러드라?
영 민 : (눈치보며) 너도.. 형이 이혼한 여자 만나는 거 별로지?
영 진 : 좋진 않지. (하고, 차 마시는)
영 민 : (속상한, 차 마시는)
영 진 : 근데 형이 좋으면 그뿐 아냐?
영 민 : (보는) ?!
영 진 : 형, 우리형제들 가끔 부담스럽지? 형이 형제들 도움받아서 공부한것도 있지만, 형노력두 있잖아.
두 번에 한번은 장학금 받아서 학교다녔잖아. 대학원은 알바해서 다니구.
영 민 : 그래도 형제들 도움 없인 힘들었지, 이렇게 공부하기.
영 진 : 우리 형제들이 형한테 기대가 너무 많어. 나한테까지 그럴까봐 벌써 걱정된다니까.
차라리 어쩔 땐 나두 다른 형제처럼 대학 안다니고 싶어, 나중에 생색낼까봐.
영 민 : 그런 말하지 말어. 그래도 임마 너나 나나 형제들 때문에 어디 가서 배웠다 소리도 하는 거지..
그런 말 행여 다른 형제들한테 하지마, 알았어?
영 진 : 알았어. 참 여기까지 왔는데, 나 형수 좀 보여주라.
영 민 : (반가운) 보고 싶니?
씬 14 마트 안.
미옥, 손님과 말하는,
진우, 생선 정리하는,
미 옥 : 매운탕은 우럭이 좋아. 도미는 비싸기만하고 별로래니까.
아줌마 : 괜히 우럭이 안팔리니까 그러는 거 아냐?
미 옥 : 사람을 뭘로 봐? 내가 아줌마한테 생선 하루이틀 파냐? 아, 좋아. 도미 사,
돈이 많아 쳐지나본데, 도미 사, 그럼. (하고, 도미 잡으면)
아줌마 : (미옥 팔 잡으며) 진짜 우럭이 매운탕으로 좋아?
미 옥 : 한번만 더 물으면 화낸다.
아줌마 : 으이, 성질두 그럼 우럭 줘.
미 옥 : 우리나라 사람들 참 웃겨. 청개구리처럼 꼭 말을 거꾸로 해야 알아들어. (하고, 우럭을 자르는)
카메라, 한 켠으로 가면,
영민, 영진 미옥을 보고있는,
영 민 : (영진 눈치 보며) 미옥씬 웃는 게 이쁜데 오늘은 안웃고 있네..
영 진 : (미옥만 보며) 생활력이 대단하겠다. (영민 보며) 맏형수로 딱이네.
영 민 : (좋은, 애써 기분 숨기며) 정말?
영 진 : 오늘은 형수가 바쁘신 거 같으니까, 담에 면회 같이 와요.
영 민 : 그래, 그럴게. 이제 가자. (하고, 영진 어깨에 손 올리고 가고)
영 진 : (가면서) 얼굴도 미인이다.
영 민 : (웃으며) 니 형이 여자 얼굴 좀 밝히잖냐?
시간경과.
미옥, 진우, 도시락 먹고 있고, 영민(양복 입은) 그 옆에 앉아서 말하는,
미 옥 : (입에 밥 넣고, 놀란, 밥알 튀기며, O, L) 어머어머 어떡해, 어떡해!
진 우 : 아, 드러, 밥 좀 삼키고 말해.
영 민 : (제 얼굴에 붙은 밥풀을 뜯어내며) 그러세요, 밥알이 튀네요.
미 옥 : (계속 밥알 튀기며) 미안해요, 미안해. (하고, 물 마시고)
영 민 : 미옥씨 체해요, 천천히 드세요.
미 옥 : (물 마시고, 가슴 두어번 쾅쾅 치고, 입가에 밥풀 묻은) 동생이 오면 온다 나한테 말을 해야지,
어떻게 내 몰골도 말이 아닌데, 영민씨 왜그래?
진 우 : (놀리듯) 영민씨 왜 그래? 어, 이제 말도 놓나보네.
미 옥 : (눈흘기고, 영민 보며, 다다다다 빠르게 말하는, 걱정스런) 동생이 나보고 뭐래요?
만나지 말래죠? 영민씨 식구들이 나 별로로 생각한다든데, 동생도 그렇대죠, 그죠?
나야 뭐 영민씨 식구들이 싫어한다고해서 서운할 건 없는데,
영 민 : (따뜻하게, 웃음 띤, 미옥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주는)
미 옥 : 뭐해요?
진 우 : 밥풀 묻었었어. 오바 하지마.
미 옥 : (머쓱한) 그게 왜 거기 묻었나... (하며, 영민 보며) 그건 그거고, 동생이 뭐래요, 진짜?
영 민 : (편안하게, 웃으며, 떠보는) 우리 동생이 미옥씨 싫어할까봐 걱정되나 보다?
미 옥 : (당황하는) 나는 그게.. 뭐, 굳이, 그게..
진 우 : 형 당연히 싫지. 자길 싫어하는데 세상에 어떤 사람이 좋냐?
미 옥 : 그래, 그래, 난 그 뜻이지.
영 민 : 좋대요. 제 동생이 미옥씨 미인이래요. 그리고 저하고 잘 어울린대요.
미 옥 : (벌어지는 입을 애써 다무는) 네에.
영 민 : (일어나며) 식사 잘 하시구요, 전 학교 가야 돼서..
미 옥 : (일어나며) 조심해 다녀오세요.
영 민 : 저 미옥씨 낼 저희 학교에 놀러 오실래요?
미 옥 : 학교..에요?
영 민 : 제가 일하는지 곳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고 싶은데...
미 옥 : 네에, 그럼.. 보여주세요.
영 민 : 제가 낼 댁으로 갈게요. 같이 가요.
미 옥 : 그러죠, 뭐.
진 우 : 누나, 낼 물건 많이 들어오는데.
미 옥 : (툭 찌르며, 작게) 가만있어.
영 민 : 갈게요. 식사 마저 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가는)
미 옥 : (가는 영민 보고, 작게 웃으며) 이게 행복인가..
진 우 : 뭐?
미 옥 : (진우 볼에 입맞추는)
진 우 : 뭐야?
미 옥 : 기분 좋아서 보너스 줬다, 왜? (하고, 밥 먹는)
진 우 : (손으로 볼을 닦으며, 미옥 보며) 맛이 가나.
씬 15 엄마의 방안.
재수,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전화 받고 있는, 짜증스런,
재 수 : 안가요, 싫어요! 엊그제 목욕했단 말이에요?!
그때, 엄마 밥상 가지고 들어오며,
엄 마 : 밥 먹자.
재 수 : (일어나며, 짜증스런) 아버지 왜 그래? 싫다니까, 진짜!
엄 마 : (재수 보는)
씬 16 아버지의 집안.
아버지, 전화하고 있고,
재건모, 옷장에서 속옷을 챙기고 있는,
재건, 그 옆에서 아버지 보며 햄버거 먹고 있는,
아버지 : (짜증내는) 이 자식이, 어디서 짜증이야? 임마 너랑 나랑 한달에 몇번이나 보냐?
기껏 한달에 한두번 같이 목욕가는 게 전부야. 근데 임마 뭐 큰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쳐자빠져 자느라 그걸 안할라그래?
너 옛말에 어머니 날 키우시고, 아버지 날 낳으셨다는 말도 못들었냐?
내가 임마 자식이 열이야, 스물이야? 한 놈 먼저 보내고, 기껏 너랑 재건이 달랑 둘 있는데,
씬 17 엄마의 방안.
재 수 : (버럭) 누나들도 있잖아요!
씬 18 아버지의 방안.
아버지 : 기집애들이 자식이냐?! 시집가면 그뿐인데. 잔말 말고 자식아, 한성 목욕탕으로 지금 당장 와!
(하고, 전화 끊는)
씬 19 엄마의 방안.
재 수 : (전화기 귀에서 떼고, 수화기 보며, 화나, 궁시렁대는) 아, 진짜로 말 안통해.
(하고, 전화기 내려놓고, 엄마 보며) 대체 엄만 아버지 뭘 보고 좋아서 결혼했냐?
중매도 아니고 연애라며 대체 뭐가 좋았어?
엄 마 : (편하게, 재수 밥에 반찬 놔주며) 다.
재 수 : (황당한, 어이없는) 뭐, 다?!
엄 마 : (아무렇지 않게) 영자씨. 하고 부를 때두 좋았구, 씩 웃을 때도 좋았구,
말없이 가만있을 때도 좋았구.. 다, 좋았어. (하고, 김치 먹는)
재 수 : 엄마도 가만 보면 눈이 좀 뼜어, 그지? (하고, 밥 먹으면)
엄 마 : (멋적게 웃으며)
재 수 : (밥 먹으며) 엄만 아버지가 안 싫으냐? 딴 여자 좋아서 살림 차리고 사는데 안싫냐구?
엄 마 : (손으로 반찬 집어먹으며) 싫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러지뭐.
재 수 : (떠보듯) 안싫을 때도 있다구? 진짜?
엄 마 : (황당하다는 듯) 맨날 그렇게 싫음 화가 나서 어찌 살어, 사람이.
재 수 : (고개 저으며) 정말 이해 못할 사람이에요. 나는 진짜로 세상에서 엄마가 젤로 이해가 안가.
(하고, 밥 먹는)
엄 마 : (아무렇지 않게) 이번 김치 맛있지?
재 수 : (눈흘기고)
씬 20 아버지의 집 앞.
아버지, 신발 신고 있는,
재건, 한쪽에 서있고,
재건모, 부엌에서 목욕가방 가지고 와서 주며, 퉁명스런,
재건모 : 목욕용품 다 챙겼어.
아버지 : (보며) 왜 불었냐?
재건모 : (가만 보는)
아버지 : 말해라, 할말 있는 거 같은데.
재건모 : (서운한 맘으로) 당신은 .. 몸은 나랑 살고, 마음은 형님네 가 있고 그러지?
아버지 : (이쁘게 보며, 웃음 띤 채) 무슨 말이 하고 싶으셔?
재건모 : 가끔 당신 보면 참 못됐단 생각이 든다, 나?
아버지 : (웃음가신) ?
재건모 : 사실이잖어, 못됐잖어, 욕심 많고.
아버지 : (답답한, 한숨쉬고) 우리 다 아는 얘기하지 말자. 너 재건이 신경안쓸라고 해도 안쓸 수 있냐?
나도 그래. 재수, 미옥이, 미수 신경 안쓸라고 해도 안쓸 수가 없어.
재건모 : 내 말은,
아버지 : (말꼬리 자르며) 그만 하자. 너랑 나랑 싸워봤자 뭐하냐? 일이 해결되냐?
내가 이 자리에서 당장 미안해, 다신 그 집 신경 안쓸게. 한다고 치자.
그렇다고 내가 신경 안쓸 거 같냐?
재건모 : 어우, 알았어, 가. (하고, 한쪽에 놓인 비질하며, 궁시렁대는)
나두 다 알어, 안다구, 그런데도 싫어. 알어.
아버지 : (그런 재건모 안쓰럽게 보며) 들어가 좀 숴. 몸도 안좋은데.
재건모 : (비질만 하며) 내 몸 내가 알아서 챙겨, 가.
아버지 : (답답한) 다녀올게. (하고, 재건 손잡고) 가자. (하고, 가는)
재건모 : (비질하다, 몸펴서 가는 아버지보고) 내가 왜이래. 저 사람 속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하고, 얼굴 찌푸리며, 아랫배 만지고, 비질하며) 큰일이네, 가진 것도 없으면서 몸까지 이러니.
씬 21 목욕탕.
탕 속에 아버지, 재수 앉아있는, 재건 한쪽에서 물장난치고,
아버지 : 어우, 어우.. (하며, 시원한 듯 소리내는)
재 수 : (밉게 보는) ..
아버지 : 아, 좋다, 아, 좋아.
재 수 : 그만 좀 해요, 듣기 싫어.
아버지 : (보면)
재 수 : 뭐가 그렇게 좋다구, 아, 좋다, 아, 좋다 소릴 끝도 없이 해요. 듣기싫게.
아버지 : 넌 아버지가 하는 짓이 전부 다 싫지.
재 수 : (외면하고) 싫은 짓 할 때만 싫어요.
아버지 : 그럼 니 눈에 아버지가 좋을 땐 언제냐?
재 수 : (보고) 솔직히 말해두 돼요?
아버지 : 그래 솔직히 말해봐.
재 수 : (강조하듯) 안보면, 좀, 좋아요. (하고, 외면하는)
아버지 : (화나지만, 참고) 임마, 너두 이제 나이가 나이야. 아버지 이해할 때도 됐어, 임마.
니가 뭐 맨날 애냐? 사나이가 임마 사나이를 이해못하면 그건 사나이도 아냐.
재 수 : (안보고, 귀찮은) 그래요, 난 사나이 아니에요.
아버지 : 우리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여자가 셋이었어, 자식아. 그래도 난 울아버질 하늘처럼 알고
모셨다. 아버지가 임마 여자가 있든 없든, 아버진 아버지야, 자식아.
재 수 : (궁시렁, 작게) 잘나셨어, 잘나셨어, 아우.
아버지 : 너두 임마 살아봐라, 영원한 게 있는지.
재 수 : (같잖게(?)보면)
아버지 : 나도 한때는 니 엄마만 죽도록 사랑해야지 할 때가 있었어, 자식아. 근데 변하드라.
그게 세상이야, 이 암 것도 모르는 자식아.
재 수 : 나는 요, 진짜 결혼하면 한 여자만 사랑할 거예요. 절대 바람 안피고.
아버지 : 바람 안피면 좋지, 근데 절댄 없다. 절대 죽어도 나는 아니다.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마.
나중에 쪽 팔리니까. (하고, 일어나 나가는)
재 수 : (궁시렁) 아우, 저 이빨. 엄마도 저 이빨에 속았을 거야. 에우, 싫어. (하고, 나가는)
시간경과.
아버지, 재수 등 밀고, 재수, 재건 등 미는,
재 수 : (재건 등을 신경질적으로 밀며) 너는 무슨 때가 이렇게 많어. 야, 너 왜 이렇게 드럽냐?
니 엄마는 너 이렇게 드러운 거 알고도 가만있냐? 그렇다면 니 엄마도 이상해.
울엄만 자식아, 나 증말 깨끗이 키웠어, 아냐, 자식아.
재 건 : 아퍼, 형.
재 수 : 아프면 때를 만들지 말어, 자식아.
아버지 : (재수 등만 밀며) 사이좋게 지내.
재 수 : 미쳤어요, 내가. 이 꼬맹이랑 사이좋게.
아버지 : (등만 밀며) 니 아버지 낼모레면 육십이다.
우리 재건이 볼 날 얼마 남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너라도 잘해, 자식아.
재 수 : (어이없는) 바라지 마세요. 난 절대로 얘한테 잘할 맘 없으니까.
아버지 : 재건이 너 형이 뭐래도 형은 형이야. 아빠 다음에 형인 거 너 알지?
재 건 : 어, 아빠. (하고, 재수에게) 형 때 아프게 밀어도 괜찮어, 밀어.
재 수 : (궁시렁) 뭐야, 사람 가운데 놓고, 순간에 붕 만드네.
아버지 : (재수 등만 밀며, 맘 아픈) 니 형이 있음 지금 아버지 등, 밀어 줄텐데...
재 수 : (궁시렁) 형 죽을 때 딴 여자랑 있었으면서 말이 많어, 씨..
아버지 : (등 밀며, 재식 생각에 속상한)
씬 22 목욕탕 앞.
아버지, 재건, 재수 서있는,
재 수 : 담부턴 목욕탕에 올 때 저 부르지 마요. 오기 싫으니까.
아버지 : 효도할 기회 줄 때 잘해, 자식아.
재 수 : (말이 안통한다는 듯 고개 젖고) 가요.
아버지 : 니 큰누나 영민이 만난다며, 사실이냐?
재 수 : 왜요?
아버지 : 사실이냐고.
재 수 : 아는 척 마세요. 누나 아버지가 자기 만나는 사람까지 간섭하면 돌아요. 알잖아요, 누나 성격.
아버지 : 참 니들은 돌 일도 많다. 내가 뭘 어쩐다고 맨날 돈대냐, 니들은?
재 수 : 아버지는 아버질 모르시나본데, 아버지 사람 돌게 하는데 많아요.
아버지 : 내가 말을 말지. (하고, 재건 손잡고, 재건에게) 형한테 인사해.
재 건 : (고개 꾸벅하는) 안녕히 가세요.
재 수 : (싫은) 알았어, 빨리 가.
아버지 : 애만도 못한 놈.
재 수 : (대들 듯) 아버지한테 사랑을 못받어서 그래요, 왜요?
아버지 : (맘에 안들게 보고, 재건에게) 가자, 우리 막내아들. (하고, 가는)
재수, 가는 아버지와 재건 보는, 부럽기도 한 느낌이다.
아버지, 재건 얘기하며 다정스레 가는 모습 보이는,
재 수 : (보며, 궁시렁) 나 어릴 땐 맨날 벅벅 소리만 쳤으면서 쟤한텐 드럽게 잘해주네. 꼴 보기 싫어.
(하고, 돌아서서 가다, 다시 뒤돌아 두사람 부럽게 보는)
씬 23 다른 회사(거래처)앞.
미수, 남자와 나오며 말하는.
남 자 : 상반기는 정말 기대해도 좋아, 김팀장. 다른 경쟁회사는 아직도 죽어라 죽어라 하나본데,
우리회산 끄덕 없어.
미 수 : (웃으며) 김이사님한테 이런 말 들을라고 내가 어제 꿈이 좋았나보다.
남 자 : 내가 돈 많이 벌게 해줄게.
미 수 : 고마워요. (하고, 차 문 열고)
남 자 : 가.
미 수 : 먼저 가세요. 나 차안에서 전화도 하고, 그래야 돼.
남 자 : 그래요. 갈게. (하고, 가고)
미 수 : (가는 남자보고, 차에 타는)
씬 24 차안.
미수, 안전벨트 보다가 가방 열어 핸드폰 보고, 음성메시지 듣는,
인 철 : (E, 차분한, 서글픈) 나 오후에 희영이 만난다. 만나서, 이혼해준다 그러게.
(서글픈) 잘했지? 아닌가? (사이) 주말에 보자.
미 수 : (인철이 안된 마음 드는, 핸드폰 내리고, 운전해 가는)
씬 25 인철의 차안.
인철모, 인철(양복 입은) 뒷좌석에 타고있고,
기사, 운전해 가는.
인철모 : 미친 년. 그렇게 얼굴 한번 보자 그럴 땐 들은 척도 안터니,
이혼해준다니까 제까닥 연락이 오네. 기가 차서.
인 철 : (담담한) ...
인철모 : (보며) 무슨 말이든 해. 꿀 먹었니?
인 철 : (보며, 작게 웃으며) 나 꿀 안좋아하잖어.
인철모 : 웃지마. 울고 싶은데 왜 웃니? 미쳤니?
인 철 : (담담하게, 맘은 안좋은) 그런가 보지.
인철모 : 희영이 니가 속 끓일만한 기집애 아니야. 웃긴 기집애라고. 떨쳐버려.
인 철 : (창가만 보며, 서글픈) 어떻게 떨쳐버릴까?
인철모 : 어떻게 떨쳐버리긴 확 떨쳐버리면 되지.
인 철 : (보며) 엄마.
인철모 : (보며) 왜?
인 철 : 농담하는 거 아니고, 오늘은 진짜 엄마가 부럽다. 엄마는 이 사람 저 사람 아무나 좋아하잖아.
근데 왜 난 그게 안되지?
인철모 : 노력하면 돼.
인 철 : 어떻게 노력하는데?
인철모 : 잘.
인 철 : (서글픈) 대단해.
인철모 : 너 사랑하는 사람 만나. 싫다는 사람 쫓아다녀 봤자 힘만 들어.
인 철 : 모르겠어. 난 정말, 아무 것도 모르겠어.
인철모 : 어차피 사람이란 게 한번 살지, 두 번 사는 거 아니다. 그것만 명심하면 세상에 안될 게 없어.
인 철 : (보면)
인철모 : 한번 살다 가는 인생 기분 좋게 살자 맘먹으면 만사오케이다, 너.
내가 같이 있어서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면 살고, 아니면 말고.
인 철 : 엄만 그렇게 살면서 후회같은 거 없어?
인철모 : (창가 보며, 담담하게) 너한테 상처준거 빼곤 없어.
인 철 : (인철모 보다가, 인철모의 손잡는)
인철모 : (맘 짠해져, 보면)
인 철 : (고개 돌려, 창가 보는) ....
씬 26 커피숍 앞.
인철의 차 와서 멈추는.
씬 27 차안.
인철, 기사에게,
인 철 : 어머니 댁에 잘 모셔다 드리고, 김기산 집에 들어가. 난 택시 타고 갈테니까.
기 사 : 네.
인 철 : (차 문 열려하면)
인철모 : (팔 잡는)
인 철 : (보면) ?
인철모 : 딴 소리하지 말고, 잘먹고 잘살아라, 기집애야. 그 말만 해.
인 철 : (쓴웃음 짓고, 차 문 열고 나가는)
인철모 : (가는 인철 보고, 안된, 기사에게) 가요. (하고, 가는)
씬 28 커피숍 안.
인철, 희영(대사 독하게 하지 말 것) 마주 앉아있는,
인철, 찻잔만 보고있는, 차분한,
희 영 : (인철 보다가, 차 마시고, 내려놓고) 얘기해, 시간 없어. 아홉시 비행기로 오클랜드 가야돼.
인 철 : (찻잔만 보며) ...
희 영 : (미안한, 다시 차 마시는)
인 철 : (희영 보는, 눈가 붉은, 애써 편안하게)
이혼장은 내가 바빠서 준빌 못했다. 되는대로 준비해서 연락할게.
희 영 : (인철 보는데, 안쓰런)
인 철 : (희영만 보며, 짐짓 담담하게, 따뜻한 느낌으로) 이혼수속 밟으러 나올 때 한번 더 보자.
희 영 : 연락할게.
인 철 : ....
희 영 : 인철씨, 여자 만나. 혼자 있는 거 힘들잖어.
인 철 : (눈가 붉은 채, 서글픈 웃음 짓고) 그래야지. 실은 나 좋다는 여자가있긴 해.
희 영 : 어떤 사람이야?
인 철 : 이쁘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야. 나한텐 과분한.
희 영 : 잘됐네.
인 철 : (찻잔만 보며, 눈가 붉은 채, 어렵게) 희영아, 이번에 만난 사람하고는 헤어지지마라.
희 영 : (보는)
인 철 : (희영보며, 맘아픈) 오래 만나. 아주 오래.
이 사람 만나고 저 사람 만나는 거, 남들 눈엔 화려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너랑 나랑은 알잖아.
그런게 얼마나, 무의미한건지.
희 영 : ...(진심으로) 충고 고마워, 새겨들을게.
인 철 : (찻잔만 보는, 맘 아픈)
희 영 : 그리고, 죽은 친구 이제 그만 생각해. 방황하고 자책한다고해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잖아.
인 철 : (안보고) 자책이 돼.
희 영 : 내가 당신하고 살면서 젤 싫었던 게 그거야. 자책하는 거. 요즘도 잠 못자지?
인 철 : ..이제..그만 가라.
희 영 : (인철 보다, 가방 들고, 일어나 인철 보며) 내가 모질게 했던 말들 잊어줘.
그래야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았어.
인 철 : (안보고, 고개 끄덕이는, 맘아픈)
희 영 : 건강해.
인 철 : 너두.
희 영 : (맘 아픈, 가고)
인 철 : (눈물 그렁한, 희영 안보고)
창가로 희영의 가는 모습 보이는,
인철의 담담한 얼굴위로, 이펙트 떨어지는,
인 철 : (E, 담담한) 세상이 내 맘대로 안된다는 거 너 때문에 배운다, 잘 가라.
씬 29 압구정 환락가, 밤.
재수, 돌돌이 지나가는 여자들한테 명함 주며 호객하는,
돌돌이 : 부킹 백프로, 부킹 백프로!
재 수 : (여자들을 쫓아가며 얘기하는) 누나 물 진짜 좋다니까?
여자1 : 자긴 별론대?
재 수 : 나는 별로지, 당연히 나는 별로지? 그런데 손님들 물은 진짜 좋아, 한번 가자, 누나. 어?
여자1 : 다음에 갈게요. (하고, 가는)
재 수 : 그럼 다음에 꼭 와, 누나? 내가 꼭 기다릴게?!
여자들, 뒤도 안돌아보고 가고,
재 수 : (궁시렁) 기집애들 뒤나 한번 돌아보고 가지, 말한 사람 쪽 팔리게 그냥 가고 있어.
그때, 지니 오며,
지 니 : 손님 좀 있니?
재 수 : (보며) 별로네.
지 니 : 다른 덴 손님 많던데 우리 업소만 썰렁하드라?
재 수 : 그래? 사장님 열 받겠네. 참 근데 넌 공부 안하냐? 봄 학기에 학교나간다며?
지 니 : 조금씩 하고 있어.
재 수 : 너 추워 보인다, 우리 뜨뜻한 라면 먹으러 갈래?
지 니 : 사줄 거야?
재 수 : 물론 사주지. 난 이쁜 애한텐 돈 안아껴. 사줄게. (하고, 돌돌이 보며) 돌돌아, 형아 잠시 땡 깐다,
꽃사슴형이 뭐라 그러면 대충 입으로 좀 발러 줘.
돌돌이 : 알겠어.
재 수 : (지니에게) 가자. (하고, 어깨에 손 올리면)
지 니 : 왜 만져?
재 수 : (윙크하며) 가는 정이 있음 오는 정이 있어야지.
지 니 : (재수의 팔 빼며) 나 집에 가서 라면 먹을랜다. (하고, 가는)
재 수 : 같이 가자, 야. (하며, 가는)
씬 30 병원, 남자화장실.
제인, 링거병 들고 제인부 소변보는데 옆에 서있는,
제 인 : 아버지, 오줌이 잘 안나와?
제인부 : (소변보려 애쓰며) 그러게, 잘 안나오네.
제 인 : 걱정이다, 오줌이 잘나와야 한다든데.
그때, 들어오는 환자들 제인을 이상하게 보고,
제 인 : 뭘 봐요?
환자1 : 남자화장실에 여자가 왜 있어요?
제 인 : 있을 만 하니까 있죠. 내가 뭐 괜히 있겠어요?
제인부 : (남자 눈치보고, 제인에게) 링겔병 나 주고 넌 나가 있어.
제 인 : 왜? 아버지 힘들잖어.
제인부 : 어서. (하고, 링거병 받는)
제 인 : (짜증나는) 알았어. 오줌 잘 눠. (옆의 남자에게) 아저씨두 잘 누세요. (하고, 나가는)
제인부 : (옆의 남자에게) 죄송합니다.
씬 31 병원 복도 일각.
제인, 전화하고 있는, 신호음 가지만 안받는,
제 인 : 이 자식은, 왜 전활 안받어. 손가락이 뿌러졌나, 귀가 먹었나. 전번에 보니까 귀지가 많든데,
귀 좀 파고 다니지, 자식. (하고, 다시 전화하는)
씬 32 지니의 집안.
지니, 커피 타고, 재수 텔레비전(코미디)보며 사과 먹는,
핸드폰 벨 울리는,
지 니 : 야, 전화 받어.
재 수 : (텔레비전만 보며) 냅둬.
지 니 : (커피 가져오며) 시끄러, 받어.
재 수 : (텔레비전만 보며) 냅둬.
지 니 : (텔레비전 끄는)
재 수 : ?
지 니 : 받어.
재 수 : 에우, 진짜. (하고, 핸드폰 밧데리 뽑는)
지 니 : 중요한 전화면 어쩔려 그래, 너?
재 수 : 중요한 전화 아니니까, 그렇지. 제인이 기집애가 나한테 중요한 전활 할 게 뭐 있냐?
(하며, 커피 후후 불어 마시는)
지 니 : (가만 보는)
재 수 : 커피가 뜨겁네. 마셔라, 너두.
지 니 : 너 제인이 어떻게 생각해?
재 수 : (아무렇지 않게, 커피 마시며) 골 때리는 기집애라고 생각해, 왜?
지 니 : 재수야, 제인이 너 좋아해.
재 수 : (아무렇지 않게) 나는 너 좋아하는데.
지 니 : ?
재 수 : (멋적은 웃음띤 채) 야, 지니 우리 본격적으로 사귈래? 니가 대학생인게 좀 걸리긴 하지만
큰 문젠 아니잖냐? 사실 나두 맘만 먹으면 대학 갈 수 있다?
나 고등학교 때 이십등은 했어. 진짜루.
지 니 : 농담하지 말고, 제인이한테 잘해줘.
재 수 : 너두 내말 농담으로 듣지 말고, 나한테 잘해.
지 니 : (짐짓 모질게) 난 돈 없고 못 배운 애 남자친구로 별로야.
재 수 : (키피 마시다, 굳는, 지니 꼬나보는) ?!
지 니 : 아프지? 그러니까 나한테 껄떡대지마. 다쳐. (하고, 커피 마시는)
재 수 : (화나는 거 참고) 농담으로 들을게.
지 니 : (보는)
재 수 : (지니의 눈 똑바로 보며) 나 떼낼라고 맘에 없는 말하지마. 그런다고 물러날 나 아니다.
지 니 : (어이없어, 웃으며) 너 왜 이렇게 멋대로니?
재 수 : 이게 내 매력이지. (하고 일어나는)
지 니 : (일어나며) 재수야.
재 수 : (보면)
지 니 : 제인이 좋은 아이,
그때, 재수 지니를 끌어당겨 입을 맞춰버리는,
지 니 : (놀라, 재수를 밀치지만, 안되는)
재 수 : (입을 맞춘 뒤, 지니에게서 떨어지고)
지 니 : (멍하게 재수를 보는) ?
재 수 : 너랑 나랑 입맞춘 거다. 설마 너랑 입맞춘 나를 니 친구 제인이한테 가라곤 안하겠지.
(지니의 머리 흐트러뜨리고, 작게 웃으며) 갈게. (하고, 나가는)
지 니 : (멍한)
씬 33 지니의 집 앞.
재수, 문 열고 나와 문에 기대 한숨 푹 쉬며,
재 수 : 가슴 떨려 기절하는 줄 알았네.. 후. (하고, 웃고, 걸어가며) 어후, 다리 떨려, 어우 심장 떨려.
(버럭) 아우, 기분 좋아! 죽이게 좋아, 죽이게!
씬 34 지니의 집안, 불꺼진.
제인, 지니 누워있는,
제 인 : 너 오늘 재수 자식 봤냐?
지 니 : (모로 누워, 생각 많은) 어.
제 인 : 그 자식 오늘 옷 뭐 입었디?
지 니 : (재수 생각하며) 맨날 입는 대로 입었지, 뭐.
제 인 : (천정 보고, 코 후비며) 난 그 자식 빨간티 입을 때가 섹시하든데, 그거 안입었디?
지 니 : 어.
제 인 : (웃으며) 아, 자식, 보고싶네.
지 니 : 낼 봐.
제 인 : 일단 꿈에서 먼저 보고. 잘 자. (하고, 돌아누워 자는)
지 니 : (답답한)
인써트 - 회상.
재수의 모습들 보여지는, 제인이 재수 좋다고 하던 부분까지.
현실.
지니, 답답한,
F. O, F. I.
씬 35 엄마의 집 전경, 아침.
재 수 : (E) 어우, 형 이제 우리집까지 들락거리네.
씬 36 엄마의 거실.
영민, 편한 얼굴로 무릎꿇고 앉아있고,
민이, 그 옆에 앉아 영민을 구경하듯 보고 있고,
재수, 머리감은 듯 수건으로 머리 털며 서서 말하는,
엄마, 앉아있는,
재 수 : 아주 이제 까놓고 만나기로 했나봐, 우리 누나랑. (하며, 자리에 앉는) 그런 거야, 형?
영 민 : (부끄러운 듯 웃으며) 응. 숨길게 없잖아.
재 수 : (웃음 띤 채) 좀 뻔뻔스러 보인다.
영 민 : (웃음 띤 채) 당당해 보이진 않구.
재 수 : 어우, 연앨 하드니 말도 잘해졌네. 전에 버버대더니.
엄 마 : (재수 툭 치며) 왜 사람을 놀려.
재 수 : 놀리는 거 아냐?
엄 마 : (영민 눈치보고) 엄마 생각엔 놀리는 거 같은데.
재 수 : 그건 엄마 생각이지. 난 아냐. (영민 보며, 의미심장하게) 우리 누나랑 어디까지 갔어, 형.
영 민 : (작게 웃고) 미옥씨가 옷 갈아입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나보다.
재 수 : 우리 누나 옷도 몇 벌 없는데 아무거나 입지, 왜 그러냐.
엄 마 : 내가 방에 가볼게. (하고, 미옥의 방으로 가는)
재 수 : 우리누나 형한테도 빽빽대?
영 민 : 안그래.
재 수 : 그럼 잘해줘? 애교도 피고 그래?
영 민 : 어.
재 수 : (영민의 팔뚝을 툭 치며) 와우, 좋겠다, 형.
민 이 : (재수에게) 울엄마 얘길 왜 영민이 아저씨랑 해, 삼촌?
영민, 재수 : (민이 보며) ?!
민 이 : 난 누가 울엄마 얘기하는 거 싫은데.
영민, 재수 서로 눈치보는.
씬 37 미옥의 방안.
미옥, 앉아 스타킹을 신는,
엄마,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미 옥 : (스타킹 신다가, 던져버리는) 젠장,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
전부 구멍난 거 아니면 긁힌 거 뿐이니. (하고, 다시 다른 스타킹 신는)
엄 마 : 제대로 된 거 하나 사.
미 옥 : 싫어. 아직은 우겨우겨 신을 만 해.
엄 마 : (눈치보며) 미옥아, 교수님이 너랑.. 결혼하잔 말 안해?
미 옥 : (황당하게 보며) 왜 이렇게 급해?
엄 마 : 결혼 하잔 말도 안하고 너무 친해지는 거 아냐.. 그러다, 차이면 어떡해, 너.
미 옥 :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네, 엄마, 난 결혼할 맘 그닥 없어.
연애만 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엄 마 : ?
미 옥 : (다른 쪽에 스타킹 신으며) 전엔 나두 남자 만나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 그랬는데,
이젠 세상이 바뀐 건지 내가 바뀐 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은 왠지 후져보이드라.
그래서 그냥 되는대로 가볼라 그래.
엄 마 : (걱정스런) 그래도 연애만 하면 여자만 손해지 않을까?
미 옥 : 손해볼게 뭐 있어. 막말로 내가 신삥두 아니고.
엄 마 : (고개 끄덕이며) 그건 그렇다.
미 옥 : (황당한, 웃고) 뭐?
엄 마 : 빨리 나와. 교수님 너무 기다린다. (하고, 나가는)
미 옥 : (나가는 엄마보고, 어이없는) 울엄마 맞어, 진짜. (하며, 화장대에 앉는)
그때, 민이 들어오며,
민 이 : 엄마.
미 옥 : (화장 고치며) 왜?
민 이 : 엄마 영민이 아저씨랑 친해?
미 옥 : (보는)
민 이 : 난 엄마가 나랑만 친했으면 좋겠는데..
미 옥 : (웃고, 민이 안아 무릎에 앉히며) 민이야.
민 이 : (보면)
미 옥 : 엄마는 니가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니가 심심한 게 싫으니까.
민 이 : 엄마 심심해?
미 옥 : 너두 머리가 있으니까 생각해봐라 엄마가 맨날 하는 짓이라곤 마트에서 동태 팔고 꽁치 팔고
집에서 밥 짓는 것밖에 더 있냐? 일년 삼백육십오일 그것만 하는데 당연히 심심하지.
민 이 : (보는)
미 옥 : 엄마도 너랑 똑같애. 친구 없음 심심해.
민 이 : 그렇구나.
미 옥 : 이해해 주는 거야?
민 이 : (웃으며) 어.
미 옥 : (꼭 껴안고, 몸을 흔들며) 으이그, 이쁜 내 딸. 어떻게 이렇게 이쁠까. (하며, 민이 입에 입맞추는)
씬 38 달리는 전철 안.
미옥, 영민(책을 보고 있는) 앉아있는,
미 옥 : (조심스레 묻는) 그 책 무슨 책이에요?
영 민 : (편안하게, 웃음 띤) 전공 책인데.. 미안해요. 제가 오늘 이걸 봐둬야 돼서.
미 옥 : 괜찮아요, 보세요.
영 민 : 그럼. (하고, 다시 책보는)
미 옥 : (그런 영민 물끄러미 보다, 창가 보며) 나랑 수준이 안맞는 거 아냐. 기죽네.
(하고, 다시 영민 보는)
씬 39 학교 캠퍼스.
영민, 미옥(주변 구경하는) 걸어가는,
미 옥 : (구경하며) 학교 캠퍼스가 상당히 크네요.
영 민 : 새로 지어서 그래요.
미 옥 : 나두 4년제 갈 수 있었는데, 집안만 안어려웠으면..
영 민 : (작게 웃고) 나중에 가요. 민이 좀 크면.
미 옥 : 그럴 생각이에요. 4년제는 무리고, 전문대 갈려구요. 중퇴한 게 늘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때, 학생1, 2 인사하는,
학생1, 2 : 교수님 안녕하세요.
영 민 : 어. 안녕.
학생들, 가고, 미옥 가는 학생들 힐끗 보고 가는(어색한),
영민, 편안하게 가고,
그때, 여학생3 뛰어오며,
여학생 : 교수님.
영민, 미옥 : (돌아보면)
여학생 : 저 교수님한테 따질 거 있어요.
영 민 : 뭔데?
미 옥 : (안 듣는 척하며, 두 사람 얘기 듣는)
여학생 : 왜 저보고 저번 학기 레포트 잘 썼다 그러셨으면서 씨뿔밖에 점수 안주셨어요?
영 민 : (웃음 띤 채) 그게 다른 애들이 너무 잘 썼드라.
여학생 : 으이, 그래도 그렇지.
영 민 : 짜증내지 말고, 다음엔 좀더 잘 써.
여학생 : 알았어요. (하고, 미옥 보며) 근데 누구세요?
미 옥 : ? (영민 보면)
영 민 : 어, 애인.
여학생 : 어머, (미옥에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미 옥 : (어색하게 인사하는) 아, 네.
여학생 : (영민에게) 교수님 드디어 장가가시나 보다.
영 민 : 농담하지 말고 가. 부끄럽다, 야.
여학생 : 사모님 이쁘시다.
미 옥 : ?!
영 민 : 가.
여학생 : (미옥에게 인사하며) 다음에 또 봬요, 사모님. (하고, 가는)
영 민 : 가요, 미옥씨. (하고, 앞서 가고)
미 옥 : (가는 학생보고, 영민 따라가며, 수줍지만 기분 좋은, 혼잣말) 사모님? 웬 사모님...
씬 40 영민의 교수실.
미옥, 주변 구경하며 앉아있고,
영민, 물을 미옥 앞에 놓아주며,
영 민 : 보리차예요.
미 옥 : 네. (하고, 마시는)
영 민 : (창가에 물잔 가지고 서서 밖을 보며) 전 여기가 참 좋아요.
여기 서서 이렇게 밖을 보면 아무런 잡생각도 안들고.
미 옥 : 전망이 참 좋아요.
영 민 : (창가 보며, 담담하게) 미옥씨 제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시죠?
미 옥 : (보는) ?
영 민 : 지금 이 순간만은 정교수가 되고 싶은 마음도, 좋은 집, 좋은 차도.. 나한텐 필요 없어요.
미 옥 : 그래도 정교수 되면,
그때, 영민 데스페라도를 부르는,
미옥 영민을 보는,
영민, 창가만 보며 편안하게 노래부르는.
미옥, 그런 영민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보며, 차 마시다 같이 노래부르는,
영민 노래부르며 미옥 보고,
미옥 영민 보고 웃으며 노래부르는,
그런 두 사람의 그림 보여지는, 황혼 무렵.
씬 41 고모의 가게 안, 밤.
고모부, 손님에게 물건 팔고 돈 받고 있고,
엄마, 들어오며 양손을 주머니에 꼽고 말하는.
엄 마 : 고모부, 고모 어딧어?
고모부 : (손님에게) 또 오세요. (하고, 엄마 보며) 왜요? 집에 없어요?
엄 마 : (멍하게) 없든데.
고모부 : 엄마 모시고 산책 갔는데, 아직 안왔나..
그때, 전화 오는,
고모부 : 네, 슈퍼마켓, (사이) 엄말 거기다 두고 가다뇨? 누가?
엄 마 : ?
그때, 고모 들어오며,
고 모 : (가라앉은) 날이 춥네.
고모부 : (전화기 든 채, 고모 보고)
엄 마 : (두 사람 번갈아 보고)
우 식 : 학원 다녀왔습니다. (하고, 세사람 보고, 멍한)
씬 42 고모의 방안.
고모(돌아앉아 있고), 고모부, 엄마(고개 숙이고, 자신의 양말만 만지는) 앉아있는,
고모부 : (화난, O L) 너 기어이 니 뜻대로 했냐?
고 모 : (속상하지만, 참고) 그랬어.
고모부 : (버럭) 왜 그랬어!
고 모 : (고모부 보며, 속상한) 오죽 했음 그랬겠냐!
고모부 : (옆에 있는 쿠션 고모한테 던지는) 어우!
고 모 : (고모부 눈가 그렁해, 속상해보고)
엄 마 : (아무 생각 없는 듯, 양말만 만지는)
고모부 : 솔직히 니가 엄마한테 한 게 뭐 있어! 여기 계신 처남댁이 아침 저녁으로 와서
엄마하고 놀아주고, 엄마 뒤치닥거리 다했지, 니가 한 게 뭐 있어, 성질 내는 것 말고!
고 모 : (버럭, 울컥하며) 나는 어머니가 내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엄 마 : (양말만 보고)
고모부 : (멍하게, 고모만 보는)
고 모 : (울며, 말하는) 내가 어머니한테 한 게 없어? 언니가 뭘 다했어? 진짜 그러지 마라.
언니가 어머니한테 아무리 잘 했어두 어머니 모시고 산 건 나야! 삼 시 세 때 밥해준 것도 나고!
빨래 한 것도 나고! 나도 언니처럼 하루 서너시간 어머니랑 놀아주는 거면
간 빼고 잘해줄 수 있어! 근데 하루이십사시간이야! 하루이십사시간!
고모부 : (속상한) 너 어머니 지금 당장 모셔와! (하고, 나가고)
고 모 : (문 쪽에 대고) 나 어머니 못 모셔와! 이혼장에 도장 찍잔 대도 못모셔 와!
치매 걸린 노인이 이 집에 있든 저 집에 있든 알게나 뭐야!
엄 마 : (양말만 만지작거리는, 속상한, 궁시렁대듯) 치매 걸리면 암 것도 모른다고 누가 그래요..
고 모 : (엄마 보는) ?!
엄 마 : (양말만 만지며, 혼잣말처럼) 괜히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하고, 일어나 나가는)
고 모 : (한방 먹은 듯한)
씬 43 엄마의 집으로 가는 길.
엄마, 양손을 주머니에 꼽고, 힘없이 뚜벅뚜벅 가는.
씬 44 도로, 낮.
인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카메라, 뒤로 가면 미수 차를 운전해 가며 인철을 보는, 담담한.
인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씬 45 인철의 별장이 있는 곳의 가로수길.
미수, 한쪽에 차 세워놓고 그 차에 기대서서 담담하게 있는,
인철, 오토바이 타고 그 앞을 스쳐가는, 그러다 미수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미수, 담담하게 고개 숙이고,
잠시 후, 인철, 다시 미수의 앞을스쳐 지나가는,
미수, 다시 인철을 보는,
씬 46 인철의 별장 앞, 밤.
모닥불 피워져 있는,
미수, 돗자리 깔고 그 위에 앉아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는,
잠시후, 오토바이 와서 멈추는, 인철, 오토바이에서 내리고, 헬멧 벗는,
미 수 : (편안하게) 이제 탈만 큼 탔나보네.
인 철 : 좀 씻어야겠다. (하고, 들어가는)
미 수 : (그런 인철을 물끄러미 보다, 다시 모닥불 보는)
씬 47 인철의 별장 안, 거실.
미수, 소파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고,
인철(샤워 가운 입은), 샤워하고 나와 소파에 앉아 술을 따르며 말하는,
인 철 : (무심하게) 몇 살이야.
미 수 : ?
인 철 : (술 마시고, 미수보고, 편안하게) 나 너 몇 살인지도 몰라.
미 수 : (편안하게) 스물 일곱.
인 철 : 내가 오빠네.
미 수 : 몇 살인데?
인 철 : 스물아홉.
미 수 : 울오빠랑 같구나. (하고, 술 마시는)
인 철 : (의아한) 오빠 있어?
미 수 : (손가락으로 하늘 가리키며, 짐짓 편하게) 저기.
인 철 : ?!
미 수 : (서글프게 웃으며) 우리 집안 골칫덩이였어. 주먹 좀 썼거든. 사고로 몇 년 전에.. 그렇게 됐어.
많이 좋아했었는데...
인 철 : (안쓰럽게 보는)
미 수 : (술잔 보며) 괜히 말 꺼냈다. 그립네.
인 철 : (미수 보다가, 술 마시는)
미 수 : (인철 물끄러미 보며, 조심스레 묻는) 희영씨.. 잘 갔어?
인 철 : (안보고) 그랬겠지.
미 수 : 희영씨 얘기 좀 해줘.
인 철 : (보면)
미 수 :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 궁금해.
인 철 : (서글프게 웃으며) 긴데?
미 수 : 길어두 듣자. 듣고 싶어.
시간경과.
인철, 미수 각자의 소파에 길게 누워 이불 덮고서 편안하게 말하는.
인 철 : (편안하게) 그렇게 노을이 쫙 지는 바닷가에서 걔랑 첫키슬했는데, 좋드라구.
그전에도 여자경험이 없었던 건 아닌데.. 달랐어.
미 수 : (쓸쓸하게, 인철을 보는) 어떻게?
인 철 : (미수 보며, 담담한) 정말 몰라? 사랑하는 사람하고 키스하는 게 어떤 건지?
미 수 : 너무 오래 돼서 잊어버렸어.
인 철 : (일어나 앉으며, 미수 보며) 있었어?
미 수 : (일어나 앉아, 인철 보며, 담담하게) 사람 무시해? 그럼 이 나이까지 내가 혼자서만 있었을까봐?
인 철 : (작게 웃으며, 친구처럼) 니 얘기 듣자? 어떤 사람이었어? 언제 만나고 언제 헤어졌어?
미 수 : (생각하듯, 편안한) 나보다 네 살 많았어. 뉴욕에 유학 가서 만났고,
거기서 있는 동안 미치게 사랑했어. 그 사람 없으면 죽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지내다 서울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헤어지고 싶드라.. 그래서, 헤어졌어.
인 철 : (진지한) 갑..자기?
미 수 : (술 마시고, 담담하게) 어, 갑자기, 그냥.. 그때 알았어, 아, 사람 마음이란게 믿을 게 못되는구나.
이렇게 한순간에도 변할 수 있는 거 구나.
인 철 : (서글픈) 그걸.. 알면서... 다시 누구랑 사랑을 하고 싶어?
미 수 : (보면)
인 철 : (맘아픈) 사람 마음이 순간순간 변한다는 거 나도 알아..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어.
사랑 같은 거 하면 뭐하나, 또 변할텐데. 니가 사랑했던 옛날 그 남자가 어느 날 한순간에
싫어진 거처럼, 희영이가 변한 것처럼, 지금 니 가 날 좋아하는 감정두 변할 거야.
미 수 : (담담하게 보다가, 천천히 말하는) 그렇다고 사랑을 안하는 것도 바보같지 않니?
인 철 : (보는, 눈가 붉어지는)
미 수 : (눈가 붉어져, 인철보며, 담담한) ..너.. 바보 같애.
인 철 : (보는, 눈가 그렁한)
미 수 : (눈물그렁한, 담담한) 그래두.. 사랑해.
그런 미수의 얼굴에서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