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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14
S#1.제 14회 -연애질의 기초
S#2.희진 거실(13회 엔딩)
진헌, 말없이 희진의 발을 들어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에 담근다.
희진 : ...
진헌 : (희진의 발을 닦는다)
희진 : (느낌이 안좋다)
진헌 : (정성껏 닦는다)
희진 : ...나한테 할 말 있니?
진헌 : (멈칫했다가 다시 닦는)...
희진 : (그렇구나, 혹시? 두려움)...
진헌 : (애써 담담한)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희진 : ?...
진헌 : 뺨에 난 점... 너 그거 알고 있었어.
희진 : ?...
진헌 : 옛날에 그거 갖고 얘기한 적이 있었거든.
희진 : ?... 그래? 난 기억 안나는데.
진헌 : 까먹었겠지.
희진 : ?...
진헌 : 원래 알고 있던 걸 넌... 3년동안 까먹은 거야.
희진 : ?!... 그랬구나... 치료 받느라고, 약 먹느라고 그랬을거야 아마.
진헌 : ...
희진 : 근데... 할 얘기란게 그거야?
진헌 : ... 니가 그걸 까먹는 동안... 나도 변했어...
희진 : ?!...
진헌 : (발을 수건으로 닦으며) 우리.. (힘겨운) 그만 하자.
희진 : ?!...
진헌 : 그만 하자.
희진 : !!!
진헌 : (다른 쪽 발을 담그려 한다)
희진 : (발을 확 뺀다)
진헌 : ...
희진 : 나 봐.
진헌 : ...
희진 : 나 보라구.
진헌 : (고개를 든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희진 : (의외로 담담한) 김삼순씨 때문이니?
진헌 : ...어.
희진 : ...사랑하니?
진헌 : ...
희진 : 어?
진헌 : ...자꾸 생각나.
희진 : ..사랑하냐구?
진헌 : ...보고싶어
희진 : ...사랑하냐구!!
진헌 : ...같이 있으면 즐거워
희진 : (냉정해지려 애쓰며)...그래, 지금은 반짝반짝하겠지. 그치만 시간이 가면 다 똑같애.
그 여자가 지금 아무리 반짝거려 보여도 시간이 가면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구. 지금 우리처럼...
진헌 : ...
희진 : 영원한 건 없다구. 응? 진헌아
진헌 : ...
희진 : 그래도 갈래?
진헌 : ...사람들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살잖아
희진 : !...
진헌 : !...
희진 :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니가 뭔데! (두서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니가 뭔데 나한테 이래!
니가 뭔데... 니가 뭔데.. 니가 뭔데 이 나쁜 놈아 ...
진헌, 고스란히 맞다가 와락 안는다
희진, 몸부림치며 때린다
진헌, 힘주어 안는다. 눈이 붉다
희진, 힘빠져 멈추며 운다. 엉엉운다
진헌, 소리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S#3.달리는 차 안
무섭게 굳은 얼굴로 운전하는 진헌
S#4.희진거실 (회상)
뇌를 들고 호르몬에 대해 이야기하다 장난치던 그들
S#5.교실(회상)
고3시절, 책상 밑에서 발장난 치던 그들
S#6.희진거실(현재)
울고 있는 희진
S#7.보냐뻬띠(회상)
오버더레인보우를 연주하던 진헌, 3년만에 나타난 희진.
S#8.커피숍(회상)
가지말라며 진헌의 손가락을 잡던 희진, 뿌리치고 가던 진헌
S#9.제주호텔 룸(회상)
뺨을 때리던 진헌, 울며 속마음을 털어놓던 그들
S#10.차 안(현재)
벨소리가 울리자 핸드폰을 쳐다보는 진헌, 집이구나. 받지않고 내내 감정에 빠져있다.
벨이 계속 울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버튼을 누른다. 그래놓고도 금방 말이 나오질 않는다
나사장 : 여보세요? 전활 받은거야 뭐야
진헌 : ...(목이 잠긴) 말씀하세요
나사장 : (엄한) 당장 집으로 와. 30분내로 와 (툭 끊는 소리)
진헌 : (그럴 기분이 아닌데, 괴롭다)...
S#11.나사장 거실 (동 밤)
윤비서가 현관문을 열어준다. 진헌이 들어온다
나사장이 거실 한가운데 서서 무섭게 쏘아보고 있다
진헌, 힐긋 보더니 다가온다
나사장. 진헌이 앞에 서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철썩 뺨을 때린다
윤비서가 흠칫 놀란다
계단을 내려오던 미주도 놀라 멈춘다
진헌, 뺨 돌아간 채 미동이 없다
나사장 : (새삼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지금까지 너 하는 짓이 이뻐서 봐준 줄 알아? 느이 형 그렇게 되고
엇나갈까봐 노심초사, 철없이 굴어도 쟤가 일부러 저러지, 생각 없는 놈도 아니구
때되면 알아서 돌아오겠지, 그런데 뭐? 계약연애? (멱살 잡으며) 에미한테 사기를 치는 것도
모자라서 돈으로 장난을 쳐?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 (하다가 놀란다)
진헌,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나사장, 놀라서 멱살 잡은 손을 스스로 놓는다
진헌, 끅끅 울음이 비어져 나온다
나사장, 어이가 없고
윤비서도 황당해하고
미주는 벌써 훌쩍이고 있다
진헌, 끅끅거리며 울음을 참는다
S#12.삼순 방(동 밤)
핸드폰이 열린다, 단축버튼 0을 길게 누른다
삼순, 이불 속에서 신호음을 들으며 기다린다
S#13.진헌의 차 안
핸즈프리에 그대로 붙어있는 핸드폰이 울린다
S#14.삼순 방
삼순, 갸웃하며 끊고는 이불을 뒤집어쓰며 눕는다
S#15.보나뻬띠 테라스(오전)
통화중인 현무
현무 : 아니 영화 한 편 보는데 뭐가 그렇게 까다로워? 나 아니면 영화 보자는 사람 있어?
있으면 데리고 와. 내가 그 자식을 그냥 (하다가 무언가를 보고) 어?
저만치서 씩씩거리며 오는 삼순
삼순 : 도대체 연애를 하자는거야 말자는 거야. 감히 내 전화를 씹어?
현무 : (가까이 오자) 삼순씨가 아침부터 왠일이야?
삼순 : 인사는 나중에 드릴게요 (섬큼 들어간다)
S#16.삼순네 주방
설겆이 하다가 전화 받은 이영,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는 놀란다
이영 : 삼순이 거기 갔어요?
S#17.홀
벌컥 문 열고 들어오는 삼순. 영자와 여직원들이 놀란다. 어? 언니, 하면서
삼순 :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는 나중에 하자
사장실로 향해 돌격하는 삼순. 오지배인이 마주 오다가 놀라서
오지배인 : 어머 삼순양. 다시 출근하기로 했어요?
삼순 : 인사는 나중에 드릴께요 오지배인님 (다짜고짜 들어가고)
S#18.사장실
삼순 : (들이닥치며) 너 왜 내 전화 씹어. 전화는 왜 이틀씩이나 꺼놓구 (멈칫)
자리가 비어있다
아직 출근안했나? 싶은 삼순
영자 : 사장님한테 용무 있어요?
삼순 : (돌아본다)
영자 : 어제도 출근을 안하시던데 오늘은 하시려나 모르겠네
삼순 : ?... 왜 출근을 안했대요?
영자 : 뭐 좀 아픈가봐요
삼순 : !...
S#19.홀 & 주방
다시 나오는 삼순. 홀을 가로지르다가 문득 멈춘다
무언가 짐을 옮기던 털보와 눈이 딱 마주친다. 털보, 놀라 우뚝 선다
삼순 : (잡아먹을 듯이) 기방이 너..
털보, 짐을 내팽개치고 도망간다
삼순 : (얼른 쫓아가며) 너 이 자식 이리 안와?!
테이블 사이너머로 도망가는 털보. 요리조리 쫓아다니는 삼순.
홀 사람들은 왜 이래? 황당하게 보고. 난장판을 만들면서
털보 : (울상이다) 잘못했어요 누나.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삼순 : 용서할 게 따로 있지. 그런 비겁한 짓을 해? 빨리 일루안와?
너 돈 얼마나 쳐먹었어. 그거 도로 뱉어내. 니 면상에다 확 도배해버릴테니까
주방과 베이커리실 쪽으로 도망오는 털보. 쫓아오는 삼순
요리사들과 인혜가 놀라고
털보 : 살려주세요 누나! 누나!
삼순 : 살려줄테니까 서란 말야 이 멍청한 놈아 빨리 안서?
요리조리 피해 마악 들어오던 현무를 밀치고 다시 홀로 도망가는 털보
비명 지르며 나동그라진 현무를 피해 쫓아가는 삼순
삼순 : 쥐새끼 같은 놈. 거기 안서?
현무 : (황당) ?? 방금 뭐가 지나간 거야?
S#20.화장실 앞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털보. 문이 쾅 닫힌다
달려온 삼순이 문을 열려하지만 안열린다
삼순 : 너 빨리 안열어? 야 김기방!
S#21.화장실 안 & 밖
몸으로 문을 막고 있는 털보. 삼순이 온몸으로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와 함께.
삼순 : 빨리 안나와? 너 반항하다 잡히면 수염 다 밀어버린다? 말로 할때 나와라?
털보 : (버티며 온갖 불쌍한 표정으로) 호텔 주방에 취직시켜준다 그랬단 말예요.
중학교때부터 그게 얼마나 꿈이었는데. 근데 들켜서 안해준대요. 나도 피해자라구요 으흑...
(훌쩍훌쩍)...
털보, 문득 훌쩍임을 멈춘다. 조용하다
털보 : ?... 누나.. 누나
삼순 : 그렇게 호텔 주방에 들어가고 싶었냐?
털보 : ...네
삼순 : 호텔주방이 그렇게 좋아?
삼순 : 폼나잖아요
삼순 : 겸손하게 생긴 게 폼은? 빨리 문 열어, 나 화장실 급해
털보 : ...안때릴거죠?
삼순 : 때릴거면 벌써 문 부쉈다. 빨리 열어
털보 : 정말이죠?
삼순 : 아 안때린다니까? 털끝 하나 건들면 내가 니 손녀딸이다
털보, 긴가민가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이때다! 쓰나미처럼 들이닥치는 삼순! 눈 깜짝할 사이에 헤드락을 건다
털보 : (버둥버둥) 켁, 살려주세요 누나 켁
삼순 : (팔에 힘주며) 오냐 살려주마, 죽지 않을만큼만 때려주고 살려주마
(머리를 쿵쿵쿵쿵쿵 쥐어박는다) 이 쉬끼가 감히! 감히! 감히! 뭐? 호텔주방?
지옥지방이나 가라 이놈아 (털을 뽑으며) 이 수염도 폼으로 키우냐? 이 나쁜 쉬끼!
S#22.화장실 앞
털보의 처절한 비명소리
엿들으며 으~ 찡그리는 직원들
S#23.오피스텔 복도(동)
문이 열리고 삼순이 내린다. 걱정반, 미움반으로 현관을 향해 걸어간다.
현관 앞에 다다른 삼순.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누른다 응답없다
다시 누르려다가 멈칫! 가슴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S#24.동 복도(회상)
문이 열리고 진헌이 모습을 드러낸다. 삼순을 보고 놀란다
진헌 : ?!...
삼순 : 미, 미안해요 아침일찍.. 많이 아팠어요?
진헌 : (어이없는 표정)
삼순 : (그 표정에 주눅 들어) 주, 죽을 좀 쒀왔어요. 들깨죽인데 백퍼센트 국산 들깨, 아니 그게 아니고,
저기 뮐푀유로 만들었거든요?
희진 : 누구야?
삼순 : (여자 목소리에 어리둥절)
진헌의 등 뒤로 역시 자다일어난 희진이 나타난다
희진 : 새벽부터 누군데 (하다가 삼순을 보고 놀란다)
삼순 : !!!...
희진 : !...
S#25.동 복도
혹시 또?.. 불안해지는 삼순. 마른침이 절로 넘어간다.
잠시 그렇게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누른다. 대답없자 귀를 대본다.
그때 철커덕 소리. 삼순, 얼른 몸을 떼고 본다
문이 열리고... 눈에 띄게 헬쓱해진 전헌이 나타난다
삼순 : ???!!!!
진헌 : (무표정)...
삼순 : 너 얼굴이 왜 그래 (두 손으로 감싸며) 왜 반쪽이 됐어. 감기 갈렸니? 몸살 났어? 밥은 먹은거야?
병원 안가도 돼?
진헌 : (무심하게 보는)
삼순 : ???
S#26.죽집
헨리가 메뉴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주욱 훑다가
헨리 : (우리말) 제일 좋은 죽 주세요
S#27.희진 주방
진헌만큼 헬쓱해진 희진이 전복죽을 앞에 놓고 쳐다만본다
마주앉은 헨리가 희진의 손에 숟가락을 쥐어준다
희진 : 미안해. 별로 생각이 없어
헨리 : (걱정스런)...
희진 : 미안해
헨리 :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희진 : (보는)
헨리 : 아주 어릴 때 되게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며칠동안 거의 아무것도 못먹었거든?
하루는 엄마가 쌀에다 물을 잔뜩 넣어서 그걸 끓이시더라구
희진 : ...
헨리 : 나중에 커서 그게 죽(우리말)인 걸 알았지.
아플때는 (죽)을 먹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고 계셨던 거야
희진 : (희미하게 웃는다)
헨리 : 아무리 힘들어도 굶으면 안돼. 그건 니 위를 배신하는 거야
희진 : (피식 웃는다) ..알았어 (숟가락을 가져간다. 한술 뜬다)
헨리 : (희뭇하게 바라본다)
두 번째 숟가락을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욱-입을 막는 희진
놀라는 헨리
희진, 참아본다. 가슴을 쓰다듬으며 입에 있던 걸 억지로 삼킨다
헨리 : 괜찮아?
희진 : ...응. 괜찮아
헨리 : 증상이 어떤데, 구역질 나?
희진 : 아냐, 별 거 아냐. 그냥 오랜만에 먹으니까 놀랬나봐
헨리 : 평소하고 다른게 있으면 그때그때 애기해. 그냥 넘기지 말고
희진 : (미소) 알어
S#28.오피스텔
아무것도 넣지 않은 흰죽이 끓고 있다.
삼순, 죽을 젓다가 잘 퍼졌는지 후후 불어 먹어본다
진헌은 소파에 길게 드러누워 있다.
삼순, 불을 끄고 그릇에 죽을 덜고 간장종지와 함께 쟁반에 받쳐들고 간다
삼순 : 일어나 죽 먹자
진헌 : (그저)...
삼순 : (소파 끝자락에 앉아 죽에 간장을 넣어 섞으며)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먹었다며.
딱 열숟가락만 먹자
진헌 : ...
삼순 : 응?
진헌, 마지못해 일어나 앉는다
삼순, 한숟갈 떠서 후후 불어 입에 대준다
진헌, 숟가락을 받아들고 자기가 먹는다
삼순,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본다
삼순 : ...그게 그렇게 힘들었어?
진헌 : (그냥 먹는다)
삼순 : (혼잣말처럼) 괜히 나까지 미안해지잖아..
진헌 : (멈추고 본다)
삼순 : 아냐, 됐어. 그냥먹어.
진헌 : (숟가락을 놓는다)
삼순 : (입방정을 떨은 거 같아서) 미안미안. 입 다물고 있을께. 그냥 먹자. 응?
진헌, 쟁반을 테이블에 놓고 삼순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삼순, 좀 민망하고 뻘쭘하지만 좋기도 하다
삼순 : (어색해서는) 더 먹지..
진헌 : (배에 얼굴을 파묻는다)
삼순 : (본능적으로 흡 배에 힘이 들어간다)
진헌 : 힘빼
삼순 : (뚱해서는 자세 편하게)
진헌 : (몸도 마음도 아주 편안하다. 구름 속에 파묻힌 듯)...
삼순 : (다정하게 머리 쓸어넘겨준다)...
진헌 : (담담한) ..내일 쉬는 날인데 뭐 할까?
삼순 : ? 나갈 수 있어?
진헌 : 여기서 놀면 더 좋고
삼순 : 안돼, 살뺄때까지는 밀폐된 공간은 사절이야
진헌 : 살 얼마나 빠졌는데
삼순 : ...600그람..
진헌 : 소고기 한근이네?
삼순 : 이씨.. 이제 기운이 뻗치냐?
진헌 : 두달을 어떻게 기다리냐
삼순 : 걱정마, 할일이 태산이니까
진헌 : ?...
삼순 : 삼순이가 애인이 생기면 꼭 하고 싶은 일들 탑 세븐!
진헌 : ???
S#29.명동거리(낮)
손에 음료라도 하나씩 들고, 손 잡고 쇼윈도를 아이쇼핑하며 걸어오는 두 사람
삼순 : 7위, 손잡고 거리걷기!
좌판의 악세사리도 고르고, 길거리 음식도 먹고, 삼순이는 뭐든 다 할려고 하고,
진헌은 챙피해서 싫다고 하면서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 둘이 마음대로 놀기
S#30.동 거리 일각
폰카를 들이대며 사진 찍으려고 하는 삼순
삼순 : 6위, 핸드폰에 내 남친 사진 넣기!
싫다고 도망가는 진헌, 얼른 잡아와 바짝 붙는 삼순, 포즈 취하라고 가르쳐주고,
진헌은 체신머리없게 길거리에서 이게 뭐냐고 짜증을 내고,
삼순이 확 인상을 쓰며 쥐어팰 듯이 하면 알았어 알았어 마지못해 옆에 붙어있고,
삼순이가 폰카로 찍는다. 하나. 둘, 셋, 언제 그랬냐는 듯 귀엽게 포즈 잡는 진헌.
둘의 모습이 찰칵!
그 사진이 삼순의 핸드폰 초기화면으로 디졸브된다
문구는 (삼순 ♡ 삼식>
S#31.달리는 새마을호 기차(아침)
S#32.새마을호 식당칸
창 밖으로 풍경이 스쳐간다
진헌과 삼순. 테이블에 마주앉아 맥주 놓고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그윽하게 쳐다본다.
눈만 맞춰도 좋다
삼순 : 5위, 새마을호 식당칸에서 맥주 마시면서 부산 갖다오기! KTX는 사절! 자갈치 곰장어는 필수!
S#33.플랫폼 우동코너(늦은 오후)
부산 찍고 돌아오는 길. 역사 내 우동코너에서 우동먹다가 고개 쳐드는 진헌
진헌 : 뭐라구?
삼순 : 사람들 앞에서 '나는 김희진을 사랑한다'고 외치라구
진헌 : (기가막혀서) 미쳤어? 나보고 그 유치한 짓을 하라구?
삼순 : 당근 유치하지. 그게 안유치하면 사람이냐?
그래도 남들 다 하는 유치한 짓 안해보는 것도 억울하지 않냐?
진헌 : 그게 어떻게 남들 다 하는 짓이야. 미친 놈들이나 하는 짓이지
삼순 : 하여튼 난 하고 싶다고. 더 나이 먹기 전에. 어?
진헌 : 유치할려면 혼자서 해. 난 못해
삼순 : 야, 그게 4위란 말야. 기차 탄 김에 지하철 말고 기차에서 해
진헌 : 싫어. 아까 먹은 곰장어가 넘어오겠다
삼순 : (이씨.. 우동그릇을 확 뺏는다) 그럼 먹지마. 내가 샀어
진헌 : (우동 그릇 빼앗으며) 기차표는 내가 샀어
삼순 : 삶은 계란이랑 콜라는 내가 샀다?
진헌 : 이자 안갚았잖아
삼순 : 뭐?
진헌 : 은행 이자 쳐준대놓고 왜 입 닦어?
삼순 : 와- 정말 치사빤스다 치사빤스야. 그걸 받아쳐먹을려고 그랬냐?
진헌 : 먼저 말한 게 누군데? 일수이자 안받는 걸 다행으로 알어
삼순 : 그럼 백억에서 까
진헌 : 뭐?
삼순 : 평생동안 백억 빌려준다며. 거기서 까면 되잖아
진헌 : 쳇. 백억이 장난이야?
삼순 : ? 백억 빌려준다며. 벌어다 줄거 아니었어?
진헌 : 꼬실려면 뭔 짓을 못해
삼순 : 아니 이 짜식이 누나를 희롱하네 아주?
진헌 : 나이 많은 티를 내요 꼭.
삼순 : 뭐? 이 종간나 같은게
진헌 : 욕도 참 다양해. 어떻게 퍼도퍼도 마르지가 않냐?
삼순 : 할거야 말거야
진헌 : 먹기나 해. 기차 놓치겠다
S#34.상행성 기차 안
나란히 앉아있는 진헌과 삼순
삼순 : 빨리 해라?
진헌 : 싫어
삼순 : 해
진헌 : 하면 뭐 해줄건데
삼순 : 꼭 조건을 달아야겠냐?
진헌 :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두 달을 한 달로 줄이든가
삼순 : 니 머릿속엔 그 생각밖에 없지
진헌 : 어
삼순 : 어으.. (큰 맘 먹었다는 듯이) 좋아. 한달
말 떨어지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진헌
그 재빠른 반응에 오히려 놀라는 삼순
승객들을 향해 소리치는 진헌
진헌 : 존경하는 신사숙녀 여러분!
승객들이 다 쳐다본다
삼순, 어떻게 하나보자 기다리고
진헌 : 제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하더니 삼순을 와락 일으키고는. 삼순이 뻘쭘해하든 말든)
제 여자친구의 이름은 일순이도 아니고.
삼순 : (어머 얘 뭐하는 거야?)
진헌 : 이순이도 아니고 삼순입니다! 김삼순!
사람들 키득거린다
삼순, 옆구리를 찔러보지만 진헌은 아랑곳없다
진헌 : 그런데 삼순이가 개명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삼순이가 싫습니까
삼순 : (이 자식이 하라는 짓은 안하고? 욹으락 붉으락)
사람들이 삼순이가 어때서, 이름 좋다고 제각각 한마디씩 한다
진헌 : 감사합니다 어려분! 그럼 전 삼순이와 잘 먹고 잘 살겠습니다!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 앉는 진헌과 삼순
삼순, 잡아먹을 듯이 흘긴다
진헌 : 거봐, 삼순이가 좋대잖아
삼순 : 흥, 그런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고? 어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한번
진헌 : 5위까지 했어. 그 다음은 뭐야
S#35.극장(다른 날)
겁나게 무시무시한 장면이 스크린에 흐른다
비명 지르는 관객들
그러거나 말거나 엉겨붙어 키스하고 있는 삼순과 진헌. 진헌의 등만 보이게
삼순 : 4위, 공포영화 보면서 에로물 찍기!
또 놀랄만한 장면이 나온다
바로 뒷줄에서 두어 좌석 떨어져 앉은 이영 찌푸리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본다
현무, 자지러지게 놀라며 이영에게 달라붙는다
이영 : (왜 이래? 벌레 털 듯이 밀어낸다)
현무 : 아 좀 붙어있자. 에어컨 때문에 얼마나 추운 줄 알어?
이영 : 영화 보러 왔지 데이트하러 온 거 아녜요
현무 : 아 이 여자 정말. 빨리 나가서 술을 맥이든가 해야지
(하다가 저 앞자리에 붙어있는 남녀를 보고는) 저거 뭐야. 와- 그림 좋네?!
이영 : (따라서 보고는) 어머머, 쟤네들 뭐야?
현무 : (부럽다, 입만 쩝쩝 다시며) 아- 제대로 하네 저것들 (이영을 힐끔거린다)
이영 : ?? 그 눈 안치워요?
현무 : 히유... (팝콘만 먹어댄다)
이영 : (문득 그들을 다시 본다. 어? 이상하다. 유심히 본다. 맞다!) 야 김삼순!!!
삼순과 진헌, 후다닥 떨어져 쳐다본다
이영 : (눈을 부라린다) 너어?
삼순 : 허???
진헌 : (아뿔싸) !!!
현무 : (눈은 뎅그래지고 입은 떡 벌어져서는) 할렐루야
S#36.극장 일각
이영이 삼순을 끌고온다
이영 : 어떻게 된거야 . 너희들 정말 사귀는 거야?
삼순 : (거만하게 끄덕)
이영 : 세상에 세상에 그런다고!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허 기가막혀 정말
삼순 : (역공 들어간다) 그러는 언니는? 이부장님하고 뭐하고 있는거야 여기서
이영 : (아차)
삼순 : 빨리 불어, 둘이 사겨?
이영 : (당연하다는 듯이) 사귀긴 뭘사겨. 그냥 영화 보러 왔지
삼순 : (실눈으로 탐색한다)
이영 : 어머 얘 좀 봐? 심심풀이 땅콩이라니까?
삼순 : 그럼 이부장님한테도 언니가 심심풀이 땅콩이야?
이영 : (그건 기분 나쁘다) 아니 지 주제에 내가 어떻게 땅콩이야? 어따 대고?
삼순 : 언니야, 삼식이 바람둥이라고 욕할 때 양심에 찔리지 않았냐?
이영 : 야! 누가 바람둥이야? 내가 양다리 걸쳤니?
삼순 : 맘에도 없으면서 끌고 다니는 것도 바람둥이야, 나, 장난으로 사람 끌고 다니는 거
언니라도 용서 못해, 알았어?
이영 : 용서 못하면, 못하면 어쩔건데?
삼순 : 그 파란만장한 연애전력, 다 불어버릴거야
이영 : 불어라? 누가 겁나냐?
S#37.동 일각
저 멀리 뒤로 실랑이하는 삼순과 이영이 보이면서 진헌과 현무도 이 상황을 어이없어 한다
현무 : 아니 삼순씨랑 헤어졌다면서 이런 시츄에이션을 연출하면 안되지.
이게 뭐야. 깜짝 이벤트도 아니고 응?
진헌 : (아무 정보도 없던 터라 참 어처구니없다) 그러는 이부장님은요. 도대체 언제부터예요?
현무 : 언제부터든. 무슨 재료구입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너한테 보고하고 여자 만나야 돼냐?
진헌 : 미리 눈치라도 줬어야죠. 잘하면 동서지간이 될지도 모르는데
현무 : 동서???
진헌 : 그래요 동서.
현무 : !! (황당하지만 싫지 않아서) 허허허... 하하하.. (진헌의 뒷목을 쓰다듬으며)
와- 이 깜찍한 녀석 보게? 제대로 깜찍했어 아주 (확 끌어당겨 속삭이는)
너를 내 사랑의 전도사로 임명한다!
진헌 : ???
S#38.보석상(동 밤)
커플링을 고르는 삼순, 진헌은 옆에서 건성이다
삼순 : 2위, 커플링 하기
드디어 하나를 고르는 삼순
삼순 : 이게 제일 나은거 같애. 손 내놔봐
진헌 : 아 유치해 정말
삼순 : 내숭은? 시키면 다 하면서 (진헌의 손을 가져와 반지를 끼우려는데)
진헌 : (손 빼며) 나 이거 싫어 , 차라리 (눈짓) 저걸로 해
삼순 : (진열대를 보며) 뭐. 어떤거
진헌 : (가리키며) 이거
삼순 : 이것도 괜찮네 (판매원에게) 이것 좀 보여주세요 (판매원이 꺼내는동안 진헌에게 가자미 눈으로)
거봐거봐. 싫다면서 할 건 다 한다니까?
진헌: (놀리듯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어보인다)
S#39.달리는 차 안(밤)
운전하는 진헌의 손가락에 커플링
삼순 : 그 다음, 대망의 1위는 뭐시깽이냐!!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진헌 :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삼순 : 뭐 짐작가는 거 없어?
진헌 : ? 없는데
삼순 : 술은 내가 취했는데 어떻게 니가 까먹냐. 내가 그날 밤 얘기해줬잖아
진헌 : ? 언제? 뭘
삼순 : 하 참. 이거 또 기억을 더듬어야 되나? 때는 꽃피는 춘삼월
S#40.포장마차(2회)
진헌 : 그러니까 이상형을 말해보라구요. 주변에서 찾아본다니까요
삼순 : 헹! 이상형? 그럼 내가 속아넘어갈 줄 알고? 그래두 그렇게 궁금하다면 알려주지.
내 이상형은 말야. 그냥 탄탄한 직장 다니면서 꼬박꼬박 월급 타오는 남자. 그거면 되지 끅...
진헌 : 너무 광범위해요. 범위를 줄여봐요
삼순 : 키스 잘 하는 남자
진헌 : (픽 웃으며) 늙은 여우 맞네
삼순 : (확 째린다)
진헌 : 그리고 또요
삼순 : 꺄불고 있어 쯧... 그리고? 응 그리고.. 우리 부모님이랑 언니들한테 자랑스럽게 내 남자예요,
말할 수 있는 사람.. 자기 부모님이랑 친구들한테 내 여자예요, 하면서 자랑스럽게
나를 소개시켜줄 수 있는 사람 끅...
진헌 : 쉽네
삼순 : 뭐, 쉬워? 야 이 쭈꾸미 같은 놈아.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 줄 알아? 무지무지 어려워. 왜냐.
그 자식은 안그랬거든 끅... 그 자식은 날 꽁꽁 숨겨놓고 아무한테도 안보여줬다구
S#41.차안
삼순 : 그러니까 내일 우리집에 가는거야
진헌 : (떨떠름한 표정이다)
삼순 : 표정이 왜 그러냐? 싫어
진헌 : 그게 아니구...
삼순 : 그게 아니면 뭐
진헌 : 아이 참..
삼순 : 아이 참 뭐. 말을 해 말을
진헌 : 아.. 나 어머니 무서운데...
S#42.삼순네 마루 (낮)
봉숙 : 뭐? 남자친구? 니가 남자친구가 어딨어?
삼순 : 어딨긴. 내 옆구리에 있지
봉숙 : 장난하지 말구. 그새 남자친구가 어떻게 생겼냐구. 하늘에서 떨어졌을리도 없구
삼순 : 그러게 엄마딸도 구르는 재주가 있더라구
봉숙 : (이영에게) 넌 알고 있었어?
이영 : (뜨끔) 어? 어...
봉숙 : (삼순에게) 누구야. 뭐 하는 놈이야. 나이는. 집안은
삼순 : 이따 올거야. 그때 물어봐
봉숙 : 뭐? 얘는 갑자기 부르면 어떡해, 찬거리도 없는데
삼순 : 찬은 무슨. 그냥 우리 먹는거 내노면 되지
봉숙 : 아유 안돼, 빨리 장 봐와야겠다 (안방으로 가며)
그 호랑말코같은 놈하고 비슷하게라도 생겼으면 난 절대 안본다?
삼순과 이영, 놀라서 눈 맞춘다. 어떡해..
S#43.오피스텔(동 낮)
꿀꿀이가 쳐다본다
진헌,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친다
검색창에 '예비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법'이라고 씌여진다. 엔터키 누르고.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진헌
(시간경과)
샤워가운을 입은 진헌, 옷장문을 열고 옷을 고른다. 뭘 입어야 이뻐보일까 고심하며 이것저것 고른다.
타이도 고르고.
옷을 입는 진헌, 타이도 매고
옷을 좍 빼입은 진헌, 나가다 말고 꿀꿀이를 돌아본다
진헌 : 집 잘 보고 있어. 오빠 나갔다 올게 (나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올때 뭐 사올까
S#44.삼순집 앞(동 오후)
초인종을 누르는 진헌, 손에는 푸짐한 꽃바구니가 들려있다.
긴장. 초조. 불안에 휩싸여서 후후 심호흡을 한다
대문이 열리고 삼순이 나온다
삼순 : (옷차림새를 보고는) 와- 때깔 나는데! (한바퀴 돌며 와- 우리 애인 멋지다아!)
진헌 : 자기야
삼순 : 어?
진헌 : 나, 떨고 있냐.
삼순 : (스윽 훑어보더니 끄덕뜨덕) 어
진헌 : (아씨)...
삼순 : 너무 떨지 마라. 설마 잡아먹기야 하시겠냐. 들어가자 (들어간다)
진헌 : (따라들어가다가 아차) 잠깐만 (돌아보는 삼순에게 꽃바구니를 건네며) 잠깐 들고 있어
(얼른 차로 간다)
삼순 : (왜 저러지?)
진헌, 차 뒷문을 열고 몹을 굽혀 무언가를 잡는다
삼순, 뭐지???
진헌의 손에 잡혀 나오는 개목걸이. 매우 잘 생긴 진돗개 한 마리가 그 줄에 끌려나온다
삼순 : ???!!!
진헌 : (진돗개를 데리고 온다) 들어가자
삼순 : ??? 이, 이건 모야?
진헌 : 예비장모님 선물
삼순 : (황당무계) !!!
S#45.뜰
두서없이 터져나오는 목소리들
봉숙 : 아니 너! 여기가 어디라구 들어와~
삼순 : 엄마 잠깐 내 얘기 좀 들어봐
봉숙 : 듣긴 뭘 들어! 너 빨리 안나가!
진헌 : 장모님 절 부터 받으세요
봉숙 : 누가 장모님이야. 누가! 빨리 안꺼져?! (빗자루로 퍽퍽 때리는 소리와 함께)
빨리 안나가? 나가 이 호랑말코같은 놈아!
진헌 : 아! 장모님! 아!
삼순 : 엄마 왜 이래 정말! 내 얘기 좀 들어보라니까?
이영 : 그래 엄마, 진정하고 얘기나 들어보자구
봉숙 : 나가 이 호랑말코 같은 놈아! 나가!!!
진헌 : 악~~~~
S#46.마루
무섭게 째려보는 봉숙
진헌, 씩씩하게 큰 절을 한다
흥, 외면하는 봉숙
지켜보는 삼순과 이영
진헌, 무릎꿇고 앉아 맞은 곳을 살짝 문지른다
봉숙 : (턱짓하며) 저건 뭐야
진돗개가 현관에 얌전히 앉아있다
삼순 : 엄마 줄 선물이래
봉숙 : ???
진헌 : (어렵고 무섭지만 씩씩하게) 여자들만 사니까 불안해서요. 한 마리 키우세요
봉숙 : (어의가 없고)
이영 : (킥 웃으며) 이름을 오천만원이라고 지으면 되겠네
봉숙 : (이영을 부라리고는) 자네 지금 나를 놀리는 거야?
진헌 : (놀라서) 그럴리가요. 제가 어떻게 감히
봉숙 : 암캐야 수캐야
진헌 : 암캐고 나이는 1년하고 6개월 됐습니다.
봉숙 : 쯧쯧쯧 자넨 그래서 안돼
진헌 : ???
봉숙 : 딸 셋 키워봐, 아우 암컷이라면 징글징글해
진헌 : 그럼 수캐로 바꿔올까요?
봉숙 : 암캐든 수캐든 난 자네 자체가 싫어. 그렇게 세상물정 모르는 자네한테 어떻게 우리 딸을 맡기나.
안그래? 그러니까 헛수고 하지 말고 돌아가 (일어나 안방으로)
삼순 : (울상) 엄마아
진헌 : (확 질러버린다) 그럼 뱃속의 아기는 어떡합니까
봉숙 : (뭐? 안방문 열다말고 놀라서 쳐다본다)
삼순 : (헉!)
이영 : (이런!)
진헌 : (얼른 분위기를 살피더니 삼순에게) 자기야, 빨리 말씀드려 (눈을 찡긋)
삼순 : (얼떨떨)
봉숙 : (파르르) 삼순이 너, 그게 정말이야?
삼순 : 어? 어.. 그게.. 어. (시침 딱 떼고 천연덕스럽게) 어제 병원갔떠니 팔주됐대.
초음파 사진 보여줄까?
봉숙 : !!!
이영 : (이것들이? 의심이 가면서도 둘이 너무 태연해서 긴가민가?)
봉숙 : (눈에 불꽃이 튀고 이가 갈린다) 이년이? (어느새 빗자루 집어들며) 차라리 너 죽고 나 죽자.
차라리 같이 죽어버려! (하며 달려드는데)
비명 지르며 움츠리는 삼순을 몸을 날려 막는 진헌.
그 순간 이미박에 정통으로 빗자루가 꽂히며 빡! 소리.
헤롱헤롱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는 진헌
삼순 : 자기야! 자기야! 자기야 정신차려봐. 삼식아! 삼식아!
(하다가 황망해하고 있는 봉숙에게 달려든다)
왜 내 남자 때려! 왜! 엄마가 뭔데 남의 남잘 건드려!
봉숙 : (확 쥐어박으며) 정신차려 내가 니 에미다 이년아
S#47.삼순 방
진헌이 침대에 드러누워 있다. 정신은 차렸지만 아직 몽롱하다
삼순, 피멍이 맺힌 이마에 대일밴드를 붙여준다
삼순 : (애달픈) 괜찮어?
진헌 : 어
삼순 : (자기가 아픈 듯) 많이 아프지 자기야
진헌 : 아냐..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삼순 : (울상) 흥..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진헌 : (팔을 벌리며) 이리와
삼순 : (어깨 흔들며 앙탈) 아잉~ 어떻게~
진헌 : 와아
삼순 : (스리슬쩍 옆에 드러누우며 품에 안긴다)
진헌 : (꼬옥 껴안고)
삼순 : (아 좋다!)
진헌 : (방울 둘러보며) 여기가 자기 방이구나
삼순 : 자기 방에 비하면 초가집이지
진헌 : 냄새난다
삼순 : ? 무슨 냄새?
진헌 : 자기 냄새, 방에서도 베개에서도 자기 냄새 난다
삼순 : (아이 좋아! 꼬옥 끌어안는데)
벌컥 문 열리며
이영 : 안나오고 뭐해?
두 사람, 후다닥 일어나며 떨어진다
이영 : (흘기며) 그렇게 좋냐?
삼순 : 좋다! 어쩔래! 노크 좀 하면 손이 부러지냐?
이영 : 빨리 나와 (삐죽거리며 문 닫는다)
삼순 : 자기야 각오해. 이번에도 보통 어려운 관문이 아니니까
진헌 : 관문?
삼순 : 큰형부랑 작은형부도 간신히 통과했어
진헌 : ???
S#48.마루나 주방
현관의 진돗개가 바닥에 엎드려 심심해하고 있다
식탁에 커다란 과일주를 탕! 내려놓는 봉숙, 집에서 담근 아주 커다란 병이다
술? 찡그리는 진헌
봉숙 : 애들 아버지가 사위들 볼 때 꼭 술버릇을 보렸어. 이거 마시면서 내가 묻는거에 대답만해
진헌 : 네
(시간경과)
병의 술을 따르기 좋게 담아놓은 술주전자(스텐)를 들고 봉숙이 전헌에게 술을 따라준다
진헌, 얌전하게 받고 술주전자를 받아드려 하는데
봉숙 : (그 손 치우며) 됐어
자기 잔에 직접 따르려 하자 이영이 얼른 채가 따라준다
진헌 : (뻘쭘하고)
삼순 : (그런 엄마가 야속하고)
봉숙 : 뭐해 마시지 않고
진헌 : (술잔 부딪히려 하며) 저.. 건배
봉숙 : (이미 마셔버린다)
진헌 : (이런 민망!)
삼순 : (우씨, 찡그리고)
진헌 : (고개 돌려 얌전히 마신다)
봉숙 : 그래, 이름이 뭐라고?
진헌 : 현진헌입니다. 참진자에 바칠헌을 씁니다
봉숙 : 나이는
진헌 : 스물일곱입니다.
봉숙 : 뭐? 그것밖에 안됐어?
삼순 : 엄마 요즘은 연상연하가 트렌드야
진헌 : (맞다고 얼른 끄덕뜨덕)
봉숙 : (흘기며) 넌 가만 있어. 대학은 졸업했고?
진헌 : 네
봉숙 : 마셔
진헌 : 네 (남은 걸 마신다)
봉숙 : (술 채워주고) 형광등은 갈아봤어?
진헌 : 네?
봉숙 : 형광등 갈아봤냐구
진헌 : ? 아뇨
봉숙 : 못은 박아봤어?
진헌 : ? 아뇨
봉숙 : 김장독 구덩이도 안파봤겠네?
진헌 : ? 네
삼순 : 엄마, 요즘 누가 김장독을 묻어. 김치냉장고 있는데
봉숙 : 그럼 난 요즘 사람 아니니?
삼순 : (못마땅해서) 그딴 걸 물어보냐
진헌 : 앞으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형광등도 갈고 못도 박고, 겨울에 불러만 주십시오.
김장독 제가 다 파묻겠습니다.
이영 : (얼라리요? 웃음참는)
진돗개의 눈이 가물가물 졸리웁다
술병의 술이 반쯤 남았다. 봉숙은 말짱하고 진헌은 꽤 취했다
이영과 삼순은 지쳐간다
봉숙 : 어머니는 호텔을 하시던데
진헌 : 네
봉숙 : 왜 호텔일 안하고 레스토랑을 하나?
진헌 : 그건 어머니 일이니까요
봉숙 : 계속 레스토랑을 할 건가?
진헌 : 당분간은요
봉숙 : 당분간? 그럼 나중엔 호텔로 들어갈 생각인 거야?
진헌 : 네
삼순 : (처음 듣는 얘기라 쳐다보는)
봉숙 : 형제는 어떻게 되나
진헌 : 저 하납니다
봉숙 : 그럼 삼순이가 모셔야 되나?
진헌 : 나중엔 아마..
봉숙 : 어머니가 꽤 깐깐해 보이시던데
진헌 : ?!
삼순 :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봉숙 : 넌 입 다물고 있으라니까 (다시 진헌 보며) 보다시피 자네 집하고 우리 집하고 사는 모양새가
아주 다르네, 여관장사도 아니고 호텔장산데 어머니가 이 결혼 승낙하실 것 같은가?
진헌 : 어머니만 허락하신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봉숙 : 못맡기겠다면
진헌 : ?!
삼순 : 엄마
진헌 : 그럼.. (이미 시작한 거 거침없다) 우리 애기 어떡하죠? 이름까지 지어놨는데
봉숙 : 뭐?
삼순 : (점점!)
이영 : (내내 술을 홀짝이고 있다가 가관이군 싶다)
진헌 : 큰 애는산, 둘째는 들, 셋째는 바다
봉숙 : 셋이나 낳으려구?
진헌 : 예, 힘 닿는 데까지 낳을려구요
삼순 : 야, 난 싫어 둘만 낳을거야
진헌 : (술도 취했겠다 남자답게) 난 식구 많은게 좋아
봉숙 : (혼잣말처럼) 그건 맘에 드네
진헌 : (반가워서) 노력하겠습니다 장모님!
봉숙 : 아직 장모 아냐. 마셔
진헌 : 예. (원샷하고)
S#49.노래방 (동 밤)
광란의 몸무림이 벌어지고 있다.
봉숙은 흘러간 뽕짝을 신나게 부르고 있고, 세모녀가 노래방에만 오면 매일 하던 짓인지
삼순과 이영은 엄마의 흥을 돋우느라 별의별 짓을 다 한다.
진헌도 넥타이를 이마에 묶은 채 봉숙의 옆에서 템버린 흔들고 춤추고 앗싸 후를 추임새 넣으며
온갖 재롱을 떨어댄다.
노래가 끝나자 이영과 삼순이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친다.
진헌 : (혀 꼬부라진) 장모님! 아름다우십니다! 최고십니다!
봉숙 : (그렇게 술을 마셔놓고 멀쩡한) 이번엔 자네가 해봐.
노래 못하는 사위는 안들이는게 우리 집안 전통이니까 한번 보자구.
진헌 : 예, 장모님! 안그래도 다음곡이 제 껍니다!
노래가 나온다. 역시 신나는 뽕짝이요, 예비 장모용 선곡이다.
신나게 노래 부르는 진헌, 세모녀, 옆에서 난리 부르스를 친다.
흥이 흥을 돋구고 열기는 점점 광란의 도가니로 치닫는다!
S#50.뜰(동 밤)
뜰 한켠에서 진돗개가 잠자고 있다.
S#51.마루
이부자리 속에서 곯아떨어진 진헌.
S#52.삼순 방
후르르~ 자는 삼순.
S#53.마루
불이 켜진다.
봉숙, 안방에서 들고 나온 전자 모기향을 마루의 콘센트에 꽂는다.
방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돌아보더니 잠자는 진헌에게로 온다.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본다.
봉숙 : (소근소근) 볼수록 잘 생겼단 말야?... 얼굴도 하얗고... 어머, 속눈썹 긴 거봐...
아까 보니까 보조개도 있던데... 여긴가? (살짝 찔러보기까지 한다.)
세상 모르고 자는 진헌.
봉숙 : (절로 웃음이 난다) 우리 삼순이가 어쩌다가 이런 놈을 낚았을까? 세상 참 오래 살고 볼일이야
흐흐. (일어나 불 끄고 들어간다)
불이 꺼지고 안방문이 닫히자 살짝 눈을 뜨는 진헌. 씨익 웃는다.
S#54.게스트 하우스 룸(이른 아침)
핸드폰 벨이 울린다.
잠 자던 헨리, 부스스 눈을 뜬다. 손을 뻗어 머리맡의 핸드폰을 집어들고 받는다.
헨리 : (졸리운) 헬로우
희진 : 미안, 잠 깨웠지.
헨리 : 아냐 괜찮아. (일어나 앉으며 벽시계를 본다)
6시쯤을 가리키는 시계.
헨리 : 이렇게 일찍 왠일이야.
희진 : 괜찮으면 조조영화 보러 가자구.
헨리 : (황당) 뭐?
S#55.극장
조조라 사람이 별로 없다.
희진,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딴 생각에 잠겨있다.
헨리가 힐긋 보더니 툭 친다.
희진 : (정신 차리며) 어?
헨리 : (영화 보라고 눈짓을 한다)
희진 : 어. (스크린에 시선을 준다)
헨리 : (영화 보는)
희진 : (곧 딴생각에 빠지는)
헨리 : (보고는 이상하다) ?...
희진 : (정신 차리고 낮게) 나가자.
헨리 : ?...
희진 : 공기가 안좋아. 답답해. (일어나 나간다)
헨리 : (갸웃하며 따라나간다)
S#56.극장 내 패스트 푸드점
희진이 팥빙수 두개가 든 쟁반을 들고 와 헨리 앞에 앉는다.
희진 : 미안, 변덕 부려서. 근데 아깐 정말 가슴이 답답했어. 환기를 잘 안하나봐.
헨리 : 잠 안잤지.
희진 : 어?
헨리 : 밤 꼬박 새고 나온 거 아냐?
희진 : (웃으며) 어. 잠은 안오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니까 허리가 너무 아픈거 있지.
먹자, 시원한 게 먹고 싶었어. (팥빙수를 먹는다)
헨리 : (아무래도 이상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팥빙수를 먹는다)
희진, 두어 숟가락 떠먹더니 욱! 입을 막는다.
헨리, 놀라 쳐다본다.
희진, 입을 막고 뛰쳐나간다.
헨리, 곧 따라간다.
S#57.극장 내 화장실
뛰어들어오는 희진, 변기칸으로 들어가자마자 구토하는 소리
변기에다 구토하고 있는 희진.
헨리가 뛰어들어온다. 화장 고치던 여자가 쳐다보든 말든 두리변 거리더니 소리가 나는 문을 두들긴다.
헨리 : 희진아. 희진아.
대답없이 구토하는 소리만.
헨리 : (애가 탄다) 희진아. 희진아.
다 토하고 털썩 주저앉는 희진. 지쳤다.
S#58.삼순네 주방
콩나물국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네사람.
진헌, 콩나물국만 연거푸 떠먹는다.
봉숙 : 어때, 해장이 좀 돼?
진헌 : 네. 이렇게 맛있는 콩나물국은 처음입니다.
봉숙 : 호호 다행이네. 우리 헌이 입맛에 맞는다니.
진헌, 다정한 말에 놀라고.
삼순과 이영도 벙- 해서 봉숙을 쳐다본다.
봉숙 : 니들도 이제 삼식이라고 부르지마. 이쁜 이름 놔두고 왜 삼식이야? 얼마나 이뻐. 헌이.
삼순 : (좋아서) 엄마...
이영 : (웃겨죽겠다) 하여튼 못말려 박봉숙 여사님
진헌 : (벌떡 일어나 꾸벅 절한다) 감사합니다 장모님!
봉숙 : 아우 됐어. 밥이나 먹어.
진헌 : 네. (앉아서 밥을 콩나물국에 말아 퍽퍽 떠먹는다)
봉숙 : 아유 우리 헌이 밥 먹는 것도 복스럽네.
진헌 : (탄력받아 히죽 웃더니 더 열심히 먹고)
삼순 : (좋아죽는 표정)
그때 마루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온다.
삼순 : 이거 자기 꺼 아냐?
진헌 : 어? 어. 어머님,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나간다)
봉숙 : (낮게 경고) 니들 다시 한번 삼식이라 그랬단 봐?
어유, 삼순과 이영은 웃겨죽겠다.
마루로 나온 진헌, 좌탁 위의 핸드폰을 집어들고 발신자를 확인하며 받는다.
진헌 : 어, 병태야. ...지금? 왜? ...(안색이 변한다)
삼순, 무심히 돌아본다. 무슨 전화지?
S#59.병원 복도
뛰어오는 진헌. 멈춰 두리번거린다.
저만치서 헨리와 병태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진헌, 뛰어온다.
진헌 : 무슨 일이야. 희진이가 왜.
병태 : 이 친구한테 물어봐
진헌 : (헨리를 본다)
헨리 : (걱정 가득한)
S#60.검사실
검사받고 있는 희진.
S#61.병원 복도
한자리쯤 떨어져 앉은 진헌과 헨리. 진헌은 몹시 괴로운 듯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헨리 : 너무 걱정 마. 종합검진 받은 지 얼마 안됐으니까 심각한 건 아닐꺼야.
진헌 : ...
헨리 : 내 생각엔 신경성 거식증(Anorexia Nervosa)인 거 같애.
진헌 : (그제야 고개 들고 본다)
헨리 : 며칠동안 밥은 안먹고 우유로 버티더라.
진헌 : !...
헨리 : 아마 너랑 그러고 나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거 같애.
진헌 : (괴롭다)...
S#62.병실
문 열고 들어서는 진헌. 조용히 들어와 침상 앞에 선다.
잠들어 있는 희진. 팔에 링거바늘이 꽂혀있다.
진헌, 안쓰럽게 내려다 본다.
열린 문 틈으로 헨리가 나타나 이쪽을 들여다 본다. 잠시 그러다가 조용히 문을 닫아준다.
진헌, 희진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S#63.종로구청 앞(동 낮)
사뿐사뿐 걸어오는 삼순. 구처에 신고만 하면 김희진이다! 행복하다!
삼순이 정문을 들어서는데 누군가 앞을 막는다. 멈춰보면.
심부름 센타에서 나온 험한 인상의 깍두기가 위압적으로 쳐다본다.
깍두기 : 심삼순씨죠.
삼순 : ? 삼순이는 맞는데 심이 아니라 김인데요.
깍두기 : (어? 그런가? 손에 든 사진과 비교한다)
삼순 : (뭐야 이 사람)
깍두기 : (맞다는 걸 확인하고는 다짜고짜 가방을 빼앗아 뒤진다)
삼순 : ??? 뭐하는 거예요 아저씨? 어머 이 아저씨 이상한 사람이네? 왜 남의 가방을 뒤져요?
(하며 뺏으려는데)
깍두기 : (확 뿌리치고 계속 뒤지는)
삼순 : !!! 뭐야 이거. 야! 너 뭐하는 거야! 안내놔?
깍두기 : (드디어 개명허가서가 든 봉투를 꺼내들고는 가방을 턱 안긴다)
삼순 : ??? 뭐야. 그건 왜 꺼내. 그거 안내놔? (깍두기가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확인하는 동안 뺏으려
안간힘을 쓰면서) 야 너 뭐야. 너 뭔데 남의 걸 함부로 건드려. 이리 안내놔? 경찰에 신고한다?
깍두기 : (확인한 서류를 쫙쫙 찢는다)
삼순 : 허???!!! 야 이새끼야!!! 그게 어떤 건데!!!
깍두기 : (명함을 내민다)
삼순 : (엥??)
깍두기 : (삼순의 손에 명함을 쥐어준다)
삼순 : (얼결에 명함을 본다)
(인써트)진헌의 명함.
삼순 : (어이없다) 아저씨가 이명함을 왜 갖고 있어요?
깍두기 : (뒤를 보라는 눈짓)
삼순 : (대충 알아듣고 뒷면을 본다)
(인써트)진헌의 필체로 쓰여진 문장.
`한달안에 등록 안하면 무효라며? 한달 동안 지키고 있을테니까 포기하시지`
삼순, 입이 딱 벌어진다.
S#64.구청 앞 거리
걸어오며 투덜대는 삼순.
삼순 : 이 쉬끼, 돈지랄을 하다못해 이젠 깡패까지 동원해? 와- 진짜 구제불능이네. 이 자식을 그냥.
삼순, 핸드폰을 꺼내 버튼 누른다. 신호음.
S#65.병실
진헌, 물끄러미 희진을 바라보고 있다가 핸드폰 울리자 희진이 깰세라 얼른 꺼내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잠시 갈등하다가 배터리를 빼버린다.
S#66.구청 앞 거리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안내맨트로 넘어가자.
삼순 : 뭐?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 왜 못받는데 왜. 이 쉬끼가 정말. (다시 건다)
신호음도 안가고 바로 `전원이 꺼져있어...`가 나온다.
삼순 : (멈추며) ?!... 뭐야 이거. 좀 전에 켜져 있었는데? (곰곰 생각하다가) 내 전활 안받겠단 말야?
S#67.병실 복도
진헌과 병태와 헨리.
병태 : 검사결과는 지난번하고 똑같애. 깨끗해.
진헌 : 그럼 원인이 뭐야.
헨리 : (못알아들으니 궁금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는)
병태 : 희진이가 음식을 거부하는 것 같애.
진헌 : !...
병태 : 근데 갑자기 왜 저래? 너 다시 만나면서 좋아지는 것 같더니.
진헌 : (착찹한)
헨리 : (궁금증을 못이겨 진헌을 툭 친다. 뭐라는 거야, 하는 눈빛)
진헌 : (영어) 니 생각이 맞았어.
헨리 : !...
진헌 : ...
S#68.피아노 학원
피아노 연습하는 삼순. 처음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
잠시 연습하다가 멈추고는 핸드폰을 집어들고 버튼 누른다. 또 꺼져있다는 안내음.
삼순 : (열불난다) 미치겠네 정말. 주가관리하는 거야 뭐아. 왜 툭하면 꺼놔. 아-
신경질적으로 피아노를 친다.
S#69.병실(동 밤)
희진이 눈을 뜬다. 잠시 몽롱한 눈으로 현실을 감지하다가 고개 돌린다.
진헌이 침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가만 바라보는 희진. 그러다 문득 링러병으로 눈길이 간다.
액체가 한방울 두방울 떨어진다.
희진, 다시 진헌을 본다. 손을 들어 가만히 머릿결을 만져본다.
진헌이 벌떡 일어난다.
희진 : (보는)...
진헌 : 일어났어?
희진 : ...
진헌 : 괜찮아?
희진 : ...뭐하러 왔어.
진헌 : 내가 이러면, 넌 안올거야?
희진 : (희미한 쓴웃음) ...헨리는.
진헌 : 아까까지 기다리다 갔어.
희진 : (물끄러미 본다)...
진헌 : (무슨 말을 하랴. 그저 미안한)...
희진 : 미안해.
진헌 : ?
희진 : 3년이라는 시간... 우리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 보기 좋게 한방 먹이고 싶었는데...
진헌 : ...
희진 : 시간이 약이라더니 우리한텐 병이 되버렸네...
진헌 : ...
희진 : (이불을 걷고 나온다) 집에 갈래.
진헌 : (얼른 막으며) 안돼. 너 지금 상태 안좋아. 여기서 며칠쉬어.
희진 : 싫어, 갈래.
진헌 : 너 지금 체중이 얼마 나가는 줄 알어? 정상체중의 80프로 밖에 안된대. 더 떨어지면 큰일나.
희진 : 여기 있는다고 나아지는 거아냐. 갈래. (바닥에 내려서다가 휘청)
진헌 : (얼른 잡는다)
희진 : (멋적게 웃으며) 나 꼭 영화 주인공 같다. 그치.
진헌 : (웃을 기분이 아니다) 그럼 차라리 우리집으로 가.
희진 : ?!...
S#70.뜰(동 밤)
개 밥그릇을 들고 나오는 삼순. 개집 안에 있던 진돗개가 얼른 나오며 꼬리를 친다.
삼순 : 짜식, 눈치 빠르기는. (쪼그려 앉으며 개밥그릇을 놓아준다. 잘먹는걸 보며) 야, 오천만원,
우리 집은 사료 살돈 없으니까 그냥 우리 먹던거 먹어. 그래두 임마, 이거 고깃국이야.
이 그릇은 내가 10년동안 라면 끓여먹던 거구... 근데 너희 주인은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는거냐
(먹는데 열중한 진돗개의 고개를 쳐들며) 이게 마님이 물어보는데. 대답안해?
(진돗개가 초롱초롱 쳐다보자) 짜식 주인 닮아 잘 생겼네. 먹어.
삼순, 먹으라고 놓아주고는 또 전화를 한다. 여전히 꺼져있다는 안내멘트.
삼순은 이제 화를 넘어 걱정을 시작한다.
삼순 :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이거? 출근도 안했다 그러구... 아침에 그게 무슨 전화였지?...
아 미치겠네 정말. (안되겠는지 얼른 집안으로 들어간다)
S#71.진헌의 차안
희진 : 싫어, 우리 집으로 가.
진헌 : 혼자 두면 마음이 안놓여서 그래
희진 : 니 맘 편할려구?
진헌 : !... 그래, 그렇게 생각해.
희진 : (한숨) ...진헌아.
진헌 : (보는)
희진 : 이젠 니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 이런식의 친절, 받고 싶지 않아.
진헌 : 오늘만 우리집에서 쉬어. 내일 헨리한테 데려다 줄께
희진 : 김삼순씨가 알면 싫어할 거야.
진헌 : 이해해줄거야.
희진 : 진헌아.
진헌 : 나... 너 평생 못잊어..
희진 : ?...
진헌 : 화석처럼 굳어서 가슴 한쪽에 박혀있어.
희진 : ?...
진헌 : 그것도 이해해줄거야.
희진 : ...
S#72.오피스텔 현관 앞
삼순, 초인종을 연거푸 누른다. 몇 번째 누르는 중이다. 대답없자 문을 두드린다.
삼순 : 야 헌아. ... 허나. ..너 정말 없는거야? ...삼식아.
그래도 대압없자 어깨가 축 늘어져 돌아서는 삼순.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온다.
S#73.엘리베이터 앞
시무룩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삼순.
땡 소리가 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열리는 문틈으로 진헌과 희진이 보인다. 삼순이 놀란다.
역시 열리는 문틈으로 삼순이 보인다. 희진도, 희진을 부축하고 있는 진헌도 모두 놀란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열린다.
삼순, 하얗게 질려 바라본다.
진헌, 난감한 표정이다. 희진도 둘을 번갈아보며 당혹스럽다.
14회 끝.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